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129
제 129화
48장. 롱 리브 더 킹 – 4화
대관식은 성대하게 그리고 성황리에 진행됐다.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끝도 없이 늘어선 수많은 백성이 나의 왕위 등극을 축하하며 찬사를 보냈고, 모두가 태평성대가 오기를 소망하며 기도했다.
대관식의 끝은 역시 교황의 손으로 직접 내게 왕관을 씌워 주는 것이었다.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숨을 죽이고 지켜보았다.
나 역시 자신도 모르게 숨을 잔뜩 참고는 머리를 숙여 왕관이 씌어지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주신 라디우스 님의 이름으로 축복을 내리노니, 자레드 폰 유칼레스를 크리비아 왕국의 왕으로 공식 선포하는 바입니다.”
“와아아! 대왕 폐하 만세!”
“만세! 만세! 만세!”
이윽고 왕관이 내 머리 위에 씌어졌다.
정식으로 왕이 되었음을 선포하는 순간이었다!
그제야 획득은 했으나, 발동되지는 않은 상태로 있었던 황금 칭호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칭호의 명칭을 한글 표시로 전환합니다.] [황금 칭호 ‘롱 리브 더 킹’을 획득하였습니다!] [모든 조건을 달성함에 따라 칭호의 효과가 발현됩니다!]뒤늦게 알게 된 사실인데, 이 칭호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했다.
첫째는 5년 안에 영지 또는 영토의 규모를 10배 이상 늘릴 것.
둘째는 영지에 최소 3번 이상 황금기를 불러올 것.
셋째는…….
정말 많은 조건이 있었다.
모두 합치면 10가지에 달했다.
내가 현생에서 눈을 뜬 이래, 영지가 급성장을 한 덕분에 이 모든 조건이 충족됐던 것이다.
처음부터 이 칭호 획득의 조건을 알았다면 감히 도전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것이었다.
어쨌든 해피엔딩!
나는 기쁜 마음으로 발현된 칭호의 효과를 꼼꼼히 살폈다.
[1회에 한정해서 영지, 성지의 모든 내정 수치를 최고치로 상승시킵니다. 즉시 모든 지역에 황금기가 도래합니다.] [최고치를 찍은 내정 수치는 이후 3개월간, 원래의 수치로 천천히 하락합니다.] [‘롱 리브 더 킹’의 칭호를 얻은 당신에게 주신 라디우스의 축복이 내려 모든 스탯이 100 오릅니다.] [당신에게 적대적이지 않은 사람들은 모두 당신을 상대로 최소 50 이상의 충성심을 갖습니다.]‘왕국 전체를 황금기로 만드는 일회용 치트키에 올 스탯 100의 특전이라! 게다가 나를 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기본 충성심 50을 담보한다? 그 말은 기본적인 호감을 갖고 나와 관계를 시작한다는 뜻이잖아. 좋네!’
칭호의 특전을 확인한 나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특히 왕국 전체를 단번에 황금기로 만들 수 있는 특전은 일회용이라고 해도 너무 좋았다.
이것을 사용하는 즉시, 영지의 모든 생산 능률이 최소 2배 이상 뛸 것이 분명해서다.
게다가 내게 주어진 혜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신 ‘아소스’가 왕으로 등극한 당신이 그동안 이룩한 성취와 과정을 보고, 깊이 감탄합니다.] [신 ‘아소스’가 당신의 후원자를 자청하여, 연결을 시도합니다.] [신 ‘아소스의 가호’를 획득하였습니다. 아소스의 가호가 당신에게 적용되고 있습니다.]‘아소스면 상급의 신이잖아?’
일전에 여신 네프리아의 가호를 얻은 적은 있으나, 그녀는 에서 중급과 하급 사이에 어중간하게 위치한 여신이었다.
하지만 아소스는 달랐다.
상급의 신들 중에 하나로 전쟁의 신으로 알려진 존재다.
그의 가호라면, 분명 전쟁에서 내게 도움을 주는 바가 클 것이다.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
상급의 신이 붙다니!
이제 주인공으로서 ‘자레드 코인’도 제법 투자할 만한 가치가 생겼다는 뜻이겠지!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아소스의 가호를 확인했다.
[아소스의 가호] [지금은 노령이나, 젊었을 적의 아소스는 신의 전장에서 크게 용맹을 떨친 전쟁의 신이었습니다.아소스는 가호를 내린 대상이 활발한 정복 전쟁을 통해 가호의 진가를 발휘하길 바랍니다.] [가호 1 : 고무 – 반경 500m 내의 모든 아군은 전투력이 평소에 비해 25% 상승합니다.] [가호 2 : 위압 – 반경 500m 내의 모든 적군은 전투력이 평소에 비해 25% 하락합니다.] [가호 3 : 아소스의 눈 – 사기가 30% 미만의 수치로 크게 하락한 적군은 몸 전체에 푸른색 빛이 덧입혀집니다.] [가호 4 : 아소스의 포효 – 적을 향한 외침이 평소보다 3배 이상 증폭된 형태로 전달됩니다. 적군의 심리를 크게 동요시킵니다.]
‘전쟁에 특화되어 있네. 역시 전쟁의 신다워. 쓸모없는 가호가 하나도 없잖아?’
나는 쾌재를 불렀다.
꼭 스탯만 올려 준다고 해서 다가 아니다.
이렇게 광역적으로 다수에게 적용될 수 있는 버프, 디버프는 내게 매우 유용했다.
나는 드넓은 전장을 직접 휘젓고 다니는 총사령관이자 핵심 전력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이상…… 나중에 칭제(稱帝)를 할 때를 대비해서 옥새를 미리 구해 놓을 필요도 있겠어. 숨겨져 있는 장소가 나스 대미궁 지하 25층이었지, 아마?’
스치듯 떠오른 기억의 파편 하나를 붙잡았다.
과거 나스 대륙의 통일 대제국을 건설했던 황제 베네라티오 7세가 남긴 옥새.
이후 황위 쟁탈전 도중에 사라진 옥새는 지금 나스 대미궁 지하 25층에 잠들어 있다.
그 옥새는 나중에 황제가 될 때, 황위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옥새이자 아티팩트이기도 하다.
어쨌든 대관식은 무사히 끝났다.
정말 분에 넘치는 축하를 받으며, 나 홀로 누릴 수 있는 특전을 정신없이 받았다.
남은 것은!
이 특전들을 필요할 때에 적절히 사용하며, 나와 영지, 아니 왕국의 성장을 도모하는 것뿐이다.
* * *
사나레 성지에서는 대관식 당일을 포함한 사흘 동안 대축제의 분위기가 이어졌다.
모두가 하나 된 마음으로 새로운 왕의 탄생을 축하했고, 아울러 신전에 있는 라디우스 석상에 기도를 올리며 왕국의 밝은 미래를 기원했다.
왕국의 이름은 크리비아 왕국으로 확정됐다.
조상 때부터 쭉 이어져 내려온 영지의 이름을 그대로 계승하겠다는 자레드의 뜻이 담긴 국호였다.
신데르스 왕국은 마이라를 위시한 대규모 사절단을 보내, 자레드의 즉위를 대대적으로 축하했다.
반면에 보누스, 말루스 왕국은 급이 한참은 낮은 신하를 보내어 소심한 반항을 했다. 물론 자레드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이웃한 파우페르 왕국에서도 축하 사절단이 도착했고, 렌투스 제국도 사절단을 보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갈라딘 공작의 수족이나 다름없는 렌-세븐이 사절단으로 왔다는 것이랄까?
떨떠름한 방문이기는 했으나 적의는 없는 듯 보였기에, 자레드는 그들의 축하도 받아 주었다.
그렇게 사흘의 축제가 이어졌고, 마지막 날의 밤이 무르익었을 무렵.
라디우스 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마친 교황 아르모니아 17세와 자레드가 단둘이 만났다.
대관식 이후, 사흘 내내 교황은 사나레 성지를 둘러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이제야 비로소 두 사람만의 자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자레드는 교황과 함께 사나레 대신전 부근의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담소를 나눴다.
“교황 성하께서 올해로 팔순을 넘긴 연세라고 하면, 아무도 믿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그러게 말이에요. 대왕의 눈에는 제가 어느 정도로 보이나요?”
“아무리 높게 잡아도 열다섯 살 이상을 말씀드리기가 힘듭니다.”
“주신께서 내린 축복이라 생각합니다. 암흑 교단에서는 저주받은 꼬맹이라고 그리 쌍욕을 한다던데, 그래서 장수하는 듯해요.”
“건강은…… 괜찮으십니까?”
“나이만 그렇지, 몸은 이팔청춘 그대로니까요. 모든 것이 완벽해요. 제 대에 이르러 대왕 덕분에 성물을 찾은 것도 크나큰 축복이고요.”
악수를 청하는 교황의 손을 자레드가 맞잡았다.
따뜻하게 손끝에서 일렁이는 특유의 신성력이 느껴졌다.
신성 그 자체인 교황은 살아서 움직이는 거대한 신성력 덩어리와도 같은 존재였다.
놀라운 점이 하나 더 있다면, 교황의 스탯을 자레드의 심안으로는 살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교황이 신의 가호를 받고 있어서가 아니라, 자레드와 레벨 차이가 10배 이상 나서였다.
즉, 현재 레벨이 1,500을 훌쩍 넘는다는 계산이 나오는 것이다.
신앙생활에 모든 것을 바친 성직자의 기도를 통한 레벨업 외길 인생이 아닐까 싶었다.
“대왕.”
“네, 성하(聖下).”
“대왕이 어깨에 짊어진 운명의 무게가 참으로 무겁네요. 많이 힘들지 않나요?”
교황이 건넨 말에 제법 뼈가 담긴 듯싶어, 자레드는 흠칫했다.
“한 나라의 왕으로서 전보다 훨씬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니, 그런 틀에 박힌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에요. 대왕, 제게는 보입니다. 대왕이 누구보다 치열하게 광휘의 끝, 찬란한 영광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이요.”
“성하…….”
그의 말에는 깊은 울림이 있었다.
나스 대륙에서 그 누구보다도 주신 라디우스에 가까이 닿아 있는 교황, 아르모니아 17세.
그에게는 자신이 남들과 다르게 보이는 것일까? 자레드는 궁금했다.
“평생 라디우스 님을 찬미하고 바라보며 살아온 성직자의 몸이라 보태 드릴 수 있는 힘이 미미합니다만…….”
교황이 자레드의 손을 잡았다.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을 자레드의 특별한 후광이 그의 눈에는 보였다.
그것은 늘 머릿속에서 그리던, 주신 라디우스의 뒤에서 보이던 후광처럼 찬란하게 빛나는 것이었다.
“대왕의 능력을 지금보다 더 뜻있게 펼칠 수 있도록 작은 힘을 나눠 드리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어떤 힘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진심이 느껴지는 교황의 말에 자레드는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
바로 그때.
백색의 섬광이 자레드의 전신을 둘러싸기 시작하더니, 이내 그에게서 변화를 이끌어 냈다.
[교황의 신성력을 전달받아, 신성력이 125 상승합니다!] [특수 마법 ‘환희의 찬미’를 얻었습니다!]‘환희의 찬미!’
자레드의 눈빛이 흔들렸다.
교황이 자신에게 부여한 특수한 힘은 결코 하찮은 것이 아니었다.
환희의 찬미는 에서도 최고위직 성직자, 즉 한 명의 교황과 다섯 명의 추기경이 아니면 사용할 수 없던 마법이었다.
요구하는 신성력 또는 마력의 양이 엄청났기 때문이다.
[환희의 찬미] [환희의 찬미는 신성력 300과 마력 1만 또는 신성력 2천을 소모해 사용할 수 있는 마법입니다.단, 환희의 찬미를 부여할 대상자가 목숨을 잃지 않은 상태여야 합니다.
찬미를 통해 깊은 상처를 완벽하게 치유하며, 회복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단, 동일 대상에게 환희의 찬미를 두 번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성물을 찾고, 클루제를 죽이고, 대성지를 건설한 것에 대한 나비효과가 틀림없어.’
예전에 에서는 경험한 적 없는 특수 마법의 획득.
무척 기뻤다.
환희의 찬미가 자신에게 있다면, 적어도 한 번은!
사랑하는 연인이나 동료, 가신과 병사가 죽음의 문턱에서 신음하고 있을 때 구해 줄 수 있다.
교황이 분위기를 환기했다.
“암흑 교단이 대왕의 목숨을 호시탐탐 노릴 겁니다. 조심하세요. 시국에서 쓸 만한 인재를 추려 대왕의 곁으로 보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걱정 마십시오. 저 역시 꼼꼼하게 대비하고 있습니다.”
“부디 옥체 보전하세요, 대왕.”
“예, 성하. 다시 뵙게 될 그날을 기다리겠습니다. 성하께서 씌워 주신 왕관의 무게를 잊지 않겠습니다.”
“라디우스 님의 영광이 대왕과 늘 함께하시기를.”
그렇게 자레드와 교황 아르모니아 17세는 서로를 마주 본 채, 정중하게 예를 다해 인사를 올렸다.
서로를 존중하고, 인정하며, 특별함을 알아본 유의미한 시간이었다.
자레드를 보며, 교황은 확신할 수 있었다.
대변혁의 바람이 이제 북부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그에게서 아주 잠깐이나마 라디우스의 힘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본인은 모르겠지만…….
그는 이미 운명의 소용돌이 속으로 힘차게 휘말려 들어가고 있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