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151
청풍표국 최강식객 151화
151화. 함정을 위한 함정(2)
서찰에 쓰여 있는 글귀에 임요성의 미간이 꿈틀했다.
“주왕이라면… 이번에 그 육선문주인가 하는 자에게 목숨을 구함받은 황실의 종친 말하는 것 맞소?”
“정확하십니다.”
“그런데 왜 이런 의뢰를…?”
“사실 얼마 전 있었던 흑사회 수뇌부의 몰살이 청풍표국을 치려다 벌어진 일이라는 것은 저희 하오문의 지부장들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지요.”
단목인이 흑사회를 통해 청풍표국을 친 사실을 아는 곳은 많지 않다.
묵룡에 의해 단목인과 단목룡이 모두 죽어버린 사건이 너무 커서 묻혀버린 것이다.
단지 의문의 세력이 청풍표국을 해하려 한 사실이 있었고, 무사히 그 위기를 극복한 정도로만 알려져 있었다.
청풍표국과 소주검문 사이의 여러 가지 일들과 표국 내부의 문제들이 얽힌 일의 일환이라고 치부된 것이다.
그런데 이미 하오문의 지부장급들은 그 일의 이면에 대해 알고 있었다.
흑사회가 하오문에 속한 살수 조직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현재 흑사회는 전력이 급감하여 아직 이런 대형의뢰를 맡기에는 부족했다.
“해서, 이번 흑사회에 들어온 의뢰를 공자께서 맡아주십사 하는 거지요. 사실 하오문은 어디까지나 흑도 소속입니다. 그렇기에 저희 쪽에 가입을 하려면 그만큼 ‘진심’을 보여주셔야 한다는 게 저희 지부장들의 공통된 결정입니다.”
그 말은 이번 일로 임요성의 약점을 잡겠다는 말이다.
임요성이 진천비무제에서도 우승하고, 무림맹의 의뢰를 받아들여 비고를 조사한 일, 그리고 상천십좌에 이름을 올리면서 백도 쪽에 더 가까운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연합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흑도로서의 자격을 보이라는 말과 같았다.
“그리고 흑사회를 궤멸시킴으로써 저희 하오문쪽에 상당한 피해를 입힌 데 대한 약간의 보상이라고 할까요? 후후. 뭐,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부용만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고, 다른 하오문의 지부장들이 어떻게 할 거냐는 눈빛으로 임요성을 쳐다봤다.
임요성이 서찰을 탁자 위에 올려두며 담담하게 말했다.
“주왕을 암살하는 것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니오. 하지만 왠지 이런 약점을 잡혀 끌려다닌다는 사실이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군. 애석하지만 이번 일은 없었던 걸로 합시다.”
임요성이 일어나려는 순간 부용만이 손을 들었다.
“잠깐. 아직 공자가 가도 된다고 허락한 바 없소만.”
말투가 달라진 부용만이 다시 웃음을 흘렸다.
“그게 무슨 말이지?”
역시 달라진 임요성의 말투.
그 모습을 빤히 쳐다보던 부용만이 탁자를 톡.톡.톡. 세 번 치자 회의실 구석의 그늘진 곳에서 한 인영이 스르륵 하면서 나타났다.
올라오기 전에 느꼈던 기운의 고수였다.
“결국 벌주를 마시겠다는 건가.”
임요성의 말에 다른 이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이거, 우리가 해야 할 말을 먼저 해버리면 어쩌자는 것이오, 임 공자.”
산동지부장이 참았던 웃음을 터트리며 이죽거렸다.
“내가 누군지 잊었나? 여기 있는 모두가 덤벼도 안 될 텐데?”
그러자 복면을 쓴 사내가 음산한 웃음을 흘렸다.
“자신감이 과하군. 네놈 정도면 내 경지를 파악했을 텐데?”
“알지. 무림맹 비원주라면 맹 내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실력자 아닌가?”
임요성의 말에 복면 사내의 몸이 흠칫했다.
“…어떻게 알았나?”
“그것까진 말해줄 필요는 없을 것 같고. 당신이 맹을 나오는 순간 당신과 연수한 의각주는 즉각 추포될 것이고, 비원의 나머지 대원들까지 구금될 것이다. 그리고 내가 당신을 잡아가면 완벽해지지.”
사실 임요성은 이미 비원주와 의각주가 하남상단주와 연수 관계에 있다는 걸 파악한 상태였다.
그리고 그 둘 사이에는 하오문이 연락책이 되어 그들을 연결하고 있다는 사실도.
바로 탈혼촌열을 통한 자백이었다.
당시 하남상단주의 자백을 받던 자리에 있던 무림맹주와 총군사는 그의 입에서 나온 두 사람의 이름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이 둘을 잡아들일 수도 없었기에 두 사람의 이름은 조사서에서 빼고 동석자들만 알고 있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하남상단주가 임요성을 초청하자 임요성과 총군사가 함정을 판 것이다.
비원주와 의각주의 감시를 느슨하게 풀면서 동시에 그들의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던 것이다.
바로 함정을 위한 함정이었다.
하지만 임요성의 말에도 비원주는 느긋했다.
아니 오히려 얼굴을 감싸고 있던 복면을 벗어 던졌다.
“그럼 복면 따위를 하고 있을 필요는 없겠군.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그건 네놈이 여기서 살아나갔을 경우겠지. 그런데 어쩌지? 넌 여기서 죽고, 난 유유히 도망쳐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사라질 것이다.”
임요성이 어깨를 으쓱했다.
“너야말로 뭘 믿고 그리 느긋한지 모르겠군. 그래봐야 나한테 안 된다는 걸 알 텐데?”
“후후후. 바보 녀석. 내공을 끌어올려 봐라.”
임요성의 그의 말대로 내공을 끌어올리다가 눈을 치켜떴다.
“이건…?”
“크흐흐. 그래 넌 이미 무형산공분에 중독되어 있다. 이 방 곳곳에 있는 등불을 이용해 산공분이 가득 차 있지. 우린 이미 해독약을 먹어둔 상태고.”
“음…. 굳이 이래야 했나? 아니 그보다 왜 그랬지? 비원주라면 무림맹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권력을 가지고 있지 않나? 이렇게 맹주를 배신할 필요가 있었나?”
임요성이 물음에 비원주가 웃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건 선후관계가 잘못되었다. 애당초 내가 이 자리까지 올라온 것이 산서상방의 장 대인 덕분이니.”
그의 대답에 임요성의 얼굴이 굳어졌다.
도대체 어디까지 그의 후원이 뻗어있는 모르겠지만 실로 무서운 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임요성이 부용만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건 하오문 지부장 전체의 의견이라고 봐도 되겠지? 만약 후회하거나 이 일과는 관련이 없는 자가 있다면 옆으로 빠져라. 살려줄 테니.”
임요성의 광오한 발언에 지부장들이 서로 얼굴을 쳐다보다가 파안대소를 터트렸다.
“푸하하하! 이거 참, 이런 상황에서도 그런 자신감이라니. 자신감 하나만큼은 천하제일이라고 인정해주마.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건 우리 모두의 생각이다. 그러니 괜히 몸부림치지 말고 곱게 가라. 혹시 아나? 그럼 네놈의 정인인 청풍표국의 소국주는 기녀로 팔지 않고 내가 첩으로 만들어 행복하게 만들어줄지?”
호랑이 가면을 한 산동지부장이 이죽거렸다.
임요성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까지 말해줬는데도 이해를 못 하는군. 이미 당신들이 함정을 파기를 기다려 이쪽에서 함정을 파뒀다는 게 뭘 뜻하는지 모르겠나?”
임요성의 말에 다들 고개를 갸웃하다가 부용만이 눈을 치켜떴다.
“설마…?”
그의 기함과 동시에 밖에서 병장기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알겠지? 이미 이곳은 내 수하들에 의해 포위되었다.”
임요성이 씨익 미소를 짓자 비원주가 분노로 몸을 떨었다.
“흥! 대신 너의 목숨만은 가져가겠다!”
비원주가 임요성에게 몸을 던짐과 동시에 하오문의 지부장들이 창밖으로 몸을 날렸다.
“이익! 죽어라!”
비원주의 검이 임요성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지만,
챙!
허무하게 공격이 막히자 비원주가 순간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검기가 실린 공격을 어떻게…?”
“아, 이거 말인가?”
임요성이 새끼손가락을 들자 그쪽으로 검은 핏물이 뚝, 뚝, 떨어졌다.
“좀 빨리 덤벼들지 그랬나. 그랬으면 그나마 확률이 좀 올랐을 텐데.”
이런저런 말을 시켰던 것은 운기제독술을 위한 시간벌기였단 걸 비원주가 눈치채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 되었다.
“이, 야비한 놈!”
비원주가 재차 검기를 날리며 임요성을 압박했다.
채재쟁!
검기와 도기가 어우러지고, 다시 검강과 도강이 맞부딪혔지만 이를 악물고 달려드는 비원주를 대하는 임요성의 표정은 평온하기만 했다.
채재쟁!
슈악!
흑아로 비원주의 검을 상대하던 임요성이 전광석화처럼 흑조를 날렸고, 혈천신검의 묘리가 담긴 이기어검술이 비원주의 검격을 뚫고 복부에 박히려는 순간!
챙!
흑조를 검으로 떨어뜨린 누군가가 임요성에게 쇄도했다.
쉬가각!
채재쟁!
갑작스러운 불청객의 난입으로 검과 도가 어지럽게 얽혔다.
팡!
임요성의 앞발을 검면으로 막으면서 둘 다 뒤로 쭉 밀렸다.
“제법이군.”
가장 방심하는 순간이라 생각했고, 팔 할 이상 승률을 장담했는데 어이없이 막혔다.
“확실치는 않았지만 또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쉬익!
흑조가 다시 임요성의 손으로 빨려들어 갔다.
“넌 누구지?”
“알려줄 의무는 없는 것 같군.”
무표정한 사내는 바로 장만철의 사대호법 중 한 명인 사뇌였다.
그의 참전은 비원주가 일어나 임요성을 향해 검을 겨누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화경의 고수가 두 명.
“흠. 늑대들만 있는 줄 알았더니 호랑이 소굴이었군. 그것도 두 마리나.”
임요성의 말에 비원주가 음산하게 웃었다.
“흐흐흐. 넌 그 호랑이 소굴에서 뼈도 남지 않고 잡아먹힐 것이다. 이렇게!”
비원주가 미리 끌어올린 내력으로 검강을 만들어 내며 임요성의 중심을 그었다.
자신을 그 자리에 있게 한 단영검, 일명 그림자 가르기!
그 역시 쾌검을 구사하는 고수였다.
쉭!
만약 다른 이였다면 화경의 고수였다고 하더라도 검상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림자를 가르는 그의 검격은 말 그대로 그림자 스쳐도 부상을 입힐 정도의 파괴력과 속도를 겸비한 검이었다.
하지만 임요성은 이미 가속에 가속을 더해 두 사람의 뒤를 점했다.
“어딜!”
챙!
둘 다 너무 빠른 속도에 검기도 실리지 않았다.
속도가 쾌를 넘어 극쾌의 경지로 올라서면 검기니 검강이니 하는 건 의미가 없어진다.
내력을 끌어올릴 시간조차 없기 때문이다.
채재재재쟁!
비원주가 합세하면서 임요성은 비원주와 사뇌의 검을 모두 받아내고 있었다.
비원주의 공격을 흑조로 흘려내고, 다시 흑아로 사뇌의 검을 쳐냄과 동시에 흑조가 비원주의 가슴을 공격해 들어갔다.
‘미친!’
숨도 쉬지 못할 정도의 빠른 공방 속에 비원주는 말도 내뱉지도 못했다.
두 사람의 공격을 받아내는 임요성의 몸은 마치 안개처럼 보일 정도였다.
사뇌라는 이명에서 알 수 있듯이 장만철의 네 호법 역시 극쾌를 기반으로 한 검술.
키이이잉!
세 명이 어우러지자 공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쾌를 넘어선 극쾌, 그 극쾌에서 다시 한 단계를 넘어서자 그들 사이로 공기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젠 너무 빠른 속도를 감당하기 위해 내공이 몸 구석구석으로 자연스럽게 빨려 들어갔다.
스스로 의도한 것이 아니라 몸이 감당하기 위해 내력을 끌어다 쓰기 시작한 것이다.
비원주와 사뇌의 몸에서 증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크으윽!’
둘 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지금의 공방은 그들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었다.
처음엔 둘의 공격을 임요성이 막는 형태였다.
하지만 점점 속도가 올라가자 임요성의 공격을 두 사람이 막아내는 형국이 되었고, 이제는 임요성이 그들의 속도를 강제로 끌어올리고 있었다.
혈강마검에 들어있던 흡정공의 묘리가 임요성에게 흡수되면서 다른 형태로 진화한 것이다.
정기를 빨아들이는 것이 아닌 공간의 장악!
공기 전체가 빨려들기 시작하면서 두 사람의 검격이 자동으로 흡입되면서 강제적으로 속도가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크흡! 수, 숨이!’
너무 빠른 공방이 지속되면서 비원주와 사뇌의 호흡이 불안정해지기 시작했다.
단 한 번이면 된다, 단 한 번만 숨을 들이쉬면 된다.
하지만 임요성의 두 칼은 그마저도 허락하지 않았다.
몸이 머리에 산소가 부족하다는 경고를 계속 보냈지만 두 사람은 빠져나올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진 것처럼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찰나 간의 방심.
아니 그건 방심이라고 할 수 없었다.
산소 부족으로 아주 잠시 생각이 끊어진 것뿐이었다.
그렇지만 그 대가는 죽음이었다.
촤악!
비원주의 목이 허공으로 떠올랐고, 그 잠깐 사이 힘의 공백으로 인한 빈틈에 흑조가 날아 사뇌의 목을 꿰뚫었다.
“크륵!”
털썩.
사뇌가 무릎을 꿇었다.
“미…친….”
뒷말이 궁금하긴 했지만 그의 말은 더 들을 수가 없었다.
사뇌가 고개를 떨구었기 때문이다.
“후우.”
임요성이 숨을 내쉬며 흑아와 흑조를 도집에 넣었다.
목이 달아난 비원주와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인 사내.
둘 다 살려서 정보를 캐고 싶었지만, 화경의 고수 둘을 한꺼번에 상대하는 것은 그로서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었다.
“크아아악!”
아래층에서 울려 퍼진 비명.
임요성의 신형이 아래층으로 쇄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