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422)
422화
상대가 무례를 용서해 달라고 정중히 부탁하기도 했고, 스스로도 제대로 안내하라고 당부하기는 했다.
하지만 해도 해도 너무 편안한 길이었다.
‘무슨 관광이라도 온 것 같군.’
아오키가하라 수해라고 한다면 일본 서버인 사쿠라 열도에서도 손에 꼽히는 마경.
초고레벨의 하이 랭커들조차도 두 손 두 발 다 들 정도의 고난이도 사냥터임이 틀림없는데도 불구.
파프닐은 등산이라도 나온 사람처럼 평온한 여정을 지내고 있었다.
“어때? 귀찮은 놈 하나 없이 편하지? 이곳까지 들어온 외부인은 네가 처음이야.”
녹색 머리의 소녀가 허리에 손을 얹고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미도리란 이름을 지닌 소녀는, 귀여워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무서울 정도의 전투력을 지니고 있었다.
파프닐이 자랑하는 해골병들을 맨손으로 치워 낼 정도의 터프한 힘을 갖고 있었다. 근래에 보기 드물 정도의 실력자다.
사실 당연한 일이다. 평범한 소녀가 아오키가하라 수해에 있을 리 없으니. 소녀의 정체는 다름 아닌 용이었다.
“그래서?”
파프닐에게서는 퉁명스러운 답변이 흘러나왔다.
“언제까지 이런 습하고 기분 나쁜 곳을 걸어야 하는 거지?”
“죄송합니다.”
“금방 도착합니다.”
좌우로 호법을 서며 걷던 두 남자에게서 정중한 사과가 흘러 나왔다.
“참나! 정중하게 대해 줘도 예의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건방진 놈!”
“그건 네가 할 말이 아닌 것 같은데.”
미도리가 눈을 흘겼지만, 두 남자의 시선을 받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정면을 바라본다.
‘아마도 이 두 녀석 역시 상당한 실력자겠지.’
용이란 본디 하늘 아래 누구보다 고고하며 위대한 존재이기에 자존심이 강하고 오만하다.
심지어 아직 나이도 어린 암컷 용이 대꾸 한마디 못 하는 걸 보면, 이 두 남자 역시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야말로 용에 버금가는 존재일 터.
따라서, 숲속이 고요해진 건 당연한 일이다.
용과, 그 용에 버금가는 두 존재가 내뿜어 대는 막대한 요기에 숲의 마수나 요귀들도 감히 범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루하긴 하나 정중하다면 정중한 이 인도에, 파프닐이 불만을 갖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이래선 레벨 업 할 기회가 없겠구만.’
지천에 널린 게 고레벨 몬스터들.
몰이사냥만 좀 하면 경험치가 쏠쏠했는데.
이 녀석들이 붙은 후로 더 이상 몬스터들이 덤벼 오지 않는다.
아니, 아예 자신들의 영역까지 내어 주면서 멀리 도망간다.
몬스터들이 사라진 아오키가하라 숲은, 하늘과 주변이 검은 것만 빼면 평범한 숲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완전히 손 놓고 있는 건 아니다.
해골병들 여럿이 숲 곳곳을 돌아다니며 몬스터들을 사냥 중이지만, 역시 파프닐이 있을 때처럼 빠른 효율은 나오지 않았다.
‘뭐, 그래도 선물이 크니 어쩔 수 없지.’
설마 성체 용의 심장(하이퍼급)을 내어 줄 줄은 예상 밖이었다.
장비 제작이나 강화에 쓰면 하이퍼급의 지팡이나 갑옷을 만들 수 있고.
해골병의 강화나 새로운 제작에 써도 하이퍼급의 잠재력을 지닌 수하가 생겨날 거다.
다 잡은 미도리를 놓아주고 저 잔소리를 듣는 건 조금 짜증 나지만.
그 정도야 충분히 참아 줄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건 이제부터 어떻게 하느냐인데…….’
파프닐은 앞을 보았다.
비록 정중하게 초대하는 것 같지만, 이 앞에 있는 곳은 세이메이의 본거지이자 심장부.
만약 마음만 먹는다면 파프닐을 포위해 공격하는 건 일도 아니다.
그러나 딱히 파프닐은 경계하지 않았다.
애초에 할 필요가 없었다.
이유? 간단하다.
세이메이가 그렇게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를 죽이는 건 리턴에 비해 리스크가 너무 크니까.’
현재 데스 드래곤은 오다 노부나가의 최측근.
아오키가하라 수해에 진입한 것도 사전에 허락을 맡은 일이다.
그런데 세이메이가 무단으로 데스 드래곤을 죽인다면, 이는 곧 오다 노부나가를 무시하는 처사가 된다.
오다 노부나가는 현실의 기업 CEO이면서 게임 세계 속에서도 군주.
천성적으로 지배자의 성향을 가진 만큼, 자신의 권위가 짓밟히는 상황만큼은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다.
‘즉 내 목숨은 오다 노부나가가 지켜 주고 있다는 뜻이지.’
물론 파프닐이 세이메이의 슈퍼 병기를 파괴하거나, 강탈하는 데 성공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때는 오다나 세이메이가 어떤 식으로 대하건 알 바 아니지만 말이다.
‘다만 모자 쓴 남자……. 그 녀석이 누구인지는 알아보고 싶군.’
파프닐을 애먹일 정도로 강한 식신들을 다루고, 무려 용을 부하로 둘 정도다.
아베노 세이메이도 수많은 요괴를 부하로 두고 있지만.
그들과 비교해도 결코 꿀리지 않을 정도.
‘과연 어떤 녀석인지 봐 둬야겠어.’
원작 소설 속에 나오는 녀석이라면 그에 맞게 대응하고, 아니면 새로운 인물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데 중점을 둔다.
물론 슈퍼 병기는 차지하고 말이다.
“야, 야!”
미도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생각해? 내 말 듣고 있어?”
“아니.”
“하아?”
“굳이 들을 가치가 없는 말 같아서.”
“……진짜 그분께서는 대체 왜 이런 녀석을 정중히 모셔 오라고…….”
부글부글 끓는 감정을 억지로 참은 미도리가 말했다.
“그래도 이번에는 들어야 할걸.”
“응?”
“이제 도착했으니까.”
미도리의 손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현대, 그러니까 21세기 양식을 한 건물 여러 개가 보였다.
가상현실 게임에서 있을 수 없는 건축 양식.
파프닐의 눈이 한 차례 떨렸다.
같은 시각, 아오키가하라의 최심부 중심.
그간 잔잔하기만 하던 호수에 파문이 일렁였다.
남자는 낚싯대를 들어 올렸다.
“손님 올 시간에 딱 맞춰 월척이군.”
***
‘이건……. 대체?’
바깥에서 볼 때는 외형만 21세기 현대식 건물인 줄 알았는데, 안쪽도 대형 빌딩에서 볼 법한 깔끔한 복도와 문들이 가득했다.
“봐 봐, 안내 잘 따라오라고 했지?”
미도리가 어깨를 으쓱했다.
“하긴 너 같은 잡요괴가 이런 곳에 어떻게 들어오겠어. 싸움질만 할 줄 알지.”
“…….”
파프닐은 침묵으로 미도리를 무시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외형뿐만 아니라 실내의 구조까지.
어딜 봐도 현대식 빌딩이다.
경우의수는 두 가지.
오다 노부나가를 비롯한 플레이어 세력들의 협조를 받아 건축했거나.
아베노 세이메이 자체가 플레이어라는…….
아니, 그럴 리가 없지.
‘그자가 플레이어라면 오다 노부나가처럼 알려져 있을 테니.’
최소한 원작 소설에서라도 페이지를 써서 언급을 해 줬으리라.
‘그래도 생각보다 길이 복잡하지는 않군.’
보통 이런 건물은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내부 구조를 꼬아 두거나, 여러 겹의 문으로 막아 두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애초에 아오키가하라 수해라는 자연 방벽이 있어서인지, 이 건물 안에는 따로 적을 막을 관문 같은 게 없었다.
-건물 내의 약도를 확인했습니다.
-미니맵이 활성화됩니다.
심지어 곳곳에 붙어 있는 약도까지.
완벽히 들어오기 편하라고 만들어 놓은 곳이 아닌가.
‘다만 지상의 약도뿐이군.’
파프닐의 눈이 날카롭게 미니맵과 약도를 훑었다.
건물의 도면에 나와 있는 곳은 지상 시설뿐.
그러나 파프닐의 본능은 도면에 없는 부분을 그려 내고 있었다.
‘아마 그곳이겠지.’
“자, 여기서 이 문을…….”
“이 안이군.”
미도리가 계속해서 안내하려는 찰나.
파프닐은 대뜸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자, 잠깐. 어떻게…….”
“척 보면 알지.”
벙찐 미도리를 무시하고 걸어 들어가는 파프닐.
핫 하고 놀란 미도리가 급히 따라왔다.
“자, 잠깐! 이 예의범절도 모르는 요괴야! 먼저 들어가겠다고 말을 해야지!”
“허허, 너무 그러지 않아도 된다.”
문 하나를 더 열었을 때, 안쪽에서 부드러운 웃음소리와 함께 더벅머리의 미남자가 나왔다.
“이미 손님이 왔다는 건 알고 있었으니까. 워낙 멀리서부터 네 목소리가 들려왔으니.”
“선생!”
미도리가 우다다다 달려가 남자에게 안겼다.
“저 요괴 좀 혼내 줘! 진짜 막 나가는 놈이야. 내가 선생 말 듣고 갔다가 진짜…….”
“미안하다, 미도리. 내가 직접 갔어야 하는데.”
“내가 진짜 저 녀석 사역마들한테 밟히고 찔리고……. 아, 선생, 내 머리 괜찮아? 아까 저놈 사역마가 마구 찔러 댔는데.”
“그래? 그럼 일단 의무실로 가 보거라. 거기서 치료받고. 나중에 한번 봐 줄 테니.”
아이처럼 엉엉 우는 미도리를 안은 채 쓰다듬어 주는 더벅머리 남자.
잠시 후 진정한 미도리가 이쪽을 노려보며 비켜났다.
“아무튼 선생, 저 요괴 놈은 진짜 조심해. 기분 나쁘면 여기서도 깽판 칠지도 모르니까.”
“그러지는 않을 거다, 아마도.”
미도리가 멀어지자 더벅머리 남자는 파프닐을 향해 손짓했다.
“미도리 건은 사과하지. 분명 정중히 모셔 오라고 했는데, 잘못 받아들인 것 같아.”
“딱히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럼 다행이군, 들어가지.”
남자를 따라 들어간 방 안은 여러 책장과 책상, 상석 데스크와 손님 접대용 소파 등이 있었다.
창가에는 분재랑 난이 몇 개 있었는데, 모두 사람의 정성으로 잘 관리된 흔적이 보였다.
그야말로 영화나 드라마 속에 나오는 회장실의 모습 그 자체.
상석에 앉은 더벅머리 남자가 씩 웃으며 물었다.
“그래, 식사는 잘 즐기셨나?”
“식사?”
파프닐은 순간 무언가를 깨닫고 대답했다.
“레시피를 보낸 게 너였군.”
아오키가하라 수해에서 사냥하던 도중.
금속 주괴를 씹던 파프닐에게 생선 된장찌개 레시피가 적힌 종이 한 장이 내려왔다.
중금속의 농후한 맛이 일품이던 된장찌개의 레시피.
다 먹고 나니 누가 이런 걸 보냈는지 알고 싶어졌는데, 이제 그 의문이 풀렸다.
“덕분에 한 끼 맛있게 즐겼다.”
파프닐은 이래 봬도 인게임에서는 상당히 미식가였다.
당연한 일이다.
게임에서 맛이 있는 음식일수록 더 좋은 스테이터스를 주는 데다, 수많은 사냥과 성장, 레이드 속에서 얻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즐거움 하나가 바로 식도락.
이 때문에 어지간한 음식으로는 파프닐에게서 칭찬을 얻어 내기 쉽지 않다.
최고의 셰프가 만든 레스토랑의 음식, 혹은 미스릴 같은 귀금속은 되어야 감탄이 나올 정도.
물론 레스토랑의 음식은 반대의 의미지만, 다시 말하자면 그 정도로 극단까지 가야 반응이 온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런 파프닐이 진심으로 맛있다 생각한 것이 바로 그 찌개.
지금도 찌개를 떠올릴 때마다 입 안에 군침이 돌았다.
“잘됐군.”
더벅머리 남자는 씩 웃고 말했다.
“이번에는 내가 대접하지.”
“응?”
“자.”
탁, 남자가 테이블 위에 음양술 버너를 올려놓고 불을 피운 뒤 냄비를 놓았다.
잘 손질된 생선과 진한 된장 양념 그리고 각종 야채까지.
“레시피에는 공간이 부족해서, 미처 써넣지 못한 맛내는 요령들이 몇 있거든.”
더벅머리 남자가 말을 이었다.
“나, 도만의 특제 오행 생선 된장찌개의 진정한 맛을 보여 주지.”
꿀꺽, 파프닐은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