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the ghost munchkin! RAW novel - Chapter 324
324화
치우가 가지고 있던 영검이 생각났다. 하다못해 오동나무 안에서 지금도 잠들어 있는 월향이라도 있었으면 아주 개꿀을 빨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입맛이 썼다.
“그래도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뜯어야지 얼마 만에 씹는 갈빗대인데.”
진우가 미친 듯이 칼질을 해대며 중공군의 신력을 흡수해 갔다. 방향은 포탈의 오른쪽 방향이었다. 그렇게 전진을 하다 보니 진철의 신력이 느껴진다.
“진우야!!”
“아빠!! 여기요.”
진우가 미친 듯이 칼질을 하며 진철과 조우하였다.
“너… 어떻게?”
“지금은 그런 말 할 때가 아니구요. 일단 튀죠.”
[방, 밀, 속!]두 부자의 미친 듯 한 도주가 시작되었다.
**
포탈 근처에서 구조대를 만났다. 구조대는 진우와 진철만을 구조한 채 포탈 밖으로 나갔다.
“이 시간 이후, 이 포탈은 사고지역으로 선포되어 S급 헌터들이 정상화를 하기 전까지는 출입이 금지됩니다.”
포탈 관리자가 낭낭한 목소리로 해산을 외쳤다.
**
서울로 돌아가는 차 안에는 고요한 침묵만이 가득하였다. 황민식을 대신하여 진철이 운전을 하고 있었다.
“춘기야!”
“예, 형님”
“너를 탓하고 싶진 않다. 그 놈이 미친 것이지, 네 잘못은 아니야. 하지만 말이다.”
“… 미안하우. 일이 이렇게 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수.”
“나에게만 미안할 일이 아니야. 너는 오늘 그 필드에 있던 모든 헌터에게 목숨 빚을 졌어.”
“… 할 말이 없소.”
“춘기야! 나중에라도 네가 화가 나는 일이 있거든 오늘 그 포탈 앞에서 덜덜덜 떨고 있던 헌터들을 기억해 다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을 기억하며 한 번씩만 참아줘. 그렇게 네 목숨 빚을 갚아라.”
“…. 알았수.”
장춘기가 고개를 떨궜다. 평소 같으면 김성민이 장춘기를 놀릴 타이밍이었지만 김성민의 입은 좀처럼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성민아.”
“네, 아저씨!”
“우리 팀은 이제 해산이다.”
“네? 아저씨, 하지만…”
“너도 놀만큼 놀았으니 이제 집으로 돌아가.”
“… 아저씨!”
“오늘 흙벽에서 너희들을 기다리며 많은 생각을 했다. 나도 이제 집으로 돌아 갈란다. 죽는다는 생각을 하니 마누라와 자식새끼들이 먼저 생각나더라. 헌터로 20년을 살았으니 이제 은퇴를 한다고 해도 누가 뭐라 하지 않겠지.”
“형님, 다시 한번 생각해 보우. 이렇게 그만 두면…”
“협회에서 제재를 한다고 해도 다 받아 들일거야. 이까짓 강신? 안하면 그만이지. 헌터가 되면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현혹이 되어 딱 2년만 하겠다는 것이 벌써 20년이야. 그 정도면 됐어.”
황민식이 눈을 감았다. 다시 차안은 침묵으로 가득했다.
**
황민식의 봉고차 뒤를 따르고 있던 진우가 진철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 좋겠지…”
진철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걱정이 되었다. 과거, 자신은 진철의 친자가 아니었다. 혹시라도 그런 자신을 아들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괜한 걱정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마음 한 켠이 무거워졌다.
“회귀를 했다는 말은 하지 말아야겠다.”
진우가 한 손으로 운전을 하며 머리를 긁고 있을 때, 메시지 알림음이 떴다.
[계약 위반이야. 필드에 들어가면서 날 두고 가다니. 나중에 단단히 따지겠어.]은수가 보낸 뾰족한 항의 메시지였다. 하지만 그녀의 메시지에서 걱정이 묻어나고 있었다. 그녀의 정보는 진우도 놀랄 정도로 신속하고 정확하다. 포탈을 빠져나온 지 불과 30분밖에 되지 않았는데 진우가 포탈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말을 이렇게 밖에 못하나?”
답장이 없자 다시 은수의 메시지가 들어왔다.
[지금 내 메시지에 답장을 안 하겠다는 건가?]진우가 웃었다. 안위가 궁금하면 전화를 하면 될 일인데 굳이 메시지를 보내며 발을 동동 굴릴 이유가 없다. 하지만 그것이 그녀의 방식인 듯했다.
진우가 통화버튼을 눌렀다.
신호가 가고 그녀가 전화를 받는다.
“어이, 짐꾼! 운전 중인데 자꾸 메시지를 보내면 어떻게 하나?”
[너, 괜찮은 거지?]“당연하지. 세상 모든 사람이 몰라도 너는 내가 괜찮을 수밖에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잖아.”
[웨이브는 그리 간단한 게 아니다. S급들도 처리를 힘들어한다. 괜히 만용을 부리다가 죽지 말고 다시는 그런 일에 끼어들지 마라.]“어얼.. 나 걱정하는겨?”
“네네, 그러시겠죠. 하청업자는 운전 중에 통화를 길게 못해서 끊겠습니다요.”
전화를 끊은 진우가 방긋 웃었다.
띠링..
[감히 내가 전화를 끊기도 전에 먼저 전화를 끊어? 내일 합당한 대가를 치를 줄 알아라.]“허얼.. 내일 또 볼라고? 아주 대놓고 앵기네. 하는 짓은 딱 최은혠데.. 아니라고 하면 나는 어쩌냐! 은혜야! 어디 있니?”
***
황민식의 집에서 일행들과 헤어진 후 향숙의 아파트로 향하는 길.
진철과 진우가 어색한 동행을 하고 있었다. 진철이 진우의 눈치를 보며 어렵게 입을 땠다.
“어떻게 된 일이니?”
진우가 갓길에 차를 세우더니 말 대신 신투장갑을 벗어 진철에게 건네주었다.
“이게 뭐지?”
“착용해보세요.”
진철이 진우의 말처럼 장갑을 모두 착용하였다.
“신력이 느껴지세요?”
“…. 으음.”
신기의 능력자라서 그런지 신력을 느끼고 있는 모양이었다. 신기의 능력자는 신속의 능력자와는 다르게 몸에 신력을 쌓지 못한다. 다만 신령들과 친화도가 높기에 신력을 감지하고 약간의 신력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진철이 강신을 하지 못한다고 하여 신기 본연의 능력조차 잃은 것은 아니었기에 신투장갑에서 느껴지는 신력을 미세하게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럼 네가 한 일이 이 장갑의 힘이라는 거니?”
“네.”
“하아..”
진철이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불행이라고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아빠, 오늘 뭔가 이상하지 않으셨어요?”
“뭐가? 아빠는 오늘 강신도 하지 않으셨는데 악귀들을 보셨어요.”
“… 그러고 보니, 그렇네? 다급한 마음에 내가 강신을 못한다는 걸 잊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설명하자면 길지만 짧게 요약하면 아빠는 의족과 의수를 착용함으로써 체질이 변화된 거예요.”
“체질이 변화돼? 어떻게?”
“신력을 좀 더 잘 느낄 수 있는 몸이 되었어요. 그리고 그 장갑을 통해 강신을 하실 수 있게 되었구요. 우택근 선생님과 제가 연구를 하고 있던 것이 바로 그것이었어요. 우택근 선생님은 이 의족과 의수 때문에 아빠가 헌터로서의 삶이 끝난 것을 아쉬워했어요. 그래서 그런 보조장치를 만들게 된 거예요.”
“그런데 이걸 네가 왜 쓰는 거니?”
“뭐든 개발을 하고 나면 실험을 해봐야 되잖아요.”
“그래서 네가 나 대신 실험을 했다고?”
“네, 위험한 것은 아니니까요. 앞으로 회사에서 대한헌터그룹에 납품하게 될 차도 이 장갑의 힘을 이용해서 만들고 있어요.”
“흐음… 신력은 어디서 난 거니? 그냥 신력이 생기지는 않았을 것 아니니?”
진철은 예상이 되는 것이 있는지 자세하게 물었다.
“그래서 중국에 다녀왔잖아요.”
“너.. 위험한 일을 했구나. 남의 나라에서 헌팅을 하다니..”
“헌팅은 아니구요. 그냥 신력만 훔쳐 왔어요. 전혀 위험하지 않았어요. 몰래 숨어서 악귀들끼리 싸울 때 생기는 신력만 이 장갑에 담아온 거예요.”
“그런 필드가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 특별한 필드기 때문에 중국까지 간 거죠.”
“네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우택근 선생님께 확인을 해보세요.”
진우는 슬쩍 입술에 침을 바르곤 집에 돌아가는 대로 덕팔을 깨워 13만 년 전 강남으로 직행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일단 늦었으니까 집으로 가자꾸나. 향숙씨가 걱정하겠다.”
“네, 아빠!”
얼렁뚱땅 잘 넘기는 듯했다. 그러나 진우는 진철의 진우에 대한 애정이 넘쳐흘러 집요함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
모든 것이 잘 해결되고 그 다음 날이 밝았다. 아침에 눈을 뜬 진우가 꼭두새벽부터 손님을 맞이해야 했다.
“그래서 우택근 선생님은 어디에 있는 거지?”
거실에 나가보니 덕팔이 취조를 당하고 있었다.
“그게 아저씨는…”
덕팔이 머뭇거리며 진우를 바라보았다.
“연구 중이세요. 아빠.”
“일어났니?”
“8시도 안됐는데 너무 일찍 오신 거 아니에요?”
“잠이 안와서 말이다.”
진철이 뒷머리를 긁으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러나 향숙은 말을 돌리지 않았다.
“그런 위험한 연구를 부모의 동의도 없이 애들만 데리고 실험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야. 우택근 선생님을 꼭 만나고 갈 거니까 빨리 연락을 하도록 해.”
“하지만 아저씨는…”
덕팔이 난처한 듯 진우만을 바라보고 있자 진우가 불타오르고 있는 향숙의 열기를 잠재우기 위해 소방관으로 출동하였다.
“엄마! 덕팔이를 몰아 붙여봐야 아무런 답도 얻을 수 없어요. 그러니까 돌아가 계시면 제가 연락을 드릴게요.”
“하지만 진우야… 근데 너 나한테 뭐라고 했지?”
“엄마라구요. 안되요?”
“어머? 호호호, 안되기는.. 듣기만 좋다. 그쵸? 진철씨?”
“네? 아.. 네. 그렇네요.”
진우의 엄마라는 한마디에 향숙의 불이 꺼졌다. 덤으로 진우의 화려한 아침 식사까지 제공되자 아주 온화한 김향숙 변호사가 되어 출근을 하였다.
“아.. 식은 땀!”
“야, 오진우! 너 뭐하고 돌아 다니길래 아침부터 이런 취조를 당해야 하는 거야?”
“야, 우덕팔! 지금 니가 나한테 따지는 거냐? 지금껏 나한테 사기를 쳐왔으면서?”
“내가 언제? 네가 나를 누나라고 부른 거지. 내가 시킨 게 아니잖아.”
“너랑 나랑 동갑인줄 알았으면 그때 바로 정정을 했어야지. 말을 안한 것도 죄라고! 죄!”
“시끄러!! 나 기분 나빠서 아저씨한테 갈 거니까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해!”
“야, 나도 가야 돼! 가서 입을 맞춰놔야 한다고!!”
진우가 화를 내면서도 덕팔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
***
13만 년 전 강남의 오두막.
“그러니까 네가 거짓말을 했고 그 뒷수습을 내가 해야 한다?”
“네, 스승님. 한번만 살려주십시오.”
“그 잘난 장갑이라는 것이 뭐지?”
“여기..”
진우가 두 손을 모아 공손히 신투장갑을 바치자 인신이 흥미로운 눈으로 신투장갑을 바라보곤 즉시 착용을 해보았다.
“오호.. 이런 힘이? 이 장갑의 기능은 무엇이냐?”
“그러니까.. 이런 기능, 저런 기능, 저저런 기능, 이이런 기능 등등등”
진우가 한참을 떠들자 인신이 고개를 주억였다.
“그래? 이런 훌륭한 장갑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이 스승에게 숨겼다는 말이지?”
퍽.. 퍽.. 퍼퍽… 퍽퍽퍽!
“덕팔이도 하나 가지고 있는데…. 저만 때리세요?”
“그럼 손녀를 패리?”
신투장갑을 빼앗긴 진우는 인신의 동네북이었다. 그렇게 신투장갑 하나를 상납하기로 하고 인신이 향숙과 진철을 만나기로 했다.
“스승님, 장갑을 가져가시는 건 좋은데 그 안에 담긴 신력은 주시면 안 될까요? 신력 모으기가 정말… 흑흑..”
“시끄럽다.”
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