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hief of Jurassic Defense RAW novel - Chapter (57)
57. 불길한 예감
성문의 안쪽.
로메인은 목이 터져라 고함을 지르며 공룡들을 향해 창자루를 휘둘렀다.
“이 녀석들! 그렘린을 물어뜯든, 그렘린의 밥이 되든 어서 나가라! 나가 싸우는 거다!”
그러나 그렇게 불호령을 내리던 로메인은, 종종 기력이 떨어진 듯 바닥에 무너지며 식은땀을 흘렸다.
“쿨럭! 쿨럭…!”
간헐적으로 튀어나오는 그녀의 기침에 피가 섞여나온지도 꽤 오래 되었다.
하지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지금 이 순간, 노쇠할 대로 노쇠한 로메인이 마을을 지킬 방법, 그리고 자신의 손녀, 체체를 도와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것 하나 뿐이었다.
“촌장님, 고생하셨습니다. 전사 열 명이 있더라도 해내기 어려운 일을 설마 혼자서 해내실 줄이야.”
“다 족장님의 혜안과, 유능한 제사장님. 그리고 자네의 조련 실력이 뛰어나서 가능했던 일인 게지. 늙은이 귀에 단 소리만 하지 말게.”
“아닙니다. 소문에 의하면 촌장님께서 젊으셨을 때 뭇 하이랜드 전사들의 우상이셨다고 하시던데, 그말이 사실이었나봅니다, 하하!”
그 말을 들은 로메인은 그저 쓰게 웃으며, 공룡 조련사 믹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그리고는 곧장 성벽 위로 올라갔다.
그곳에는 제사용 지팡이를 바닥에 꽂아넣은 채 기도를 올리고있는 체체의 모습이 보였다.
번쩍이는 황금빛 신성력이 성벽 전체로 퍼졌다. 로메인이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마치 제 에미가 살아 돌아온 것만 같군요.”
체체가 태어난 이래, 지금껏 길러오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능력.
아마도 최근 있었던 몇몇 사건을 극복해 내는 과정에서, 한 명의 사제로서 그 자질이 한 단계 성장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
이런 와중에, 정작 체체의 주변을 보니 곁을 지키는 전사가 한 명도 없었다.
그녀와 함께 있던 전사들이 전부 성벽 다른 곳으로 지원을 간 탓인 듯했다.
“그렇게 혼자 너무 많은 책임을 짊어지려 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제사장님….”
로메인은 눈을 감고 기도를 올리는 체체의 곁을 잠시 지켜주기로 했다.
가능한 오랫동안 저 신성한 기도가 지속될 수 있도록.
《츄춧…!!》
《츄룹! 츄르릅!》
《츄츄츕!》
그런데 그때.
어느새 약 서른 마리에 달하는 그렘린이 성벽을 기어 올라와 체체를 둘러쌌다.
전례 없을 정도로 집중된 움직임!
“…….!”
어째서인지 놈들은 체체의 신성력에 극도의 악의를 품은 듯 보였다.
“이놈들, 감히 누구에게 손을 대려고 하는 것이냐!”
그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빛발처럼 쇄도해 발톱을 들이미는 그렘린들.
“오냐, 와보거라! 너희들은 제사장님의 털끝 하나 건드릴 수 없을 테니까!”
카가강!
로메인의 창이 초승달 모양을 그리며 주위를 휩쓸었다.
이내 낭자한 핏물이 성벽 위를 붉게 적셔 갔다.
***
데스랜드의 외곽, 농업지구.
아크한의 공격대는 벌써 두 개째의 산란장을 파괴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점이 있었다.
그곳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그렘린들은 존재했지만, 지키고 있거나 습격해오는 개체들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일행은 어쨌든 마지막 산란장을 파괴하기 위해 이동해 나갔다.
“데스랜드는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빠지는 지역이다. 황야에서 공룡을 잡으러 하루 종일 뛰어다닐 다닐 때보다도 훨씬 빨리 지치는 것 같군.”
“저도 그런 느낌이 듭니다. 아무래도 이 재수 없는 땅에 뭔가 숨겨진 비밀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뭔가 조금 이상하지 않습니까?”
“뭐가 말이냐?”
“아까보다 검은 안개가… 더욱 짙어지지 않았습니까? 이젠 저 앞에 있는 것도 잘 안 보일 정도로 말입니다. 아깐 이 정돈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때. 랩터바이크 대열의 맨 뒤쪽에서 리더, 해머가 끼어들어 말했다.
“거 자식들, 일하는 데 미주알고주알… 앙? 이제 산란장을 하나만 더 파괴하면 된다고 하지 않나! 조금만 더 참고 좀 가라!”
“어휴, 대장. 뭐 힘든데 힘들다고 말도 못 합니까?”
“하이랜드에서 곱게 자라신 족장님께서도 군말없이 가고 계시잖냐! 거 쓸데없는 소리들 좀 그만해라!”
하지만 해머의 말을 들은 올가는 여전히 무언가 불만인 듯 중얼거렸다.
“미친 족장 말을 따르는 것도 정도껏 해야지, 원…….”
하지만 다음 순간.
올가는 벌린 입을 우물쭈물할 수밖에 없었다.
“…….”
대열의 맨 앞에서 이동 중이었던 조니가, 어째서인지 고개를 뒤로 돌린 채 올가를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분명 활과 화살을 정비하느라 정신이 빠져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대체 언제부터?
“아… 그게, 그런 뜻은 아니고….”
그러나 조니는 그에 대해서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마침, 일행이 마지막 목적지에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도착이다! 전원, 주변을 경계하며 최종 정비를 마쳐라! ”
가장 선두의 아크한이 탄 벨로시랩터가 우뚝 멈춰서자, 나머지도 따라서 멈춰섰다.
“그리고 조니, 잠깐 이리 좀 와 봐라!”
“넵, 족장님!”
짧은 시간이었지만, 조니의 살벌한 눈빛을 받으며 옴짝달싹할 수 없었던 해머 파티의 사냥꾼들.
그들은 잠시 동안,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무언의 의사를 주고받았다.
그러자 그들의 리더였던 해머는, 이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
[캠페인 5, 깨어나기 시작한 마물들]미션 오브젝트 :
데몬족의 그렘린 산란장을 파괴하라
2 / 3
(선택) 그렘린 챔피언을 제거하라
50 / 50
(선택) 그렘린 킹을 제거하라
0 / 1
두 번째 산란장까지 파괴했고, 캠페인 돌판의 숫자 또한 함께 갱신되었다.
그나저나.
‘그렘린 킹이 여전히 보이지 않는군.’
캠페인 5를 진행하는 도중 랜덤하게 마주칠 수 있는 유일 보스인 ‘그렘린 킹’.
놈은 데몬족의 첫번째 유일 보스로서, 다른 동급의 개체들 중에서도 최약체로 분류되었다.
그러나 그리 강하지 못한 일신상의 무력과는 반대로, 녀석은 영악함에 있어서는 보스 중 최상급인 놈이기도 했다.
상대가 약할 때만 덤벼오고, 따로 찢어진 병력만 습격해오는 등 고지능을 가진 보스.
혹시라도 마주치게 되면, 나름대로 놈을 제거할 수 있을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 부분만큼은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을 듯했다.
‘그러고 보면…….’
문득, 덮어두고 있던 한 가지 의문이 마음속을 스쳐 지나갔다.
처음 지구라트를 파괴했을 때부터 내심 외면하고 있었던 한 가지 사실.
‘보스들은… 어째서 한 번에 공격해오지 않는 거지?’
이곳은 데스랜드의 최변방이라 볼 수 있는 ‘농업지구’.
여기서 더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즉 캠페인이 진행되면 될수록, 더 많은 유일보스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게임에서야 난이도 조절 차원에서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놈들은 거의 항상 순차적으로 등장해왔다.
‘하지만 현실인 이곳에서까지, 그런 룰에 구애받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거진 수십 마리에 달하는 유일보스들이 한 번에 데스랜드를 뛰쳐나와서 마을을 공격해오기라도 하면?
그땐 캠페인의 클리어고 자시고 전부 물 건너갔다고 봐도 무방했다.
하지만 여지껏 그럴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으니, 분명 다행은 다행인데…
한참 그런 생각에 빠져있을 때 즈음.
“주군, 아직까지 큰 위험요소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아니. 일단 긴장하고 있어라. 어쩌면 별도의 진압 병력을 모으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를 한 번에 해치울 만큼 결정적인 순간에 덮쳐올 수 있게끔 말이지.”
“더 이상 버로우를 통한 기습이 통하지 않으니… 아예 전략을 바꾸었을지도 모른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놈의 행동 하나하나에서 악의의 향기가 진득하게 풍겨 나오고 있었다.
인간은 펼칠 수 없는 산개 컨트롤을 하기도 하고, 현 시점에서 완료되지 않았을 업그레이드들을 이미 완료시켜 놓기도 했다.
때로는 내가 미니맵을 보고 판단한다는 사실을 알고 그것을 역이용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내 상대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그게 사람인지, AI인지, 혹은 그 외의 어떠한 존재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것이다.
전혀 모르는 미지의 적을 상대하는 기분.
내가 할 일은, 그저 모든 가능성에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주의를 기울이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생각을 이어나가던 때.
조니의 보고가 들려왔다.
“족장님, 세 번째 산란장이 보입니다!”
현재 일행이 멈춰선 위치는, 산란장에서 조금 더 멀리 떨어진 장소.
두 번째 산란장에서는 별다른 저항 없이 원정을 이어갔지만, 그렇다고 경계를 풀 수는 없었다.
우리는 잠시 이곳에서 마지막 정비를 마치기로 했다.
“도착이다! 전원, 주변을 경계하며 최종 정비를 하라! ”
블루에서 내린 뒤, 나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해가 떨어지기 시작하는 오후 시간부터 뭉게뭉게 피어오르기 시작한 검은 안개.
인게임에서는 그저 옵션창에서 켜고 끌 수 있는 환경 효과에 불과했지만, 어째서인지 현실이 된 이곳에서는 조금 더 직접적인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조니, 잠깐 이리 좀 와 봐라!”
“넵, 족장님!”
“오는 도중 뭔가 포착된 것은 없는가?”
“예…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안개가 점점 짙어지고 있어 사실 눈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많이 없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건 조니에게 의존할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곧장 미니맵을 살펴보았다.
미니맵상 정찰한 적이 없거나 가려진 지역에 생기는 전장의 안개.
데스랜드의 검은 안개가 자욱해질수록, 미니맵을 가리는 전장의 안개 또한 점점 짙어져 갔다.
그 때문에 현재 시야에 보이는 그렘린 산란장 외에 별다른 빨간 점은 존재하지 않았는데…
“하지만, 눈을 감으면… 이상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문득 조니가 내게 한 가지 사실을 더 보고했다.
“처음에는 어딘가에서 그렘린들이 뛰어다니며 일으키는 발자국 소리인 줄만 알았습니다만… 그 소리가 조금 더 둔탁한 것이, 마치 뼈다귀가 부딪치는 소리 같습니다.”
“뼈다귀…? 정말 그런 소리가 들렸나?”
“예, 들리는 대로 말씀드린 것입니다.”
“그 소리가 어디서 들려왔지?”
“저쪽입니다.”
조니가 가리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대신 루센트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불길합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극도로 흉악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나는 빠르게 주어진 정보들을 조합했다.
‘극도로 흉악한 기운… 뼈소리… 다음 캠페인….’
그리고 나는 곧장 한 가지 가설에 다다랐다.
‘캠페인 8부터 나오는 언데드 군단?’
하지만 지금은 아직 캠페인 5였다.
현재 데몬족의 테크트리가 걸쳐 있는 그렘린과 캠페인 8의 언데드 군단 사이에는 상당히 큰 갭이 존재했다.
그 갭을 뛰어넘는다는 건 게임의 규칙 자체를 완전히 위배하는 일.
‘불가능하다.’
그렘린 뽑고 있던 놈이 갑자기 언데드 유닛을 뽑다니.
이건 핵이나 치트를 쓰지 않는 이상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만약 적이 무슨 수를 써서든 거기까지 테크를 올려 버리고 말았다면… 이제 이쪽의 패배는 이미 기정사실이라고 봐야 했다.
그때, 루리가 지니고 있던 공포새가 몸을 한껏 비틀며 부리를 위아래로 크게 벌렸다.
《피약!!》
그와 동시에, 미니맵 위로 빨간 점 하나가 떠올랐다.
그 점이 있는 위치는… 바로 내가 노려보고 있던 허공.
“뭐지…?”
아무것도 없는 허공 위에 찍힌 빨간 점.
적이 1개라면… 설마 그렘린 킹인가?
하지만 어째서 전혀 보이지 않는 거지?
버로우? 아니면 검은 안개 때문에 시야가 제한되었을 뿐인가?
“주군, 좋지 않은 기운이 느껴집니다. 제 뒤로 오십시오!”
스르륵.
그 위치에서 무언가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그건 그렘린 킹도, 뭣도 아니었다.
《내 존재를 눈치채다니, 재미있는 녀석이로다…!》
조금 떨어진 거리였지만, 또렷하게 들려왔다.
마치 인간이 아닌 듯 갈라진 목소리.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저게 왜… 지금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