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d Academy 1st Hit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140
【내 필드의 모든 소환수를 파괴합니다. 파괴한 모든 소환수를 상대 필드에 소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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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드득! 내 필드에 있던 좀비들이 허기를 참지 못하고 서로를 뜯어먹기 시작했다. 뜯어먹힌 좀비들의 몸에서 튀어나온 원혼이 나와, 이클립스의 몸에 스며들었다.
[「혼란스러운 빛의 좀비」의 유언이 발동합니다.] [mana : -1] [「혼란스러운 빛의 좀비」의 유언이 발동합니다.] [mana : -1] [「허기진 빛의 좀비」의 유언이 발동합니다.]…
꽤 좋은 타이밍에 「빛의 허기」가 나왔네. 필드가 말라붙고, 서로의 마나가 완전히 바닥났다.
전형적인 「빛의 허기」덱이 이기는 시나리오다.
이 이후에는 다소 일방적으로 게임이 끝났다.
[당신의 승리입니다.]“있는 척 하더니 별 거 아니네.”
“내 패에 「마법 흡수자」가 나오지 않은 것 뿐이다.”
마력 흡수자는 상대의 마법을 일시적으로 봉쇄하는 안티 스펠 소환수다. 이 카드를 「암흑기」덱에서 뽑느냐 마느냐는 내 「빛의 허기」덱을 상대하는 데 있어서의 핵심 요소다.
빛의 허기가 뽑힐 때까지 마법 흡수자가 뽑혀나올 확률은 대략 70%정도쯤.
확률로 치자면 꽤 높은 확률이다.
그러니, 내가 운으로 놈을 이겼다고 생각하는 거다.
“뭐. 좋을 대로 생각하던가.”
나는 덱을 그대로 세팅한 채 놈의 덱 튜닝을 대기했다.
[플레이어 「전익현」의 승리.] [다음 치수까지 남은 승수 : 2승]“덱 안 바꾸냐?”
「빛의 허기」와 같은 컨셉 덱들은 카운터덱을 쓰면 극도로 무력해진다. 아무리 나라도 카운터를 맞으면 승률이 급락하는 수준의 덱이니까.
“안 바꾼다. 덱을 바꾸는 것보다 내 승률이 더 좋으니까.”
“그렇겠지.”
지금의 덱으로 놈이 나를 상대할때의 승률은 87%정도, 반면 덱을 바꾸었을때의 승률은 70%정도쯤이다.
놈이 제대로 카운터덱을 조금만 연습했다면 승률이 90%정도로 육박하게 됐을 테니 덱을 바꾸는 선택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내가 하나의 덱을 죽자고 파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유연하지 못한 덱의 변환, 거기에서 발생하게 되는 필연적인 불합리한 선택의 강제.
평균적인 승률이 높다는 것은, 개별적인 듀얼에서의 최고 승률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물론 이것은 내가 컨트롤덱을 죽자고 파지 않는 이유중 하나에 불과하다.
“이 치수듀얼로 똑똑히 가르쳐주도록 할까. 그 선택의 어디가 잘못됐는지.”
본래라면 가르쳐주고 말고 할 것도 없이 일방적으로 두들겨 패고 끝이었겠지만. 반 년이 넘는 시간동안 강사생활을 하다 보니 남을 가르치는 데 인이 배인 모양이다.
수강료를 못 받는건 기분나쁘긴 하지만….
“이번에는 특별히 무료봉사를 해 주도록 하지.”
##온천 (8)
첫 번째 패배가 끝나고도 이클립스는 전혀 미동이 없었다. 나는 다시금 덱 세팅을 완료했다. 두 번째 듀얼.
「빛의 허기」와 「암흑기」간의 듀얼은 일종의 가위바위보 형태를 띈다. 핵심이 되는 카드는 내 덱의 핵심 파츠인 「빛의 허기」, 「빛의 허기」를 카운터하는 「마법 흡수자」. 그리고 「마법 흡수자」를 카운터하기 위해 넣은 한데스(hand destruction : 상대의 패를 버리는) 「심연의 종」을 언제 쓰느냐가 얽혀 있는 듀얼인 것이다.
다만 가위바위보라는 것은 적확한 비유는 아니다. 가위바위보는 운에 기대는 영역이 매우 크지만, 소울 커맨더스는 상대방의 패를 ‘읽어내는’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상대가 가위밖에 낼 수 없는 상황에서 내는 바위는 무적의 패가 된다. 반면 상대에게 대응할 패가 모두 주어져 있는 상황이면 가위바위보를 시작하는 데 한층 신중해져야 한다.
내가 가장 자신있어하는 부분중 하나가 바로 상대의 패 읽기다. 그리고 내가 자신있다는 말은, 이클립스도 자신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내 패 읽기는 저 때와 지금이 크게 다르지 않다. 조금은 더 나아지긴 했겠지만, 그래봤자 승률은 절반에서 크게 높아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두번째 듀얼이 시작됩니다.] [상대의 턴입니다.]“「리로더」 를 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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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로더】
【1 mana】
【내 패를 모두 덱에 섞어넣습니다. 넣은 매수만큼 드로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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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이 패를 덱에 집어넣는다. 다시 셔플되어 나오는 카드들. 처음에 초반에 사용할 수 있는 위니 카드들 위주로 카드들이 잡혔던 모양이다. 낼 수 있는 소환수 수가 꽤나 제한되는 이 듀얼 특성상 고마나 소환수를 핸드에 쥐고 싶었겠지.
“패가 좀 말린 모양이지?”
대답은 없다. 뭐, 당연한 일일지도. 사실 좀 여러 반응들을 기대했지만 아직까지는 평온이 유지되는 것을 보니 확실히 만만찮은 상대라는 느낌이 든다.
“턴 종료.”
[당신의 턴입니다.]이번에도 놈은 첫 턴을 종료한 채 나의 행동 하나하나를 응시했다. 짙은 선팅 때문에 시선이 느껴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낱낱이 내 몸을 스캔당한다는 기분은 썩 좋지는 않군.
저런 시선을 상대로 모든 생각을 읽히지 않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미안하지만, 패 읽기로 싸워줄 생각은 딱히 없거든.”
나는 핸드에서 첫 번째 카드를 들어올려 필드에 내려놨다.
“「위스프」를 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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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프】
【1 mana】
【피해를 줄 때 1마나를 얻습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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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롱! 솜털만한 빛뭉치가 필드에서 솟아올랐다.
“…위스프?”
“위스프?”
“저게 왜 저기서 나와?”
「위스프」카드는 평범한 「빛의 허기」덱에는 들어가지 않는 카드다. 고마나의 빌드업도 필요없고, 저마나의 마법과 좀비들만으로도 덱이 가득 차기 때문이다.
마나의 소비효율보다 패의 매수와 제압기가 더 중요한 「빛의 허기」덱에서는 결코 쓰지 않는 카드.
“그런 카드를 쓰다니. 미친 건가?”
30장의 카드 중 한 장만 바뀌어도 덱의 승률은 떨어진다. 작게는 1~2%씩, 높으면 10%씩 떨어지기도 한다. 바꾸는 카드가 덱의 핵심 카드라면 덱 자체가 성립하지 않게도 되는 것이다.
[상대의 턴입니다.]“턴 엔드.”
[당신의 턴입니다.]나는 위스프로 이클립스의 본체를 후려갈겼다. 나풀대는 위스프의 빛살이 선명하게 이클립스의 외골격을 핥아냈다.
[현재 마나 : 3]“나는 뒤이어 「빛 저축은행」을 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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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저축은행】
【0 mana】
【모든 마나를 잃습니다. 다음 턴, 잃은 마나의 두 배를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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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 종료.”
이클립스의 움직임이 잠시 멈췄다. 내 플레이가 뜻하는 바를 읽어내려고 하고 있는 모양이다. 미안하지만 이미 늦었어. 「리로드」를 한 놈의 핸드에는 저마나의 소환수나 제압기가 잡혀 있을 확률이 극히 희박하다.
그러니─.
으득.
“턴을 종료하지.”
앞으로의 전개가 어떻게 될지를 알면서도 턴을 종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드로우!”
나는 패를 뽑아올렸다.
“위스프로 다시 직접 공격!”
[「위스프」의 효과로 마나가 1 추가됩니다!] [현재 마나 : 10]나는 가득가득 들어차 있는 마나통을 바라보며 기분좋게 웃었다.
마나 펌핑은 「대지」속성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빛」속성에도 마나 펌핑 카드들이 존재는 한다. 단지 템포가 많이 늦어지는 탓에 쓰지 않는 것 뿐이지만.
“나는 「천공의 성」을 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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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 성】
【10 mana】
【지속물】
【내 필드의 모든 소환수들이 효과를 잃습니다. 매 턴의 시작시, 내 모든 소환수들의 능력치를 +3/+3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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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아아악! 거대한 빛줄기가 필드 위로 아로새겨졌다. 빛줄기는 바닥을 내달려 소환진이 되고, 소환진에서 거대한 성이 떠올랐다.
천공의 성. 최상급 지속물이지만 필드의 소환수들의 능력치를 제거한다는 점과, 템포가 느리다는 점. 그리고 빛 속성 카드들이 능력치 부가가 필요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 때문에 거의 사용되지 않는 카드다.
“…사이드 보딩으로, 덱의 컨셉을 아예 바꿨군.”
“정답이다. 아주 눈치가 없진 않네.”
사이드 보딩으로 추가할 수 있는 카드의 수는 기본적으로 덱 매수의 절반 정도다. 사이드 보딩 카드들의 매수 제한이 없게 하면 사이드 덱을 수천 장을 들고와서 덱을 통째로 갈아엎는 방식의 듀얼이 가능하다. 즉 덱 하나로 싸우는 듀얼에서 덱을 수십 개를 들고오는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실제로 특정 듀얼리스트가 그런 방식의 듀얼으로 아시아 챔피언을 먹은 뒤, 공식전의 사이드 보딩 카드 매수에는 제한이 생겼다.
…쪼잔하게 아시아 챔피언전에서 쓰는 게 아니라 세계대회에서 썼어야 됐는데. 전적으로 나의 불찰이다.
아무튼, 사이드 보딩 카드의 매수제한이 생긴 이후 덱을 완전히 갈아엎는 방식의 사이드 덱 구성은 불가능해졌다.
“하지만, 덱 컨셉을 갈아엎는 정도는 가능하다 이 말이지.”
“소위 ‘날먹’이로군. 하지만 그런 방식의 덱은 결국 원래의 덱의 하위 호환에 불과하다.”
“그럴지도.”
“쓰레기나 다름없는 덱이다. 평균 승률은 50%, 아니, 30%도 채 보장되지 않아. 게다가 한 번밖에 쓸 수 없는 전술이다. 그런 전술을 위해서 사이드보드 카드들을 다 투자하는 것은 멍청한 짓이다.”
“그것도 맞는 말이네.”
지금의 내 「천공의 성역」덱은 「천공의 성역」만을 주축으로 짠 전용 덱에 비해서는 훨씬 약하다. 쓸데없는 좀비 카드들이 들어가 있는 데다가, 마나 부스팅 카드들도 6장뿐이며, 지속물을 수호할 수 있는 카드조차 없으니까.
게다가 이 전략은 여러번 쓸 수 있는 전략조차 아니다. 단 한 번 사람들이 본다면 더 이상은 쓸 수 없는 방식의 덱 세팅이니까.
하지만─.
“이번 판은 이겼지.”
삶은 짧다.
우리가 하는 듀얼은 수없이 많은 통계가 아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눈 앞의 단 한 판의 듀얼일 뿐.
“이 덱을 만드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렸지?”
“몰라. 대충 백 시간 정도쯤. 어쩌면 그 열배정도.”
“고작 인생에서 한 판을 더 이기기 위해서 백 시간을 쓰는 게 옳은 선택이라고 생각하나?”
예전의 내가 묻는 질문에 나는 놈의 얼굴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짙은 썬캡 너머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그 아래에 어떤 얼굴이 있는지정도는 알 수 있었다.
언제나처럼 무심한 얼굴이겠지.
지금 가지고 있는 호기심도 감정이라기보다는 정보의 수집에 가까운 행위일 것이다.
놈은 어떤 듀얼도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이 판단하고, 똑같이 행동한다. 놈에게는 랭크 점수가 달려 있는 한 판과, 세계대회 결승전의 마지막 한 판이 갖는 무게가 같은 것이다.
본질적으로 바둑이나 체스 인공지능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순간을 타개하기 위한 기책이나 묘수를 생각하지 않는 정수정도正手正道. 이 정수만을 두는 듀얼은 최고의 승률을 보장한다.
인간이 멋지다고 생각하는 묘수나 특별한 기책은 일회성에 불과한 것. 결국 무한한 경기를 가정한다면 승률에 어떤 영향도 끼치지 못하는 듀얼인 것이다.
어디까지나 무한한 게임들을 가정했을 때에만.
“네가 그렇게 생각하니까 네가 우승 트로피를 못 들어올린 거야.”
“시간이 있었다면 우승트로피를 얻었을 거다.”
“아니. 단 한 국을 이기기 위해서 영혼을 다해 준비한 수가 없다면, 못 이겨.”
인생은 짧다. 수백 시간, 수천 판을 내주고 얻는 한 판의 듀얼이 세계대회 결승전의 마지막 듀얼이라면. 온 삶과 영혼을 다해 이겨야만 하는 듀얼이 눈 앞에 있다면.
수천 판이 아니라 수십만, 혹은 수십억 판이라도 내어줄 수 있는 것이 인간인 것이다.
[「전익현」이 2연승 중입니다.] [치수까지 남은 판수 : 1판]“너는 나와는 너무 다르군. 생각하는 방식도, 듀얼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