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mythical shepherd slave RAW novel - Chapter 442
합리적으로 보았을 때 통상의 군대를 어떻게 먹이고, 재우고, 움직이고, 관리하는지 생각하면 내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
어떻게 에게 해와 이오니아 해의 아카이아인들에게 들키지 않고서 곧장 스파르타로 향할 수 있겠나? 그것도 스파르타와 아르고스, 미케네를 불태울 정도의 대군이 말이다.
물론··· 이 세계는 신화 속 존재들이 살아숨쉰다. 그를 잊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왕들은 매해마다 그런 존재들에게 제사를 지내고, 그런 존재들이 아들이고 딸이며 부모이거나 형제이기도 한데 말이다.
이런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 역시 그 점에 대해서는 유의하고는 있으나··· 딱 그 정도다.
만약 신과 괴물이 상시 인간들의 정치, 전쟁, 경제, 외교에 간섭했더라면 아카이아 땅에 제대로 된 문명이 일어설 수조차 없었을 테니.
“적들에게 허를 찔리리라는 생각에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구나. 그러나 만일 위협이 정말 닥쳐온다면 큰일이 나겠지.”
프리아모스는 고민하는 듯 조용히 고개를 주억거리더니, 머잖아 입을 열었다.
“그래. 스파르타와 아르고스를 수비할 트리에레스를 4척 정도 보내자꾸나.”
“···4척 정도라 하셨습니까?”
“그래. 듣기로는 요사이 트리에레스의 크기가 더욱 커졌다고 들었다. 4척이면 1,000여 명의 사내를 보낼 수 있을 테지. 게다가 설령 수십 척의 적선이 닥쳐온다 하더라도 충분히 견제할 수 있다.”
나는 프리아모스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 된다.
고작 1,000여 명.
스파르타를 무너뜨리고, 아르고스를 불태우며, 미케네를 폐허로 만들 적들을 대비하는 데, 겨우 트리에레스 4척이라면 턱 없이 부족하다.
“네가 그리 답할 줄 알았다. 대신 네가 원했을 만한 지원군을 그 4척에 안겨주마.”
“···지원군 말씀이십니까?”
“그래.”
모든 게 계획대로 진행되어 간다.
***
“그렇게, 지원군을 안겨달라는 말이더냐? 트리에레스 4척에다가 더해서··· 그래. 네가 주장하던 침공의 규모에 비해서는 너무 적은 수를 요구한다고 생각했었다. 우리 입장에서야 타당하지만 말이다.”
“예. 저를 믿어주십시오, 아버지. 제가 방금 요구한 그 정도의 지원군이면 충분합니다.
···아니, ‘군’이라 말씀드리기도 애매하겠군요.”
나는 확신에 차서 말했고 프리아모스와 안키세스는 그 방안에 대해 몇 번 토론을 나누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제국의 지배자들 사이에서 합의가 끝났다.
내가 원한 숫자와 편성의 해군이, 그렇게 트로이아를 떠나 스파르타를 향해 출발한다. 적들이 정말 그리 강대하다면 겁을 집어먹는 일 없이 그대로 작전을 강행할 만큼의 숫자였다.
반대로 적들이 허약하다면 프리아모스와 안키세스의 주장과 같이 도망치거나 참패를 겪을 숫자고.
“제가 직접 요구드릴 수 없는 정도의 건이니 아버지꼐서 먼저 장로들 앞에서 그를 제안해주셨으면 합니다.”
“믿거라. 너는 곧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터이니.”
하지만 나는, 이곳에 변수를 심어놓았다.
지원군이라는 변수를.
지원군의 움직임은 비밀스러웠고, 지원군의 힘은 강대하되 그 위용은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아니,사실 머릿수조차 얼마 되지 않았다.
1,000명? 아니다. 턱도 없다.
100명? 끔찍하게 부족한 숫자다.
10명? 누구 코에 그런 숫자의 군대를 붙이겠는가?
그렇기에 실제로는 내가, 표면상으로는 프리아모스가 제안한 지원군의 숫자는 단 하나뿐이었다.
“북서쪽으로 움직이지. 그 편이 바람을 가르기에는 가장 좋아보이니.”
“알겠습니다, 헥토르 님.”
“···말했듯이, 여기서든 어디서든 내 이름을 꺼내지 마라. 나는 지금 트로아스 반도를 순회 중이다.”
하지만 그 하나로 충분했다.
스파르타로 가는 트리에레스 함대는 헥토르가 이끌고 있었다.
라케다이몬 (1)
사냥은 단순한 유희가 아니다.
머나먼 훗날, 그러니까 인간과 자연이 분리되고 인류문명의 물질대사가 전 지구를 뜨겁게 달구게 될 시대에 사냥이란 그저 부도덕하고 잔혹하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과시용 유희에 불과하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현대의 다수 대중들이 통제되지 않는 자연과 거리를 두고 살기 때문이다.
도시 한복판의 주택에서 스마트폰으로 내일 날씨를 찾아보며 마트에서 장 본 레토르트 식품을 전자레인지에 데워 저녁을 때우고 애완 강아지가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주는 이에게 자연은 위해를 가하기 어렵다.
하지만 숲을 옆에 두고 살며 내일 폭풍이 닥쳐오지 않기만을 기도하는 이에게는 아니다. 매일매일의 먹을 것을 찾기 위해 덫에 걸린 토끼를 찾다가 늑대에게 자신이 끼니거리가 되지 않기만을 바라야 한다.
그런 이들에게 사냥이란 식량을 구할 몇 안 되는 길이고, 긴 발톱과 날카로운 이빨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방어 행위다. 그것을 유희로 삼기에는 아직 사냥꾼과 사냥감 사이의 구별이 희미하다.
그렇기에, 훈련받은 무력집단은 자신의 무예를 단련하고 민심을 잡기 위해 주기적으로 사냥을 떠나야 한다. 주변을 주의깊게 살피고, 위험을 피하며 기회를 노리고, 빠르게 달려 창을 던지거나 활을 쏘는 그 모든 과정은 전쟁에서도 비슷하게 이뤄지니까.
프리아모스의 아들 헥토르 역시 그 신성하고 거룩한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 특히 지금처럼 삶이 지난해진 시기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는 활과 투창에 의지해 아시아의 숲과 산자락을 돌아다니며 사냥감을 쫓고 있다. 행인들을 죽이고 마을을 박살내는 짐승들을 죽이러.
“···라고, 시민들은 알고 있겠지요. 따지자면 시민들을 속인 셈이군요.”
테오와 헥토르, 프리아모스와 파리스가 동원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믿을 만한 전력들.
이곳은 스파르타 외곽의 어느 숲이었다. 실제로 두 사람이 이곳에서 잡아낸 사자와 멧돼지, 들소의 숫자도 만만치 않았으니 사냥을 나갔다는 말이 거짓은 아닌 셈이었다.
장소만 바뀌었다.
아시아 땅에서 스파르타로.
“그렇지, 불사조 근위대장. 하지만 가끔은 거짓이 진실보다 유용할 때가 있는 법이니까.”
그리 말하며 헥토르는 투창을 쏘아 과녁을 맞춘다.
-콰드득!
···아니, 부순다.
테오는 그 모습을 보고는 살짝 질린 듯 어깨를 떤다.
“그라고 뭐가 어찌되었든 간에 더 중요한 진실은 변하지 않네. 나는 나의 시민들에게 헌신하고 있으며 그들의 삶을 위협하는 온갖 끔찍한 것들을 죽여버릴 것이니.”
“···예전과는 좀 많이 달라지셨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달라지는 법이니까. 그리고 솔직한 마음으로는 뭐가 달라졌는지 잘 모르겠군.”
“아니. 그렇지 않습니까? 이전 같으면 헥토르 님께서 먼저 제게 말씀하셨을 겁니다.
‘아무리 적들을 속이기 위해서라도 시민들까지 기만하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군···.’
그러면 제가 답했겠지요. ‘아닙니다. 가끔은 거짓이 진실보다 더 유용한 법이지요.’”
“···.”
“예. 많이 달라지셨습니다.”
“하지만···”
“쉿.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테오는 가느다란 눈으로 싱긋싱긋 웃음짓더니 곧 목표물을 향해 고개를 훽 돌린다.
그리고 언제 웃었느냐는 듯 살기를 뿜으며 늑대를 향해 투창을 던진다.
-우지직!
-콰직!!
그대로 투창은 목표를 직격한다. 늑대는 큰 상처 하나 없이 깔끔하게 숨이 끊어졌다. 그 외에 특기할 만한 점은 없었다.
테오와 목표물 사이에 나무 두어 개가 서 있었다는 걸 빼면.
투창은 그 나무 두 개를 관통하며 늑대의 목을 꿰었다. 헥토르는 낮게 탄성을 뱉으며 입을 연다.
“자네도, 감탄할 처지는 아니군.”
“하려던 말씀을 끊어 죄송합니다. 계속하시지요.”
“···하지만, 그래. 사람은 항상 바뀌지. 나도 사람이니까.”
“헥토르 님은 그 중에서도 안 바뀌는 축에 속하시는 분이었습니다. 좋은 방향으로 말입니다.”
“그거야··· 부정하진 않겠네. 나는 좀 고지식했지.”
“올바른 것이었습니다.”
“모든 상황에서 올바를 수는 없네.”
헥토르는 쓰게 웃었다.
“때로는 사악해 보이는 길이 최선일 수 있지. 백성들이 사는 우물에 독을 풀거나, 그들의 가축을 빼앗고 집을 태워 내쫓는다거나.”
“아.”
“그래. 내가 바뀌었다면 파리스 덕분이지. 그 덕에 뭔가를 깨달았다고 할 수도 있겠군.”
‘···악영향 아닌가?’
물론 머릿속에 떠오른 것을 입밖에 함부로 내지 않을 눈치가 있었기에, 그는 프리아모스의 총애를 받고 근위대장이 될 수 있었다. 테오는 말 없이 투창 두어 개를 던지다가 주제를 바꿨다.
“아직도, 스파르타의 여왕에게서는 이야기가 없습니까?”
“그래···. 예상과는 정말 다른 상황이라 뭘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군.”
헬레네가 헥토르와의 만남을 피한다.
헥토르는 분명히 헬레네에게 침공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파리스와 카산드라가 어떤 위협을 예고했는지.
-“그건··· 예삿일이 아니군요, 헥토르 님. 도리아인들의 대공습이라 하셨나요? 이곳에도 도리아인들이 많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여왕이시여. 시급히 대비가 필요합니다. 우선은···”
-“죄송합니다. 일단은 다른 장로들과 이 일에 대해 논의해보고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 연락은 없었다.
아, 그 뒤로 스파르타의 영토 곳곳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있었다.
별 달라진 게 없다는 소식 정도.
정확히 말하자면···
“테오.”
“예.”
“나는, 스파르타의 여왕이 딴 마음을 먹지는 않았는지 의심이 된다.”
“예?”
“이미 들었겠지. 지금 스파르타와 그 휘하 도시들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여왕은 헥토르와의 만남 이후로, 스파르타에 모든 자원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리고 그만큼 동맹시들에 대한 세폐가 늘었다.
이 기근에.
갑자기 생활이 어려워진 시민들 사이로 수상한 신앙이 퍼진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이 숲으로 기도를 오는 이들이 파리스의 이름을 외치고는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