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361)
361화
드래곤.
호라이즌의 최상위 포식자인 이들은, 성년이 되는 순간 철저히 독립적인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사자나 호랑이가 한 산에 두 마리 이상 살지 않는 것처럼.
각자의 영역을 정하고, 그것을 침범하는 동족과는 죽음을 각오하고 싸운다.
심지어 부모라고 해도 자식의 영역에 들어오는 것마저 허락되지 않을 정도.
따라서 그런 드래곤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수천 년 동안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한 대사건이었다.
경우의수는 크게 두 가지.
첫 번째는 드래곤들이 모두 모여야 할 만큼 커다란 위기가 닥쳐올 때.
두 번째는 드래곤들 모두가 정해 놓은 금기를, 누군가가 어겼을 때였다.
“이건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
드래곤 로드의 레어.
그곳에서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모든 드래곤의 금기를 어긴 인간 놈에게 철저한 응징을 가해야 합니다!”
붉은 머리의 미남자가 장내에 있는 수십 명의 미남 미녀에게 외쳤다.
그런데 드래곤?
장내에 있는 사람 중 그 말에 놀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당연한 일이다.
사람의 형태로 변신했을 뿐, 이들 모두 드래곤이었으니까.
“저 금기를 어긴 인간 놈에게 응당 그에 맞는 벌을 내려야 합니다!”
“응징? 어떻게?”
다른 드래곤의 물음에 붉은 머리 미남자가 답했다.
“불사의 모험가라면 죽이고 죽일 겁니다. 차라리 스스로 죽음을 바라도록 만들어, 다른 인간들이 감히 그런 짓을 생각지도 못하게 할 겁니다.”
모험가들이 몇 번이고 살아난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들이 살아나길 바랄 때였다.
완전히 의지를 꺾어 버리면 그 모험가는 더 이상 살아나지 않는다.
“놈의 집과 공방을 불태우고, 도시를 무너뜨리고 해일을 불러와야 합니다.”
붉은 머리 남자의 주변에서 마나가 넘실거렸다.
그때 누군가가 손을 들었다.
“잠깐, 하지만 너클은 얼마 전에 성룡이 되지 않았습니까?”
하늘을 담은 듯한 푸른 장발의 미남자.
정체는 대해를 누비는 바다의 지배자, 블루 드래곤 크라사오르였다.
“그가 성룡이라면 딱히 금기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저 인간 한 명에게 당할 뿐인……. 크큭, 나약한 녀석이란 거죠.”
“뭐라고?”
“아니, 그게…….”
“내 눈을 보고 말해라, 크라사오르.”
붉은 머리 남자의 말에 크라사오르라 불린 남자는 하얗게 낯빛이 질린 채 엎어졌다.
남자의 정체는 다름 아닌 에인션트 드래곤 칼스타인.
에인션트 드래곤이자, 드래곤 중에서도 최강자급에 드는 반열의 절대자였다.
크라사오르도 같은 에인션트 드래곤이지만, 칼스타인에 비교하면 한참 낮은 수준.
“그쯤 하시오.”
그때 금발 미남자가 앞으로 나섰다.
“크라사오르의 말에도 일리가 있으니.”
금발 미남자의 몸에서 잔잔한 금빛 오라가 나와 두 드래곤을 감쌌다.
“만약 너클이 해츨링 상태였다면 확실히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하는 게 맞지만, 그 녀석의 수면기와 나이를 생각하면 성룡이 되었다고 보는 게 맞소.”
“그건 모르는 일 아닌가!”
“그렇다면 그 진위가 판별된 다음 움직여도 늦지 않지. 드래곤이 움직인다는 건 그 정도의 무게를 가졌으니.”
금발 미남자의 말엔 거역할 수 없는 무게가 담겨 있었다.
그도 그럴 게, 그의 정체는 다름 아닌 드래곤 로드 골드란.
무려 9천 살을 넘은 드래곤 전체의 최고룡으로, 칼스타인도 한 수 접어 줘야 하는 드래곤이었으니까.
“만약 해츨링 상태에서 당한 게 맞는다면 그 인간은 관련된 모든 것을 철저히 소멸시킬 것이요. 드래곤 로드로서 맹세하지.”
그런 그가 이름까지 걸자 칼스타인도 어쩔 수 없었다.
“자, 그러면 다음 안건이…….”
쿠당탕! 칼스타인은 회의장인 레어를 뛰쳐나가더니 본체로 변해 하늘로 날아올랐다.
거대한 레드 드래곤의 비행!
공중에 있던 칼스타인의 눈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고리타분한 동족 놈들의 도움 따윈 필요 없다. 나 혼자만으로도 충분해!’
칼스타인은 손에 있는 뼈를 보았다.
깨진 금속 조각과 뼈.
수많은 가디언의 사체를 파헤쳐 찾아낸 범인의 유일한 흔적이다.
‘내 아들을 죽인 하잘것없는 인간 놈……! 네가 한 짓의 무게를 반드시 깨닫게 해 줄 것이다……!’
드래곤의 분노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
프리메이슨이 마련해 준 교외의 숙소.
51구역의 사건을 정리한 파프닐은 그곳에서 휴식하고 있었다.
사실 격리 수용과 같은 느낌이긴 하지만, 딱히 불만은 없었다.
그런 대형 사건을 일으키고 이 정도면 꽤 관대한 처분이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진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진 안 알려져서 다행이군.’
프리메이슨의 유저들은 이번 사태를 천둥새의 어그로가 끌린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
이 때문에 파프닐은 그 후 스킬을 써서 사냥을 하거나 행동하는 게 금지되었다.
판매할 드래곤의 무기와 재료를 확인할 감정사가 올 때까지.
절대로 움직이지 말라는 명령!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대신 파티를 맺은 프리메이슨 유저들이 사냥을 할 때마다 경험치가 들어왔다.
‘역시 미국 녀석들이 좋아. 비즈니스는 확실하단 말이지.’
격리를 하지만, 최소한 그에 맞는 당근이나 혜택을 준다.
아주 약간이지만 파프닐의 마음속에서 호감 포인트가 상승할 요소였다.
“그나저나 이 스킬들도 익혀야 하는데.”
파프닐은 스킬 창을 열었다.
[트럼페터]-등급 : 하이퍼
-분류 : 액티브
-소모 MP : 200
-쿨타임 : 3초
-효과 : 창에 멸망의 오라를 불어 넣은 뒤, 앞으로 돌진하며 일직선으로 광역 찌르기를 찌른다. 피격된 상대는 막강한 대미지를 입으며, 장비의 내구도 및 방어력이 수리 전까지 하락한다.
-방어 스킬의 상태이상 반격이 통하지 않으며, 상대가 사용한 방어 스킬의 효과가 33%만큼 감소한다.
-스킬 숙련도 : 1%
-설명 : 멸망을 불러일으킨다는 창술의 무예. 과거 완성되기 직전 신들에 의해 전승자가 사라지고 실전되었다는 전설의 기술 중 제1장이다.
[지고의 낙뢰]-등급 : 하이퍼
-분류 : 액티브
-소모 MP : 1,000
-쿨타임 : 3분
-효과 : 강력한 마나를 사용해 순수한 에너지로 이루어진 번개를 소환한다. 적에게 적중 시 막대한 대미지 및 마비 효과, 화상 효과 및 기타 상황에 따른 전격 대미지를 입힌다. 아군에게 효과가 없도록 설정할 수 있다.
-해당 스킬은 피뢰침 등의 효과를 받지 않는다.
-설명 : 신수 천둥새의 권능. 적을 끝까지 따라가 태워 버린다는 천둥새의 천둥 번개를 다룰 수 있는 비술이다.
하이퍼 스킬이 무려 두 개!
하나는 드래곤을 잡고 나온 연계 스킬북의 1식이고.
다른 하나는 천둥새와의 거래를 통해 얻은 하이퍼 스킬이다.
‘대박이군.’
파프닐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이것만 소화한다면 한층 더 강해질 수 있겠어.’
더불어 지금까지 파프닐이 해결하지 못했던 두 가지 숙제에서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였다.
그동안 해골병 소환과 금속 강화 그리고 대규모 전투에 집중적으로 투자했기에, 최정상급 유저와의 일대일 전투에서는 여러모로 밀리는 감이 있었다.
특히 흑마법사다 보니 근접 무예 공격 스킬이 없는 게 컸다.
부리는 해골병들이 워낙 강해졌고, 광역 스킬들도 많아졌기에 부각되지 않았지만 틀림없는 변수이자 약점.
하지만 이 스킬들을 익힌다면 그 부분에서도 밀리지 않을 수 있었다.
‘단일 스킬 최강급의 창술에, 추가로 찔러 넣을 필살기까지.’
광역 전투라면 해골병들과 흑마법이 있으니, 이전처럼 일대일 전투에서 수비적으로 가지 않아도 되는 상황.
‘플러시가 아니라도 검노인이나 다른 최강급 랭커들을 상대하려면 이게 있어야지.’
파프닐은 가볍게 기지개를 켰다.
‘일단 한국 서버로 돌아가면, 그 후 천천히 연습해 봐야겠군.’
그때였다.
한쪽 구석에 있던 수정구가 갑자기 홀로그램을 띄운 것은.
-파프닐! 미스터 파프닐!
홀로그램 안에서 부르는 건 프리메이슨의 요원이었다.
보안상 커뮤니티에 추가할 수는 없으니, 대신 이런 식으로 연락을 취하는 것이다.
-어서 피하십시오! 놈들에게 위치가 노출되었습니다!
“위치?”
파프닐은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누구한테?”
운영진은 원칙적으로 유저의 행동에 대해 거의 불간섭을 지킨다.
호라이즌 내부에서 직업 간 밸런스 불균형이나 어떤 인게임 내 사기가 나와도 마찬가지.
서버 간 벽을 넘어 다니는 것도 마찬가지일 테니, 이 경우에는 또 다른 세력인 셈.
-적은…….
뭔가 말하려던 요원의 홀로그램이 깨져 나갔다.
팟!
동시에 꺼지는 저택의 불.
“이건……!”
파프닐은 급히 창문 바깥을 살폈다.
예상대로 밖의 어둠 한복판엔 사지를 벌린 너구리의 그림자가 떠올라 있었다.
“……저 문양이라면, 그 녀석이군.”
굳이 원작을 보지 않더라도, 문양의 주인이 누구인진 이미 전 세계 커뮤니티에 정보가 퍼져 있었다.
“이 상황에서 스킬을 쓴다고 뭐라 할 사람은 없겠지.”
파프닐은 해골병들을 소환하려 했다.
그 순간 창틀이 깨지며 검은 형체가 이쪽으로 쇄도했다.
‘……!’
소환을 마치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몸을 구른 파프닐이 궁드닐을 들고 휘둘렀다.
그러나 형체는 가볍게 공격을 튕겨 내며 손, 아니 꼬리를 휘둘러 왔다.
파프닐이 고개를 숙이자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는 꼬리.
다음 순간 벽과 가구 집기들이 그 궤적에 따라 두 동강이 났다.
‘엄청난 위력이군. 역시 보통내기가 아닌가.’
최소한 파이브스타의 수뇌부 이상의 네임드.
나찰이나 혈귀, 아니 검노인이라도 데려오지 않는 이상 이길 수 없으리라.
“빠르군!”
고양이보다 약간 큰 그림자는 그 한마디를 남기고 다시 사라졌다.
이번에는 위쪽에서 쏘아지는 공격.
파프닐은 급히 피했지만, 재차 쏘아지는 공격에 결국 옆구리를 허용하고 말았다.
“커헉!”
-철옥이 파괴되었습니다.
-HP가 크게 감소했습니다.
24시간 몸을 두른 금속 보호막 덕에 한 턴을 버틴 파프닐이 창을 들었다.
‘트럼페터!’
하이퍼급 스킬, 멸망의 창술의 첫 기술.
그 순간 파프닐의 몸이 엄청난 속도로 앞으로 쏘아졌다.
“캑?”
검은 형체는 당황하면서도 등의 꼬리를 한 바퀴 돌며 맞휘둘러 왔다.
이윽고 두 무기가 부딪치자 무시무시한 굉음이 일어나며 저택 전체가 뒤흔들렸다.
-HP가 감소했습니다.
“크읏……!”
뒤로 밀려 난 파프닐이 눈을 떴다. 완전히 튕겨 나가 벽에 부딪힌 상대방이 저 멀리서 일어서다 기침하고 있었다.
그 틈을 타 파프닐은 바닥에 불을 질렀다. 뜨거운 빛이 방 안을 밝혔다.
“……진짜 너구리로군.”
“그러는 너는 진짜 금속을 다루나?”
상대는 놀랍게도 검은 히어로 슈트 차림에 안대를 낀 미국 너구리였다.
가슴 한복판에 구멍이 뚫리고, 온몸이 부식되어 가는 상태.
그럼에도 너구리는 미소를 띤 채 말했다.
“직접 보는 건 처음이로군, 파프닐.”
“날 아나?”
“너는 일본 서버의 공격을 막아 냈다. 모르는 게 이상하지.”
다시 주먹을 세운 너구리, 아니 미국의 희망 라쿤맨이 말했다.
“하지만 네가 남부와 검은 거래를 하는 건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승패는 명확했다.
그럼에도 라쿤맨은 투지를 잃지 않았다.
옛날, 수많은 드래곤을 앞두고 기죽지 않았던 파프닐처럼.
꽤 마음에 들었다.
“……캬아악!”
라쿤맨이 억지로 몸을 세워 스킬을 쓰려 했다. 그 순간 파프닐이 말했다.
“진정해라. 해칠 생각은 없으니까.”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