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d Academy 1st Hit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53
나는 미리 받아온 「땅울림」을 확인했다. 땅울림 포일 카드 세 장. 구매액수는 15만 포인트.
판매 목표액은··· 5배. 딱 75만 포인트 정도만 잡자. 너무 크게 잡았다가 못얻으면 실망할 수 있으니까.
나는 심호흡을 몇 번 하고, 카드 판매 사이트에 ‘땅울림’을 검색했다.
[‘땅울림’ 카드의 평균 가격 : 300, 000P]“···나쁘지 않네.”
30만 포인트라. 3장이면 90만 포인트다. 기대한 것보다는 살짝 높은 수익이다.
어느 정도 만족하며 창을 닫으려는데. 뭔가 이상했다.
본래 체크되어 있어야 할 포일 카드가 체크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니까 이 가격은 일반 카드의 가격인 것이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포일 카드 체크를 선택했다. 그리고 다시 검색.
[‘땅울림(포일)’카드의 평균 가격 : 1, 000, 000P]“일, 십, 백, 천, 만···.”
백만 포인트. 세 장을 모두 팔면 삼백만 포인트다.
그간의 거지같은 생활과 눈썹을 먹던 생활이 머릿속에서 파노라마처럼 스쳐지 나갔다. 어떤 빌어먹을 자식이 나를 괴롭히려고 일부러 불행만을 골라 던지는 것 같던 나날들.
주르륵.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좋은 일이라도 있나?]“이제 나는 부자다! 이제 이 거지같은 반지하 방도 안녕이다! 이젠 에어컨 있는 방에서 살 수 있다!”
부자라는 말에 스핑크스의 귀가 쫑긋거린다.
[그럼 나도 이제 좋은 사료를 먹을 수 있는 건가?]“그건 아니지. 내가 부자가 된 거지, 네가 부자가 된 게 아니잖아.”
빠악! 스핑크스의 주먹이 날아왔다. 상관없었다. 지금의 나는 이 세계에서 가장 마음이 넓은 사람이었기 때문···
빠악! 빠악! 빠악! 빠악! 빠악! 빠악!
아니. 적당히 해. 적당히. 나는 흥분한 스핑크스를 화장실에 격리한 다음 달력을 확인했다.
슬슬 기말고사 기간이네. 지난 번에는 기말고사 문제를 내느라 바빴지만 이번에는 그럴 필요가 없다. 머릿속에 만들어 둔 문제가 있었으니까.
한 문제면 충분하다.
##기말고사(1)
첫 번째 학기가 마무리되어가고 있었다. 기말고사가 가까워지면 질수록 학생들은 둘로 나뉜다. 나오게 될 성적을 대충 알고 대충 하거나, 남은 시간을 극도로 조아붙여 끝까지 매진하거나.
여한설은 물론 후자의 학생이였다. 여한설은 언제나처럼 튜닝학 개론 교실의 맨 앞에 앉아 다른 과목 공부를 하고 있었다. 공부를 하다 보면 어느 정도 자신의 성적에 대한 확신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녀가 듣고 있는 과목은 일곱개. 여섯 과목의 성적은 1등이 거의 확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튜닝학 개론’의 1등은 확신할 수가 없었다. 중간 고사를 만점을 받기는 했지만, 전익현의 시험 방식은 예측불허. 이번 기말 고사에서 0점을 받을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가 없다.
기말고사에서 최악의 경우가 발생해도 총 점수 합계의 1위는 충분할 테지만···.
“모범생답게 벌써부터 와서 공부하고 있네.”
생각이 끝마쳐지기 전에 자그마한 키의 은백색 머리카락의 꼬마가 말을 걸어왔다.
모르는 사람이다.
“···너는 누구지?”
“남연철! 지난 번 중간고사때 너 때려눕혔잖아!”
“모르겠는걸.”
남 어쩌구가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에 화를 냈다.
남연 뭐시기의 점수는 나쁘지 않았다. 모든 과목의 성적을 알 수는 없지만, 자신과 겹치는 세 과목의 점수는 자신의 뒤를 바짝 따라붙고 있었다.
점수의 총계를 낸다면 자신과 크게 차이는 나지 않을 터.
‘뭐. 그래도 상관없어.’
총 평점 평가에는 「등급전」의 점수도 들어간다. 그녀의 등급전 순위는 현재 140등 언저리. 등급전에서 모든 경기가 기권 처리된 것은 뼈아프다.
상위권 정도라면 수업 점수로 충분히 뒤집어 볼 수 있는 격차겠지만, 여한설의 성적은 전 과목 톱에 등급전의 순위도 1위.
그러니 여한설이 그녀에게 따라잡힐 일은 없다.
“왜 온 거지?”
“내가 다른 과목 공부. 하나도 안 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려고.”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스스로를 정당화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도록.”
“봐. 역시 나를 기억하고 있잖아.”
“말하다 보니 생각난 것 뿐이다.”
지난번에 길길이 날뛴 것과 달리, 이번의 남연철은 화내지 않았다.
“정당화가 아냐. 그 반대지. 필사적으로 노력할 거야. 방향이 조금 다를 뿐이지.”
“방향?”
“이번 기말고사. 나는 이 「튜닝학 개론」수업에 모든 걸 쏟아부을 거야.”
“멍청한 짓이군.”
튜닝학 개론은 3학점짜리 교양 수업에 불과하다. 이 수업에서 1등을 받아 봤자 총 점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전략상 아무런 쓸모도 없는. 아니, 스스로의 커리어를 갉아먹는 아무 쓰잘데기 없는 짓.
“아무리 이 수업이 평가가 좋다고 해도, 한 과목의 점수가 높다고 해도 인정하는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어. 알아주는 사람도 아무도 없고.”
“내가 알지.”
“···뭐?”
“내가 안다고.”
그리고. 그 빌어먹을 놈도 알아줄 테고. 그렇게 말한 남연철은 여한설의 뒷자리에 앉았다.
***
“···이걸로 튜닝학 개론 수업은 끝이다.”
나는 마지막 설명을 끝내고 분필을 내려놨다. 디테일한 부분에 대한 설명은 아직 시작도 안 했지만, 이 수업은 튜닝학 「개론」이다. 그러니 구태여 더 깊게 들어갈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들 한 학기동안 수고했다.”
“수고하셨습니다!”
학생들의 표정에서 기쁨이 스쳐지나간다. 성적이야 어찌됐건 학기가 끝나면 시원한 느낌을 받는 것은 만국 공통인 모양이다.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자. 벌써 나가지는 말고. 기말고사를 어떻게 칠 지에 대해서 고지하도록 하겠다.”
기말고사란 말이 나오자마자 학생들의 표정이 찡그려진다. 외국인한테 번데기라도 내밀었을 때의 반응이다. 지난 번에 내가 시험을 어렵게 내기는 했던 모양이다.
미안. 그 때는 내가 기분이 별로 안 좋았거든. 하지만 이번 기말고사는 쉽게 갈 수 있을 거다. 얼마 전에 번 포인트 때문에 기분이 엄청 좋거든.
“이번 기말고사는 시험 대신 레포트 제출로 갈음한다.”
“레포트 제출이요?”
“그래.”
레포트라는 말에 얼굴이 펴진다. 그래. 이 반응이지. 학생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이 시험이고 두번째로 좋아하는 말이 시험 안 친다는 소리다.
가장 좋아하는 말이 뭐냐고? ‘교수님이 편찮으시대.’
“레포트면···꿀이지?”
“그래. 머리 같이 싸매고 할 수도 있고.”
“다행이다. 한시름 덜었네.”
“또 중간고사처럼 내면 집에 야구배트 들고 찾아가려고 했는데.”
꽤 호의적인 반응이다. ···일단 마지막 말을 한 학생의 얼굴은 기억해놓자.
혹시라도 쟤랑 둘이 남는 상황은 최대한 피해야지.
레포트 제출은 언제나 학생들이 좋아하는 형식이다. 그리고 그만큼 교수님들, 혹은 그 아래에 있는 조교들이 싫어하는 형식이기도 하다. 레포트는 기본적으로 채점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럴 걱정 따위는 없다.
“제출할 레포트는 자신이 내고 싶은 듀얼 로그(Dual log)와 덱 리스트, 둘이면 된다. 다른 것은 필요 없다.”
와! 환호성이 터져나온다. 듀얼 로그와 덱만 보면 어떤 테마인지, 어떤 생각으로 튜닝을 했는지 대충 알 수 있다. 어떤 이유로 어떤 카드를 넣었고, 어떤 이유로 어떤 카드는 뺐고···이런 주석들을 볼 필요가 없다는 거지.
학생들 입장에서나 내 입장에서나 간단하기 그지없다. 내 입장에서는 구구절절 답지에서 튀어나오는 ‘저는 어려서부터 가난했었고···.’하는 사연 메시지도 안 봐도 되고. 학생들 입장에서는 굳이 카드 하나하나에 설명을 달고 있지 않아도 되니, 서로가 윈-윈이라는 거다.
“그 다음으로, 듀얼 상대는 누구든지 상관없다. 어떤 상대를 분석하고 거기 맞는 덱을 짜기만 하면 된다. 부모님, 할머니, 지나가던 꼬마애도 상관없다.”
다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거의 축제나 다름없는 분위기다.
“채점의 중점 요소는 ‘덱이 특이성과 잘 맞는가’, ‘얼마나 강한 상대와 듀얼을 했는가’, ‘올바른 판단을 했는가’ 세 가지다. 평가는 각 요소의 1등을 만점으로 하는 상대평가. 각 요소의 만점자는 내 첨삭이 들어간 채로 포털 사이 트에 게시할 거다.”
첨삭을 하는 건 귀찮은 일이다. 하지만 만점자의 정답지는 공개해야 한다. 만점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을 해야 자신의 점수에 대해서도 납득을 할 수 있을 테니까. 채점기준이 되는 답지를 공개하지 않으면 이런저런 클레임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크다.
더 큰 귀찮음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귀찮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몇 가지 질의응답을 받은 후 나는 1학기의 마지막 수업의 종료를 알렸다.
긴긴 한 학기였다. 오늘은 집에 가서 잠이나 푹 자야겠다. 방학이 시작됐다고 해서 놀고 있을 시간은 없다. 내일부터 다시 바빠질 테니, 하루 정도는 쉬어도 괜찮을 것이다.
***
“간단해 보이는데?”
“그러게. 저 악마가 낸 시험 치고는 엄청 쉽네.”
“오늘 로그 제출하고 다른 과목 준비나 하면 되겠어.”
전익현이 나가자마자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레포트를 어떻게 만들어 낼지에 대해서 서로 대화하기 시작했다.
반면 몇몇 학생들의 얼굴은 암담하기 짝이 없었다. 그중 가장 먼저 입을 연것은 여한설이었다.
“···이 시험이 쉬워 보인다니. 어처구니가 없군.”
말을 마친 여한설은 긴 한숨을 내뱉고 교실을 나가 버렸다.
“무슨 뜻이지?”
“말 그대로의 이야기야.”
대답이 나온 것은 남연철 쪽이었다.
“이클··· 전익현은 점수를 상대평가로 하겠다고 했지.”
“상대평가인 게 문제가 있어?”
“보통 때라면 문제가 없지. 문제는, 이 상대평가에 끝점. 그러니까 하이엔드가 없다는 데 있다.”
“하이엔드?”
“가령 내가 전익현이나 이현일을 이긴다면, 내 ‘상대방 선택’ 점수는 만점이 되겠지. 반면, 다른 시험자들의 점수는 어떻게 될까?”
“···잘 해봐야 5점 정도겠지.”
그제서야 여기저기서 작은 비명이 터져나왔다. 전익현이 말한 평가기준, ‘상대방’, ‘덱 튜닝’, ‘운영’ 세 가지 요소는 모조리 완벽한 해답이 없다.
“즉. 자신이 어떤 해답을 내놔도 고득점을 확신할 수 없다는 거다.”
학생들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지난 번의 「데스 매치」는 겨우 하루면 끝나는 시험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끝도 보이지 않는 듀얼 로그 채굴을 기말고사가 끝나는 10일 후까지 하게 생겼다.
“그야말로···악마적 발상···!”
“하지만 그 정도로까지 열심히 시험을 치를 이유가 있을까?”
“맞아. 이거 기껏해야 교양 수업이잖아. 3학점짜리.”
“그런 짓거리를 할 바엔, 난 그냥 D 받고 말래. 지난번에도 반쯤 죽을 뻔 했다고.”
틀린 말은 아니다. 이대로라면 그냥 대충 시험을 내고 마는 학생들이 속출했을 터.
하지만 전익현은 그런 부분까지도 계산해 놨다.
“전익현은 각 부분의 최고점자의 답지를 게시한다고 했다. 왜일까?”
“그야···그래야 만점자리 답지를 보고 자신의 점수에 납득할 테니까?”
“그건 1차적인 이유에 불과해. 진짜는 그 이후. 전익현의 ‘첨삭’이다.”
첨삭이라는 말에 교실 전체가 술렁거렸다. 전익현의 덱 프로듀스 능력은 이미 몇 번이나 검증되지 않았던가. 전익현은 첫 날에 쓰레기 덩이에 카드 한 장을 얹는 것으로 여한설을 이기고, 얼마 전에는 나온지 하루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지 속성의 덱 파워를 몇 단계 올리기까지 했다.
내년 입학 준비생들의 60%가 「꽃잎 토큰」덱을 사용하고, 대지 속성 학생들은 「땅울림」이 있느냐 없느냐로 순위가 나뉘고 있다는 것은 거의 공공연연한 사실.
다른 건 몰라도 전익현의 덱 튜닝 능력만큼은 어떤 사람과 붙어도 떨어지지 않는다. 아니, 세계 최고라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새 확장팩이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았다. 덱 정립과 메타 안정화는 요원한 시점. 이런 춘추전국시대나 다름없는 판세는 적어도 다음 학기 초중반까지는 이어질 터.
이런 시점에, 그런 괴물의 튜닝을 받을 수 있다면···?
‘덱 튜닝을 받기만 하면···.’
‘순위 상승은, 꿈이 아니야.’
전익현의 튜닝만 있으면 중하위권은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상위권은 최상위로 도약할 수 있을 테고, 최상위권은 따라오는 학생들을 아득히 앞질러나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자신이 어느 성적에 있던지 물 수밖에 없는 기회다.
심지어 잃을 게 없는 하위권 학생들은 이번 시험에 모든 것을 쏟아부을 터다.
자연스레 괜찮은 듀얼 로그를 뽑을 확률이 높아진다. 반면 등수가 위에 있을수록 지킬 것이 많고, 그만큼 좋은 듀얼로그를 뽑을 시간이 부족해진다.
절묘하기 그지없는 밸런스다.
“악마 같은 자식···!”
“이따위 짓을 저질러놓고 그런 웃음을 짓다니.”
“하마터면 인간으로 착각할 뻔 했네.”
첨삭을 받을 수 있는 자리는 고작 셋. 삼삼오오 모여 있던 파티가 조금씩 와해되기 시작했다. 최소한 이 시험에서만큼은 머리를 맞대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모양이다.
남연철은 굳이 기다리지 않고 교실을 빠져나왔다. 이 기말고사에 죽자사자 덤비는 학생들이 꽤 생길 것이다. 아무래도 상관없다. 애초에 그녀의 목표는 1등이었으니까.
##기말고사(2)
학생들보다 2주 일찍 시작된 방학 첫날은 꽤나 상쾌했다. 오랜만에 12시까지 푹 잤다.
다수의 학원물 게임에서 방학은 꽤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도록 만들어져 있다. 소울 커맨더스 아카데미도 마찬가지다.
여름방학을 만끽하고, 푹 자고 쉬면서 체력을 보충하고, 바다로 산으로 여행을 다니고···. 그런 학원물의 왕도적인 이벤트가 굉장히 많이 준비돼 있다는 뜻이다. 서비스신도 꽤나 많다. 평소에는 이딴 서비스신을 만들 시간에 밸런 스나 맞추라고 욕을 했을 나도 넘어가 줄 정도의 퀄리티의 서비스 씬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지금의 나와는 그다지 상관없는 이야기들이다.
앞서 내가 말한 모든 것들은 스토리의 진행이 원래대로 돌아갔을 때에나 가능한 이야기들이니까.
단순 에피소드 단위로만 따졌을 때, 현재의 스토리는 대략 2학년의 초중반부를 달리고 있다. 스토리 진행이 너무 빠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