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Corporation: Joseon RAW novel - Chapter (1156)
1156화 뒷감당은 누구 몫? 네 몫 (8)
샤를 8세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몽포르 백작은 바로 20기의 비행기를 차출해 수송 작업에 들어갔다.
비행기의 정비를 담당하는 정비병들과 동체와 내연기관의 유지 보수를 책임지는 장인들, 그리고 장인들이 사용할 각종 도구들-심지어 작은 용광로와 증기기관까지-이 철도 화차에 차곡차곡 실렸다.
그 뒤로는 비행기들이 사용할 연료가 담긴 통들이 가득 담긴 화차와 탄약을 적재한 화차가 연결되었다. 연료와 탄약, 여러 장비들을 실은 화물 열차가 출발하고 그 뒤를 이어 분해한 비행기들이 화차에 실리기 시작했다.
넓고 평편한 평판화차마다 날개가 분리된 동체가 실렸고, 그 옆에는 분해된 날개들이 차곡차곡 놓였다.
“거기! 줄을 너무 팽팽하게 당기지 마! 동체와 날개의 손상이 가면 안돼!”
“여기는 또 너무 느슨하잖아! 일 이따위로 할 거야! 여기 담당, 누구야! 당장 나와!”
비행기를 안전하게 상차하기 위해 신경이 날카로워진 군인들과 장인들의 욕설이 사방에서 울리는 가운데, 인부 한 명이 동료에게 말을 걸었다.
“여보게.”
“왜?”
“이거 비행기라며? 하늘을 난다며?”
“그랬지. 그게 왜?”
“그런데 왜 열차에 실려 가는 거야? 날아가면 되잖아?”
손을 파닥거려 날갯짓까지 하며 던진 질문에 동료는 여전히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닭도 하늘 못 날잖아. 비행기는 비둘기가 아니라 닭인가 보지.”
“아하!”
때마침 근처에서 인부들의 대화를 들은 비행대 병사는 무엇인가를 말하려다 억지로 참으며 중얼거렸다.
“이래서 무식한 것들이란…”
* * *
이 시기 프랑스가 개발한 비행기는 한계가 많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한계는 항속거리였다.
연료통을 가득 채운 상태에서 최대 항속거리는 50리그(league, 약 210km)가 최대였다. 물론, 무장을 탈거하고 조종사 1 명만 탑승하면 좀 더 먼 거리까지 갈 수 있었지만, 그러면 군사적인 가치가 없었다.
그리고, 기체의 내구성 역시 한계가 있었다. 이륙과 착륙을 약 20회 정도 반복하면 기체 전체를 분해해 전부 정비하는 창정비를 해야 했다. 전투기동 훈련이라든가 고기동 비행을 하면 그 주기는 더욱 짧아졌다.
이 정도가 기체 자체의 문제였다면, 프랑스 자체의 문제도 있었다.
로렌에서 에스파냐까지 가는 경로에 비행장이 없었다. 적당한 거리마다 비행기들이 뜨고 내릴 수 있는 공터를 확보한 다음에 연료들을 미리 준비하면 가능할 수도 있었지만, 역시나 기체의 내구성이 문제였다. 때문에, 마음 편하게 열차에 실어 보내는 것으로 결론이 난 것이었다.
* * *
비행기들까지 실어 보낸 다음 몽포르 백작과 부대원들 역시 열차에 올라 남쪽으로 내려갔다. 호기(豪氣)와 다른 나라의 풍광을 볼 수 있다는 호기심, 그리고 투지로 가득 차 연신 웃음이 떠나지 않던 부대원들이었지만, 프랑스와 에스파냐 국경에서는 분통을 터뜨리게 되었다.
“이런 젠장!”
제일 말단 병졸부터 제일 상급자인 몽포르 백작까지 욕설을 내뱉고 있었다.
그들이 분통을 터뜨리게 만든 것은 철로였다.
프랑스와 에스파냐의 철도 폭이 미묘하게 달랐다. 프랑스와 에스파냐만이 아니 라 유럽 모두 옛 이집트와 그리스, 로마 시대로부터 이어진 단위-큐빗, 페텀, 리그 등-를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같은 큐빗, 마일, 리그라도 그 길이가 나라마다 미묘하게 달랐다. 때문에, 국경지대에 도착하면 화물들이 내려져서 상대 국가의 화차에 다시 실려졌다.
평상시 라면 ‘조금’ 불편한 상황이었겠지만, 지금은 전시였다. 프랑스에서 에스파냐로 보내지는 탄약과 각종 보급물자로 국경에 만들어진 환승장은 미어터지고 있었다.
‘성자도 욕할’ 불편한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었다.
덕분에 몽포르 백작은 에스파냐의 철도 관리를 붙잡고 협박과 설득을 이어가야 했다.
“당장! 우리 비행기들부터 보내야 해!”
“먼저 온 화물들이 많습니다. 순서를 어기면 제가 처벌을 받습니다!”
“저 비행기는 지금 당장 지브롤터로 가야한단 말이야!”
“저 화물도 지금 지브롤터로 가는 것들입니다!”
“비행기가 없으면 전쟁에서 진단 말일세!”
“저 탄약이 없어도 전쟁에서 지는 것은 마찬가지 아닙니까? 순서를 기다리세요. 최대한 빨리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끝까지 순서를 고집하는 철도 관리 때문에 몽포르 백작은 다른 수를 쓰게 되었다.
에스파냐의 섭정 페르난도 2세와 지브롤터에서 전쟁을 지휘하는 사령관 알바 후작에게 서한을 보낸 것이었다.
갑갑했던 며칠이 지나자 에스파냐 기병대가 환승장을 찾았다.
“섭정께서 보내신 명령서다.”
“….명령대로 행하겠습니다.”
명령서를 확인한 철도 관리는 일하던 노무자들을 불러 모았다.
“저 화차들부터 먼저 옮긴다!”
몽포르 백작 부대의 새치기는 성공했다.
* * *
프랑스와 에스파냐 국경에서 몽포르 백작의 발이 묶여 있을 때, 지브롤터의 에스파냐군은 제국군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동이 트기 직전. 제국군 진지에서는 제국군 병사들이 일어나 움직이고 있었다.
“밥은 다 챙겨 먹었지?”
“예.”
“그럼 오늘 하루도 시작하도록 하지. 저놈들 깨워라.”
“예.”
지휘관의 명령을 받은 제국군 병사들은 자신들이 담당한 참호로 향했다.
잠시 후, 제국군의 화포들이 일제히 불을 뿜기 시작했다.
쾅! 콰쾅! 쾅!
제국군의 포격은 에스파냐군 참호선을 타격하기 시작했다.
콰쾅
“포격이다!”
“이미 알아!”
거칠게 대답한 에스파냐 병사들은 다급히 몸을 숙이거나 대피호로 대피하면서 제국군 진영을 향해 욕설을 내뱉었다.
“이 빌어먹을 제국 새끼들아! 잠 좀 자자! 잠 좀!”
“우리도 밥은 먹고 싸워야 할 것 아냐!”
그동안 이어진 공방전을 통해 제국군은 에스파냐군의 습관 아닌 습관을 알게 되었다.
-에스파냐군은 해가 뜨고 나서야 전투를 시작한다.
-아침 식사도 이때 한다.
-야간 전투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 야간전투는 우리도 안 좋아하지.”
“고럼 고럼, 밤에는 자야지.”
“잠도 못 자게 하는 것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지.”
말은 이렇게 했지만, 제국군은 에스파냐군의 습관을 제대로 이용했다.
격렬한 포격전을 동반한 낮의 전투가 끝나고 병사들이 잠에 빠져 들었을 때, 그것도 이제 막 깊은 잠에 빠질 무렵에 에스파냐군 진지에 한바탕 포격해대는 것이었다.
그것도 모든 전선에 걸쳐서가 아니었다.
매일 밤 불규칙적으로 몇 곳에 걸쳐 짧지만 강력한 포격을 집중하는 것이었다.
때문에, 밤이 되어도 전선에 배치된 에스파냐군 병사들은 숙면을 취할 수가 없었다. 오늘 밤, 어느 곳이 제국군의 포격에 당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비몽사몽으로 밤을 보내면서 에스파냐 병사들은 제국군을 욕했다.
“저 빌어먹을 놈들은 잠도 없나…..”
여명이 틀 무렵이 되면, 에스파냐 병사들은 잠을 이기지 못하고 하나둘 고개를 숙였다. 바로 그때, 제국군의 본격적인 포격이 에스파냐군의 주둔지를 두들기는 것이었다. 제국군의 전면적인 포격에 에스파냐 병사들은 허둥지둥 참호로 뛰어들거나 대피호로 몸을 날렸다.
제대로 된 아침 식사가 물 건너간 것은 덤이었다.
이를 보고 받은 알바 후작은 치를 떨었다.
“이런 비열한! 참으로 비열한! 전쟁에도 지켜야 할 도리가 있고, 예의가 있는 것을! 잠은 자게 해줘야 할 것 아냐! 아니! 잠만 문제가 아냐! 밥은 먹게 해 줘야 하지 않나!”
‘제국군의 비열하고도 교활한 전투 방식’에 에스파냐군과 알바 후작이 치를 떨었지만, 제국군도 나름 할 말이 있었다.
“우리도 노리고 한 것은 아니야.”
야간 포격으로 에스파냐군에게 불면증을 선사한 것은 노림수가 맞았다.
하지만, 불규칙적으로 에스파냐군의 참호선 몇 군데만을 타격하는 것은 제비뽑기의 결과였다. 화포의 상태가 좋은 포대 가운데 제비뽑기로 선택된 포대가 ‘분노의 야간 폭격’을 담당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나머지 포대들은 화포의 정비 및 휴식을 취했다.
“우리도 잠은 자야지.”
결국, 참다못한 알바 후작이 사자를 보내 항의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제국군 지휘관의 답입니다. ‘침략자를 상대로 지킬 도리는 없다. 이곳은 우리가 승자의 정당한 권리로 획득한 당당한 제국의 영토다.’”
“빌어먹을 놈들!”
사자가 전해온 답을 들은 알바 후작과 참모들은 이를 박박 갈았다.
“우리도 대포로 응수해!”
이에 분노한 에스파냐군과 프랑스 포병대도 능선의 제국군 진지를 향해 맹렬하게 포격을 가했다. 하지만, 표적이 된 제국군 진지는 예상보다 위장이 잘 되어 있었던 덕분에 대부분의 포탄은 엉뚱한 곳에 떨어졌다.
물론, 제대로 명중한 포탄도 있었지만, 튼튼하게 만들어진 제국군의 진지는 이를 견뎌냈다. 거기에 에스파냐와 프랑스 포병대의 포격은 꾸준히 조금씩 약해지고 있었다.
제국군의 대포병 포격과 신천옹의 폭격에 꾸준히 대포들과 병사들을 손실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신천옹의 폭격을 처음 당하고 나서 필사적으로 만든 방호 진지에 대포들을 배치했음에도 임시변통은 임시변통이었다.
때문에, 에스파냐와 프랑스의 포병들은 매일의 전투가 끝나면 하나라도 더 많은 대포를 살리기 위한 악전고투를 벌여야 했다.
“그나마 전선이 꾸준히 전진하고 있기에 병사들의 사기가 버티고 있는 것이지.”
지친 표정의 알바 후작은 지도를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후작의 말처럼 에스파냐군은 적어도 100야드에서 200야드씩 꾸준하게 전진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병사들의 시체로 포장한 진격로’였다.
하루에도 최소 500명 이상의 사상자를 내는 격전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병사들이 버티는 이유는 점점 제국군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조금만 더 가면 고지다! 고지만 장악하면 된다!”
조금씩 가까워지는 제국군의 진지들을 보며 버티는 것이었다. 반대로 제국군은 조금씩 뒤로 밀리고 있었다.
“좋아! 이대로 조금만 더 가면 된다! 이 능선들만 장악하면 제국군의 해안포대는 금방이야!”
지도에 새롭게 그려지는 전선을 보면서 알바 후작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지도에 그려진 전선은 문제의 해안포대를 향해 가까워지고 있었다. 문제는, 이를 달리 말하자면 에스파냐군의 옆구리 또한 점점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알바 후작부터 그 아래의 지휘관들까지 이를 신경쓰는 이들은 없었다.
그들의 눈에는 문제의 해안포대와 거기에 이어진 능선들만 보였다.
노린 것은 아니었지만, 제국군 포병대의 치사한 야간 포격이 이끌어낸 결과 가운데 하나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저 치사한 새끼들은 꼭 조진다! 반드시 조진다!”
어느새 ‘본말전도’의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었다.
며칠 뒤, 알바 후작의 사령부로 전령이 찾아왔다. 전령이 가져온 문서를 확인한 선임 참모는 환한 얼굴이 되어 알바 후작에게 달려왔다.
“푸에르토 레알에서 온 급보입니다! 프랑스에서 비행기가 도착했다고 합니다!”
선임 참모의 보고에 알바 후작 역시 환한 얼굴이 되어 물엇다.
“그래? 언제부터 투입이 가능하다고 하는가?”
“사흘 후입니다!”
“사흘은 너무 멀어! 최대한 빨리 투입하라고 전해!”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