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140)
“그 노래는, 혹시-”
“네. 한국의 가곡인데. 다흰 씨도 들어 본 적 있어요? 드라마 OST로 쓰여서 알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 노래는 진짜 내가 비장의 수로 가지고 있었던 곡인데.
벌써 꺼내게 만들다니.
뒷목이 살살 당겨 왔지만, 뭐. 이기면 되니까.
“아, 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다만….”
다흰의 얼굴이 매우 어두워졌다.
“제가 [La vita>를 선택하지만 않았어도 선배님께서 급히 곡을 바꾸실 필요는 없으셨을 텐데….”
“괜찮아요. [낙화>도 좋아하는 곡인걸요. 가곡이라는 점에선 여전히 겹치겠지만… 저는 한국의 현대 가곡을 편곡한 거고. 다흰 씨는 이탈리아의 가곡을 부르는 거니까. 괜찮을 거예요.”
“제가 선택을 잘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처음부터 이렇게 겹치게 해서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그렇다기엔 이미 타이틀부터가 좀 겹치지 않았나요?
라고 말하려다가, 그만두었다.
신인한테 무슨 힘이 있겠냐.
그냥 소속사가 시킨 거겠지….
타이틀도 완전히 겹치는 게 아니라, 키워드 하나 겹치는 거기도 하고.
“다흰 씨.”
“네?”
나는 눈앞의 신인을 보았다.
이 사람은 어떤 면에서는 윤청과 닮았다.
무조건 뜰 수밖에 없는 재능을 가지고서도, 결국 연예계에서 사라진다.
타의에 의해서.
윤청은 같은 멤버에 의해, 다흰은 소속사에 의해.
어쩐지 묘하게 겹치는 스토리에, 나는 결국 한숨을 쉬었다.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저만큼이나… 다흰 씨도 정말 열심히 하셨을 테니까요.”
나는 잠깐 멈칫했다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저와 다흰 씨는 ‘다른’ 사람이니까. ‘다른’ 무대를 만들어 낼 거잖아요.”
“…네! 그렇죠….”
그제야 다흰의 얼굴이 밝아졌다.
“저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다흰 씨 무대를 보면서 또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요. 많이 가르쳐 주세요.”
“…! 선배님….”
“저희, 고작 몇 달 차이인데 선배님이라 하지 말고 그냥 이름으로 불러 주세요. 20살, 맞으시죠?”
“아, 네. 20살입니다.”
“저는 21살이에요. 나이 차도 크지 않으니까… 그냥 편하게 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나는 씩 웃고 다흰의 뒤편을 바라보았다.
“혹시 의상 있으면 볼 수 있을까요?”
의상까지 겹치면 그건 진심으로 바꾸고 싶거든.
내 말에 다흰은 밝게 웃으며 행거에서 본인의 의상을 꺼내 왔다.
“아, 네! 이 의상입니다.”
음.
얘 소속사가 정말 독하게 악질인 것 같은데.
의상마저도 나와 완전히 겹쳤다.
일부러 화려한 드레스를 선택했는데.
다흰의 의상이 내 의상과 거의 똑같은 드레스였던 것이다.
파란색 머메이드 드레스.
…색깔까지 똑같이 따라 하는 건 좀 너무하지 않아?
얘 소속사에도 지독한 빌런이 하나 있나 본데.
노이즈 마케팅에 눈이 먼 수준이군.
“…호, 혹시 이것도 겹치나요…?!”
그래. 인마….
이건 진짜 골이 아파지네.
나는 커피를 사러 나간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었다.
“매니저님.”
-어, 청아?
“방송국 의상실이랑 소품실에서 뭐 좀 빌려야 할 것 같은데요.”
-어?! 뭐를?!
뭐긴 뭐야.
의상이지.
작전 완전 대 변경이다.
***
오늘 프리즘 홈마는 [디어 마이 디바>의 방청객으로 왔다.
방송국에서 일하는 친구의 덕을 톡톡히 본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지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첫 번째 무대가 [인라이븐>의 다흰이었기 때문이다.
왜 다흰의 무대를 보고 기분이 안 좋아졌냐고?
오늘 아침에 뜬 스포 때문이었다.
★
컬러즈 측에서 오늘 라 메종 드레스샵에서 파란색 머메이드 드레스 렌탈했대요 호호호혹시 오늘 윤블 레전드 의상 탄생각..?
오늘 ㄷㅇㅁㅇㄷㅂ 큐시트 스포
(사진)
윤블 오늘 오솔레미오 부르나봄??
근데 이상한게 신인도 라비타 부름…. 둘이 노래 너무 겹치는 거 아닌가?
엥 진짜 에반데
????? 둘 다 이탈리아 가곡을……..?????
엥?? 심지어 둘 다 데뷔한지 얼마 안돼서 순서도 붙어있잔아 다1힌 1빠 윤1릅 2빠…
개오반대;;;; 신인 미친 거 아니냐? 따라쟁이야?
아니 역대급 컨셉에 역대급 선곡인데
이상한 애 하나 묻어서 다 ㅈ되겠는데
진심 개빡친다
내말이
PD 백퍼 알았는데 자극적으로 가려고 일부러 둘이 겹치게 냅둿나보네 Jinzza 싫다
└애초에 알려준 사람이 누굴까?를 생각해보는게…ㅎㅎ
현재 이런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화가 안 나려야 안 날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방금 본 다흰의 무대 의상은 어땠는가?
‘파란색 머메이드 드레스였어.’
윤청의 무대 스포로 돌아다닌 의상과 똑 닮은 의상이었다.
마치 무대를 그대로 똑같이 따라 하듯.
안 그래도 자꾸 그쪽 그룹에서 따라 했다는 잡음이 들려서 기분 안 좋은데.
여기까지 와서 무대를 똑같이 따라 할 필요는 없지 않는가.
‘어?’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원래 지금은 윤청의 차례인데,
윤청이 아니라 다른 출연자가 나와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큐시트에선 다흰이랑 청이가 대결 상대라고 나와 있던데. 아니었나?’
큐시트 스포가 잘못된 거라고 하기엔, 순서 빼고 모든 게 일치했다.
혹시 순서만 조금 변경된 건가 싶었다.
어쨌든, 둘이 안 붙는 건 다행이었다.
‘그럼 청이는 대체 언제쯤…?’
프리즘 홈마는 불안한 마음으로 두 번째 출연자의 무대를 지켜보았다.
다흰의 무대가 워낙 안정적이고 인상 깊었기에, 저 출연자가 다흰을 이기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결과도 그녀의 생각과 같았다.
다흰이 이긴 것이다.
프리즘 홈마는 심란한 마음으로 이어지는 무대들을 지켜보았다.
다흰이 이기는지 지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 새끼가 나오질 않았다!
그렇게 한참이나 기다리고.
마지막 순서가 되고 나서야.
“네, 다음 순서는. 스틸블루 윤청 님의 무대입니다. 오늘 아주 특별한 무대를 준비하셨다고 하는데요.”
드디어 윤청의 이름이 들렸다.
‘말주변 뒤지게 없는 건 여전하구만….’
컬러즈 덕들이라면 다 아는 예능 뚝딱이를 사회로 세웠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누가 쟤 MC로 꽂았냐….
“네~! 오늘 무대는 저희 소속사 후배인 윤청 씨가 아주~! 스페셜하게 준비해 주신 무대라고 합니다! 저는 선곡을 듣자마자 깜짝 놀랐지 뭐예요! 제가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노래였거든요. 사실 소화하기 쉽지 않은 노래인데 말입니다! 아마 여기 와 주신 방청객분들도 다들 깜짝 놀라시지 않을까 싶은, 그런 선곡입니다.”
다행히 그 옆에서 같이 MC를 보는 한재이에 의해 조금씩 중화되고 있었다.
한재이마저 없었다면 MC 타임은 그야말로 뚝딱이들의 행진이었을 것이다.
아니, 잠깐만.
놀랄 만한 선곡이라고?
“이 노래는 드라마, [상사화>의 OST로 쓰였던 노래이기도 합니다.”
음?
갑자기 [상사화>?
[상사화>를 모르는 건 아니었다.아니, 이 나라에서 그 드라마 모르는 사람을 찾는 게 더 힘들 거다.
무려 시청률 40%를 기록했던 드라마니까.
다만, 그 드라마 하면 떠오르는 OST는….
[O Sole Mio>가 아닌데?“[상사화>는 1930년대, 격변하는 시대를 상징하는 드라마였죠. 극중, 미국으로 홀로 떠난 여성, ‘지화’가 어떻게 그 나라에서 목소리 하나만을 가지고 살아남는가에 대한 내용을 담은 드라마였습니다. [상사화>의 대표곡인 이 노래는,”
한재이가 무대를 향해 몸을 돌렸다.
“[낙화>입니다!”
그 시선을 따라 무대로 눈을 돌린 프리즘 홈마는 무대 위에 선 윤청을 보자마자 모든 분노와 의심이 사르르, 녹는 것을 느꼈다.
떨어진 마음을
물가에 보내 주시어요
어떤 반주도 없이 시작한 딱 한 소절.
그러나 그 목소리 하나가 왜 그렇게도 커다란 악기의 울림처럼 들렸는지 모르겠다.
소란스러웠던 관중석이 순식간에 잠잠해졌다.
나, 설원 위로 지나가는
냇물 붙잡아 그대 이름 썼지요
1930년대의 ‘모던 걸’을 상징하는 룩.
흰색 깃털 장식을 머리에 꽂고서, 뒷머리를 살짝 올려 동그랗게 말아 묶었다.
평소엔 특별히 강조하지 않는 눈물점마저 강렬히 드러내고, 여태껏 본 적 없었던 짙은 눈 화장까지 하고 있었다.
그렇게 고전적인 디자인의 금색 스탠딩 마이크를 두 손으로 꼬옥 붙잡고선.
무릎까지 내려오는- 눈부시도록 새하얀 비즈 드레스를 입고 있는 윤청은.
못내 피어난 꽃다운 마음
먼 먼 바람을 타고 불어오네
정말로 그 시절의 애상을 지닌 가수 같았다.
프리즘 홈마는 이내 깨달았다.
윤청은 드라마 속 주인공이 입었었던 바로 그 드레스를 입고 나왔다.
SWC 드라마여서 협찬이 가능했나 보다.
프리즘 홈마는 거의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리운 내 님과의 시절이여
짓밟힌 봄이라 한들
봄이 아닐까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해 미국으로 떠나야 했던 여주인공이 자신의 나라를 그리워하며, 홀로 부르는 노래였다.
머나먼 타향. 누구도 알아듣지 못할 모국어로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아직도 손꼽히는 명장면으로 불리곤 했다.
사랑하는 내 님과의 세월이여
매서운 겨울에 진들
꽃이 아닐까요
마이크가 세상의 전부라도 되는 듯 꼭 붙잡은 손과, 떨리는 손끝.
지그시 감은 눈과, 살짝 찌푸린 눈가.
화려하게 불렸던 원곡과는 다르게.
기교를 최대한 빼고 담백하게.
편곡도 윤청의 목소리만을 부각시키기 위해, 담백하게 빠져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이, 윤청을 노래의 주인으로 만들어 주었다.
정말로 그 시대에 살고 있는 한 가수, 윤청으로.
설원 아래에 흐르는 개울물 모아다 꽃에 주었어요
내 마음 둑 삼아
얼어 부서지지 않게
안았어요
프리즘 홈마는, 단순히 윤청이 노래를 잘 불러서 이 무대가 좋은 게 아니었다.
평소 윤청의 무대와는 무언가 달랐다.
윤청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부른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완전히 무대에 몰입한 윤청의 표정을 보노라니, 더욱 그랬다.
고이 잠든 나의 겨울이여
나는 정정할 수도 없는
봄이라는 홍수를
기다려요
그저 누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