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92
청풍표국 최강식객 092화
92화. 진천비무제(5)
군중들의 환호와는 대조적으로 진천성들이 있는 막사는 매우 조용했다.
이형환위에 이은 극강의 쾌도술!
이미 비무에 패한 팽원호나 황보혁, 모용천, 홍천 같은 이들은 오히려 마음이 편해 보였다.
황보혁은 워낙 강골이라 그렇게 얻어맞고도 금세 털고 일어나 술을 자작하고 있었다.
팽원호는 자신이 패했음에도 싱글벙글이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임요성이 주목받자 덩달아 신이 난 것이다.
“후우. 공자님. 일회전에 깨졌는데 그렇게 기분이 좋으십니까?”
호위무사인 강천이 투덜댔다.
“하하. 강 호위가 뿔이 단단히 났구만. 그런데 어쩌나? 난 기분이 좋은데.”
옆에 있던 명호상단주 팽극관이 고개를 저었다.
팽극관은 현 팽가의 가주 팽극환의 막냇동생이었다.
하북팽가의 소주 분가라 할 수 있는 명호상단의 단주로 있으며, 어릴 적부터 무공보다는 상재가 밝아 소주에 상단을 내고 활발히 활동 중이었다.
하지만 강북을 대표하는 산서상인과 강남을 대표하는 휘주상인의 강남 미곡에 대한 패권 다툼의 중간에 끼어 영 힘을 못 쓰는 중이었다.
오늘도 일전에 형이 알아보라고 했던 임요성을 직접 보기도 할 겸 직접 왔는데, 일회전에 조카가 져버린 것이다.
“인석아, 넌 배알도 없냐? 남자 놈이 승부욕도 있어야지. 저기 황보 공자를 좀 봐라.”
팽원호가 고개를 돌려 황보혁을 보니 분함을 못 이겨 연신 술을 들이붓고 있었다.
“하하. 작은 숙부.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이렇게 큰 활약을 벌이고 있는데 제가 기분 나쁠 일이 뭐가 있습니까. 무공이야 제가 허튼짓 안 하고 꾸준히 노력하면 시간이 해결해줄 일이지요.”
“끙.”
틀린 말이 아닌지라 팽극관이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돌렸다.
임요성은 이미 비무대를 내려와 자신에게 배정된 막사로 들어가는 중이었다.
‘임요성.’
형이 눈여겨보라고 한 인재다. 아들놈이 관심을 두고 있으니, 혹시 악인이 아닌지, 원호에게 피해가 갈 일은 없겠는지 꼼꼼히 확인하라는 서찰을 받았다.
하지만 그가 소주에 내려온 이후의 일들을 생각하자면, 해를 끼치기는커녕 미리 친해 둬서 나쁠 게 없을 걸출한 인재였다.
오늘만 해도 만만찮은 두 사람을 일각도 되지 않아 무릎을 꿇렸다.
오늘 처음 입은 새 옷처럼 보이는 옷에 구김살 하나 가지 않았다.
툭. 툭.
임요성이 옷에 묻은 먼지를 털었다.
“오라버니, 굉장해요!”
두혜련이었다.
이미 그녀의 얼굴은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고, 눈은 그 어느 때보다 초롱초롱했다.
이 정도일 줄이야.
지금까지 자신이 직접 본 임요성의 실력은 혈루쌍괴 때와 팽원호와의 비무 때뿐이었다.
그땐 너무 얼떨결에 지나갔기에 이런 감상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그냥 다들 대단하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할 뿐.
하지만 강호 최고의 후기지수들만 모인 신성대연, 그것도 이 수많은 관중들의 시선 속에서 함께하니 느낌이 새로웠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황보세가와 화산파의 최고 후기지수들을 무슨 아이 달래듯 하는 모습이 그녀의 가슴을 요동치게 했다.
“그….”
두혜련이 다른 말을 하려던 찰나, 그 목소리가 군중들의 함성에 묻혀 버렸다.
어느새 단목룡이 공동의 담연을 꺾은 것이다.
임요성에 대한 관심을 용납할 수 없다는 듯 삽시간에 비무를 끝내버린 그가 군중들의 환호 속에 서 있었다.
비무대 위에서 이글거리는 눈으로 청풍표국의 막사를 내려다보는 단목룡은 마치 임요성을 도발하듯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는 천천히 비무대를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옮겨진 시선. 두혜련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마치 차가운 뱀이 기어가는 듯한 느낌에 몸서리가 쳐졌다.
두혜련이 얼른 시선을 돌리며 아까 하려던 말을 했다.
“다음엔 남궁 공자인데….”
두혜련이 살짝 걱정스러운 눈으로 임요성을 바라봤다.
그녀는 사실 둘의 실력을 가늠할 눈이 되지 못했다.
명성만 놓고 봤을 때, 임요성은 남궁헌에 비교도 되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어떻게 이기긴 했는데, 다음 상대가 남궁헌이라고 하자 두혜련도 걱정이 되었다.
“오라버니가 다치는 건 싫으니까 너무 무리하진 마세요.”
그녀의 말에 임요성이 어깨를 으쓱했다.
“이 중에 날 무리하게 만들 이는 없다.”
광오한 발언에 두혜련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는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이 남자, 허세도 부릴 줄 알았나?
“왜 웃지?”
임요성이 실눈을 뜨며 물었다.
“글쎄요. 그냥 그렇다고 해둘게요.”
“크음. 허세라 생각하나 본데, 내가 마음만 먹으면….”
“아, 단목분가주님이에요.”
두혜련이 말을 끊자 임요성이 입맛을 다셨다.
“자, 여러분. 지금 준결승에 진출하신 두 공자들은 이 연전을 치르셨으니, 반 시진 정도 개인 정비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이후에 준결승전과 결승전이 이어질 예정이오니, 그때까지는 모두 편히들 쉬시길 바랍니다.”
단목환이 멀리 공연단을 보고 눈짓을 하자 다시 비무대는 공연장으로 변했다.
은은한 음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사람들은 측간을 가는 사람, 간식을 사러 가는 사람 등 쉬는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반면 준결승에 진출할 네 사람의 막사는 조용했다.
무당의 의찬은 가부좌를 튼 채로 호흡을 가다듬고 있었고, 남궁헌은 검을 빼서 손질을 하고 있었다.
작년 비무제 때는 없던 광경이었다.
이는 모두 임요성으로 인해 생긴 결과였다.
그들은 임요성이 초절정에 이르렀다고는 생각지 못했다.
강호 최고라는 자신들이 못 이룬 경지를 임요성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앞서 보여준 이형환위의 수법도 그렇고, 뭔가 특수한 보법이나 무공을 익힌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임요성이 보여준 무위는 결코 자신들의 아래가 아니었다.
뭔가 기묘한 적막이 이어지는 가운데 반 시진이란 시간은 금세 흘렀다.
그리고 임요성과 남궁헌의 준결승전이 선언되었다.
장내에 흐르는 적막과 수많은 군중들의 시선 속에서 두 사람이 마주했다.
“최선을 다해주게.”
남궁헌의 하대에 임요성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남궁헌이 임요성보다 나이상으로는 두 살이 많았다.
하지만 강호에서 두 살 정도는 차이도 아니었다.
그런데 안면을 텄다고 바로 말을 놓는 남궁헌이나, 무림팔가의 명문세가의 대공자인 남궁헌의 하대에 바로 같은 하대로 응대하는 임요성 둘 다 보통은 아니었다.
피식.
웃음을 지은 남궁헌이 자신의 보검인 창천검을 뽑아 들었다.
그 검을 바라보는 임요성의 눈이 가늘어졌다.
문득 황궁을 떠나올 때 황 노야가 한 말이 생각나서다.
남궁세가 직계의 검을 만들던 철방을 운영했다고 하던가.
그럼 저 검도 그가, 또는 그의 아들이 만들었을까.
무사히 철방은 찾아갔는지, 오랜만의 가족들과의 해후는 어떠했는지 궁금했다.
쿵!
남궁헌이 오른발로 비무대를 구르며 말했다.
“설마 나를 두고 한눈을 파는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임요성 역시 흑아를 빼 들었다.
남궁헌이 들고 있는 창천검은 검신이 시리도록 하얀 백검이었다.
그의 외모와 무척 어울리는 검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반면 임요성이 들고 있는 흑아는 그가 쓰는 무공과 똑 닮은 듯 칠흑 같은 검은색이었다.
그리고 총길이만 4척에 이르는 장검과 그보다 1척은 더 짧은 중도를 들고 있는 임요성은 매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꿀꺽.
조용한 적막을 깨듯 누군가의 침 넘기는 소리가 났고, 둘은 동시에 서로에게 쇄도했다.
도(刀)와 검(劍). 흑(黑)과 백(百). 단(短)과 장(長).
다른 성질의 두 무기가 힘차게 부딪쳤고, 내공이 약한 군중들은 귀를 틀어막을 정도의 폭음이 터져나갔다.
차자자장!
장검이라고는 생각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쾌검을 구사하는 남궁헌!
마치 장검이라고 쾌검을 구사하지 못할쏘냐고 묻는 듯 그의 검은 빠르고 날카롭다.
하지만 하나하나의 검격에는 묵직함이 담겨있어, 한수 한수가 모두 치명적이었다.
그에 반해 보기에도 상대가 안 될 것 같은 짧고 가는 도를 든 임요성은 막기에도 급급해 보였다.
물론 그건 일반적인 무인들의 생각.
무게의 차이를 적절한 무게 배분으로 흘려내는 임요성의 도법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촤자자자장!
다시 한번 검격을 교환한 두 사람이 거리를 벌렸다.
지금까지는 탐색전.
쿠우우우우….
남궁헌의 소매가 펄럭이기 시작하더니 사위를 압박하는 기도가 펼쳐졌다.
“창궁대연신공….”
군중들 속에서 누군가가 심음을 뱉는 한 말에 모두가 눈을 부릅떴다.
창궁무애검법을 펼치기 위한 심법을 운용하며 내력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임요성 역시 내력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사아아아악….
마치 지하세계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듯한 음침하고 서늘한 먹빛 기운이 임요성의 몸을 휘감았다.
‘음….’
노준경과 제갈백규가 동시에 미간을 찌푸렸다.
백도의 무공 중에 저런 음습한 기운을 풍기는 무공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변황대전을 거치며 모든 무공에 대한 편견이 사라진 작금에 이르러 그가 어떤 무공을 하든 상관은 없다.
하지만 그의 과거가 장막에 싸여 있는 상황에 그의 연원을 짐작해 볼 수 있는 유일한 단서를 그들은 알아볼 수가 없었기에 답답한 것이다.
‘얼핏 화무십일홍이라 불렸던 과거 어떤 정보단체의 수장이 비슷한 무공을 썼다는 걸 얼핏 들은 것 같은데….’
아직 감을 잡지 못한 제갈백규와는 달리 중원 전체를 내 집처럼 헤집고 다니는 노준경은 어디선가 들은 내용을 기억해냈다.
“타앗!”
하지만 이어지는 남궁헌의 기합에 상념에서 깬 노준경의 눈에 남궁세가의 절기 중 하나인 창궁무애검법의 초식이 펼쳐지고 있었다.
푸른 하늘에 끝없이 펼쳐지는 것 같다고 하여 붙여진 검법처럼 사방팔방을 점해오는 그의 검격에 임요성의 몸이 갈기갈기 찢겨질 것 같았다.
“아!”
두혜련 역시 제대로 볼 수 있는 눈은 없었으나 임요성이 위태롭다는 건 바로 알 수 있었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푸른 하늘을 닮은 검기를 검은색 묵풍이 휘저어 놓더니 둘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무풍지대로 바뀌었다.
탈혼검법 1초식 풍인. 비록 첫 번째 초식이지만 얼마나 많은 내공이 담기냐에 따라 그 쓰임에 무궁무진했다.
임요성이 가장 좋아하는 초식이기도 했다.
군중들의 눈에는 마치 검은 칼날이 수십 개, 수백 개 날아가 푸른 하늘을 흩어버린 것 같았다.
“크윽!”
가가가가각!
하지만 남궁헌은 이를 악물며 기세를 다시 끌어올렸다.
“저, 저건!”
남궁헌의 몸에 수많은 실타래가 휘감듯 영롱한 기운의 가닥이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다.
“거, 검사(劍絲)다!”
군중들 중에는 일반인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진천성들의 무위를 보기 위한 고수들도 많았다.
어떤 고수의 검사(劍絲)라는 외침에 군중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럼 초절정에 올랐다는 말인가!”
아직 진천성 중에는 없다고 알려진 초절정.
그 경지를 남궁헌이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이어진 기수식에 이번엔 고기 뒷다리를 뜯고 있던 황보혁이 입을 헤에 벌렸다.
“저건 제왕검형의 기수식…!”
적어도 초절정의 영역에 이르러 위강은 쓸 수 있어야 시전이 가능하다는 남궁세가 최고의 절기인 제왕검형의 기수식에 모인 사람 모두가 임요성을 걱정했다.
하지만….
키아아아앙!
칼로 철판을 긁어대는 듯한 기이한 파공음 속에 임요성의 몸에도 흑색의 실타래가 휘감기기 시작했다.
“무, 무림일성도 초절정이었어!”
누군가의 흥분에 찬 외침이 모두의 가슴에 파고들었다.
도대체 저 남자는 어디서 갑자기 툭 튀어나왔단 말인가!
으득!
평온하던 남궁헌의 얼굴에도 균열이 일었고, 상단세를 취하고 있던 남궁헌이 기세를 뿜어내며 빛살처럼 쇄도했다.
세상에 무학의 종류가 수없이 많다고 하지만, 그중 검법에 있어서 첫손가락에 꼽는 제왕검형은 그 검법명대로 광오하기 그지없는 무공이었고, 모든 초식의 시작은 상단세였다.
콰아아앙!
상단세의 제왕검형과 횡소천군의 묘리를 받은 임요성의 탈혼검 2초식 단천!
각각 세로와 가로로 세상을 가르는 두 검격과 도격이 중간에서 정확히 부딪혔고, 그 충격파에 중인들이 눈을 질끈 감았다.
“아…!”
눈을 뜬 누군가의 감탄.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도를 쭉 뻗고 있는 임요성, 그리고 선 자세 그대로 눈을 부릅뜨고 있는 남궁헌.
쿨럭!
남궁헌의 입에서 선혈이 튀었다.
“졌…다….”
그대로 몸을 돌려 비무대를 내려가던 남궁헌이 거대한 나무가 넘어지듯 쓰러졌고, 그의 호위무사가 그를 받들어 업고는 급히 의원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스윽. 철컥.
흑아를 도집에 꽂기까지 누구도 입을 여는 사람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