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Corporation: Joseon RAW novel - Chapter (1150)
1150화 뒷감당은 누구 몫? 네 몫! (2)
잔뜩 긴장한 대신들을 바라보며 우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지금 짐은 참담함을 금치 못하겠소. 어쩌다 우리 제국이 이리도 업신여김을 당하게 되었단 말이오? 이번 기회에 일벌백계 해야겠소! 경들은 들으시오!”
우의 외침에 대신들은 일제히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하명하시옵소서!”
“지금부터 제국의 모든 행사는 전쟁만을 생각하며 움직이도록 하시오! 지금 당장 모든 상단의 상선들을 징발하시오! 또한 황실 공방은 물론, 민간의 공방들도 모두 전쟁에 필요한 물자들을 생산하도록 하시오! 여염의 여인네들은 길쌈으로 군복을 만들 천을 짤 것이며! 촌의 대장간에서도 병기에 들어갈 부품을 만들 것이오! 모든 제국인 이 전장에 선 병사의 마음가짐이 되어 임하라 하시오! 이는 이미 정해진 법에 따라 행하는 일이니, 불복하는 자는 엄히 벌하시오!”
“명을 받드옵니다!”
“그리고, 전장에 나서는 군에 명하겠소! 제국의 병사 한 명이 피를 흘리면 1백의 적을 피 흘리게 만드시오! 적이 한 발의 총탄을 쏘면 백 발의 총탄을 쏠 것이며, 적이 한 근의 화약을 썼다면 우리는 백 근, 아니, 천 근의 화약을 써서라도 확실하게 벌하라 하시오!”
우의 명령에 국방부 장관이 머리를 조아리며 답했다.
“제국의 모든 장졸에게 확실히 전하겠사옵니다!”
“좋소 경들에게 다시 한 번 말하겠소! 우리 제국의 국시는 홍익인간이고, 상대를 가리지 않고 군자의 도리로써 대해왔소. 하지만, 도리를 저버린 이에게는 호의를 보이면 아니 될 것이오! 상대가 손찌검하려 들면 우리는 몽둥이를 들어 답해야 할 것이오!”
“명을 받드옵니다!”
이렇게 해서 제국은 본격적으로 전쟁에 들어가게 되었다.
우가 결심을 확고히 하면서 제국은 본격적인 전시체제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부두에 정박해 있던 민간 상선들은 바로 제국 해군에 징발되었고, 선원들은 제국 해군 소속으로 소속이 바뀌 었다.
항해에서 돌아오는 민간 수송선들 역시 검역기간이 끝나자마자 속속 제국 해군 소속으로 바뀌었다. 이에 선주들은 울상을 지으면서도 현실을 받아들였다.
“전란이 벌어졌으니 어쩔 수 없지. 제국의 백성이니 도리를 지켜야 하지 않겠나?”
“에잉! 빌어먹을 프랑스놈들!”
“좋게 생각하세! 군적(軍籍)에 편입되면서 공짜로 정비를 받게 되지 않았나? 이것만 해도 작은 이익은 아니지 않겠나? 나라에 충성도 하고 공짜로 배도 정비하고, 좋지 아니한가?”
선주들만이 아니었다.
우가 명령했지만, 여염의 아녀자들이나 농촌의 자그마한 대장간까지 동원하는 지경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대신 상단들의 일거리가 폭증했다.
포목을 생산하고 거래하는 상단들은 군복과 붕대를 만들기 위한 천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시작했고, 각종 금속 제품을 생산하던 상단들은 장총과 화포에 들어가는 부품들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것은, 무기 관련해서 제국 정부가 민간에 위임한 항목은 부품에 한해서였다. 그것도 꽤나 교묘하게 수를 썼다.
예를 들어 장총에 들어가는 부품이 10개고, 화포에 들어가는 부품이 100개라면 한 상단에 장총 부품 1개와 화포 부품 5에서 10개 정도의 생산을 맡기는 식이었다. 때문에, 부품을 생산하는 상단들은 맡은 부품의 규격만 알 수 있을 뿐, 전체를 알 수 없었다.
이런 부품들을 합쳐 완성된 무기를 만드는 것은 언제나처럼 51구 역과 52구역이었다.
품질 관리와 생산성 측면에서 좋은 방법은 아니었지만, 제국 정부 입장에서는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혹시나 민간에서 불법으로 사제 총기를 만들 가능성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또한, 이렇게 해도 호환성과 생산성에는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한몫했다.
이미 제국의 도량형은 통일되어 운영된 지 오래였다. 간단히 말해서 본지의 1척과 신지의 1척은 그 길이가 똑같았다. 때문에, 주문서에 적힌 규격대로 생산되었다면 생산자가 달라도 동일한 크기와 중량이었다.
물론, 품질의 차이가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 * *
제국이 공식적으로 전쟁을 선언하고 전시체제로 움직이면서 하루하루가 달라지는 모습은 서울에 주재하는 프랑스 외교관들의 눈에도 확실하게 들어왔다. 대사관과 관저로 사용되는 저택에 연금당한 상황이었지만, 프랑스인들은 밖의 상황을 알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그나마 조보는 들어오니 다행이라고 할까?”
제국 주재 프랑스 대사인 르텔 백작은 시니컬한 표정으로 손에 들린 조보를 바라봤다. 제국은 외부 출입을 막았지만, 다른 부분은 상당한 편의를 보여주고 있었다.
매일같이 발행되는 조보도 변함없이 넣어주고 있었고, 식자재도 충분하게 넣어주고 있었다.
“아니면, 너희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똑똑히 보라고 넣어주는 것일까?”
르텔 백작의 물음에 부사인 브리엔 자작이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보라고 넣어주는 것이겠지요.”
“그렇겠지? 그나저나…. 외부의 동포들은 어떠한지 들은 것이 있는가?”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이들은 잘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그 이들이야 이미 절반은 제국인이라고 봐야지.”
“상인들과 선원들은 일단 임시로 만든 수용소에 구금되었다고 합니다. 상선 역시 마찬가지고 말입니다. 불미스러운 일은 당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브리엔 자작의 보고에 르텔 백작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국이 의외로 그 부분에서 깔끔하기는 하지. 흐음…. 그렇다면….”
말을 흐리며 조보를 다시 살피던 르텔 백작은 브리엔 자작을 돌아봤다.
“요즘 조보의 내용을 보자면 제국이 페르시아에서 눈을 뗀 것이 확실해 보이지 않나?”
“확실히 페르시아는 거의 언급이 되지 않고 있지요. 그렇게 보면 파리의 망상가들이 이번에는 제대로 한 것 같아 보입니다.”
“그렇지?”
자작의 말에 가볍게 화답하며 조보를 살피던 르텔 백작은 가볍게 감탄사를 뱉었다.
“하! 그나저나 제국은 언제 봐도 놀랍군. 이렇게 빠른 대응은 본 적이 없어.”
“동감입니다. 이제 시작이기는 한데, 일감을 맡은 상단들이 제대로 결과물을 내놓기 시작한다면 엄청난 물자가 전선으로 향하겠군요.”
“물량전, 화력전이야말로 제국의 주특기…..”
무심하게 대답하던 르텔 백작은 갑자기 심각한 얼굴이 되어 입을 다물고는 책상으로 돌아가 서류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다급한 표정으로 서류들을 뒤진 르텔 백작은 곧 몇 개의 서류를 추려 내용을 점검하고는 자작을 돌아봤다.
“방금 내가 한 말 기억하나?”
“물량전과 화력전이 제국의 주특기라는 말씀 말입니까?”
“그래. 파리의 망상가들이 이번 계획을 짠 목적이 무엇인가? 제국이 페르시아에서 손을 떼게 만들자는 것이었지?”
“그렇습니다만? 그리고 이는 성공했다고 보입니다만?”
자작의 반문에 백작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성공했는데, 너무 크게 성공했어.”
“예?”
“자작의 말처럼, 지금 조보를 보면 페르시아는 언급조차 안 되고 있지. 대신에 처음부터 끝까지 프랑스만 언급되고 있지. 성공은 성공이야. 그런데 말일세. 아까도 말했지만 제국의 주특기가 물량전과 화력전이야. 자! 평소의 제국이 아니라 ‘모든 백성의 땀 한 방울까지 전쟁에!’라고 작심한 지금의 제국이 뽑아낼 물량이라면?”
“…..엄청난 물량이겠지요.”
“우리 프랑스가 그걸 감당할 수 있을까?”
“…….”
남은 것은 침묵뿐이었다.
* * *
르텔 백작과 브리엔 자작이 파리의 치명적인 오판을 깨달았을 때, 경복궁에서는 향과 완, 우 그리고 전, 현직 대신들이 모여 앞으로의 일을 의논하고 있었다.
“….프랑스가 이런 일을 벌인 사정을 살피자면 페르시아 때문이지. 그렇다면 장단에 맞춰 당분간은 페르시아에서 손을 떼는 것이 어떻소?”
향의 제안에 총리가 나서서 대답했다.
“이미 승전을 위해 모든 이들이 움직이고 있사옵니다. 페르시아에서 손을 떼지 않아도 무방하옵니다.”
“하지만, 제대로 손발이 맞아 돌아가기까지는 좀 더 기다려야 하지. 아닌가?”
“그것은 그렇사옵니다.”
총리의 대답에 향은 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제국의 모든 이들이 승전을 위해 하나가 되어 움직이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나, 오래 이어져서는 안 될 일이오. 때문에, 당분간 페르시아는 명과 일본에게 맡기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하오.”
“명과 일본 말입니까?”
“그렇소.”
향의 제안에 우는 입을 다물고 속으로 셈을 해보기 시작했다.
‘확실히 전쟁은 모두에게 피곤한 일이다. 페르시아에는 우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명과 일본도 있으니…..’
우가 열심히 손익을 따지고 있을 때, 대신들 사이에서도 논의가 벌어졌다.
“어차피 지금 페르시아에 공급되는 물자 가운데 많은 부분이 명과 일본에서도 만드는 것이니 상관은 없다고 보오.”
“그렇기는 한데, 품질이 문제 아니겠소? 피렌체 장총에 들어가는 탄환만 봐도 제국에서 만든 탄환이 100장을 날아간다 치면 명국은 80장을 날아가고, 일본은 60장도 감지덕지라는 소문이 나오고 있소.”
“보고서를 보면 페르시아나 오스만이나 50장 안에서 치고받는다지? 그렇게 따지면 60장도 차고 넘치지 않겠소?”
“그렇기는 하지만, 명이나 일본이 생색을 낼 것을 생각하면 속이 뒤집혀서 그렇소.”
“외교적으로 보자면 그 ‘생색’이 골치가 아프기는 하지.”
대신들 사이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듣던 완은 향에게 말했다.
“저 생색이 문제기는 합니다. 특히나 명과 같은 경우에는 프랑스 만큼이나 멍청한 판단을 내릴 수도 있고 말입니다.”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말이오…..”
잠시 목을 축인 향은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했다.
“눈 돌아간 제국이 진심으로 전력을 다하면 상대가 어떻게 되는지 제대로 보여주면 그 오판도 못 할 거라 생각하오. 특히나 예전에도 두 번이나 크게 당했던 명 아니겠소? 그때의 기억이 새로워질 것이고, 당분간은 오판의 ‘오’자도 꺼내기 싫겠지.”
향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우가 입을 열었다.
“이미 일벌백계라는 말을 했으니, 태태상황께서 내신 제안이 합당하다고 여겨집니다.”
이리하여, 향의 제안대로 움직이는 것이 결정되었다.
-모든 것을 동원해 프랑스를 확실하게 박살 내버린다.
-협상은 개나 줘 버려.
최종 목표가 결정되자, 이에 맞춰서 세부 계획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지금도 계속해서 전해지는 보고에 따르면 수에즈에서 지브롤터로 향하는 보급선은 건재하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가용할 수 있는 최대한의 물자를 지브롤터로 보낸다.
-해남도를 시작으로 수에즈까지 이어지는 모든 경로에 있는 제국군 주둔지는 1달 동안 전력으로 싸울 수 있는 물자만을 남긴 채 모두 수에즈로 보낸다.
이것 역시 향의 제안이었는데, 이를 들은 국방부 장관과 재경부 장관이 살짝 질린 얼굴이 되어 중얼거렸다.
“수송선단이 정신없겠군.”
“비어버린 곳간을 채우려면 전시 생산이 자리를 잡아도 쉽지 않겠군.”
국방부 장관과 재경부 장관의 중얼거림을 들은 총리가 눈짓으로 무언의 질문을 던졌다. 총리의 눈짓을 본 국방부 장관이 작은 목소리로 그 이유를 설명했다.
“제국군 교리에 따르면 주둔지마다 최소한 석 달 동안 전력으로 싸울 수 있는 물자를 보관하게 되어 있소. 만약, 해당 지역에서 제국군이 공격을 받게 된다면 즉시 이를 상급 제대로 알리고 지원이 올 때까지 버티는 것이 이어지는 교리고.”
“그러면 두 달 치를 옮기는 것인가? 수송 선단이 바쁠 것이라는 말은 이해가 가는데, 재경부 장관의 표정이 왜 저렇소?”
“제국군이 전력으로 한 달을 싸울 수 있는 물량이라면 다른 나라는 석 달을 버틸 수 있는 양이오. 그러니 그 곳간을 채울 물량이 얼마나 많겠소?”
“허….”
“그리고 전쟁이 벌어지면 그렇게 버티는 한 달에서 석 달 안에 그 몇 배에 달하는 병력과 물자가 도착하오.”
“……”
국방부 장관의 말에 총리의 입이 그대로 닫혔다. 하지만, 국방부 장관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그렇게 따지면 머지않아 지금 지브롤터로 보내지는 물량의 몇 배가 계속해서 지브롤터로 보내지게 될 것이고, 프랑스와 에스파냐는 그걸 몽땅 뒤집어쓰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