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449)
449화
사쿠마 해안가.
일본 서버의 어느 이름 없는 벽촌인 이곳은,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시골 지방이었다.
마을이라고 해 봐야 어촌 몇 개가 전부인 데다, 그마저도 얼마 전 인적이 끊겼고.
몬스터도 별 볼 일 없는 동물이나 요괴들뿐인 곳.
그런 곳에 수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인원수는 대략 3천여 명.
묵빛 카부토 갑주를 입고, 오라가 일렁이는 에픽급 왜도를 착용한 최정예들이다.
바닷바람에도 눈빛 하나 흔들리지 않는 그들의 주변엔 보급을 위한 식량과 무기, 숫돌 등이 가득 실린 수레들이 놓여 있었다.
“후우…….”
병사들을 둘러본 오다 노부나가가 말했다.
“다들 각오를 다져라. 오늘 그대들에게 주어진 임무가 성공하느냐 아니느냐에 따라, 일본 서버 전체의 흥망이 갈린다.”
“예.”
이들은 다름 아닌 오다 클랜의 최정예 사무라이와 궁수, 닌자 등의 군인들이었다.
오다 노부나가는 숨을 들이마셨다.
‘이 작전으로 한국 서버의 목을 친다.’
다이야마토의 탈환.
엄청나게 기쁜 소식이다.
일본 서버에 찾아온 먹구름을 한 번에 걷어 낼 수 있을 만큼.
그러나 오다 노부나가는 이 소식을 받자마자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절대 이걸 다른 데 노출시키지 마라. 만약 그렇게 하는 자는 추방형에 처하겠다.
환생 물약을 먹여 삭제하고, 다른 계정을 만드는 것조차 금지하겠다는 것.
그렇게 입단속을 한 뒤, 오다 노부나가는 비밀리에 최정예를 모았다.
목표는 한국 서버의 수도, 아덴시!
다이야마토를 탈취당한 한국 서버가 대처하기 전에, 단숨에 수도를 파괴하는 게 이들의 임무였다.
“온다.”
“온다!”
잠시 후 수평선 위로 은빛 유선형 형체가 나타났다.
항구에 가까이 온 형체를 확인한 노부나가 및 부하들이 입을 벌렸다.
“……대박이군.”
“진짜 다이야마토다.”
설마 파프닐마저 쓰러뜨리고 다이야마토를 탈취할 줄이야.
데스 드래곤이 아니었다면 일본 서버는 그대로 백기를 들어야 했을 것이다.
갑판 위에는 은빛 금속 머리를 흩날리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드르륵, 탑승교가 내려오자 오다 노부나가는 두 팔을 양옆으로 벌렸다.
“데스 드래곤 님!”
“별것도 아닌데 호들갑이 심하군.”
“하하하, 아닙니다.”
언제 분위기를 잡았냐는 듯 만면에 웃음이 가득한 모습.
데스 드래곤은 흘긋 주변을 보고 말했다.
“그래서, 저 병사들은 나를 삶아 먹으러 온 놈들인가?”
토사구팽.
사냥이 끝난 사냥개를 삶아 먹는다는 고사에 비유한 말에, 오다 노부나가는 대번에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요. 저들은 병사입니다. 코레 대륙을 정벌할…….”
“그렇군.”
데스 드래곤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그런데 당장은 조금 힘들 것 같은데.”
“네? 그게 무슨…….”
“파프닐 녀석이 배를 작정하고 망가뜨려서, 수리가 필요하다. 확인해 보도록.”
“……!”
한국 서버를 기습 공격한다는 계획에 차질이 생긴 건가?
오다는 급히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어디, 대체 어디가…….”
가장 유력한 곳은 다이야마토의 핵심 부품과 동력로.
하지만 거기가 부서졌다면 대폭발이 일어났을 테니, 아마도 연결되는 회로나 메인 마스트, 방향타 등을 건드렸을 확률이 높았다.
“가 봅시다!”
“그렇게 하지.”
그 순간이었다.
오다 노부나가가 배에 완전히 오른 순간, 갑자기 탑승교가 엄청난 속도로 위로 올라갔다.
“무슨?”
“막아라!”
부하들이 곧바로 움직였다.
돌발 상황에도 최정예답게 망설이지 않고 배에 오르려 한다.
오직 이 상황, 오다 노부나가가 고립되는 사태만을 막으려고 하는 것만 봐도 그들이 얼마나 잘 훈련받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상대가 좋지 않았다.
“딱! 딱!”
갑판 아래에 누워 있던 금속 해골병들이 창을 내질렀다.
벽을 타고 오르던 병사들은 대응할 새도 없이 창날에 미간 정중앙을 내주어야 했다.
“크아악!”
“커헉!”
쓰러지는 정예병들.
무사시와 세이메이(야베)가 뒤따라 올라오려 했다.
“감히!”
“데스 드래곤, 이게 무슨 짓이오!”
딱, 파프닐은 대답하지 않고 손가락을 튕겼다.
그 순간 뱃전과 주변 곳곳에서 해진 망토를 입고 검은 지팡이를 든 금속 해골 마법사들이 나타났다.
“저 녀석들은…….”
한국 서버 네크로맨서들이 쓰는 해골병 마법사들이다.
“별것도 아닌 것들이!”
세이메이는 오행술을 써 번개를 내리꽂으려 했다.
그 순간 해골 마법사들이 주문을 외웠다.
[사일런스]파지직, 침묵 마법이 겹쳐지며 세이메이의 주변을 맴돌던 뇌전을 지웠다.
“뭐야!”
“딱, 딱!”
레벨 차이가 많이 날 때 거는 상태이상 스킬은 상대방에게 기본적으로 잘 듣지 않는다.
해골 마법사들의 스킬이 통한다는 것은 그들의 수준이 세이메이와 비슷하다는 뜻.
“커헉!”
HP가 크게 깎인 세이메이가 뒤이어 쏟아지는 검은 구체와 얼음 소용돌이에 피를 토했다.
“세이메이!”
급히 몸을 틀려던 무사시의 앞을 검은 갑옷의 귀무사가 가로막았다.
“그때 이후로 성장은 했나?”
“놈……!”
처음 데스 드래곤을 만날 때 싸웠던 바로 그 녀석.
무사시의 쌍검에서 은은한 울림이 퍼져 나왔다.
“이천일류!”
스릉, 무사시는 곧바로 귀무사, 카라미트에게 검을 휘둘렀다.
양쪽의 무기가 부딪치며 커다란 충격파가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흠…….’
파프닐은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잘된 것 같아 다행이군.’
근접전에서 파프닐과 해골병 군단을 이길 수 있는 상대는 극히 드물었다.
그러나 마법, 원거리 공격으로 가면 이야기가 다르다.
엘리트 해골병들 중 마법을 쓸 줄 아는 녀석은 한 기도 없고, 일반 해골 마법사들의 마법은 쓸 만하지만 딱 그뿐이다.
마법 전력을 책임질 고위 마법사 해골병이 필요했다.
‘그래서 임시방편으로 써서 만들어 봤는데……. 그럭저럭 쓸 만한걸?’
물론 제대로 공들여 만들지 않긴 했다.
시체도 그동안 얻은 걸 아무거나 썼고, 공방이나 술식도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다른 네크로맨서, 유저들이 보기엔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저 해골병들의 시체는 다름 아닌 리치나 악마교단 고위 흑마법사들.
혹은 일본 서버에 있던 오로치의 분령이나 혈월궁의 술사 시체 중 고르고 고른 것들이었으니까.
다른 네크로맨서 랭커가 만들었다면, 순식간에 랭킹을 10위권 안쪽까지 끌어올릴 만한 괴물들이 바로 저 14, 15호였다.
‘자, 그럼 부하들은 다들 막혔으니…….’
파프닐은 고개를 돌렸다.
태연한 표정의 오다 노부나가가 서 있었다.
“공포에 떨 줄 알았는데.”
“한 클랜의 수장 자리에 오른 자로서 그런 모습을 보일 수는 없지요.”
오다 노부나가는 그렇게 말하며 화승총을 뽑아 들었다.
“어쨌든 잘 됐군요. 다이야마토는 여기 있으니, 당신이 누구든 간에 처치하고 받아 가면 그만이니까.”
대단한 자신감이지만, 오다 노부나가라면 그럴 만했다.
사무라이 랭킹 1위가 무사시, 음양사 랭킹 1위가 세이메이라면.
그 모든 것을 합친 전 일본 서버 랭킹 1위는 바로 이 오다였으니까.
[제육천마왕]오다 노부나가가 스킬을 쓰자 그의 몸이 검붉은 불에 휩싸였다.
어둠 속성이 섞인 흑마법의 불이었다.
“데스 드래곤……. 후회하게 될 것이오!”
오다 노부나가의 클래스는 다름 아닌 제육천마왕.
일본 서버를 지배한 패왕의 클래스이자.
마왕의 힘을 다룰 수 있는 레전더리급 히든 클래스 중 하나였다.
지금까지 직접 전면에 나서지 않은 것은 그저 다른 적수들에게 힘을 노출시키고 싶지 않아서일 뿐.
게다가 상성도 웃어 준다.
불꽃과 열은 언데드들에게 상극이며, 금속도 마찬가지로 강렬한 열을 완전히 막지는 못한다.
다만 문제는 싸움의 여파로 다이야마토가 망가진단 것인데, 그걸 신경 쓰면서 싸울 상대가 아니었다.
[마왕의 지옥염(하이퍼)]이 때문에 노부나가는 곧바로 필살기를, 가장 강한 스킬을 사용했다.
노부나가의 몸에서 방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만한 불꽃이 솟구쳤다.
다이야마토 전체를 뒤덮을 것 같은 검은 불꽃.
그 순간 오다 노부나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유는 간단하다.
불길이 치솟으려는 바로 앞에서 파프닐의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기 때문이다.
‘무슨?’
오다 노부나가는 그대로 불기둥을 내쏘았다.
반응하기도 전에 불태워 버린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정작 파프닐을 향하던 불기둥은 순식간에 기세가 약해지더니, 파프닐에게 닿을 땐 성냥불만 한 크기로 쪼그라들어 꺼져 버렸다.
“무슨…….”
화르르르.
오다 노부나가의 몸에서 검붉은 불길이 사그라들었다.
물 속성의 마법진과 불 봉인의 마법진, 부적들을 가득 부착한 해골병들이 겹겹이 그를 둘러쌌다.
“죽이지만 않으면 된다. 제압해.”
명령이 떨어지자 해골병들은 곧바로 눈을 빛내며 달려들었다.
***
“휴우…….”
사방을 둘러봐도 수평선밖에 없는 망망대해.
파프닐은 한숨을 내쉬었다.
두려움은 아니었다.
오히려 안도에 가까웠다.
‘다행히 예상 못 한 변수는 없었군.’
임시로 만든 해골 마법사들도 제대로 활약을 해 줬고.
오다 노부나가를 위한 함정도 제대로 발동했다.
덕분에 일본 병력을 따돌리고 배를 바다로 보낼 수 있었다.
‘야마토 선단들은 요격 시스템으로 막으면 되니, 사실상 이제 안전해진 셈이지.’
더불어 일본 서버가 전황을 뒤집을 수 있는 수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뜻이기도 했다.
일본 서버의 성향상, 우두머리인 오다 노부나가가 잡혀 있는 상황이라면 절대로 그를 무시할 수 없을 테니까.
‘분명 오다 노부나가를 되찾기 위해 협상을 걸건, 다른 무언가를 내놓으려 하건 하겠지.’
그러나 그 말에 대답하는 일은 없을 거다.
파프닐이 진짜로 바라는 건 그들이 가진 게 아니었으니까.
“자, 그럼…….”
파프닐은 갑판에 묶여 있는 오다 노부나가에게로 향했다.
“이럴 수가…….”
오다 노부나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무릎을 꿇고 있었다.
“분명 내 스킬이나 속성에 대한 정보는 극비였을 텐데. 어떻게 알았지?”
각 서버에서 정점을 이룬 자들의 능력이나 속성, 스킬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다.
이시우도 그렇고, 노부나가나 프리메이슨 리더, 중국의 천마나 무림맹주들이 그렇다.
당연한 일이다.
스킬이 보이는 순간 타인에게 분석되고, 속성과 약점, 쿨타임은 물론 심지어 쓸 때 보이는 눈의 흔들림이나 근육의 떨림마저도 보일 테니까.
“진정은 좀 되었나?”
“덕분에, 바닷바람이 차다 보니까 정신이 들더군.”
오다 노부나가는 형형한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파프닐, 너지? 데스 드래곤의 정체가.”
“…….”
“한국 서버에 있다는 녀석은 대역이고. 그사이 데스 드래곤으로 위장해 우리와 접촉한 거고.”
꽤 비장의 무기인 듯했지만 파프닐은 표정 변화 하나 보이지 않고 태연했다.
이 시점에 오면 들키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었으니까.
“완전히 속았군. 그래, 내가 졌다. 파프닐. 하지만 말이야. 네놈도 배신자야.”
“배신자?”
“우린 정당하게 거래를 했었으니까. 나는 너를 믿었단 말이다.”
“그래서.”
“배신자가 뭔 말을 하건 난 듣지 않는다. 어차피 날 어떻게 하건 캐릭터야 다시 키우면 되니까, 할 테면 뭐든 해 보시지.”
그렇게 말하는 오다 노부나가의 표정은 당당하지만 숨길 수 없는 두려움이 드러나 있었다.
‘최악의 상황이군.’
오다 노부나가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대로라면 꼼짝없이 환생 물약행.
그게 아니라도 파프닐에 의해 모든 아이템과 장비, 권한을 빼앗기고 레벨만 남은 캐릭터가 될 거다.
그때였다.
“거래를 하지. 이게 성사되는 즉시 널 풀어 주겠다.”
“거래?”
“조건은 이렇다.”
파프닐은 태연히 말을 이었다.
“다이야마토를 내게 양도하고, 일본 서버는 10년간 외국 서버를 침략하는 것을 금지해라.”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