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117
청풍표국 최강식객 117화
117화. 비고에 들어가다(2)
네 명의 마두를 처단하고 나온 네 개의 신병들.
경천검, 타신봉, 벽력창, 마룡편.
판다 치자면 부르는 게 값이요, 자신이 가진다면 강호를 질타할 수 있을 만한 무기들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자격이 없는 이가 소유하기엔 부담이 되는 것들이기도 했다.
“일단 무림맹으로 보내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팽원호였다.
“저희끼리 이런 귀물을 분배하기도 그렇고, 공적인 조사 과정에 나온 증거물이기도 하니까요.”
팽원호의 말에 다들 수긍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뒤쪽으로 일단의 소요를 수습하고 올라오는 무림맹 무사들이 보였다.
조사단이 왔을 때 객잔을 안내해줬던 무림맹 부지부장 문창수가 누군가를 수행하며 다가왔다.
“안녕하시오. 전 무림맹 영주지부장 소천구라고 하오.”
그의 포권에 서로 간의 인사가 오갔고, 그 역시 임요성에 시선이 와서는 눈에 이채를 띄었다.
‘이자가 요즘 그 명성을 드날리고 있는 파천도군이구나.’
갈무리된 기도로 정확히 무공의 수위를 가능하긴 어려웠지만, 그렇기에 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무위는 절정에 이른 고수였다.
절정의 경지만 해도 도시를 관할하는 지부의 수장을 맡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였다.
그런 자신에게도 가늠이 되지 않다니.
그런 그의 귓가로 팽원호의 음성이 들렸다.
“잘되었습니다. 지부장님. 안 그래도 이 무기들을 맡아줄 사람이 필요했는데, 영주지부에서 일단 좀 맡아주시지요.”
팽원호의 말에 소천구가 난색을 표했다.
“음. 다른 것들이라면 모르겠지만 이런 귀한 보물들은 아무리 무림맹 지부라도 목숨을 걸고 달려들 이들이 있을 겁니다.”
“그럼 저희가 이 비고를 확인할 때까지만 맡아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소천구의 말에 팽원호가 한시름 놓았다는 표정을 짓던 그가 문득 임요성을 쳐다봤다.
“보물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보게 친구. 자넨 또 언제 그런 신물을 구했나?”
일련의 사태가 진정되자 약간 마음이 편해진 팽원호가 임요성에게 던진 말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아닌 게 아니라 임요성의 목에 감고 있는 목도리는 그야말로 신물이었다.
내력이 깃든 경천검으로도 자르지 못했으니 말이다.
사실 임요성 역시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냥 임기응변으로 한 행동에서 임요성은 이 천잠위건의 수많은 활용방안을 떠올릴 수 있었다.
단지 목을 보호하는 용도로만 쓰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아무튼 팽원호가 던진 말에 후기지수들은 아차 싶은 마음에 임요성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고맙소, 임 공자.”
“아미타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원시천존, 저 역시.”
임요성의 합류로 네 명의 강호십대악인을 쉽게 처치했고, 만약 그가 없었다면 이들 중 절반은 죽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은 기뻐하지 않았다.
자신들이 데리고 온 호위들은 모두 죽었기 때문이다.
새로 알게 된 음모, 그리고 가문의 호위들과 문파의 사제들의 죽음에 그들의 얼굴은 펴지지 않았다.
“그런데 어디에 저 동굴이 비고가 있는 곳이 맞는 걸까?”
언가주 언충호가 입을 열었으나 아무도 대답하는 이는 없었다.
“글쎄요. 우리들이 올라왔을 때 저들이 이곳을 막고 있기에 그냥 그렇다고 생각할 뿐이지요.”
그동안 조용히 있던 화산의 담명이 말했다. 그 역시 비고를 눈앞에 두고 있으니 살짝 설레는 모양이었다.
그의 말을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그렇게 그들은 동굴 입구로 몰려갔다.
하지만….
“아니 여기가 맞는 것 확실한가?”
“도대체 비고로 들어가는 입구가 어딘가?”
그들은 아무리 찾아도 입구를 찾을 수가 없었다.
도둑의 별호에 신(神)이라는 글자가 붙을 정도로 신출귀몰했던 천안신투. 그 비고의 존재가 암암리에 돌고는 있었으나 그 실체를 본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당연히 그가 만들어둔 비고라면 온갖 기관과 진법이 설치되어 있을 것이다.
기관은 암기라든지 화살 등의 주로 물체를 이용한 함정을 뜻함이고, 진법은 사물에 내재된 기운을 활용해 안개라든지 환영 등을 이용해 감각을 흐리는 기법이다.
이 두 가지를 합쳐 기관진식이라고 불렀는데, 처음 팽원호는 조사단을 꾸리며 따로 기관진식의 전문가를 동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 고민했다.
하지만 임요성이 그럴 필요 없다고 해서 따로 기관진식의 전문가가 없는 상태였다.
그런데 동굴로 들어가니 그냥 평범한 동굴이었고, 어디에도 입구처럼 보이는 곳은 없었다.
분명 그들이 이곳을 지키고 있었다면 입구가 있어야 했다.
막상 비고가 눈앞에 있는데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역시 기관진식의 전문가를 대동했어야 했다는 후회가 들었다.
옆을 돌아보니 임요성 역시 별다른 걸 발견하지 못하고 동굴의 내부를 서성이고 있었다.
그러다 잠깐 움찔하고는 임요성을 한 번 쳐다봤다. 그리고….
“이거 아무래도 우리가 속은 것 같소. 그들은 단지 이곳에 우리를 유인해 소요를 발생시키고 오황자를 탈출시킬 계획이었던 것 같소. 비고는 있지도 않았던 것이지.”
팽원호의 말에 모두 처음엔 그럴 리가 없다며 계속 뭔가를 찾았으나 아무도 특별한 점을 찾은 이들은 없었다.
그렇게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산을 내려간 그들은 강호십대병기에 대한 보관 문제도 있어 무림맹 영주지부로 향했다.
그곳에 묵고 있다가 진천구성들의 호위와 함께 무림맹 본단으로 4개의 무기들을 옮길 생각이었다.
하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산을 그냥 내려가자고 한 이유가 뭔가?”
팽원호가 밖을 나와 있던 임요성에게 물었다.
“이미 비고의 존재는 확인했네.”
“정말인가? 아니 어떻게….”
팽원호가 놀라며 물었다.
그렇게 찾아도 입구는커녕 비고의 존재조차 확인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익힌 기술 중 하나이니 믿어도 되네.”
“그런데 왜 그냥 오자고 했나?”
“모르겠나? 내가 왜 그랬는지?”
임요성의 반문에 흠칫한 팽원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아마 우리가 비고를 열었으면 수많은 무림인들이 가만 있지 않았겠지.”
당시 의문의 무리, 아마도 택화림의 무사들로 추정되는 이들에 의해 무참히 도륙을 당하자 두려움에 피신한 무림인들.
하지만 보물에 대한 집착은 상상을 초월한다.
필시 중간에 다시 비고로 왔을 것이고, 보물의 분배를 둘러싸고 큰 피바람이 불었을 것이다.
“그런 자네의 뜻은…?”
“생각하는 대로네. 우선 여기서 상황을 보고 있다가 무림인들이 흩어지면 따로 조사를 해보자는 것이지.‘
팽원호는 임요성의 생각이 옳다고 느꼈다. 일단 자신들은 보물의 존재보다도 혈강마검의 진위 여부가 더 중요했다.
일단 오황자는 뺏긴 상태.
그들의 의도대로 몰래 빼돌리는 건 실패했기에 분명 황실에서 어떤 조치가 있을 것이고, 괜히 보물로 인한 아귀다툼으로 눈 밖에 나는 행동을 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보름이 지날 무렵이었다.
이미 두 가문의 수장들에게는 말을 해두었다.
비고로 향할 때 미리 전갈을 하겠다고.
그쯤 되니 비고를 확인해보겠다고 동굴을 조사해보던 무림인들이 하나둘씩 손을 들고 떠나기 시작했다.
물론 개방도들, 그리고 무림맹 무사들이 은밀히 퍼뜨린 소문도 한몫했다.
비고의 존재는 역모의 뒤에 숨겨진 가짜라는.
그리고 일단의 무리들이 야밤을 틈타 동굴로 향했다.
* * *
“휘이이이이!”
동굴의 막다른 벽을 앞에 두고 난데없이 임요성이 휘파람을 불기 시작하자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휘파람이라니? 그런데 곧 얼굴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점점 소리가 높아지고 가늘어지기 시작하더니 자신들의 귀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인간, 게다가 무공의 고수인 그들조차도 들을 수 없는 영역으로 넘어가 버린 것이다.
그러더니 갑자기 전방의 동굴 벽이 마치 환영이 일그러지듯 아른거리더니 팡! 하는 소리와 함께 그 실체를 드러냈다.
“이, 이럴 수가!”
“아미타불…!”
“원시천존…!”
모두 각자의 방식대로 감탄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동굴 벽은 진법으로 가려진 벽이었던 것이다.
앞으로 뻥하고 뚫린 동굴이 다시 이어지기 시작했고, 모두들 입을 다물지 못했다.
“도대체 방금 그게 뭔가?”
역시 임요성에게 사심 없이 물을 수 있는 건 팽원호뿐이었다.
“구궁소라는 것이네.”
“구궁소?”
팽원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구궁소(九宮嘯)는 임요성이 익힌 묵천군 4대 절학 중 하나인 구궁투술(九宮透術)의 기법 중 하나였다.
구궁투술은 능비혼과 현풍보라는 은신술과 보법을 적용시킨 침투술로 기관과 진법을 해제하는 여러 기법이 핵심이었다.
이 중 음공을 이용해 진법을 깨뜨리는 기법이 구궁소였는데 고수의 가청 능력조차 넘어서는 음파로 진법을 공명시켜 깨뜨리는 절학이었다.
“뭔지 모르지만 대단하군.”
팽원호가 고개를 저었고, 다른 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나서도 임요성은 그렇게 나타난 은밀한 동굴의 초입에서부터 이상한 행동을 하며 들어갔다.
벽의 어느 부분을 소도로 살짝 찌르거나, 바위의 어느 부분을 발로 툭툭 차거나, 어느 방향을 향해 돌멩이를 던진다거나 하는 식이었다.
이건 구궁투술에서 배운 기관을 확인하는 절차였는데, 구궁투술의 심법을 운용하면 기관이 설치되지 않는 곳을 판별해 낼 수 있었다.
다른 이들은 그런 임요성의 뒤를 조심스럽게 따랐다.
어딘가로 돌을 던지니 갑자기 바닥에서 엄청난 굉음과 함께 수많은 강침이 박힌 철판이 솟구쳐 올랐다.
하지만 보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강철판은 무력하게 땅을 때릴 뿐이었다.
쾅!
그리고 다시 어딘가를 밟지 말라고 하고는 돌멩이를 던져 보여주자 수많은 강침이 쏟아져 나와 바닥을 찢어발겼다.
꿀꺽.
누군가의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정적이 흘렀다.
그만큼 곳곳에 숨겨진 기관의 힘이 놀라웠기 때문이다.
한참을 그렇게 동굴을 나아간 그들은 이런 많은 기관을 설치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이 들었을까 생각했다.
“휘유. 비고의 위치는 알고 있었지만, 동굴에서 이 비밀 동굴로 이어지는 진법을 해체하지 못해 결국 분열의 용도로만 쓸 수밖에 없었던 아닐까?”
“그런 것 같군. 만약 이 진을 해제할 수 있었다면 그들도 가만있지는 않았겠지.”
팽원호의 충분히 근거가 있는 의문에 뒤에 서 있던 모용백이 동의했다.
그는 이번에 제대로 뭔가를 보여주고 싶었다.
비무제에서도 제대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고, 지금까지 아무런 업적이 없었다.
물론 진천구성이라는 것만으로도 대단했지만, 무림맹주의 아들이라는 이름값에는 못 미치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조사단에 참여해서도 아무런 소득도 올리지 못하자 마음이 급해졌다.
‘후우. 나도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데….’
그리고 그런 마음은 다른 이들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크든 작든 마음속에 약간의 조급함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공통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의 끝에는 임요성이 있었다.
비슷한 나이임에도 자신들은 아직 요원하기만 한 절대의 영역에 발을 들인 신진고수.
그의 등장으로 자신들이 최고라고 생각하던 그들의 자존심은 큰 상처를 입었다.
겉으로 표현을 하지 않고 있을 뿐.
핑!
갑자기 날아든 기관의 화살이나 암기 등은 임요성의 손에 무력화되었다.
천잠위건! 손에 든 천잠위건에 내공을 불어넣어 펼치니 그보다 훌륭한 방패가 없었다.
물론 다른 이들이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쾅!
날아드는 쇳덩이를 귀문권갑을 착용한 황보익이 무력화시킬 때도 있었고,
피비비빙!
절묘한 검술로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암기를 쳐내는 무당과 화산의 검수들,
그 외에도 모두가 크고 작은 활약을 하며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갔다.
물론 가장 선두에는 임요성이 있었고, 그의 존재가 가장 거대하긴 했지만.
그렇게 한참을 들어간 끝에 드디어 공동 입구에 도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허!”
“헛, 참!”
한참을 기관진식을 뚫고 도달한 끝에는 실소가 나올만한 커다란 돌벽이 가로막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