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the ghost munchkin! RAW novel - Chapter 152
152화
한국대학교 계단 옆 오동나무 아래.
몽달이 오동나무 아래에 앉아 사색에 잠겨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참으로 오만하였지.]몽달이 과거의 일이 떠올랐는지 쓴 웃음을 지었다.
장군 남이. 1441년생으로 할아버지는 의산군 남휘, 할머니는 태종 이방원의 넷째딸 정선공주였다. 아버지는 군수 남빈이었고, 남이 본인은 당시 세도가인 권람의 사위였다. 이런 가문의 배경과 무관하게 본인의 능력도 출중하여 16세에 무과에 급제하였다. 보통 문, 무과를 통 털어 급제를 한 이들의 연령이 30세 전후인 점을 감안하면 그의 천재성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북방에서 이시애의 난이 일어나자 당시 임금이었던 세조는 남이를 북방으로 보낸다. 이시애가 난을 일으킨 초기에는 이시애의 군이 우세하였지만, 승전의 분수령이 되는 북청 전투에서 남이는 화살 네 대를 맞고도 적이 보이는 족족 베어나가 적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였다고 한다.
남이는 이시애의 난을 평정한 공로로 정 4품 행호군에 임명되는 한편, 1등 공신이 되었고 의산군에 책봉되었다. 남이의 활약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건주위 여진이 평안도를 어지럽히자 토벌군으로 참가하여 적의 우두머리인 이만주를 죽이는 공을 세웠다.
이 모든 업적이 남이로 하여금 공조판서, 오위도총부 도총관, 그리고 병조판서에 재수되는 영광을 누리게 하였다. 그때, 남의 나이 26세. 다른 이들이라면 아직 과거조차 급제하지 못할 어린 나이에 남이는 조선의 병권을 쥐게 된 것이었다.
조선 전후기를 통털어 최연소 병조판서가 된 남이는 자신의 허리춤에 찬 칼 한 자루만 있다면 세상 무서울 것이 없었다. 그러나 남이가 발을 들인 정치판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세조 반정의 일등 공신인 한명회, 신숙주 등 훈구대신들이 남이를 견제하였고, 신진세력의 쌍두마차였던 이준(남이와 동갑으로 27세에 영의정이 된 인물)과도 경쟁을 하는 관계에 있었다.
결국 남이는 세조가 붕어한 후 예종이 왕위에 오르자 잠시 숨을 고르고 있던 훈구대신들이 정계에 복귀하면서 역모 혐의로 탄핵을 당하여 거열형이라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되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몽달의 고개를 힘없이 흔들렸다. 당시에도 자신을 따르는 인재들은 많았다. 하지만 타인이 범접할 수 없는 천재성에 취해 오만했다. 신진세력의 한 축인 이준과 과도하게 경쟁하지 않았다면, 힘을 쥐고 있을 때 많은 사람을 아우르며 좀 더 큰 힘을 키울 수 있는 아량이 있었다면 그리 허망한 죽음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모든 게 나의 잘못이지.]과거를 기억하다 보니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나의 검 월향은 어디에 있을까?]역모죄로 주포가 될 거라는 소식은 늦은 밤, 남이의 집에 알려졌다. 도망을 가든 어전에 들어 억울함을 토로하든, 왕에게 살려 달라 애원을 하든 무언가를 하여야 했다. 그러나 남이는 당당했다. 고초가 있겠지만 자신의 충심을 알아줄 것이라 믿었다.
늦은 밤, 남이는 몸종을 불러 검 한 자루를 맡겼다.
“내가 돌아올 때까지 아무도 찾지 못하도록 이 검을 숨겨다오.”
“예, 대감마님.”
어려서 함께 자란 개똥이의 아들이다. 검술 수련을 할 때마다 자신의 대련 상대가 되어준 이었으니 제법 검도 다룰 줄 알았고, 몸도 날랜 아이였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말이라면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었으니 그라면 믿을 수 있으리라..
다음 날, 의금부에서 남이를 주포 하기 위해 군사들이 대문을 부수고 들어왔다. 남이는 당당한 걸음으로 포박을 받고 의금부로 끌려갔다. 살이 찢기는 고문을 당하였지만 아무도 남이의 입을 열지 못했다.
그렇게 고문을 받고 옥사로 돌아와 보니, 자신의 옥사 옆에 초죽음이 된 젊은이가 있었다.
“네…네가 왜 여기에..”
그는 그저 몸종에 불과했다. 그런데 왜 저 아이가 고문을 당한단 말인가!
“대감…마…님, 아무도…모르는 곳에… 잘…숨..겨…”
그 말 한마디를 채 남기지 못하고 숨이 끊어졌다. 저 아이는 저 말을 하기 위해 모진 숨을 붙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편히.. 쉬거라… 조만간 따라갈 테니…”
온 식솔들이 고문을 당하고 있었다. 심지어 하찮은 몸종들까지도 죽음에 이를 정도로 모진 고문을 당하고 있다면 결과는 뻔한 것이었다. 남이는 알 수 있었다. 단순히 자신이 고문을 견뎌내는 것으로 이 문제가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이 오만하였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덧없구나. 인생! 초원을 날뛰며 무엇하나 두려울 것이 없었거들.. 붓을 놀릴 힘조차 없는 늙은이들의 세 치 혀에 이리 허무하게 무너지더니… 덧없구나. 나의 인생이여!”
그렇게 남이가 죽었다.
***
총산. 덕팔의 방.
수염이 덥수룩한 청년이 방바닥을 뒹굴며 한서를 읽고 있었다.
“이렇게 되는 거였군. 역시 신속의 능력자들은 신력의 사용에 아주 특화가 되어 있어.”
김혁성이 써 놓은 책에는 세 가지 내용이 담겨 있었다. 과거로부터 신속의 능력자들이 창안한 신력의 사용법이 대부분이었고, 특별한 능력을 지닌 원귀들의 사술, 마지막으로 김혁성이 고안한 술법이었다.
과거 신속의 능력자들이 창안한 술법은 덕팔도 대충 알고 있는 것들이었으므로 특별한 것이 없었다. 그러나 특별한 원귀들이 사용하는 사술은 매우 호기심이 도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김혁성이 고안한 술법은 은혜가 선보인 바로 그 술법이었다.
“큰 어르신께서는 복잡한 술법 수식을 의지 하나로 펼칠 수 있도록 개량을 해 놓으신 것이었어. 대단한데! 천재는 따로 있었군.”
덕팔이 감탄성을 내뱉는 사이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차준민이 방으로 들어왔다.
“몸은 괜찮으세요?”
“오늘만 네 번째 묻고 계시다는 걸 알고 계십니까?”
“그런가요?”
차준민이 심각한 얼굴로 방바닥에 앉으며 손을 앞으로 쭈욱 내밀었다. 그러자 차준민의 손에서 투명한 포박이 튀어나와 덕팔의 몸을 휘감았다.
“이게.. 뭔가요?”
“이런 능력이 생겼습니다.”
“포박?”
“잘 보십시오. 익숙한 모양 아닙니까?”
덕팔이 자신의 몸을 감고 있는 포박을 힘으로 끊어내더니 잔류물을 살폈다.
“이건 수갑이네요?”
“네.”
차준민이 간단히 대답하더니 덕팔을 향해 오른손을 다시 쭈욱 뻗었다. 그러나 총알 모양의 작은 기운이 튀어나와 덕팔의 가슴에 꽂혔다.
지지직…지지직…
스파크가 튀며 덕팔에게 짜릿한 기분을 선사한 총알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건 또 뭔가요?”
“테이저 건입니다.”
“전에 가지고 다니시던?”
“네”
“왜 이런 능력이 생긴 거죠?”
“하아….”
차준민이 한숨을 내쉬었다.
“전에 병원에 갔을 때, 급하게 가느라 허리춤에 채워진 테이저 건과 수갑을 사무실에 놓고 가질 못했습니다.”
덕팔이 고개를 주억였다. 덕팔의 기억도 차준민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근데 병원에 도착하고 나니 테이저 건과 수갑을 따로 보관할 곳이 없더라구요. 아까운 마음에 그냥 몸으로 들어갔습니다.”
덕팔이 뜨끔하였다. 차준민에게 빨리 몸으로 들어가라고 재촉을 한 이가 자신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그때 영혼과 함께 테이저 건과 수갑이 같이 몸속으로 들어갔다는 건가요?”
“네.. 그런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아…”
덕팔이 머리를 긁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제게 능력이 생긴 것이 마뜩치 않으신 겁니까?”
“저야 도움을 주실 분이 생겼으니 좋아해야 마땅하죠. 하지만 준민씨의 인생을 생각하면 좋아할 일은 아닌 것 같네요.”
“저는 좋습니다.”
“표정은 그렇지 않다고 하는데요?”
“그건 다른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이유요?”
“네”
이번에는 차준민이 한숨을 내쉬었다.
“어제 밤, 사자머리를 한 여인이 술에 취해 제 방에 들어왔습니다.”
덕팔은 그 사자머리 여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낯선 여인이 제 옆에 잠이 들어 있길래 그녀를 깨웠습니다. 분명! 아침까지만 해도 방을 잘못 찾은 것 같다며 사과를 하고 나갔습니다. 분명! 그랬는데, 오후 나절에 그 여인이 다시 저를 찾아와…..어휴~~”
이번에는 긴 한숨이었다.
“책임을 지라고 떼를 쓰고 있습니다.”
“……. 큭큭”
“웃음이 나오십니까?”
“혜원이는 아직 20대 청춘인데 40을 목전에 둔 분께서 한숨을 쉬실 일은 아닌 듯싶은데요?”
“어휴….”
“예쁘잖아요. 성격도 시원시원하고! 굳이 흠을 잡으라면 나이트클럽을 좋아하는 것과 먹는 것에 비해 요리와 설거지를 못 한다는 것 정도? 아, 또 있구나. 공부하는 것을 무척 싫어하고, 고모 말이라면 절대 듣지 않으려는 애 같은 면도 조금 있고.. 또…”
“그 입, 다물라!”
어느새 방문이 활짝 열린 채 혜원이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덕팔이 혜원의 흉을 보는데 너무 심취해 있었던 모양이었다.
***
혜원이 진향의 손에 귀가 잡혀 끌려나간 후 차준민이 자신이 온 진짜 용건을 꺼내 놓았다.
“언제까지 이러고 계실 겁니까?”
“왜요?”
“제 몸도 이제 정상으로 돌아왔고, 이런 능력도 생겼으니 당장 민태환을 잡으러 가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아뇨. 그는 그렇게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차준민이 의아함을 보이자 덕팔이 입을 열지 못하고 망설였다. 차준민에게 민태환의 특별함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에 그를 만난 이야기까지 모두 꺼내 놓아야 했기에 이 긴 이야기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망설이게 된 것이었다.
“제게 하지 못할 말씀이라도 있는 것입니까?”
“후우… 아뇨. 단지, 술상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
덕팔이 몸을 털고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
아침이 밝았다. 덕팔과 차준민이 서로를 끌어안고 잠이 들어 있었고, 그 아래쪽에는 널브러진 소주병과 텅 빈 안주 접시가 올려져 있는 작은 찻상이 놓여 있었다.
“일어나요. 남자들끼리 이게 무슨 남사스러운 짓이에요. 여기에 이쁜 아가씨도 있는데!!”
혜원이 아침부터 차준민을 닦달하였다. 차준민은 이틀 만에 적응이 되었는지 혜원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몸을 일으키더니 샤워를 하겠다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버렸다. 그러나 혜원은 그렇게 씩씩하게 걸어가는 그의 눈에 고인 눈물을 볼 수 있었다.
“뭐야. 남자가 아침부터 왜 눈물을 질질 흘리고 다니는 거야. 나이를 먹으면 눈물이 많아진다고 하던데.. 설마 갱년기? 안 되는데!! 나는 아직 청춘인데!!”
혜원이 자신이 찍은 차준민에 대해 다시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 덕팔도 몸을 일으켰다.
“혜원아.”
“네, 오빠!”
“잘해줘라.”
“누굴요?”
“저 남자! 괜찮은 남자다.”
“쳇, 내가 찍은 남자들은 지금껏 다 괜찮은 남자들이었어요.”
혜원이 손가락으로 덕팔을 가리키며 싱긋 웃더니 밖으로 나갔다.
“아이구, 머리야.”
덕팔이 숙취로 머리가 아픈지 뒷목을 톡톡 두드리며 방바닥에 아무렇게나 놓여진 휴대폰을 들어보았다.
메시지 1통.
[확인했네. 좀 보세.]덕팔이 씨익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