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d Academy 1st Hit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42
놀랍게도 고증입니다. 세부 룰은 언제나 그렇듯 차이점이 있긴 하지만요!
제가 처음 프리 포 올을 하고 받은 컬쳐쇼크만큼
여러분들이 제 글을 읽으시며 즐거우셨으면 좋겠습니다!
##등급전?-1학년(4)
“네 친구가 들어온 모양이더군.”
청염은 새벽녘에게 말했다.
“···돌아왔다고? 도망치지···않고?”
“그러게. 귀찮은 혹도 하나 더 붙여서 왔더군.”
새벽녘은 피를 바닥에 뱉으며 말했다. 청염이 귀찮은 혹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아군이 한 명 왔다는 뜻이리라.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이 누가 있지? 강철이 도움을 받을 만한 사람이 있는지 떠올려 봤지만 마땅치 않다.
의문이 생겼지만 그것을 표출하는 것은 자신의 구출 확률을 낮출 뿐이다. 그러니 침묵하자. 새벽녘은 그렇게 결심했다.
“강하더군. 그것도 기묘할 정도로. 놈에게 키마이라가 스물일곱 마리 전부가 당했어.”
“···그게 가능한 일인가?”
말을 하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아차. 말하고 나서야 청염이 자신을 뒤흔들기 위해서 거짓말을 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리를 들었다. 너무 뻔하디뻔한 거짓말.
키마이라 스물일곱 마리를 인간이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잖은가.
새벽녘은 이를 질끈 악물었다.
“말을 하기 싫다는 거군. 그렇지만 놈의 듀얼을 보고도 모른다고 잡아뗄 수 있을까?”
청염이 튼 화면에서는 라이딩 듀얼이 펼쳐지고 있었다.
“···스물일곱 마리를 동시에 상대한 건가?”
“놀랍게도.”
거대하기 그지없는 「모래 망령」이 필드 위에 서 있었다. 덩치로 봐서는 20/20을 넘은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게 몇 턴이지?”
“2턴째다.”
“2턴?”
“놈은 영리하게 키마이라들을 모두 모은 다음 프리 포 올을 선언했다.”
새벽녘의 입에서 헛웃음이 터져나왔다. 저기서 듀얼하는 인간이 누구인지는 안 봐도 훤하다. 이런 미친 듀얼을 할 수 있는 인간은 세상에 단 한명밖에 없기에.
“···이클립스가 왔군.”
“‘이클립스’가 놈의 코드명인가? 이 상황이 올 때까지도 꽁꽁 숨겨놨던 것을 보면. 너희들이 끝까지 숨기고 싶었던 카드인가 보군.”
전혀 그렇지 않다. ‘이클립스’는 자신들의 패가 아니다. 그저 제멋대로 움직이고 제멋대로 모든 것을 부수고 다니는, 태풍이나 지진 같은 존재에 불과한 놈이니까.
하지만, 놈이 이클립스를 그들의 편으로 착각해 준다면 그들로써는 바라마지않는 이득이다.
이클립스를 제압하기 위해서 배신자들이 강자를 투입하면, 놈은 더욱 미쳐 사냥감을 찾아다닐 터.
전력 약화를 위해서는 청염이 그를 자신들의 편이라고 생각하도록 만들어야 했다.
“···놈이 왔다면. 네놈의 끝도 머지않았군.”
“놈의 강함을 자신하는군. 하지만···당해 봐서 알지 않나? 나의 강함을?”
확실히. 청염은 강했다. 새벽녘은 청염을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저울 한 쪽에 매달았다. 그리고 반대편에 ‘이클립스’를 살며시. 아주 살며시 올렸다.
크흐흐. 고통으로 얼룩져 있던 새벽녘의 얼굴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웃을 때마다 터진 입술이 찢어져 고통스럽다. 그런데도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웃음이 잦아들고 난 다음에서야 새벽녘은 겨우 입을 뗐다.
“넌 뒈졌어. 새끼야.”
***
폐건물의 최심부까지 들어오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화살표가 친절하게 함정이 있는 곳을 피해서 길을 알려줬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그냥 별 쓸모없는 네비게이션 정도로만 느꼈는데, 이거 엄청 쓸모있는 능력이었네.
“대체 어떻게 모든 함정들을 알아챌 수 있는 거야?”
철이는 내가 함정을 모조리 피해 온 것을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물론 트릭을 말해 줄 생각은 전혀 없다.
“좀 알려 달라니까?”
“마술사가 마술 방법 가르쳐 주는 거 봤냐?”
나는 가볍게 얼버무린 다음 화살표를 바라봤다. 화살표는 꽤 커져 있었다. 청염이 이 주변에 있는 모양이다. 그보다, 왜 화살표가 계속 커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화살표는 목표물이 가까워 올수록 커진다. 즉, 청염이 나를 향해 다가오는 게 아니면 커질 일이 없다는 뜻이다.
놈이 빡대가리가 아니고서야 자신의 아지트에 침입한 우리를 향해 다가올 일은···
“반갑다. 나는 청염. 이 아지트의 주인이다.”
생각보다 더 빡대가리였구나. 뭐, 오히려 좋다. 청염의 옆에는 철이의 절친인 새벽녘이 붙들려 있었다.
반쯤 부서진 가면 밑으로 부어오른 얼굴이 보인다.
크흐. 크흐흐. 새벽녘의 입에서 웃음소리가 터져나온다. 퍼억! 청염의 주먹이 새벽녘의 배에 꽂혔다. 그런데도 웃음은 멈추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다니. 정말 긍정적인 친구가 틀림없다. 물론 긍정적인 친구라고 해서 내가 친구로 삼고 싶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절대 가까이하고 싶지 않다. 저런 사람은 언제 무슨 짓을 저질러도 이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네놈이 이클립스. 맞나?”
“이클립스?”
그게 뭔데. 새벽녘을 바라보자 놈은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맞는 척 하라는 신호다.
보아하니 ‘이클립스’는 놈들의 컨셉놀이에서 나에게 부여된 코드네임 같은 것인 모양이다. 응하고 싶지 않지만 응하지 않았다가는 저 긍정적이지만 제정신이 아닌 친구가 나중에 나에게 무슨 짓을 벌일지 후환이 두렵다.
“···그렇다.”
“네놈. 이 자식의 말로는 강하다고 하더군.”
“꽤 강한 편이지.”
“네놈이 이 자식들의 비밀 병기라던데.”
아니. 설정도 좀 정도껏 갖다붙여. 우리가 알게 된 지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 설정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거야?
아니. 됐다. 더 피곤해지기 전에 듀얼이나 하고 끝내자.
“내가 여기에 온 이상 더 말은 필요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도 그렇군. 말을 마친 청염이 덱을 꺼내들었다. 듀얼로 만사 해결하는 이 세상이 이번만큼은 고맙다.
“미리 말해 두지만. 항복 따위는 없다. 한 쪽이 부서질 때까지. 듀얼을 하는 것으로 하지.”
그러든지 말든지.
““듀얼!””
키리리릭! 마찰음과 함께 펼쳐지는 듀얼 필드가 이번에는 고맙기 그지없었다.
청염의 덱은 「화염 빅 덱」이다. 빅 덱은 높은 레벨의 소환수들과 고성능의 마법들로 상대를 압박하는, 후반을 도모하는 덱이다.
보통은 화염 속성은 빅 덱보다는 레벨 밸런스가 잘 잡혀 있는 컨트롤 덱이 평균 승률이 더 잘 나오는 편이지만, 청염의 특이성인 「고속 전투」덕분에 청염은 빅 덱을 굴릴 수 있다.
[선공입니다.] [턴이 시작됩니다.]“턴 종료.”
나는 첫 턴이 시작되자마자 턴 종료를 외쳤다. 아무 것도 할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그냥 턴을 종료하자 청염의 입꼬리에 미소가 감돈다. 하긴, 좋아할 만하지. 고속 전투를 아무 생각 없이 땡길 수 있게 됐으니까.
+
【특이성 : 고속 전투】
【mana : 2】
【추가 마나통을 1 얻습니다. (최대 10)】
【지속 효과 : 상대방과 나의 모든 소환수들이 돌진을 얻습니다.】
+
고오오. 붉은 빛을 띄는 마나가 청염의 몸을 쓸어올렸다. 마나통을 추가해 주는 특이성은 티어가 정말 높은 특이성이다. 템포를 한 박자 더 올릴 수 있는데다가, 마나가 빠르게 올라가면 할 수 있는 플레이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더 위협적인 것은 그 뒤에 딸려 있는 지속 효과다. 고마나 테크를 타 빠르게 우월한 자리를 선점한 몬스터들이 직접 공격을 쏟아붓는 화력은 강맹하기 그 지없다.
단순하기 그지없으면서도 강력한 덱.
듀얼리스트들의 특이성을 좋은 순으로 분류한다면 S급을 줘도 충분한 특이성이 바로 청염이 들고 있는 「고속 전투」다.
[당신의 턴입니다.]이번 턴에도, 내가 할 수 있는 플레이는 아무 것도 없다.
“턴 엔드.”
나는 패를 바라봤다.
+
【석회암 골렘】
【15 mana】
【내 패 1장당 소환 마나가 1씩 줄어듭니다.】
【10/10】
+
+
【기암 골렘】
【14 mana】
【상대의 패 1 장당 소환 마나가 1씩 줄어듭니다.】
【10/10】
+
+
【흑요석 골렘】
【20 mana】
【필드의 소환수 하나당 소환 마나가 3씩 줄어듭니다.】
【10/10】
+
소위, 골렘 시리즈라고 불리는 카드들이 내 핸드에 모두 잡혀 있었다. 그 다음 턴에도 패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카드가 단 한 장도 없다.
할 수 있는건 턴 종료뿐.
“턴 종료.”
“계속해서 턴 종료만 외치는 건가?”
청염은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세 번째 고속 전투를 발동했다. 청염의 덱의 마나 커브는 8부터 시작된다. 지금 놈의 마나는 7. 다음 턴이 되면 놈의 고코스트 카드들이 쏟아지기 시작할 것이다.
“하. 정말로 별 것 없는 자식이었던 모양이군.”
골렘 시리즈들은 조건이 맞을 시에 소환비용이 줄어들지만, 기본적인 마나가 너무 크기 때문에 10/10이라는 좋은 능력치인데도 거의 쓰여지지 않는 카드들이었다.
“흥이 식었다. 지금이라도 용서를 빌고 바닥에 엎드리면 용서해 주지.”
“참으로 자애로운 사람이군.”
“내가 자애롭기는 하지.”
어디까지나, 「프로크루스테스」 가 나오기 전까지는 그랬다는 말이다.
“나는, 네가 지금부터 용서를 빌고 바닥에 엎드려도 봐 줄 생각이 전혀 없는데.”
“···뭐?”
“너한테 다음 턴이 안 간다는 이야기다.”
나는 청염이 입을 열기도 전에 패에 있던 카드를 꺼내들었다.
+
【프로크루스테스】
【5 mana】
【내 카드의 비용이 이 턴에 (5)가 됩니다.】
+
프로크루스테스는 침대에 사람을 눕히고 침대보다 큰 사람은 침대에 맞게 잘라내고, 침대보다 작은 사람은 강제로 침대의 크기로 늘렸다는 기이하기 그지 없는 도적의 이름이다.
그그극! 도적 차림을 한 남자가 나타났다. 서걱! 프로크루스테스의 검이 번뜩였다.
내 패에 있던 카드들의 코스트가 한 번에 잘려나갔다. 석회암 골렘도, 기암골렘도, 흑요석 골렘도. 모두 코스트가 5가 된 것이다.
그리고, 줄어든 코스트가, 「골렘」자체의 효과들로, 다시 한 번 줄어들었다.
내 패에 있는 모든 골렘들의 비용이, 0으로 줄어들었다.
나는 단숨에 내 패에 있는 골렘들을 쏟아냈다. 세 장의 골렘. 총합 30/30의 필드가 한 턴만에 구축됐다.
그리고, 고속 전투의 돌진 효과를 바로 받은 골렘들이 기동하기 시작했다.
고고고고고!
“자! 잠ㄲ···!”
나는 청염이 뭐라고 지껄이기 전에 놈의 명치를 후려갈겼다.
[Hp – 10] [Hp – 10] [Hp – 10]쾅!쾅! 콰아아앙! 세 방의 일격이 조금의 틈도 없이 청염의 몸체를 후려갈겼다. 총 30의 데미지가 한 번에 들어갔는데도 조금 타격감이 부족한 느낌은 아무래도 어쩔 수 없다.
아까 키마이라들을 처치할 때 너무 화끈하게 패서 그런 모양이다.
[승리하셨습니다.]골렘에게 세 대를 얻어맞은 청염의 몸이 바닥에 납짝하게 쳐박혀 있었다.
사람이라면 죽었을 수도 있는 상태다. 하지만 놈이 죽었을 리는 없다.
청염은, 한참 전부터 사람이 아닌, 「탑」에 속하는 존재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