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Corporation: Joseon RAW novel - Chapter (569)
569화 출전(出戰)! 돌격귀선(突擊龜船) (1)
명령을 내리고 자신의 침전으로 돌아온 선덕제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조선의 세자가 자신의 뛰어남을 너무 맹신했군. 아니, 세자만이 아니라 그 아비도 마찬가지야.”
요 몇 년 동안 조선이 괄목할 성장을 한 것은 사실이었다. 나라가 부유해지면서 군사력도 상당한 성장을 한 것 역시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에 세자가 연관된 것 또한 사실이었다. 덕분에, 조선의 백성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임금과 세자에게 강한 충심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상대적인 부강함이었다.
인구와 경제 규모, 영토 면적, 군사 규모 등의 모든 면에서 조선은 명의 1/3 정도에 불과했다.
물론, 이제 겨우 천몇백만을 돌파한 조선의 인구에 비하면 엄청난 역량이었지만, 단지 상대적인 엄청남이었다.
때문에, 선덕제는 세종과 향이 스스로를 과신해 멍청한 짓을 벌였다고 세종 부자를 비웃은 것이었다.
“하하하! 쿨럭! 쿨럭!”
기쁨을 이기지 못하고 파안대소하던 선덕제는 격하게 기침을 이어갔다. 급히 입을 가렸던 수건에 묻어나오는 피를 보며 선덕제는 중얼거렸다.
“내가 죽기 전에 조선 문제를 정리할 수 있어서 다행이로군. 기옥이에게 좋은 선물이 될 거야….”
* * *
선덕제의 명령을 따르기 위해 내각수보의 진행 아래 내각, 좌우도독, 그리고 각부의 상서들, 금의위와 동창의 우두머리들이 모여 회의를 벌였다.
회의에 모인 이들의 분위기는 매우 낙관적이었다.
-요동군을 참패시킨 것으로 보아 조선군의 군사력이 상당하지만, 거기까지가 조선의 한계일 것이다.
이것이 그들이 가진 공통적인 생각이었다.
“지금 당장 동원 가능한 군사가 얼마나 되오?”
내각수보의 물음에 병부상서가 나서서 대답했다.
“당장 움직일 수 있는 병사들은 50만이오.”
“좀 적은 것이 아닌가?”
“남부와 해안지역에 주둔한 병사들까지 모아 이동시키는 일에는 적어도 3개월의 시간이 필요하외다.”
“그래도 좀 적은데….”
“북부에 오이라트를 방비하기 위해 주둔하는 병사들을 빼낸다면 어느 정도 증원은 가능하오.”
“오이라트라….”
병부상서의 대답에 내각수보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고민하던 내각수보는 병부상서에게 다시 물었다.
“북방의 오이라트는 승냥이 같은 놈들이라 함부로 병력을 뺄 수는 없고… 50만은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드니 인근의 장정들을 징병하도록 합시다. 한 30만 정도? 어떻소?”
내각수보의 말에 좌도독이 답했다.
“괜찮은 것 같소이다. 그 정도의 수라면 조선놈들이 가진 화약을 모조리 동낼 수 있겠지.”
* * *
조선만큼이나 화약 병기에 익숙한 이들이 명이었다. 때문에, 그들은 조선의 화약 보유량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노력 끝에 그들은 조선이 천축국-정확히는 벵골 술탄국-에서 막대한 양의 초석을 수입해 간다는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
정보를 얻자마자 잔뜩 긴장했던 명은 바로 대처에 들어갔다.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천축국을 압박해 조선에 초석을 판매하는 것을 막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천축국은 명의 세력권 밖에 자리했고, 국력 역시 강력했다. 거기에, 명과 조선 사이에서 어부지리만 잔뜩 챙길 것이 확실했다.
때문에, 명이 실행한 것은 조선에 유황을 공급하던 것을 크게 줄인 것이었다.
그와 동시에 조선이 왜국에서 수입하는 유황의 양이 얼마인지 탐문함과 동시에 무로마치 막부에 슬그머니 압력을 넣었다.
-지금까지 팔던 물량만큼 파는 것은 문제없지만, 더 많이 팔지 말아라. 대신 우리가 좀 더 지원해 주겠다.
무로마치 막부는 명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무로마치 막부를 타도한 오우치도 명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아직 권력기반을 제대로 다지지 못한 오우치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오우치는 재빨리 조선에 밀사를 보냈다.
밀사를 통해 명의 제안을 전해 들은 향은 바로 답했다.
-명의 제안을 받아들이도록.
그리 답한 향은 대신들을 돌아보며 씨익 웃었다.
“이렇게 되면 명은 마음을 놓겠지요. 아주 푹 말입니다.”
향의 말에 대신들은 모두 비슷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기록하며 사관은 말을 덧붙였다.
-무슨 염화시중(拈花示衆)의 미소냐?
그리고, 명은 향의 속임수에 걸려들었다.
세계 최초로 화약이란 것을 만든 송의 후예답게 명은 흑색화약에 관해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명과 왜국에서 들어가는 유황의 양으로 최대 얼마의 화약을 만들 수 있는지 추정이 가능했다.
“이 정도의 물량이라면….”
추정치를 본 선덕제와 명의 신료들은 안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조선이 수입하는 초석의 양은 여전히 상당한, 아니 조금씩 늘고 있었지만, 유황이 없으면 이는 무용지물이었다.
“지금 증가하는 물량은 저장용이겠지. 하지만, 유황이 없으면 그마저도 무용지물이야.”
* * *
이런 상황이었기에 좌도독은 내각수보의 제안에 찬성한 것이었다.
“우리가 확보한 정보에 따르면, 조선군은 거의 대부분이 화약병기로 무장하고 있다고 하더이다. 뭐, 조선 놈들의 군사가 적고, 화약병기의 위력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겠소만.”
좌도독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우도독이 말을 이었다.
“거기에, 화포라고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놈들이 조선 놈들 아니오?”
우도독의 말에 회의실에 있던 모든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좌도독은 우도독의 말을 받아 다시 이었다.
“화포의 위력이 아무리 좋아도 한발에 수만을 죽일 수 없고, 모든 총병들이 백발백중할 수는 없소. 거기에 화약은 만들기도 까다롭고, 보관하기도 까다로운 놈이요. 압록강에서 소모한 물량도 상당할 것이고, 부지런히 화약을 제조해 보급한다 해도 다시 우리가 앞세운 30만을 상대해야 하지. 그렇게 계속 소모하다 보면, 이후 조선은 적수공권으로 우리를 상대해야 할 것이오.”
30만을 총알받이로 소모한 다음 조선군을 제대로 치겠다는 계획이었다.
* * *
하지만, 이는 명의 오판이었다. 조선은 유황의 부족 문제를 이미 해결한 상황이었다.
조선은 한반도 내의 유황광산을 적극적으로 조사했다. 덕분에 적지 않은 수의 유황광산을 발견했고, 비밀리에 채굴을 진행하고 있었다.
거기에 대설도라는 최고의 한 수가 있었다. 대설도에는 상당한 매장량을 가진 유황 광산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조선은 대설도의 유명한 유황온천의 온천수를 정제해서 유황을 획득했다.
* * *
“육지에서의 문제는 이렇게 해결하면 되겠고, 바다는 어떻게 하면 좋겠소? 내 알기로 조선 수군이 가진 전선들이 매우 강력하다고 하던데?”
내각수보의 물음에 우도독이 나서서 대답했다.
“확실히 얼마 전까지는 조선 수군에 비해 열세였소. 하지만, 우리 역시 계속 많은 전선들을 바다에 띄웠고, 조선이 자랑하는 도전자급보다 더욱 강력한 대복선들을 띄우고 있소이다. 그 말은 조선 수군이 자랑하던 화력전에서 우리가 우위에 서게 되었단 소리요.”
우도독은 자부심이 가득한 얼굴로 대답했다.
* * *
도전자급과 해응급 전선들이 바다에 나타나면서 명의 수군은 조선 수군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때까지 명의 수군이 보유한 전선들은 전통적인 범선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었다. 일반적인 상선보다 조금 더 큰 덩치를 가지고, 무장한 군인들을 태운다는 것만이 전부였다. 화포를 사용한다는 것은 전혀 상정하지 않았다.
때문에, 본격적인 포격전을 상정하고 만든 도전자급이나 해응급은 물론이고, 판옥선에도 화력으로 밀리는 것이 얼마 전까지의 명 수군이었다.
하지만, 조선과의 건함경쟁이 벌어지면서 명 역시 포격전을 상정한 대형전선들을 대규모로 건조해 바다에 내보냈다. 이후, 명의 수군은 조선군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하게 기싸움을 벌이게 되었다.
* * *
우도독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조선이 요동진출을 공공연하게 말한 이상, 황해를 장악하기 위해 움직일 것이오. 그렇다면 아마도 조선의 황해, 경기, 충청의 수영들과 전라의 좌, 우수영 소속의 전선들이 움직이겠지. 우리가 탐문해 얻은 정보에 따르면 황해, 경기, 충청은 해응급들만 각기 10척에서 15척을 가지고 있고, 전라의 수영들이 각기 20에 더해 도전자급 전선을 5척씩 가지고 있다 하오. 그렇다면 잘해야 90척 안팎일 것이오. 그렇다면….”
우도독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각수보가 의문을 표했다.
“내가 알기에 조선이 가진 가장 강력한 함대는 경상도에 있다고 하던데? 경상도는 왜 뺀 것이오?”
“경상도는 왜구들 때문에 움직이지 못할 것이오. 왜인들이라면 이 틈을 놓치지 않겠지.”
“그래도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는 것이 낫지 않겠소? 이미 조선은 단단히 마음먹은 상황 아니오?”
내각수보의 말에 다른 관리들이 모두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각수보와 다른 이들의 반응에 우도독이 대답했다.
“그 경우라면 조선 수군을 산동 쪽으로 끌어들일 것이오.”
“산동으로?”
“산동 반도에 만들어둔 요새를 이용해 협공할 것이오.”
우도독의 발상에 예부상서가 문제를 지적했다.
“산동은 조선도 잘 아는 곳이오. 그들 역시 요새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 않겠소?”
예부상서의 지적에 우도독이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들은 올 수밖에 없소. 조선의 역량을 생각할 때, 그들이 취할 수 있는 최고이자 유일한 전술은 건곤일척의 단기 결전밖에 없소. 그리고, 이를 위한 최고의 전술은 최단기간에 여기 자금성 앞까지 도달해야 할 것이오. 요동에서 온다면 만리장성에 발이 묶일 것이니, 결국은 해로로 병력을 보낼 수밖에 없소. 대군을 가장 빠르게 상륙시키려면 제대로 만들어진 항구가 필수인데, 그런 장소는 산동밖에 없지.”
“아… 그렇군.”
우도독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던 예부상서가 아쉽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산동에 조선인들이 아직 남아있었다면 요긴하게 써먹을 텐데, 아쉽소이다.”
예부상서의 말에 내가수보도 고개를 끄덕였다.
“무도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괜찮은 방법이기는 했지.”
지난번 선덕제의 속을 뒤집어놨던 허후는 돌아가는 길에 산동에 있던 조선상관의 모든 이들을 철수시켰다.
이 과정에서 명국인들을 놀라게 만든 일이 벌어졌는데, 허후가 ‘어명’이라는 단어를 꺼내자마자 상관에 있던 모든 조선인들이 아무 말 없이 바로 보따리를 쌌다는 것이었다.
* * *
우도독의 설명을 들은 내각수보가 결론을 내렸다.
“흐음… 상황을 정리하자면 작전은 이미 수립되었고, 문제는 시간이라는 것이 되겠군. 맞소?”
“맞소이다.”
“그럼 당장 폐하께 아뢰어 칙령을 발표하도록 합시다. 이제부터는 진짜 시간 싸움이니까.”
“그러도록 하지요.”
합의를 본 명의 신하들은 선덕제를 찾았다.
그리고, 다음 날로 선덕제의 칙령이 반포되었고, 북경을 비롯한 명의 북부 지역에서 대규모 징병이 시작되었다.
이렇게 명도 본격적으로 돌아가고 있을 때, 젊은 관리들 가운데 몇몇은 조심스럽게 의문을 표했다.
“이 모든 일의 발단이 정말 동왕의 독단이었을까?”
“지금까지 조선의 행보를 보면 모든 것을 치밀하게 따져보고 움직였다. 그런데, 조선이 정말 우리 명의 강력함을 과소평가했을까? 반대로 우리가 조선을 과소평가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