Became a mythical shepherd slave RAW novel - Chapter 322
나는 에우리필로스와 여러 학자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이 난잡스러운 방 안을 쭉 둘러보았다.
어지러이 널린 두루마리들 속에는, 온갖 기상천외한 상상들이 담겨 있었다.
수성 (2)
공성병기.
굳이 그 뜻을 해설할 필요도 없을 듯하지만, 문자 그대로 성을 공격하는 데 쓰이는 병기다.
성벽이나 그 너머의 표적을 맞추는 데 쓰이는 투석기.
아군이 성벽을 오르기 용이하도록 만들어주는 사다리차.
사다리차와 비슷하지만 아군을 확실히 보호해주고 아군이 성벽 아래에 놓인다는 고도상의 불리함을 없애주는 공성탑.
정석적으로 성문을 뚫고 진입하기 위해 문을 들이받는 데 쓰이는 공성추.
방금 열거한 공성병기들 중 이 시대 아카이아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건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래도 비슷한 물건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기야 하고, 좀 더 문명이 발전한 하투샤나 메소포타미아 유역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아마 하투샤 쪽에서는 저 중 몇 가지를 동원하리라 생각해야 하겠지.
아무튼, 저 ‘미래무기‘들에게는 갖춰야 할 조건이라 해야할지, 미덕이라 해야할지 하는 것들이 있는데.
우선, 만들기 지나치게 까다로워서는 안 된다.
대규모 회전을 벌일 때도, 기습당할 때도, 아니면 그냥 행군할 때도 공성병기를 챙기고 다닐 바에야 적지에 도착한 다음 건설하는 게 나을 테니.
전쟁에서 공성병기가 필요하다면, 그 필요가 발생하는 현지에서 제작하는 게 보통이다.
전장 한복판에서 제작해야 한다면 말할 것도 없이 구조가 단순할수록 좋겠고.
그리고 현지 제작을 전제로 한다면 물론 재료 수급도 쉬워야겠지.
결국 한정된 장소에서 한정된 시간과 자원을 가지고 만들어내야 하는 물건이란 뜻이다.
이렇듯 제작에 수많은 제약이 있으니 공성병기를 설계할 때는 수많은 애로사항이 꽃필 수밖에.
그런데, 여기서 반대로 생각해본다면?
그럼 수성용 병기는 어떨까?
애초에 현지 제작이나, 장거리 운송,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적들 따위의 악조건을 신경쓸 필요가 없다면?
“···훨씬 자유로운 설계가 가능해지겠지.”
그리고 그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두루마리는 말 그대로 끝도 없이 많았다. 아마 수백 장 정도는 될 듯했다.
에우리필로스와 아이깁토스인 학자들이 그만큼 심혈을 기울여 안탄드로스를 지켜낼 온갖 방안을 탐색했다는 뜻이겠지.
나는 그런 그들의 노력에 살짝 감동마저 받을 지경이었지만··· 그래도 냉정하게 봐야겠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은 그리 많지 않군요.”
“부끄럽게도 그렇습니다.”
에우리필로스가 고개를 끄덕인다. 나 역시 예상하지 못했던 바는 아니기에 빠르게 납득했다.
수성을 위해 사용할 병기는 그 제작과 활용에 훨씬 제약이 덜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거나 채택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실용성과 효율의 문제는 언제든 고려해야 하니까.
게다가 자연과학이 아직 제대로 새싹조차 움트지 않았고, 마술과 신성이 실재하는 이런 세계라면? 초기 설계가 그 자체로 타당성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
나는 수많은 두루마리를 빠르게 훑어내려가며 포기할 것들을 빠르게 감별해냈다.
끓는 기름을 뿜으며 날아다니는 강철로 된 연. 기름을 싣고 어떻게 하늘을 날지? 뭣보다도 강철로 되어 있는데?
통과.
전차에 연결하면 강철 칼날을 발사하는 기관총 비슷한 물건. 구조적으로 말도 안 되게 복잡하다.
통과.
움직이는 강철 거인. 다이달로스가 되살아나지 않는 한 이런 건 또 못 만든다.
역시 통과.
미로 형태의 강철 성벽. 이런 걸 만들어서 어디에다 쓰겠나?
통과.
나는 미로 형태의 성벽에 관한 5700자짜리 상세한 설정 설명을 읽어내려가다 어떤 사실을 문득 깨닫는다.
“···죄다, 강철이 들어가 있습니다만.”
“그야 안탄드로스를 지키기 위한 것이니까요.”
그리 말하는 에우리필로스와 그 곁에 선 학자들의 눈이 심상찮게 반짝인다. 참다 못한 아이깁토스인 학자들 중 한 사람이 뛰쳐나와 내게 외친다.
“제아무리 강력한 창과 칼이라도 결국 헤파이스토스께서 축복하신 안탄드로스의 강철 앞에서는 모조리 깨지고 부서집니다.
어떻게 그 강력한 물성을 활용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렇···군. 하지만 안탄드로스의 강철이 무한한 건 아니라네.”
“하지만 ‘거의’ 무한하지 않습니까?”
“···.”
아냐.
인구 대비 생산량이 압도적이라 농기구에도 쓰고 갑옷에도 쓰기는 하는데.
무슨 성벽 전체를 강철로 덮고 이런 건 나도 못 해.
나는 그들의 광기를 보고 50년대 미국과 소련의 과학자들을 떠올린다.
와! 핵 엄청 쎄다!
이제 재래식 무기 따위 필요 없다! 탱크로 핵 쏘고, 보병도 핵 쏘고, 대공포로 핵 쏘자!
이제 핵이면 다 되니까 비싼 항공유 대신 원자력으로 비행기도 띄우고! 괜히 찔끔찔끔 TNT 쓸 바에야 핵폭탄 터뜨려서 지반 평탄화도 하고! 호수도 만들고! 푸슝! 푸슝! 쿠콰쾅! 뚜쉬뚜쉬!
···당연히 개소리다.
“이것들은 다··· 폐기일세.”
“그, 그럴 수가.”
내가 그들의 꿈과 희망을 빠르게 꺾어버리자 에우리필로스와 학자들은 눈에 띄게 상심하면서도 내 작업을 옆에서 거든다.
신들의 도움이 있지 않고서야 실현이 불가능한 것들을 가장 먼저 제외하고, 그 다음으로 실현이 가능하기는 한데 실전성이 0에 수렴하는 것들도 제외한다.
너무 귀한 재료를 쓰거나 너무 많은 노동력이 들어가는 것들도 빼놓았고, 까놓고 말해 무기이기는 한지 의심되는 설계도들도 따로 모아놓는다.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기상천외한 발상들을 제거하고.
나는 내 손에 남은 설계도들을 내려다보았다.
“그래도, 뭐, 여기 있는 것들은 꽤나 흥미롭군.”
“이것들은 이제 어떻게 하실지···”
“내가 모두 가져가겠네. 모두들 수고했네. 에우리필로스, 당신의 노고와 환대에 감사드립니다.”
“아닙니다. 저희의 노력이 어떻게, 제대로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잘 모르겠군요.”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니요?”
다시 시선을 내리자 내 손에는 목탄으로 그려진 기기묘묘한 그림들이 들려있다.
내가 미처 개발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던 것들.
“분명히, 도움이 될 겁니다.”
나는 에우리필로스와 학자들에게 웃어보였다.
이제··· 이들의 상상을 현실로 불러낼 시간이다.
***
“이건··· 상당히 단순하군요. 만들기도 좋고요. ”
“그들도 이름을 제대로 붙이지는 않았네만, 그냥 개량된 투석기라고 생각하게.”
예전에 트라키아를 정벌할 때 내가 만든 투석기는, 단적으로 말해 굉장히 원시적이었다.
목재와 밧줄의 탄성을 이용해서, 그 밧줄을 비틀어 고정시켰다가 놓아서 발사하는 형태의 무기.
당연히 부품 자체의 탄성을 이용하니까 고장나기도 쉽고, 심지어 발사하기 전에 투석기가 부러져서 아군에게 폭탄이 더지는 듯한 피해를 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 녀석은 다르다.
지렛대 한쪽에 투석을 올려놓고, 한쪽에는 줄을 연결한다. 그리고 장정 서넛이 그 줄을 잡아당기면 지렛대가 휙, 하고 움직이며 돌을 던지는 간단한 원리와 구조.
왜 이런 걸 생각 못 했는지 모를 정도로 만들기 쉽고 사용법도 단순하다. 훨씬 안전하기도 하고.
“일단 이런 걸 수십 개씩 만들어 공동주택마다 보급하는 건 어떻게 생각하나?”
“어렵지 않겠군요.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럼, 거기에 더해서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데.”
“무엇입니까?”
“이번에는 더 간단한 일일세.
이만한 크기의 판자를 한 100개만 준비해서 대장간으로 보내주게. 그러면 나머지 일은 내가 대장간에서 알아서 하지.”
“판자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때 말했던 수레라든가, 기중기라든가 하는 것들도 더 만들고. 아주 견고해야 하네.”
“예.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럼, 수고들 해주게.”
나는 그렇게 목수들에게 부탁한 다음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학교를 나섰다.
등 뒤에서 갑자기 밀려오는 업무에 신음하는 노예 겸 대학원생들의 비명이 들렸지만 굳이 신경쓰지 않았다.
하, 하하하··· 이, 이것이 권력의 맛인가? 행복감에 뇌리가 짜릿해지는 것을 느끼며 나는 곧장 말을 달려 안탄드로스의 시내로 들어갔다.
성벽 하나를 건너니 강을 끼고 괴물처럼 검은 구름을 뿜어내는 거대한 대장간이 보인다. 오랜만에 그곳으로 들어가니 대장장이들이 곧장 내게 인사를 건넨다.
“스클레오스는 어딨나? 코리토스는?”
“저쪽에 계십니다.”
“아빠!!”
“코리토스!!”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쇳물로 물장구치며 노는 저 모습은 도무지 익숙해지지를 않는다. 뇌가 이해를 거부한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코리토스가 스클레오스의 품에서 벗어나 내 다리를 푹 끌어안았다. 스클레오스 역시 허허실실 웃으며 내게 다가온다.
“보면 알겠지만··· 쇳물의 온도를 알고 싶다면서 저러고 있더구나. 나야 뭐, 손을 담가본 적 없어서 가르쳐줄 수 있는 것도 없고. 발만 구를 뿐이지.”
“···아저씨가 고생이 많네요.”
“아니다. 무슨 일로 왔니?”
“지난번에 부탁해놨던 게 다 됐는지 확인하러 왔어요.”
“아, 그때 그 이상한 물건?”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스클레오스는 옆에서 멀뚱거리고 있던 수습생들에게 이리저리 손짓한다.
그러자 수습생들은 기다렸다는 듯 뒤편에서 낑낑거리며 바구니를 몇 개씩이나 가져온다.
“얼마나 많이 필요할지 몰라 일단 많이 만들어봤다.”
우르릉거리는 소리와 함께 바구니 속에서 이리저리 출렁이는 건··· 정사면체처럼 네 갈래로 뻗은 가시들이다. 그 끝에 살짝만 닿아도 피가 나올 듯 날카롭고 위협적이다.
“좋아요. 제가 주문했던 그대로네요.”
“이 물건의 이름이라도 한번 알아보자꾸나.”
“마름쇠라는 겁니다.”
“적들에게 내던지는 용도인가?”
“맞아요. 보시면··· 이렇게.”
나는 바구니 속에 들어있던 마름쇠 중 하나를 조심스럽게 집어 사람이 없는 곳으로 던진다. 마름쇠가 바닥에 서자 그 뾰족한 꼭짓점이 하늘로 날카롭게 치솟는다.
“아무렇게나 던져놓으면 되니까요. 이런 걸 좁은 거리나 대로에 깔아놓는다면 적들이 함부로 드나들 수 없겠죠.”
적들의 이동을 차단하거나 최소한 심각하게 방해할 수 있는 물건이다. 아니면 그냥 무더기로 쏟아부어서 표창처럼 써먹을 수도 있겠고.
“일단 만드는 과정은 전부 정리됐죠?”
“그래. 거푸집을 꽤나 만들어놨으니 그··· 마름쇠라는 물건을 다시 만들 때는 수백, 수천 개 정도는 빠르게 뽑아놓을 수 있겠지.”
“그럼 잘 되고 있네요.”
결국 마름쇠라는 무기가 제 역할을 다할지 여부는 적당한 지점에, 충분한 양을 흩뿌릴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물량만 받쳐준다면 안탄드로스 시내의 여러 골목을 통해 적들이 침투하는 걸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으리라.
“그리고··· 이거 말고도 부탁드린 게 있었죠.”
“그래, 기다란 쇠침들. 그건 아직 만드는 중이기는 한데···.”
“곧, 목수들이 보낸 판자가 이리로 올 겁니다. 그 판자의 한쪽 면에다가 쇠침을 이렇게··· 촘촘히 박아넣으면 됩니다.”
“그리고?”
“반대쪽 면에다가는 밧줄을 메다는 거죠. 이것도 공동주택 하나당 몇 개씩 보급할 만큼 만들었으면 하는데.”
“그래. 그럼 그렇게 동료들에게 전해 놓으마.”
한쪽 면에 쇠침이 고슴도치처럼 우수수 박혀 있는 무기.
반대편의 밧줄을 쥔 채로, 성벽을 오르는 병사들에게 이걸 던진다.
사극 속 전투 장면에서 자주 봤었던 거다. 이름은 몰라도, 사다리를 타고 올라오는 적들의 머리 위로 내던져 치명상을 입힐 수 있겠지.
여기까지, 내가 에우리필로스와 학자들에게서 얻은 도움이란 그런 것들이었다.
내가 알고 있었지만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들.
현대인의 지식으로는 간단한 혁신이지만 지금껏 시도해보지 않았던 것들.
나는 걸어다니는 백과사전도, 과거로 돌아와 역사를 바꾸기 위해 파견된 요원 같은 것도 아니다.
내가 생각해낼 수 있는 지식에는 한계가 있고, 아주 당연한 것일지라도 미처 생각해내지 못하고 한걸음 더 나아가지 못해 헤맬 수 있다.
트리에레스도 그렇다.
내가 그 존재를 알았지만, 결국 그 거대한 함선을 만들어낸 건 내가 아니라 아노이토스와 다른 조선공들이었다.
···아니, 좀 더 거슬러가보자.
지금도 케브렌 강의 힘을 받아 돌아가는 저 거대한 수차를 만들어내는 일도, 거기에 연결된 풀무와 화로를 짓는 일도 나 혼자만으로는 해낼 수 없었으리라.
결국에는 함께 해낸 거다.
이 시대와, 이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서.
···물론 내가 받은 도움이 여기서 끝나는 건 아니지만.
“흐음···.”
나는 어느덧 희끗희끗해진 턱수염을 쓰다듬는 스클레오스를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열어 말한다.
“아, 그리고 사실 아직 주문할 건 많이 남았어요.”
사실.
이제부터가 진짜다.
나는 말을 꺼내기 전에 괜히 먼저 침을 삼킨다.
“음? 뭐가 또 있지?”
“철판이 아주, 아주 많이 필요합니다.”
“철판?”
“···예. 그리고 아주 거대한 쇠공도 준비해주십시오.”
“얼마나 크면···”
“사람 하나만큼.”
내 말에 일순간 스클레오스의 눈빛이 흔들린다. 뭘 만들려나 싶겠지.
사실, 나도 그렇다.
여기서부터는 내가 지금 뭘 만들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파리스 님, 여기다가 철판만 한 겹 더 씌우면 완벽해집니다.”
-“파리스 님, 이런 걸 말이 끌고 다닌다 생각해 보십시오···!”
-“그, 그 설계도는 폐기하기 전에 한번만 더 둘러봐 주십시오! 이 아름다운 가능성을 놓아버린다면 그건 헤파이스토스 님에 대한 불경입니다!!”
에우리필로스와 아이깁토스인들의 강철만능주의적 광기가 나한테 전염된 것 같은 기분이다. 나는 그 묘하게 들뜬 기분 그대로 스클레오스에게 한 마디, 한 마디씩 말을 꺼낸다.
***
보세요, 아저씨.
제가 얘기할 건 딱 두 가지뿐이에요. 알았죠? 두 가지. 전혀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아요.
일단 하나는 말이 끄는 수레입니다. 아니, 사실 수레보다는 바퀴 달린 토치카나 벙커에 가까운··· 아니, 방금 한 말이 뭐냐고 되묻지 마세요. 그건 중요하지 않으니까.
말하자면 작은 진지입니다. 수레인데, 지붕까지 덮여 있어서 탑승자를 확실히 보호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겁니다.
그리고 군데군데 구멍을 뚫어 그를 통해서 탑승자들은 바깥을 볼 수 있겠죠. 그 구멍을 통해서 석궁을 쏠 수도 있을 거고요.
그 지붕 위로 대형 발리스타를 올려놔서 쏠 수 있게 할까도 생각하는 중인데 일단 그건 나중에 생각해보면 될 거예요.
그리고···
“···외벽이랑 지붕에는 전부 철판을 씌울 겁니다.”
“···뭐?”
“사소한 데 신경쓰지 말라니까요.”
“그게 어떻게 사소한···. 일단 그러면 말이 제대로 끌 수는 있겠느냐?”
“전투 도중에 움직일 게 아니라 괜찮아요. 말과 사람이 옮겨놓을 수만 있으면 돼요.”
탱크인가? 아니지. 내가 밀덕이 아니라 잘 모르긴 하는데 탱크는 뿌슝뿌슝 쏘면서 움직이기까지 하잖아. 탱크랑은 다르지.
이동식 진지 같은 거다. 그래. 외형은···
“적들의 화살이나 전차의 충격도 견뎌낼 수 있어야 하니, 벽을 수직으로 하지 말고 조금 경사각을 줬으면 하는데.”
“대체 뭘 생각하고 있는 게냐?”
제국. 전투 마차. 증기 전차.
···아, 증기 전차는 좀 갔다.
“당연히 도시를 지킬 생각이죠.”
사실 뭔가 가슴 속에서 들끓어오르는 로망에 팔다리가 덜덜 떨릴 지경이지만.
“크흠··· 그러면 그게 전부냐? 방금 말한 사람 하나만큼 크고 무거운 쇠공은 어디다 쓰려고?”
“···저거요.”
나는 스클레오스의 질문에 말 없이 허공을 가리킨다. 스클레오스가 내 손가락을 따라 허공을 보니.
그의 시선에도 기중기가 들어온다. 고층건물이 자주 지어지는 안탄드로스 특성상 항상 보이는 것들.
“저거 끝에다가 쇠공을 매달아놓고 흔들면, 뭐, 적들이 사다리탑을 들고 오든 뭘 하든 어떻게 될까요?”
“···.”
그래.
에우리필로스 말이 맞아.
강철이면 다 되는 게 맞아···!
“어때요? 이거··· 아주 재밌는 일이 생기지 않겠어요?”
“막! 적이 죽어!! 푸슉!!!!”
“···앞으로 이런 얘기할 때, 코리토스는 다른 곳으로 옮겨놓는 게 좋겠구나.”
“아녜요. 얘기는 대강 끝났으니까. 코리토스는 제가 궁전으로 데려갈게요.”
“정말로, 이제 끝난 거 맞지?”
“예.”
“그럼 알았다. 생각해볼 게··· 아주 많겠구나.”
“제가 말한 것들, 만들 수 있죠? 시제품 조금 만들어보고 제대로 굴러가면 십수 대씩은 만들 거예요!”
“그, 그래··· 일단 궁전에서 쉬고 있거라.”
“만약 강철 생산량이 못 따라갈 것 같으면 말해요. 저도 그건 걱정이 조금 되니까.”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