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93
청풍표국 최강식객 093화
93화. 진천비무제(6)
“으음….”
“괘, 괜찮으십니까, 공자님!”
간이침상에서 일어난 남궁헌이 배에 손을 올렸다.
‘후우….’
마치 세상이 반으로 갈라지는 듯한 착각.
‘꿈이었군.’
그만큼 임요성의 도격은 훌륭했다.
“내상을 입기는 하셨지만 심각한 건 아니라고 합니다.”
호위무사의 말에 남궁헌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나?”
“이제 이 각 정도입니다. 곧 결…승전이 시작될 겁니다.”
“…그렇군. 을조는 누가 올라갔지?”
“단목 공자입니다.”
“…누구?”
남궁헌이 자신이 잘못 들었나 귀를 의심했다.
“무당의 의찬도장이 졌습니다.”
“하!”
남궁헌의 미간이 구겨졌다.
자신도, 의찬도 졌다.
작년 비무제 우승자와 준우승자가 말이다.
“음…. 잠깐 혼자 있고 싶군.”
“결승전은 안 보십니까?”
“혼자! 있고 싶다니까.”
흠칫.
찰나 간에 느껴진 살기!
호위무사가 평소와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한 대공자의 모습에 심장이 철렁했다.
언제 어디서나 늘 호방하고 자유로운 모습을 보여주던 대공자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다니.
오랫동안 그를 모셔왔던 호위무사가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아, 알겠습니다. 피, 필요한 게 있으시면 부르십시오.”
“…….”
남궁헌은 호위무사가 나가자 얼굴을 감싸며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의찬이 아닌 다른 이에게도 이런 감정을 느끼다니.
의찬에게 졌을 땐 누구나가 인정하는 후기지수에 강호의 태산북두라 할 수 있는 무당의 최고 제자라는 생각에 마음을 다스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족보도 모르는 잡인에게 당한 것이다.
가히 천하제일세가라 할 수 있는 남궁세가에서 태어나 최고의 교육을 받았고, 최고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가문과 세인의 기대를 늘 충족시켜왔다.
그런데 무당의 의찬에게 두 번이나 패하며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남궁헌이 의찬과 친하게 지낸 것을 세인들은 오히려 그의 호방한 성품과 비교하며 더욱 추켜세웠다.
패배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대범한 성품이라며.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왜 자신이 패했는지, 그는 자신과 무엇이 다른지를 알아보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었다.
그리고 다음 해에는 이길 수 있었으나, 그다음 해에 다시 패배를 하면서 조금씩 그의 성격에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서른이 되면 진천회를 나가야 했기 때문에 올해가 마지막이었다.
그래서 승을 추가하면서 신성 시절을 마감하고 싶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나타난 놈한테 지면서 모든 게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이다.
세인들에게 그 누구보다 호방한 후기지수라는 평을 듣던 남궁헌의 얼굴이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흉신악살의 얼굴로 변해갔다.
* * *
“이봐. 이런 비무에 내기가 빠지면 좀 밍밍하지 않겠나?”
드디어 마주한 두 사람. 올해 최고의 후기지수가 탄생할 비무를 앞두고도 두 사람은 담담했다.
오히려 농 비슷한 걸 던지는 단목룡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까딱했다.
“어때? 내가 이기면 저 처자는 내가 갖지.”
꿈틀.
어지간한 도발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 임요성의 입가가 실룩했다.
“저 처자라니?”
“너랑 같이 온 청풍표국의 소국주 말이다. 미인은 강자가 쟁취하는 법. 응당 강호 최고의 후기지수에게 그 정도 포상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뭐예욧!”
무슨 말을 하나 귀를 쫑긋하고 있던 두혜련이 얼굴이 벌게지며 소리쳤다.
“흐흐흐. 앙칼지군. 하지만 네놈한테 이긴다면 난 너의 동의를 구하지 않아도 그럴 힘이 있어. 저 처자도 나한테 오는 게 좋을걸? 내 본처는 약속 못 해도, 애첩 자리는 약속하지.”
부들부들.
두혜련의 꼭 쥔 주먹이 떨렸다.
하지만 처음과는 달리 임요성은 더욱 차분해졌다.
“내가 이긴다면?”
“음?”
“내가 이긴다면 넌 뭘 줄 텐가?”
“파하하! 초절정에 올랐다고 우승은 따 논 당상이라는 건가? 그건 착각이라고 말해주고 싶은데?”
“그러니까. 내가 이기면 뭘 줄 거냐고?”
“흥.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네놈이 이긴다면….”
“단목세가의 분가가 소주에서 철수하는 걸로 하지.”
“뭣!”
단목룡이 황당한 표정으로 임요성을 노려봤다.
“저깟 계집 하나가 뭐라고 우리 분가를 철수시키겠단 말인가!”
“그래? 난 그 정도는 되어야 급이 맞다고 보는데?”
“미친!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럼 뭘 줄 수 있나?”
이런 대접은 받아본 적이 없었다.
감히 자신에게 흥정을 시도하다니!
단목룡이 황당한 상황에 잠시 머뭇거릴 때 비무대 위로 검 하나가 날아와 임요성에게 날아들었다.
탁!
임요성이 자신에게 쇄도하는 검을 낚아챘다.
겉으론 평온한 척했지만 손에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실로 가공할 공력.
“아들을 대신해서 내가 선물을 주지. 만약 자네가 이긴다면 그 검을 선물로 주겠네. 원래는 이 비무에서 아들놈이 우승을 한다면 우승 선물로 주려고 가져온 검일세. 강호엔 월령보검이라고 알려진 보검이니 자네가 생각하는 ‘급’에 맞을 거네.”
단목인의 발언에 좌중이 술렁였다.
월령보검이라니! 변황대전 당시 활약했던 여고수였던 월령인이 사용하던 검이었다.
길이는 일반적인 강호의 패검과 비슷했으나 폭이 좀 더 좁고, 무게가 가벼워 여성들도 쓰기에 좋은 검이었다.
단목세가의 검은 화려한 초식과 빠름을 위주로 했기에 검이 대체로 가볍고 가는 게 특징이었다.
그런 무공을 펼치기 좋고, 막대한 내공까지 담기 위해 검은 아주 좋은 걸 썼는데, 그가 우승 상품으로 내건 것이 강호의 이름난 월령보검이라니!
사실 이 보검은 단목룡이 우승했을 때, 소가주로 선포함과 동시에 선물을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우승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기도 했거니와, 단목인은 애당초 검을 빼앗길 생각이 없었다.
단목룡은 아버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아비와의 전음을 마친 단목룡이 입꼬리를 올렸다.
“흥! 과분한 대우를 받는구나. 뭐, 진천제의 우승은 그만한 가치가 있긴 하지. 물론 날 이겼을 경우겠지만.”
사람을 검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으나, 그들의 사고는 그러했다.
임요성은 단목룡의 말에 대꾸도 없이 월령보검을 훑어보았다. 검에 대해 들어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스릉!
맑고 영롱한 소리와 함께 검이 뽑히자 달빛을 머금은 듯한 광채와 함께 늘씬한 검신이 빠져나왔다.
임요성조차 눈이 가늘어질 정도로 좋은 검이었다.
‘혜련에게 주면 되겠군.’
안 그래도 좋은 검을 맞춰주고 싶어 안휘로 한번 넘어갈까 싶었는데 마침 좋은 검을 얻게 되었다.
만년한철로 만들어 한기를 머금은 것이 여인이 쓰기에도 좋았고, 무게도 가벼워 마음에 들었다.
“좋군요. 잘 쓰겠습니다.”
임요성이 포권을 취하자 단목인의 얼굴이 굳어졌고,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팽원호는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후기지수 중 그 누가 상천십좌에게 저런 능청을 떨 수 있겠는가.
일련의 과정을 보고 있던 두혜련은 자신이 상품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상했으나 임요성의 전음을 듣고는 분을 삭이며 자리에 앉았다.
[걱정 마라. 이겨서 저 검을 네게 줄 테니. 이건 이제 네 검이다.]하북의 객잔에서부터 그의 말은 믿음이 갔다. 지금도 마찬가지.
자신을 상품으로 여기는 대화에 이기든 지든 기분이 나쁠 일이었지만, 오라버니에게 그냥 좋은 검 하나 선물 받는 셈 치자고 생각하며 좋게 넘기기로 했다.
오라버니는 당연히 이길 테니까.
그런데 그녀의 확신을 비웃기라도 하듯 단목룡의 몸에 영롱한 기의 실타래가 모이기 시작하더니 그게 다시 꼬이고 꼬여 더욱 가공할 기세를 방출했다.
“위강을!”
노준경이 놀라 벌떡 일어섰다.
초절정의 수위에 도달했음을 알려주는 위강!
즉 절대 고수의 벽을 지척에 남겨두고 있다는 말이었고, 우내십존에 버금갈 실력이라는 말과 같았다.
“허어…. 단목가주께서 괴물을 기르셨구려.”
노준경의 탄식에 단목인은 가볍게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녀석.’
이번에 신성대연에 참석한 것은 임요성과 묵룡을 알아보기 위함도 있지만, 무엇보다 서찰의 말미에 적힌 아들의 말이었다.
위강을 깨우친다면 자신을 소가주로 확정해달라는 말.
단목인은 아들의 청을 수락했다. 위강이라면 그 정도 흥정은 당연했다.
허튼소리를 할 아들이 아니었기에 단목인은 그 모습을 직접 보기 위해 참석한 것이다.
그런데 아들은 자신의 믿음을 져버리지 않았다.
관중들은 감탄과 함께 측은한 눈길을 임요성에게 보냈다.
상대와 시기가 좋지 않았다.
위강이라니!
현 상천십좌조차도 이립에 이르기 전에 위강에 오른 이는 없었다.
아니, 상천십좌 중에서도 그 결을 달리하는 천무삼신이 있다.
이 말은 단목룡이 천무삼신의 길을 걷고 있다는 말과 같았다.
“흐흐흐, 그냥 포기하는 게 어때? 지금 포기하면 내 너를 잘 써주마.”
자신을 보며 가만히 서 있는 임요성을 보며 놀라서 굳어버린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임요성이 일으킨 기세에 단목룡이 깜짝 놀라고 말았다.
키이이이잉!
세찬 파공음과 함께 기세가 들끓더니 검은 사기 사이로 황금색 실선이 더해지며 영롱한 빛을 더했다.
“저 녀석도 위강을!”
노준경이 깜짝 놀랐다.
자신의 눈으로 두 명의 젊은이들이 위강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게 되다니!
“허어 실로 강호의 홍복이로다!”
어찌 되었든 무림에 이런 걸출한 기재들이 났다는 것은 축하할 일이었다.
“흥! 한번 시험해볼까?”
단목룡이 위강이 휘감긴 검을 들더니 이리저리 검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천히 움직이던 궤적이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수많은 별이 반짝이는 것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했다.
단목세가의 절기 중 하나인 성영천망검법 중 성영천망세!
단목란이 극락관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것으로 그녀의 것은 겨우 이성에 머문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단목룡이 보여주는 것은…!
“팔성! 허어, 녀석 벌써 천망검의 팔성에 다다르다니….”
단목인이 흡족한 듯 수염을 쓰다듬었다.
그를 증명하듯 검세가 수십 가닥으로 벌어지더니 서른 개의 검초로 변환되었다.
“크아압! 불구가 되더라도 원망하지 말라!”
단목룡이 쇄도했고, 임요성 역시 같이 짓쳐 들었다.
쿠과과과과과과!
서른 개의 검초가 임요성을 찢어발길 듯 펼쳐졌으나….
촤라라라라라락!
마치 거대한 흑색 그물이 전방으로 쇄도하는 듯하더니 서른 개의 검초를 모두 찢어발겼다.
“커억!”
단목룡이 입고 있던 고아한 비단옷의 끄트머리 부분이 모두 찢겨 나갔다.
벌떡!
단목인이 눈을 부릅뜨며 일어섰다.
“크윽!”
단목룡이 순간 비틀거렸으나 다시 자세를 잡았다.
으득.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다시 기운을 모으는 단목룡의 기세에 살기가 섞이기 시작했고, 임요성의 얼굴도 굳어졌다.
“하아압!”
장강을 앞에 두고 백웅이 펼쳤던 성라폭렬이었다.
하지만 그 위력은 그를 훨씬 상회했다.
백웅은 사기를 운용했을 뿐이지만 지금의 단목룡은 위강을 담아냈기 때문이다.
쿠과과과과과과!
마치 하늘에서 별이 쏟아지는 것과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정지된 것처럼 보일 정도로 빠른 칼 놀림에 의해 탈혼뇌정검 제4초식 벽력(霹靂)이 펼쳐지며, 묵빛 벼락이 하늘의 유성우를 소멸시키기 시작했다.
쩌저저저저저적!
“…….”
후기지수들이 펼치는 모습이라 볼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광경에 관중들뿐 아니라 진천성들과 상천십좌들까지도 입을 쩍 벌렸다.
드러난 광경은 처참했다. 비무대는 박살이 났고, 단목룡의 몸에는 수없이 많은 혈선이 그려져 있었다.
“앞으론 입을 조심하도록.”
스릉.
도집에 흑아를 집어넣은 임요성이 바닥에 놓여 있던 월령보검을 집어 들었다.
“우….”
“우와와아아아아아!”
거대한 함성이 비무대를 덮쳐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