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415
413. 상위 계층 (5)
사실, 아예 예측 못한 것은 아니다.
본디 시련의 탑은 수많은 도전자 중 신성을 가지거나, 혹은 신성을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을 내재한 이들을 선택하여 대우해왔을 터.
하물며, 시련의 탑은 이쪽이 가진 힘이 더없이 커졌을 적부터 다른 후보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관심을 가져왔지 않은가.
어마어마하게도.
‘대충 시련의 탑이 나한테 어떤 제약, 아니면 수작질을 부렸다는 건 알고 있었긴 한데…….’
그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에 더해 시련의 탑은 내가 가진 가치, 그리고 그에 대비되는 리스크를 끝없이 가늠하며 강제 개입을 수차례 시도한 적까지 있다.
그렇다 보니 시련의 탑이 이쪽에게 어느 제약 하나둘쯤은 걸어두었으리라는 건 이미 눈치챈 바였다.
‘그것만이 다는 아니었나…….’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시야를 가득 채우는 시스템 메시지의 향연을 보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
「시련의 탑이 전용 권한 #F-114[신격 개입 허용]을 해제합니다.」
「시련의 탑이 전용 권한 #F-224[계층 난입 차단]을 해제합…….」
「시련의 탑이 전용 권한 #F-337[시련 주제 한정]을 해…….」
그야말로 상정 외의 사태였다.
“…….”
그럴 만도 했다.
설령, 시련의 탑이 이쪽에 어떠한 제약을 걸어두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고는 하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수준이었을 뿐.
수십, 혹은 그 이상에 가까운 페널티에 시달리고 있었을 거라고는 상상조차도 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
“뭔…….”
그랬기에, 경악했다.
“어이가 없네…….”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다.
저 수많은 페널티 하나하나가 도전자에게 있어 치명적이기 그지없을 터.
이쯤 되면 시련의 탑이 대놓고 이쪽이 죽게끔 해둔 것이라 보아야 할 수준.
그리고, 그에 따라서 나는 처음에 본 어느 시스템 메시지 중 하나를 떠올리고는, 한차례 헛웃음을 지었다.
━시련의 탑의 전용 권한 #F-121[시련 난이도 배율]에 의한 시련 난이도 [700%] 상승 배율 제한이 소멸합니다.
‘……그래, 어쩐지 시련의 탑을 한 번 오를 때마다 시련의 난이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싶더니, 그래서였나.’
그것은 이쪽이 시련의 탑을 한 번 올라갈 때마다 남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지옥 같은 난이도를 쌓아 왔다는 뜻이지 않은가.
‘……그냥, 이건 시련의 탑이 아예 대놓고 더 이상 시련을 클리어할 수 없게끔 해서 나를 말려 죽이려 했다고 해도 될 수준이잖아.’
그것도 아주 착실히.
‘설마, 나한테 저렇게까지나 수많은 페널티를 부여해놓았을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어느새 나는 가벼운 현기증이 나도는 걸 느끼며 한숨을 내뱉듯 말했다.
“대체 나한테 무슨 짓을 해놨던 거야…….”
최악이었다.
시련 난이도 상승 배율이니, 신격 개입 허용이니, 계층 난입 차단이니, 시련 주제 한정이니…….
설령, 저 수많은 페널티에 이쪽이 사망했다고 한들, 그리 크게 이상하지 않았을 터.
‘……뭐, 시련의 탑이 어떤 생각으로 이렇게까지 나한테 많은 제약을 걸었는지는 알 것 같기도 해.’
단-.
‘……아마, 저 시련의 탑이 건 수많은 페널티는 언제든지 나를 배제할 수 있게끔 마련해 둔, 모종의 사고를 대비한 술책이었을 가능성이 커.’
그뿐이었다.
‘신들의 전장, 혹은 파천황 같은 것들로 나를 대체할 수 있는지 판별하고, 이쪽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면 버릴 셈이었을 테니까.’
알고 있다.
본디 시련의 탑이 저 수많은 페널티를 토대로 하여 이쪽을 폐기 처분할 생각 또한 가지고 있었을 터.
굳이 따지자면 시련의 탑은 내가 더 이상 높은 층수로 올라가기 어렵게끔 하여 시간을 끌 심산이었을 확률이 높다.
“……굳이 신경을 쓸 필요는 없나.”
그러나 이제는 아니지 않은가.
“그래봤자 이제는 지나간 일이니까.”
단지,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제는 이미 넘어선 지난날의 고비에 불과할 뿐이기에,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우선시할 뿐.
“당장은 단 하나의 사실만이 중요할 뿐이지.”
그리고…….
“더 이상 시련의 탑에 의한 강제 개입은 그리 크지 않으리라는 것.”
슬슬 궁금하긴 했다.“
즉…….
”저 시련의 탑이 이쪽이 더 이상 높은 층수로 올라갈 수 없게끔 걸어둔 수많은 페널티가 해제되었다는 것.“
애초에 시련의 탑이 건 시련 난이도의 상승에 대한 강제 배율 설정까지 다 초기화되었다는 게 중요한 거잖아?
”그것이, 이쪽이 시련의 탑을 오르는 데 어느 변화를 불러왔는지, 스스로 한 번 체감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러니까…….”
그리고-.
“봐보자고.”
그에 내가 시련의 탑을 재차 오르길 바라며 다음 시련으로 들어서는 순간.
“시련의 탑이 건 수많은 페널티가 적용되지 않은 다음 시련은 어떤 수준일지 말이야.”
순식간에 시야의 너머로 보이는 공간이 변화했다.
「…….」
「시련의 탑 28층에 입성합니다.」
「난이도 – 어려움」
「해당 시련의 주제는 ‘토착 신격’입니다.」
「도전자가 선택한 고행 끝에 만족스러운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싸늘했다.
설산, 혹은 얼음 지대에 가까운 환경이라고 할까.
한낱 평범한 사람은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폭설이 쉴새 없이 휘몰아치고 있다.
그리고 그에 이어 나는 어느 큰 설산을 앞에 둔 눈 덮인 벌판에 서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쿠후우우우우우우우우-.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다.
어느새 이쪽이 서 있는 곳의 너머에 있는 저 설산에서 기이하기 그지없는 신성의 파장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것을 본 나는 어느 신성의 파장에 대해 파악을 마치고는 이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눈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28층 시련을 시작합니다.」
「남은 시간 – 한 달」
「시련 돌파 조건 – 토착 신격 ‘설산의 수호자’가 세계를 멸망시키기 전에 살해할 것」
「시련 실패 조건 – 도전자의 죽음 혹은 남은 시간의 종료」
「시련 돌파 보상 – 하얀 마나 정수(S+)」
「시련 실패 페널티 – 사망」
“…….”
당연했다.
“토착 신격이라니…….”
눈앞에 나타난 시스템 메시지, 그리고 그에 더해 신성의 파장에서 흘러나오는 힘의 잔재는, 이쪽이 상대해야 할 적이 어떤 수준인지 알려주고 있었으니까.
“그게 시련의 클리어 조건인가…….”
순수하게 짜증 나는 적이었다.
“하.”
그야…….
「초월과 죽음의 신이 하찮은 적을 상대해야 한다는 사실에 실망감을 느낍니다.」
[ ─저까짓 것 따위가? ]그야말로 저것은 탐낼 가치조차 없는 나약한 먹이니까.
***
토착 신격.
본디 시련의 탑을 오르며 이쪽은 이미 한 번 본 적이 있다.
아마, 어느 세계 그 자체에 뿌리를 뻗은 채 신성의 공능을 발휘하는 이들이었을 터.
한낱 정식 신격, 혹은 상위 신격의 비교 대상조차 아닌, 나약하기 그지없는 것들이었다.
“하.”
그러니까…….
“짜증 나게.”
시간 끌 것 없다.
어차피, 저딴 토착 신격 같은 것은 탐낼 가치조차 없는 먹잇감일 테니까.
설령, 상위 신격, 혹은 정식 신격쯤 되는 적들이라고 한들, 이제 와 상대해봤자 딱히 간에 기별도 안 가는 상대이지 않은가.
「초월과 죽음의 신이 설산 너머로 보이는 어느 미물에게 담담하게 죽음을 고합니다.」
[ 너. ]그리고-.
「신성 이 사용됩니다.」
「신성력을 소모하여 현실 세계에 말로 영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단, 세상의 이치를 간섭하는 언령에는 매우 많은 신성력이 소모됩니다.」
《 어서 시간 뺏지 말고 죽어. 》
다음 순간.
───!
순식간에 검은 신성의 빛이 쏟아졌다.
어느새 이쪽은 신성 , 그리고 신성 을 토대로 하여 사형 선고를 내린 것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신성의 공능이 서로 섞인 채 저 너머에 있는 설산을 통째로 짓뭉개서 소멸시켰다.
그것도 아주 깔끔히.
꽈지직-.
그것이, 다였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
사실상 이쪽이 토착 신격 ‘설산의 수호자’이니 어쩌느니 하는 적의 모습을 볼 새도 없이 상대의 기척이 종적을 감췄다.
“참, 시간 낭비 없이 끝낼 수 있어서 다행이야.”
그게 의미하는 바는 하나.
“깔끔하네.”
간단했다.
「…….」
「토착 신격 ‘설산의 수호자’의 사령을 흡수했습니다.」
「사령 조각 ‘■■■[1/3]’을 흡수했습니다.」
「도전자 한성윤이 토착 신격을 상대로 승리함으로써 [초월]에 0.003% 가까워졌습니다.」
어느새 이쪽이 쓴 신성 , 그리고 신성 의 공능에 의하여 토착 신격 ‘설산의 수호자’가 사망한 것이다.
「…….」
「고유 특성 ‘네크로맨시’의 숙련도가 0.01% 상승합니다.」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들이 나타나기는 했으나 그리 크게 가치 있지는 않았다.
한낱 토착 신격 중 하나를 살해한 것으로는 새로운 신성의 습득이나, 신화 , 아니면 네크로맨시의 공능을 크게 성장시킬 수도 없으니까.
단지, 더 이상 나는 관심 따위도 없다는 듯 눈이 서서히 그쳐가는 설원 속에서 시련 클리어 메시지들을 하나하나 볼 뿐.
「…….」
「축하드립니다, 시련의 탑 28층을 돌파하셨습니다.」
「돌파 보상으로 ‘하얀 마나 정수(S+)’가 인벤토리에 전송됩니다.」
「돌파 보상으로 ‘1,000,000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돌파 보상으로 ‘70,000 SP’를 획득하셨습니다.」
「추가 돌파 보상으로 ‘얼어붙은 바람의 지휘봉(A-)’이 인벤토리에 전송 됩니다.」
「대기실로 이동하십시오.」
“그냥저냥이네.”
애매했다.
본디 시련의 탑은 시련 난이도 수준에 비례하는 보상을 내주는 식이었을 터.
한낱 토착 신격 하나를 해치운 것치고는 꽤 훌륭한 보상을 얻어낸 셈이겠으나 딱히 성에 차는 수준이라고는 할 수 없다.
「…….」
「전용 권한 #D-0007[보상 상승]을 발동합니다.」
「전용 권한 #D-0007[보상 상승]에 의해서 보상의 수준이 상승합니다.」
「28층 돌파 보상 ‘하얀 마나 정수(S+)’가 ‘눈꽃 마나 정수(SS+)’로 강화됩니다.」
「28층 추가 돌파 보상 ‘얼어붙은 바람의 지휘봉(A-)’이 ‘얼어붙은 폭풍의 지휘봉(S-)’으로 강화됩니다.」
하나, 그것도 잠시.
“대충 시련의 탑이 수작질을 부리지 않는다면 이 층수에서 나한테 적합한 시련 난이도는 이까짓 수준에 불과하다는 건가.”
깨달았다.
이쯤 되니 시련의 탑이 수많은 페널티를 토대로 하여 이쪽을 배제하지 않았다면 어떤 수준의 시련들을 마주했을지 감이 왔다.
토착 신격, 아니면 크게 가치 있는 적이라고 해도 정식 신격쯤 되는 수준의 나약하기 그지없는 적들만을 마주했을 터.
“딱히 달갑진 않네.”
시간 낭비할 틈 따위는 없다.
그야, 이쪽은 그리 머지않아서 만신전 측에 있는 세 고대 신격, 그리고 이 우주의 어딘가에 있을 절망과 추락 그리고 광기의 신을 마주할 수도 있지 않은가.
스스로 바라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이까짓 수준의 시련을 몇 번 클리어해봤자 딱히 답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단-.
“대충 소득이 있기는 했어.”
그뿐이었다.
“더 이상 나는 딱히 시간 허비할 것도 없이 시련의 탑이 내주는 시련을 클리어할 수 있다는 것.”
사실상 탑의 층수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시련 난이도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는 바이지 않은가.
“그렇다면야, 간단하겠지.”
즉-.
“슬슬 가볼 때가 되긴 했지.”
이쪽이 바라는 수준의 보상을 얻어낼 수 있는 높은 층수에 도달하면 되는 것이다.
“-시련의 탑, 그 상위 계층이라는 곳에 말이야.”
그것도 아주 빠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