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118
청풍표국 최강식객 118화
118화. 비고에 들어가다(3)
“이, 이건 청강석이네!”
“음? 청강석이라고?”
그간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한 서문관이 나서서 돌문을 살펴보고는 청강석이라고 소리치자 언충호도 놀라서 같이 돌을 살펴보았다.
“하! 이건 정말 청강석….”
그들이 말한 청강석(靑罡石)은 은은한 푸른빛을 내는 돌이었으나 말이 돌이었지 그 강도는 강기로 겨우 잘릴 정도로 단단한 돌이라고 해서 얻어진 이름이었다.
“자네….”
두 사람이 고개를 돌려 임요성을 보았다. 가능하겠냐는 눈빛.
지금까지 같이 오면서 임요성의 재주는 차고 넘치도록 봤다.
무공도 뛰어난데 잡기까지 뛰어나다니. 도대체 속으로 저놈은 어디서 떨어진 놈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무튼 자신들의 힘으로는 강기를 써야 겨우 자를 수 있다는 청강석을 임요성이 자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지금 눈앞에 있는 석벽은 딱 봐도 그 두께가 상당했다.
설혹 임요성이 강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저 거대한 석문을 자르려면 엄청난 공력이 필요할 것이다.
“흐음.”
임요성이 앞으로 몇 발짝 내딛자 반대로 다른 이들은 뒤로 물러났다.
‘이번엔 어떤 모습을 보여주실까.’
그들 뒤에서 주군의 모습을 보고 있는 여산홍이 마른침을 삼키며 쳐다봤다.
처음 본 이후 그야말로 강호의 상식을 파괴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해 가는 모습은 처음엔 경악이었지만 이제는 설렘을 느꼈다.
다른 일행이 뒤로 물러난 걸 확인하자 임요성이 입을 오므려 구궁소를 시전했다.
하지만 높은 파동의 구궁소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이곳에 없었다.
“헛! 동굴 안에서 바람이!”
그때 서문관이 소리쳤다. 그나마 이곳에서 임요성을 제외한 가장 고수가 그였기 때문이다.
놀란 이들이 웅성거렸고, 미풍이 자신들의 몸을 스쳐지나가 석벽을 어루만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소리에 내공을 싣는 구궁소의 공능.
처음에는 미풍에 놀랐던 무인들이 마치가 소리가 청강석을 어루만지는 듯한 느낌에 신기함과 외경의 눈빛으로 임요성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제 임요성의 소법은 능히 휘파람으로 산을 무너뜨렸다는 그 옛날 태상노군이 시전했다는 용소법에 비견될 만했다.
하지만 그 이상 다른 상황이 발생하지 않자 다들 어리둥절한 눈으로 임요성을 힐끔거렸다.
그러나 임요성의 구궁소는 석벽을 파괴하기 위해 시전한 것이 아니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 임요성의 눈이 빛났다.
‘저기군.’
임요성이 공동의 입구를 막고 있는 커다란 청강석의 군데군데를 손가락을 뚫었다.
푹. 푹. 푹.
처음에는 뭘 하나 싶은 표정으로 쳐다보던 사람들의 눈이 점점 경악으로 물들었다.
손가락을 뚫은 점을 시작으로 점점 거미줄처럼 균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렇다. 임요성은 구궁소를 시전해 청강석의 핵을 찾은 것이다.
사람으로 따지자면 급소에 해당하는 핵을 찾아 찌르자 쩌적하는 소리와 함께 균열이 일던 청강석이 일순 우르르하는 소리와 함께 무너졌다.
“이, 이럴 수가⋯⋯.”
임요성의 신기와도 같은 모습에 다들 탄성을 내뱉었다.
저 거대한 바위의 핵을 찾아 한순간에 와해시키다니.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다 됐습니다.”
담담하게 말하며 뒤돌아보는 임요성의 행동에 다들 어안이 벙벙했다.
하지만 임요성의 뒤편에 펼쳐진 광경에 그 안에 있던 모든 이들이 숨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사람 키 높이만큼 쌓여있는 금 무더기였다. 그리고 벽 쪽으로는 야명주와 피습주도 널려 있었다.
야명주는 스스로 빛을 내는 돌을 말했고, 피습주는 습도를 조절할 수 있는 귀물이었다.
각각 그 크기가 엄지손가락만 한 크기부터 주먹만 한 크기까지 다양한데 아무튼 동일 크기의 황금에 열 배 이상의 가치가 있는 물건들이었다.
엄청난 양의 황금과 야명주에 다들 마른침을 연달아 삼켰다. 야명주 하나만 있어도….
모두의 눈에 탐욕이 스쳤다 사라졌다.
이건 아무리 도를 쌓은 승려도 도사도 피해갈 수 없는 유혹이었다.
그런 마음이 처음부터 안 든다면 사람이 아닐 터.
하지만 이들은 모두 높은 무공의 소유자들.
이내 마음 한편에서 일었던 탐욕의 그림자를 몰아내고 가벼운 마음으로 공동을 구경했다.
공동의 벽면 쪽에는 수많은 무기들이 아무렇게나 있었고, 한쪽에는 무림의 많은 실전된 비급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임요성도 그들의 모습을 담으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저, 저건!”
그때 팽원호가 허공에 손가락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모두가 고개를 치켜들자 높은 공동의 천장에 괴이한 부적들이 붙은 줄에 연결된 검이 보였다.
총 열두 방향에 연결된 줄이 검을 묶고 있는 모습은 실로 기이했다.
“설마 저것이 혈강마검?”
팽원호가 소리쳤고, 다들 그렇게 짐작하며 자신들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건… 괜히 건드려서 좋을 게 없겠군.”
무당의 의찬이 말했다.
불가나 도가 문파의 경우 심법 내에 이미 파마(破魔)의 기운이 내재되어 있기에 저건 손대면 안 된다는 강한 느낌을 받았다
“아미타불. 내 생각도 같네. 뭔가 찌릿찌릿하는 게 상당히 느낌이 좋지 않아.”
“하지만 혈강마검의 존재를 확인한 이상 저건 무림맹으로 가지고 가야 하는데….”
팽원호가 임요성을 쳐다봤다. 조사단은 자신이었지만, 이 중에서 가장 고수는 임요성이었다.
은연중 의견을 묻는 듯한 그의 시선에 다른 이들도 임요성을 향했다.
“일단 내 생각도 같네. 손은 대지 않는 게 좋을 것 같군.”
그렇게 말하는 임요성의 속내는 다른 이들과는 달랐다.
‘뭐지? 뭔가 계속 나를 부르는 것 같은데….’
오히려 강하게 자신을 끌어당기는 혈강마검의 기운에 뭔가 꺼림칙함을 느꼈다.
“흠. 그럼 여기 비고와 혈강마검의 존재를 확인했으니 이만 돌아가지. 본단에 정식으로 지원요청을 해야겠구만.”
사실 이렇게 그들 몰래 따로 온 것은 무림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만약 이런 일이 다른 무림인들이 있을 때 벌어졌다면 서로 좋은 무기와 금자를 가지겠다고 그야말로 피바람이 불었을 것이다.
그리고 남는 건 결국 가장 강한 사람 한 명일 것이다.
아니 그조차도 아비규환 속에서 제대로 목숨을 부지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임요성은 이곳에 비고가 없는 척 발을 뺀 것이다.
이후에 영주 전역에 소문을 내어 그들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손을 쓴 사람이 바로 풍림개였다.
이미 개방에는 파천도군이라는 자에 대해 최우선적으로 도움을 주라는 개방주 노준경의 명이 내려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풍림개가 부랄에 요령 소리가 나도록 뛰어다닌 끝에 영주에 모였던 무림인들은 별다른 의심 없이 엉덩이를 털고 일어난 것이다.
어차피 영주는 시골 마을이라 비고가 아니었다면 그들이 여기 머물 이유는 없었다.
비고를 노리고 모여든 무림인들이 모두 빠져나가자 임요성은 그들과 따로 방문을 한 것이다.
하지만 혈강마검이 사실로 확인된 이상 무림맹에 따로 지원요청을 하는 것이 옳았다.
저렇게 엄청난 부적으로 봉인이 되어 있다면 처분을 하는 것도 무척 조심스럽게 다뤄져야 했다.
소림과 무당 등, 불력과 도력이 깊은 수행인들의 도움을 받아야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그때 언가주 언충호가 볼을 긁으며 말했다.
“흠흠. 그런데 이렇게 고생했는데 우리끼리 뭐라도 하나 챙기는 건 어떤가? 좀 그럴까?”
솔직한 그의 말에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팽원호를 쳐다봤다.
사실 그게 여기 있는 모든 이들의 마음이었다.
강호의 배분상으로는 당연히 언가주나 서문가주가 팽원호보다는 높았다.
하지만 현재 조사단을 이끄는 건 팽원호였고, 백도 아래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림맹의 전권을 받은 그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팽원호도 임요성을 쳐다보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시선을 받은 임요성은 오히려 거리낌이 없었다.
“조사단으로 고생했는데 그 정도 선 분배는 필요하지 않겠나? 여기 모두 서로 무엇을 가지고 갔는지 아니까 나중에 혹시 맹주께서 반환을 요구한다면 그때 돌려주면 될 테고.”
임요성은 불량인으로 있을 때 적절한 사기 진작과 분위기를 위해 이런 보상은 아주 중요하다는 걸 몸소 느꼈기 때문에 거리낌이 없었다.
명분보다는 실리가 임요성에겐 더 중요했다.
그리고 강호의 배분에서 어느 정도 자유롭다는 점도 한몫했다.
“게다가 언가주께서는 아드님을 잃었고, 황보세가는 소가주를 잃었으니 적어도 보상을 주장할 권리가 있다고 보입니다만.”
그의 말에 언충호가 움찔하며 임요성을 쳐다봤다.
사실 그가 자신을 편들어줄 필요는 없었다. 이제 본 지 며칠 되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말이라도 저렇게 해주니 인지상정상 고마움을 느끼지 않을 수는 없었다.
황보익 역시 자신을 두둔해준다는 느낌에 괜히 울컥했다.
이제 형이 죽고 없는 지금 그가 형처럼 느껴지는 건 너무 나간 걸까.
다른 이들 역시 임요성이 그렇게 말해주자 뭔가 마음이 편해졌다.
사실 조사단의 단주는 팽원호이긴 했지만, 실질적 정신적 지주는 임요성이었기 때문이다.
“흠흠. 그럼 일단 좀 두, 둘러볼까? 적당히 자신한테 맞는 게 있다면 문서화해뒀다가 맹주께 올리면 되니까?”
“그, 그럽시다. 뭐 우리가 나쁜 짓 하는 것도 아니고.”
모용백이 팽원호를 편들고 나서자 훨씬 분위기가 좋아졌다.
설마 아들까지 합세한 공식적 빼돌리기(?)에 맹주가 뭐라 할까 싶었다.
그렇게 은밀한 뒷거래에 각자 흩어져 구경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모두 한 가문의 수장이거나 후계자에 준하는 이들. 돈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응당 무기나 호신갑 등이 널브러져 있는 곳으로 가서 눈을 빛내며 이것저것 들쑤셨다.
서로 이게 너한테 맞겠다, 이게 좋겠다고 하며 추천을 하는 일도 벌어졌다.
“자네는 안 가나?”
임요성은 멀뚱히 서 있는 자신을 보며 쭈뼛거리는 팽원호를 보며 피식 웃음이 나왔다.
“여기서 더 뭔가를 욕심내면 벌 받네. 자네나 둘러보게.”
흑린갑에 흑풍아조, 거기다 맹주에게 하사받은 천잠위건.
이 중 하나만 가지고 있어도 엄청날 정도로 대단한 귀물을 그는 세 개나 가지고 있었다.
딱히 그는 욕심이 생기진 않았다.
“험. 그럼….”
팽원호가 모여 있는 이들 쪽으로 다급히 걸어갔다.
평소에는 진천구성이라는 무거운 이름값에 늘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들 역시 아직 서른도 되지 않은 청년들임이 여실히 드러났다.
마치 저잣거리에서 장신구를 구경하는 여인네들처럼 상가된 얼굴로 무기를 구경하는 그들을 보며 피식 웃은 임요성은 천천히 공동을 둘러봤다.
차라리 그는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금자탑을 보며 욕심이 일었다.
이 정도 양이면 청풍표국이 금세 천하제일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욕심은 화를 부르는 법. 어련히 알아서 보상을 해줄까 생각하며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무공 비급이 꽂혀 있는 낡은 책장에 도착해 이것저것 훑어봤지만 눈에 차는 건 없었다.
물론 다른 일류나 절정에 이른 고수들이 봤다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을 상승절학이나 신공절학이 있긴 했으나, 지금의 그에게는 의미가 없었다.
이미 자신만의 무공을 정립한 일대종사에 다가간 그였다.
그런 임요성이 고개를 돌리던 중에 책장 사이에 있는 작은 함이 보였다.
손끝에 닿는 순간 서늘함이 타고 올라와 머리가 쭈뼛할 정도였다.
만년한철로 만들어진 함이었다.
‘도대체 뭐가 들었기에?’
천천히 집어 뚜껑을 열자 비릿한 혈향이 코끝에 훅! 하며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