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hief of Jurassic Defense RAW novel - Chapter (39)
39. 검은 광산
낙원 마을의 볼 일은 모두 보았다.
우리는 호수를 빠져나온 후, 호수 바깥에서 자동 사냥을 이어가던 루리의 벨로시랩터, 블루를 회수했다.
《크아아앙!》
녀석이 우리를 많이 기다렸는지 반갑게 달려왔다.
나와 루리는 다시금 놈의 등위에 올라탄 뒤, 다음 장소를 향해 이동했다.
“정말 희한한 전통을 가진 마을입니다. 대를 잇는 일에 그렇게 집착을 하다니.”
“다 각자 사는 방식이 있는 거겠지.”
“그런데 마지막에 따로 내린 지시는 무엇 때문인지요?”
루리는 수레에 실려있는 샘플 꽃 한 개를 집어서 들어올리며 말을 이었다.
“꽃을 모아두라 하셔서 일단 그렇게 했습니다만, 어떤 의중이신지…. 특히 이건 매우 희귀한 꽃이 아닙니까?”
“다 마을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조만간 쓸 일이 있을 테니까.”
“그렇군요….”
“아무튼, 지금부터는 남쪽으로 쭉 이동하면 된다.”
“알겠습니다, 주군.”
목재도 얻었고, 베리도 얻었다.
이제 남아있는 주요 자원은 바로 금속과 석재.
그것을 얻기 위해, 우리는 더스트랜드 남쪽에 위치한 세 번째 숨겨진 마을.
‘검은 광산’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
어느덧 해가 중천을 지나고, 서서히 저물어갔다.
예정대로 오늘 안에 세 번째 마을까지 들리기 위해서는 조금 더 서둘러야 했다.
“블루, 간만의 별식이야.”
《크와앙!》
루리는 붉은색 베리 여러 개를 전방을 향해 던졌다.
그러자 블루는 마치 팝콘 받아먹는 묘기를 보이듯 빠르게 날아드는 베리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먹어치웠다.
녀석은 별식으로 던져준 베리에 기분이 좋아진 듯, 평소보다 더욱 경쾌한 걸음이었다.
달그락 달그락.
나는 놈의 뒤에 매달린 수레를 흘깃 바라봤다.
그 위에는 낙원마을 현지에서 직접 떼온 베리가 한가득 실려있었다.
“주군, 그런데 저 베리는 어디다 쓰시려고 이렇게 많이 받아오신 겁니까?”
“다음 갈 마을 주민들과 친밀도를 올리려면, 이 베리가 꼭 필요하거든.”
그렇게 이동하는 동안.
나는 다음 장소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우리가 향하는 검은 광산에는 ‘어스름 마을’이라는 곳이 숨어있다. 그 마을은 아이들로만 구성되어 있지. 이 베리는 그 애들이 아주 필요로 하는 것들이다.”
“아이들…?”
“보면 안다.”
어스름 마을.
그곳은 낙원 마을과 같이 숨겨져 있는 마을들이었다.
다만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그곳에 거주하는 아이들은 첫 방문시 무조건 선제공격을 한다는 것 정도?
‘하지만, 공격이라고 해봤자 결국 아이들.’
게임에서는 그저 루리 하나만 보내도 알아서 다 정리가 되는 수준이었다.
딱히 교역이 어려울 것 같지는 않았다.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별일 없을 테니.”
“낙원 마을 때도 분명 비슷하게 말씀하셨던 것 같기도…”
“설마, 나를 믿지 못하겠다는 건가?”
“물론…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럼 빨리 가자. 얼른 석재와 금속의 교역까지 성사시켜야만 다음 테크를 올릴 수 있으니.”
“테크…? 알겠습니다, 주군.”
그렇게 한참동안 남쪽으로 달려 내려간 끝에,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저 황량할 뿐인 다른 산에 비해 살짝 검은 빛깔을 풍기는 산.
바로 검은 광산이었다.
그곳을 한참 노려보던 루리가 비장하게 입을 열었다.
“설마 데스랜드의 죽음의 땅이 이곳에도 퍼진 걸까요?”
“저건 그냥 산에 매장된 광물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거다. 루리, 너는 이런 광산은 처음 보는 건가?”
“이야기로는 자주 들어봤지만, 이렇게 직접 눈앞에서 보는 건 처음입니다.”
게임상 광산으로 분류되는 지형은 대체로 저렇게 거무튀튀한 색이었다.
아마도 철을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광맥이 매장되어 있어, 외부로 보이는 색이 다르게 보이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때, 주변을 둘러보던 나는 산 중턱에 뚫려있는 동굴을 찾았다.
“우리가 갈 곳은 바로 저기다, 루리.”
“알겠습니다.”
우리는 그 동굴을 향해, 산등성이에 나있는 얇은 외길을 따라 천천히 이동했다.
《크왕!》
베리가 가득 실린 수레를 끌던 블루 또한 함께 움직였다.
평소에도 사람이 자주 오다니는 듯, 길은 나름 잘 다듬어져 있었다.
그때문에 올라가는 동안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
후두둑.
다만 수레 하나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외길이었기에, 바퀴가 굴러갈 때마다 작은 돌 조각이 튀어 절벽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주군, 저 앞에 동굴이 보입니다.”
조금만 더 가면 좁은 외길이 끝나는 지점이었다.
이제 그 너머에는 발을 디딜 수 있는 약간 넓은 공터와 ‘어스름 마을’로 이어진 동굴의 입구가 존재했다.
“여기서 스톱.”
갑자기 발걸음을 멈춘 나에게 뒤따라오던 루리가 의아한 듯 물었다.
“주군, 왜 그러십니까?”
“저 앞에 매복이 있거든.”
나는 곧장 미니맵을 확인했다.
‘역시.’
동굴의 입구 근처에 빨간 점 하나가 있었다.
여기서 몇 걸음만 더 가면 저놈이 우릴 보고는 곧장 화살부터 쏘아대겠지.
‘거기서 끝이 아니야.’
저 활을 든 녀석을 처리하기 위해 아무 생각 없이 달려가게 되면?
‘은신해 있는 다른 놈이 튀어나와 우리를 절벽 아래로 떨어뜨리겠지.’
한 명은 미니맵에 보이고, 나머지 한 명은 은신 판정인 탓에 자연스럽게 설계된 트리키한 함정.
멋모르고 갔다가 영웅 하나를 낙사로 잃을 수도 있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함정이었다.
이렇게 손님을 맞이하는 패턴은 내가 알던 원작과 다를 바가 전혀 없는 듯 보였다.
‘원래 같았으면, 랩터를 탄 루리가 빠른 이동속도로 뚫고 지나가 버리면 그만이었겠지만.’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른 방법으로 이곳을 지나가 보기로 했다.
위험한 장소를 굳이 무리해서 진행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자루 없는 도끼를 허공에 띄워 올렸다.
“우선, 정면에서 활부터 쏴대는 저 녀석부터.”
휘리릭!
피해량 5짜리 도끼날이 빠르게 날아갔다.
그리고 저 멀리.
동굴 입구 근처에 숨어있던 녀석의 정수리를 그대로 강타했다.
까앙!
“으아악!”
날아다니는 도끼날을 보고 놀란 건지, 아파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난 아이는 그대로 동굴 내부를 향해 달아나 버렸다.
“그리고 다음.”
자루없는 도끼는 이어 외길의 끝에 숨어있는 은신 판정의 꼬마에게도 날아가 정수리를 때려주었다.
휘릭! 까앙!
“뭐… 뭐야!”
나는 엉덩방아를 찧은 녀석의 앞으로 걸어갔다.
10살쯤 되어 보이는.
지구였다면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어야 할 느낌의 어린아이였다.
그러고 보니, 우리 마을의 제사장 체체도 초딩이었던가?
확실히 이곳 쥬라기 월드의 아이들은 평범하지 않은 구석이 있었다.
“거기 꼬맹이. 이 아저씨가 물어볼 게 좀 있는데.”
나는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혹시 니들 대장은 어딨냐?”
그러자 아이는 무슨 강도라도 마주친 것처럼 새된 비명을 질렀다.
“으, 으아아!!”
헐레벌떡 동굴 안으로 도망쳐 들어가는 꼬맹이.
타다닷!
블루를 이끌고 뒤따라온 루리가 나에게 물었다.
“주군. 아이가 도망치는데, 쫓지 않으십니까?”
나는 천천히 꼬마가 도망친 동굴로 따라 들어갔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차피 그놈 하나 쫓아가 봐야 큰 의미는 없다.”
게다가 저 꼬마가 황급히 동굴 안으로 도망친 것은, 아마도 우리를 안으로 유인하는 행동일 터.
만약 우리가 흥분하여 저 꼬맹이를 뒤쫓아가게 된다면.
주르르륵! 쿵!
“주군, 동굴의 입구가?”
“괜찮아.”
우리가 동굴에 들어서자마자, 매달려 있던 격자형 문이 떨어지며 퇴로를 차단했다.
그러나 나는 태연하게 내부로 걸어 들어갔다.
“원래 여기는 들어오면 문이 자동으로 닫히게 되어있거든.”
일단 동굴 입구부터 닫힌 후.
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다양한 종류의 원시적인 함정이 발동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함정이란 어디에 있는지 알고만 있다면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는 장난감에 불과한 것.
주르르륵!
그때 또다시 도르래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주군, 바닥 전체에 그물이!”
반사적으로 글레이브를 뽑아든 루리가 검기를 끌어모았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제지했다.
“괜찮으니 무기는 집어넣어라.”
“하지만 곧 그물이 끌어올려질 겁니다.”
“생각이 있으니까. 그냥 날 믿고 가만히 있어 봐라.”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알겠습니다. 다만, 주군.”
“음?”
“이 정도 그물은 여차하면 벗어날 수 있으니, 언제든 신호 주시기 바랍니다.”
“그래. 여차하면 부탁하마, 루리.”
그때였다.
두둥실!
조악한 도르래가 마침내 끝까지 돌아갔는지, 덜컹 걸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거대한 그물이 천천히 들어 올려지기 시작했다.
나와 루리를 옭아맨 채로.
“와! 우리가 침입자를 잡았어!”
이어, 여기저기서 떠들썩한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장이 분명… 이번에 새로운 사람이 잡히면 산 채로 데리고 오랬지?”
“응, 바로 죽이지 말라는 걸 보니까, 어쩌면 정말로 ‘그걸’ 하려나 봐.”
“그거라면…….”
“나는 상관없어. 뭐라도 좋으니까 배불리 먹을 수만 있으면!”
그때.
함께 그물에 끌려 올라가지 않았던 루리의 벨로시랩터, 블루가 흥분하여 날뛰었다.
《크와아앙!!》
그러나 루리가 어찌나 훈련을 잘 지켰는지.
녀석은 우리가 그물에 끌려 올라간 것을 걱정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그 증거로 그물에 잡히는 모습을 보고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으니까.
블루가 날을 세운 이유는, 녀석의 주위로 몰려오는 아이들을 경계해서 그런 것이었다.
“여기봐봐! 공룡이야! 수레에 묶여있어!”
“그렇다면 설마… 우리 오늘 공룡 고기도 먹을 수 있는 걸까?”
“그래봤자 이것도 대장이 다 가져가지 않을까?”
“맞아. 또 균등하게 분배한다니 뭐니 하겠지. 솔직히 가장 고생하는 건 우리들 아니야?”
“쉿, 조용히 해! 대장이 들으면 어쩌려고!”
이어 미니맵 속, 동굴 곳곳에 숨어있던 빨간 점들이 하나둘씩 튀어나왔다.
아이들은 어느새 그물에 잡힌 나와 루리 대신, 블루가 끌고 있던 수레를 둘러싸고 있었다.
“우와아!! 베… 베리! 베리가 한가득이야!!”
“어디? 정말이야? 헉!”
“케빈, 멈춰! 아직 대장에게 보고하지 마!”
“하지만… 대장이 알면 화낼지도 몰라!”
“보고는 나중에 해도 되잖아? 베리가 이렇게 많은데, 일단 우리끼리 먼저 챙겨 먹고 보자고!”
그때. 그물에 묶여있던 루리가 함께 뒤엉켜있던 나를 향해 조용히 물었다.
“계획대로 되는 중입니까, 주군?”
“그래. 잘 돼 간다.”
게임에서 이곳에 도착했을 때 이 광산을 직접 돌아다니려면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이 마을도 마찬가지로,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발동하는 이벤트 트리거가 하나 존재했고.
그 이벤트의 조건으로 필요한 것이 바로 식량을 실은 수레였다.
그 조건을 만족시킨 뒤 입구에 대놓고 쳐놓은 그물 함정에 걸리게 되면 곧장 아이들의 대장이 걸어 나오게 되는데…
“히익!”
“대… 대장!”
제 말 하면 나오는군.
나는 차갑게 가라앉은 시선으로 한쪽에서 걸어 나오는 인영을 바라봤다.
알 수 없는 공룡의 머리뼈 투구를 쓰고 길다란 뼈 창을 손에 쥔, 커다란 덩치의 꼬마.
스윽. 스으윽.
그리고 그 옆에는, 거의 성인 전사만한 덩치의 꼬마가 딱 봐도 무거워 보이는 돌망치를 바닥에 질질 끌며 뒤를 따랐다.
“주군, 저놈이 바로?”
“응. 이제 내려가서 저놈을 잡아다 조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