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d Academy 1st Hit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52
거대한 돌풍이 필드 전체에 몰아쳤다. 필드의 구속력이 있는데도 비행기의 동체가 흔들릴 정도다.
필드를 완전히 쓸어올린 돌풍이 내 몸까지 찢어발길 듯 몰아친다. 콰오오오오! 보호슈트를 입고 있는데도 뼈까지 저릴 정도의 충격이 몸을 뒤흔든다.
[Hp -10]젠장. 더럽게 아프네.
나는 「원시 고대룡」의 남은 체력을 확인했다.
놈에게 남은 체력은 52. 합체된 로봇의 체력과 같다.
다행이다. 더 이상 저 더럽게 아픈 바람을 맞을 필요가 없다.
[당신의 턴입니다.]놈에게, 다음 턴은 오지 않을 테니까.
##새 카드, 헌 카드(6)
남연철은 전익현의 필드를 보고 또 봤다. 확실히 「광풍날개」가 발동된 시점에서 소환수들을 살려 두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
【고철 합체 로봇】
【속성 : 금속】
【공격할 수 없습니다.】
【0/52】
+
[이어서 「검과 방패, 방패와 검」을 발동.]+
【검과 방패, 방패와 검】
【2 mana】
【금속 속성】
【선택한 하수인의 공격력은 체력과 같아집니다.】
+
고철로봇의 몸에 거대한 힘이 깃들기 시작했다. 쿵! 쿵! 쿵! 로봇의 중심에 있는 엔진이 거친 소리를 내며 회전했다. 하지만 동력원은 ‘힘’으로 전환되지 않는다.
【52/52】
공회전이 내뱉는 거친 소음만이 필드를 감쌌다.
“···저래 봐야. 아무 쓸모 없는데.”
고철 합체 로봇의 공격력은 확실히 거대하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다.
“저 콤보. 누구나 생각해 볼 수 있는 콤보지.”
하지만 어떤 의미도 없다. 「클래식」의 금속 카드 중에는 합체한 로봇을 공격하게 만들 수 있는 카드가 없으니까.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저질렀군.”
남연철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것이 평범한 듀얼이었다면 그대로 패배 선언을 하면 될 터. 하지만 지금은 몬스터를 상대로 하는 듀얼 중이다.
패배 선언은 곧 죽음이다.
본래라면 자신이 저지른 어처구니없는 실수에 질린 얼굴이 되어 있어야 한다.
남연철은 전익현의 표정을 보기 위해서 화면을 조정했다. 필드가 아닌 전익현의 얼굴로 카메라를 줌 인(zoom in)했다.
낮은 화질인데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는, 웃고 있다.
[나는, 특이성인 「대칠성」을 발동.]전익현의 손에 들린 「선택의 카드」의 색깔이 바뀌기 시작했다. 금속 속성을 뜻하는 은빛에서 빛 속성을 뜻하는 밝은 금빛으로.
전익현의 특이성은 「대칠성」이다. 속성을 바꿀 수 있는 특이성. 대칠성의 효과로 속성을 듀얼 중간에도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구태여 듀얼 중간에 속성을 바꾸는 사람은 없다.
속성이 바뀌어 버리면 속성 카드들의 효과를 더는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구태여 능력을 써서 손해만 보는 의미없는 짓.
그렇기에 실제로 듀얼 중간에 대칠성의 효과를 사용하는 사람은 없다. 아니, 없었다.
방금 전까지는.
고오오오.
칙칙한 금속빛으로 잠들어 있던 고철 합체 로봇의 몸이 새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사용할 카드는, 「홍염」.”
+
【홍염】
【6 mana】
【내 소환수 하나의 공격력만큼 상대에게 데미지를 줍니다.】
+
고철로 만들어진 거인이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쿵! 쿵! 쿵! 맥동하는 엔진의 불협화음은 마치 심장소리처럼 들렸다. 한계를 넘어선 엔진의 박동이 전해지지 않던 동력을 로봇에게 전달하기 시작했다.
잠들어 있던 로봇이 몸을 일으켰다.
키에에에엑!
「원시 고대룡」이 불길함을 알아챘다. 놈의 눈에 처음으로 공포가 어렸다.
고대룡은 날개를 퍼덕이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하지만 도망칠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
쾅! 로봇이 비행기를 발판삼아 도약했다.
도약한 로봇의 주먹이 앞으로 쏘아졌다. 레이놀즈 수가 높디높은 난류가 된 바람. 주먹에서 만들어진 바람은 무엇이건 찢어발기는 폭류爆流로 변했다.
폭류의 주변을 감싸는 것은 엔진의 과열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홍염紅炎.
콰과과과!
찌직! 찌지지직!
키에에에에!
불꽃의 폭풍이 온 필드를 뒤덮었다.
고대룡의 몸이 폭류에 그대로 휩쓸렸다.
거대한 불꽃의 폭풍이 끝난 뒤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듀얼 종료.] [해킹이 추적당하고 있습니다. 추적 방지를 위해 연결을 종료합니다.]치직거리며 화면이 꺼졌다.
화면이 꺼졌는데도 남연철은 화면 앞에 한참을 주저앉아 있었다.
전익현에게 「고철 로봇」은 주력 덱이 아니다. 버려도 상관없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덱 중 하나.
그런데도 전익현은 고철 로봇으로 「원시 고대룡」을 공략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할 때에, 전익현은 시도했다.
그리고, 답을 찾아냈다.
“역시. 엄청난 재능이로군.”
“재능이 아니야.”
“저런 듀얼을 보고도 재능이 아니라고?”
“···놈의 카드들의 상태. 봤어?”
“아니.”
남연철은 녹화된 화면을 되돌려 전익현이 들고 있는 카드들을 줌인했다.
“···이제 보니, 카드들의 상태가 말이 아니군.”
당장 버려져도 이상하지 않을 법한 상태의 카드들이다.
“카드들이. 왜 저렇게 된 거겠어?”
“···설마.”
“맞아. 그는 카드들이 저 모양이 될 때까지, 덱을 시험한 거야.”
남연철은 자신의 덱을 꺼내들었다. 오랫동안 사용한 탓에 스크레치가 많은 카드들이다. 하지만 전익현의 하수구에 네다섯 번 정도는 쳐박혔다 나온 것 같은 카드들과 비교한다면 새 카드들이나 다름없다.
카드가 저 꼬라지가 되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할지 남연철은 상상하지 못했다.
전익현의 듀얼은, 그리고 카드의 상태는 남연철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너는 충분히 노력했는가? 불가능을 확신할 수 있는 만큼?]아마, 아닐 것이다. 확신할 만큼 노력해보지 않았다. 전익현이 한 노력의 십분의 일 조차도 하지 않고. 불가능을 단언했다.
“젠장.”
부끄러워졌다. 동시에 불가능을 단언한 자신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남연철은 말없이 자신의 덱을 바닥에 펼쳤다. 그리고 가지고 있는 카드들을 화면에 띄웠다. 덱 튜닝을 위한 만반의 준비.
그녀는 자신이 선언했던 불가능에 도전할 생각이었다.
“···탑에 오를 셈이군.”
“네가 뭐라고 해도 상관없어. 말을 번복한다고 놀려도 상관없어. 머저리, 병신, 호구, 천치라고 해도. 아무런 상관 없어.”
“제왕이 못 올라가게 막을 텐데.”
“그러면 혼자라도 올라갈 거야.”
새벽녘은 입을 다셨다. 남연철의 심장에 거대한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저 불꽃이 사그라질 일은 없을 것이다.
‘힘들어지겠군.’
새벽녘은 긴 한숨을 쉬었다. 그녀가 탑을 오른다고 결정한 이상, 자신도 탑을 공략하기 위한 덱 튜닝을 시작해야 할 터였다.
***
“으아아!”
풀썩!
[소파에 몸 던지지 마라!]여기가 니 집이냐? 나는 스핑크스의 발악을 무시한 채 소파에 몸을 완전히 기댔다.
무인비행기가 중파된 탓에 처음 착륙했을 때에는 작은 소란이 일었지만, 귀찮은 일들은 권보람이 전부 알아서 처리해 준다고 했다.
역시 만능 비서님이시다. ‘그냥 다 때려치고 귀농이나 할까?’하는 눈빛이기는 했지만. 내 일은 아니다!
나는 품에서 원시 고대룡의 처치 보상을 꺼내들었다. 손가락 마디 하나만한 조그마한 옥색의 보석.
「소울 스톤」이다.
[호오. 소울 스톤이군.]“이거. 뭔지 아냐?”
[나처럼 박식한 자는 무엇이든 알지.]TV 상식퀴즈 정답률이 2%에 수렴하는 고양이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소울 스톤」은 탑을 오르는 듀얼리스트에게 이런저런 효과를 부여해주는 아이템이다. 추가로 얻는 특이성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번의 듀얼에서 최대 세개까지밖에 착용할 수 없지만, 듀얼 중이 아니라면 언제든지 교체가 가능하기 때문에 소울 스톤이 많으면 많을수록 공략에 유용하다.
문제라면 소울 스톤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너무나도 한정되어 있다는 점과, 소울 스톤의 능력치를 바로 알 수 없다는 점 정도? 설정상 소울 스톤의 능력 치를 바로 알 수 있는 것은 탑의 「탑주」와 「수호자」정도뿐이다.
수호자. 수호자라···.
“너. 수호자 맞지?”
[그럼. 무엇으로 보이느냐?]말하면 얻어맞을 것이 분명한 대답을 할 정도로 나는 바보가 아니다. 나는 대답을 얼버무리고 질문을 이어나갔다.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소울 스톤. 효과도 알 수 있냐?”
[후후. 이 몸은 모르는 게 없느니라!]사흘 전에 붕어가 민물고기라는 것을 알게 된 스핑크스의 말이라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지만. 아무튼 소울 스톤을 감정할 수 있다는 거군.
“이 소울 스톤. 능력이 뭐야?”
[그걸 맨입으로 알려 달라고 하는 건가?]“세상에 나온 지 얼마 됐다고 이렇게 마음이 쩔어붙었는지. 대체 누구한테 배운 인성인지 모르겠다.”
나를 지독한 눈으로 노려보는 스핑크스의 눈을 무시한 채 나는 소울 스톤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렸다. 소울 스톤의 능력을 알아내려면 상당히 많은 실험을 해야 한다.
앞으로 할 일이 안 그래도 많다. 소울 스톤을 얻을 때마다 시험까지 일일히 다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이건 포인트를 조금 지불하더라도 스핑크스에게 물어보는 게 나을지도.
“얼마면 되냐?”
스핑스크의 눈이 데록데록 구른다. 스핑크스도 소울 스톤을 사용해 보면서 능력치를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 정도는 알 것이다. 그러니 적절한 가격을 제시하겠지.
[···5백만 포인트?]“내 집에서 당장 나가.”
이후에 협상을 겨우 (확인 한 번에 50포인트에 츄르 3매 추가)끝낸 뒤, 나는 스핑크스에게 소울 스톤을 건냈다.
수호의 소울 스톤이라. 효과 자체는 꽤 좋다. 방어도 10이라는 수치는 대형 몬스터를 사냥할 때에는 효율적이지 않지만 다수의 잡몹들을 사냥할 때에는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할 수 있게 해 주는 수치다. 체력 유지가 쉽지 않은 10층대에서 꽤 좋은 소울 스톤을 얻었군.
[···흠흠. 내가 감정을 해 봤는데. 생각보다 감정이 어렵군. 추가적인 비용이 필요하겠어.]“야.”
[왜?]“벌써 다 나왔어. 방어도 10 주는 소울 스톤이잖아.”
[···젠장.]실망해서 식빵을 굽는 거짓말쟁이를 내버려 둔 나는 카드판매 사이트를 켰다.
소울 스톤도 소울 스톤이지만 소울 스톤보다 훨씬 중요한 것. 그러니까 「땅울림」의 가격 확인이라는 메인 이벤트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