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irman Kang the newcomer RAW novel - Chapter 58
제신입사원 강 회장 58화화
다크호스(3)
조선희의 표정, 목소리 그리고 태도.
자식들을 잘 설득해서 그룹을 온전히 지키겠다는 모습이 아니다.
수렴청정이라도 해서 자식들 대신 그룹을 지키겠다는…… 아니 차지하겠다는 모습이다.
이상재는 더 이상 조심스러운 표현을 쓰지 않았다.
“그럼 이사장님도 이 서류가 필요하시겠군요.”
이상재는 두 아들에게 나눠 준 것과 똑같은 서류 봉투를 조선희에게도 건넸다.
“상속 포기 서류 전부 들었습니다. 두 아드님께 사인 받아 오십시오. 회장실 문 열어 두겠습니다.”
서류를 받아 든 조선희의 표정이 변했다. 억지웃음을 짓는다.
“이 전무, 행여 오해가 있을까 봐 하는 말인데…… 동성이 동훈이 절대 양보 안 해. 그 애들은 우리 최성 그룹 둘로 쪼개서 각자 경영권 확보할 생각이 전부야. 지금 어떤 계열사가 더 알찬지 계산기 두드리고 있을 거야.”
무표정한 이상재를 보자 조선희는 좀 더 다급해졌다.
“차라리 내가 나서면 우리 애들도 일단은 양보할 거야. 그렇게 잠시 숨 좀 돌리는 거지. 그런 다음 내가 잘 챙겨서 큰애에게 고스란히 물려주면 돼.”
“강동훈 전무가 가만있을까요?”
“그게 바로 내가 확실한 경영권을 손에 쥐어야 하는 이유야. 둘째가 아무 소리 못 하도록. 이제 내 뜻을 알겠어요? 이러는 거 전부 그룹 둘로 쪼개지는 걸 막기 위해서야.”
“그런 생각이시면 꼭 그렇게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여사님 상속 지분을 강동성 부사장에게 넘겨주시면 강동성 부사장이 그룹을 지배하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강동훈 전무에게는 계열사 서너 개는 줘야 하지만, 핵심 계열사는 제외하도록 제가 지분 조정 잘하겠습니다.”
조선희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지는 걸 이상재는 놓치지 않았다.
“이사장님, 어떤 식으로 흘러가든 서류가 진심을 말해 줍니다. 서류가 한 명의 후계자를 지목하지 않으면 제가 할 일은 없습니다. 이사장님 말씀대로 집안 문제입니다. 전 회장님 집안 일에 이래라저래 할 처지가 아닌 것 잘 압니다. 앞으로 서류 전달해 주실 것 아니면 절 보실 일 없을 겁니다. 두 아드님도 마찬가지고요.”
“이 전무!”
소리치는 그녀의 모습이 절박해 보였다.
잡음이 많이 날 때 그룹에서 그 잡음을 없애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이상재다.
그런 그가 냉정하게 돌아섰다.
이제 시끄러워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상재는 두 아들의 편에도 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이 한 말 그대로다.
최성 그룹의 미래는 아무도 관여하지 못하는 집안 문제가 됐다.
* * *
참 형용하기 어려운 표정이다.
얼굴만 봐도 어떤 생각인지, 어떤 감정인지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만큼은 강 회장도 도저히 짐작하기 힘든 표정이었다.
저런 얼굴인 이유는 알겠지만.
“회장님 가족 다 만나 보셨나 봅니다.”
“그래.”
“뭐라고 하던가요?”
이상재는 강 회장을 째려보며 말했다.
“알 거 없다. 어차피 알게 되겠지만.”
좋은 소식이었다면 말했을 것이다. 역시나 마누라, 자식 전부 이상재 앞에서 욕심을 보인 게 분명하다.
“참, ST 그룹과 함께할 배터리 사업 말인데…… 거기서 최성화학은 빠진다.”
“알겠습니다.”
이상재가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
“어쩐 일로 이번엔 이유를 안 물어봐?”
“숨겨야 할 일에 알면 안 되는 사람이 끼어들면 안 되죠. 아닙니까?”
“눈치 백 단인 것도 회장님한테 배운 거냐?”
“그냥 타고났다고 해 두죠.”
최성화학이 들어오면 둘째 아들도 깊숙이 관여할 게 분명하다. 꽤 큰 사업이니까.
그놈이 들어와서 리튬의 출처를 알아보기 시작하면 결국 사모펀드와 이상재의 이름을 발견하게 된다. 그 순간 둘째는 이상재가 딴 주머니 찼다는 걸 알고 그가 딴생각을 품었다는 것도 안다.
그러니까 최성화학을 뺀다는 건 이상재가 그룹을 지배할 생각이 있다는 거다. 아직 방법은 모르겠지만 말이다.
“좋아, 그렇다 치고. ST와 결합 방식은 생각해 뒀어?”
“전무님이 더 잘 아실 것 같은데요?”
“나야 모르지. 네가 그쪽 집안 사위가 되느냐, 마느냐에 따라 달라지니까.”
“저도 그렇습니다. 최진혁 사장이 그룹 회장 자리를 차지하려는 의지가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결합 방식은 완전히 달라지니까요.”
“그럼 둘은 다 된다고 치고 방법을 말해 보지?”
“ST 그룹이야 배터리 설비 라인을 가져올 테니 현물 투자 개념이 강하죠. 전 거기에 ST 그룹 주식도 넣으라고 할 겁니다.”
“얼마가 되든 그 주식의 절반은 우리 소유니까?”
“네. 그러면 사위가 가진 주식은 최진혁 사장이 회장 자리에 오르는 데 큰 힘이 될 것 아닙니까?”
“어쩌면 ST 그룹 지주 회사가 바뀔 수도 있겠네?”
“그건 최 사장이 하겠죠. ST에너지와 배터리 회사를 합병해 버리면 ST 최대 계열사의 탄생이니까요.”
“그다음은?”
이제 최성 그룹 지분 확보 과정을 묻는 거다.
“번 돈으로 최성 그룹 주식 사는 그런 무식한 방법보다야 최성화학과 엮어야겠죠. 그 전에 전무님께서 그룹 총수 자리에 앉는다면 아주 쉬운 수단이 될 건데…… 아니라면 그때 다시 궁리합시다.”
이 방법 외에도 히든은 있다.
하지만 쉽게 히든카드를 던져 줄 수는 없는 일. 가진 패로 최선을 다해 최성 그룹을 장악하는 노력을 보여 줘야 한다. 그렇게 해도 부족하고 어려울 때 히든카드를 던져 줘야 한다. 그 히든은 바로 조커가 될 것이다.
“그럼 빨리 예비 장인어른 설득해라. 회사 설립은 내가 준비하마.”
약간은 예전의 관계로 돌아간 것 같다.
막후 협상은 회장이, 실무는 오른팔이.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환상적인 궁합이다.
* * *
“주식을 넣어라?”
“네.”
“왜?”
“자원은 말라 버리는 한정적인 재화입니다. 리튬을 다 쓰고 나면 ST가 싹 빠져나가 버리지 않겠습니까? 그럼 합작 회사가 무슨 의미가 있죠? 그냥 리튬을 판매하는 게 낫지. 안 그렇습니까?”
“그건 자네가 말한 2차 전지 분야에서 세계를 석권하겠다는 꿈을 위해선가?”
최진혁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꿈은 꿈이다. 꿈은 이뤄지면 좋고 아니라면 뭐…… 포기할 수 있다. 꿈이야 젊은이의 특권이다.
그리고 젊은 황준현의 몸을 차지한 강 회장은 2차 전지 회사 하나로 만족하기 어렵다. 어쨌든 회장 아닌가?
하지만 대답으로는 최진혁 사장이 기대하는 말을 해야 한다.
“그건 제 꿈이고, 사장님 꿈은 다르지 않습니까? 사장님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상당히 많은 ST 주식을 넣어야겠죠?”
두 사람은 한팀이다. 꿈은 다르지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써먹을 수단은 같기 때문이다.
강 회장은 하나의 힌트를 더 던졌다.
“ST의 주력은 에너지 아닙니까? 화석 에너지, 수소 에너지, 전기 에너지. 전부 하나로 묶으면 어떻습니까?”
“욕심이 크네?”
“최소 20조를 쏟아붓는 건 우리 쪽입니다. 그만한 안전장치는 가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안전장치? 묶으면 한 번에 들고 가기 편해서가 아니고?”
“그 편리함은 사장님께서 만끽하시겠죠. 제가 아닙니다.”
최진혁의 머릿속도 복잡했다.
이 딜을 아버지인 최 회장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강 회장은 망설이는 최진혁에게 한마디 던졌다.
“사장님, 아군끼리 전리품 챙기려는 거 아닙니다. 아직 전쟁은 끝나지도…… 아니 시작도 안 했습니다. 전리품을 챙기는 건 승리를 손에 거머쥔 뒤에 하시지요.”
“시작도 안 했다…….”
“그렇습니다. 전 사장님께 화력을 지원한 것뿐입니다. 전쟁은 회장님과 하셔야죠.”
“내게 화력을 지원하는 건 한식구가 될 거라는 믿음 때문인가?”
“그렇습니다. 그게 아군이라는 표식이죠. 아니라면 전 사장님의 전쟁에 정신적인 도움은 줄 수 있을지 몰라도 현물은 못 드립니다. 제가 훨씬 가난하거든요.”
그는 가장 무서운 상대와 전쟁을 치러야 한다. 정신적인 도움만이라도 받고 싶은 게 최 사장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강 회장은 최 사장의 눈에서 불안을 느꼈고 그 이유도 짐작할 수 있었다.
자기 아들들이 항상 보여 주던 눈빛이다.
이런 눈빛을 하는 이유는 아버지가 두려워서가 아니다. 늙어 버린 아버지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아버지가 두려운 게 아니라 밉보이는 걸 두려워한다.
만약 아버지가 가진 게 없는 평범한 사람이라면 대부분의 자식들은 늙은 아버지를 측은하게 생각한다. 이게 정상적인 감정이다.
즉 아버지가 두려운 게 아니라 아버지의 재산을 많이 받지 못할 걸 두려워하는 거지 근성일 뿐이다.
“사장님, 주제넘은 말 한 마디 해도 괜찮겠습니까?”
“늘 주제넘었어. 괜찮아, 해 봐.”
“모든 아버지는 당당한 아들의 모습을 보는 걸 좋아합니다. ST 그룹을 가지고 싶다면 매달리지 말고 당당하게 요구하십시오. 자격이 충분하다는 어필은 필요 없습니다. 자격을 따지지 말고 그냥 달라고 하세요. 안 줄 생각이라면 매달려도 안 줍니다.”
“줄 생각이라면 어떻게 해도 준다?”
“비굴한 모습의 아들이라면 주고 싶은 생각이 들겠습니까?”
최진혁은 그럴싸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재벌가의 아들로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저런 소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상식적인 게 통하지 않는 곳이 재벌가이다.
“때로는 평범한 상식이 어디서든 통하는 좋은 해결책일 수도 있습니다.”
생각을 읽었나, 하는 착각마저 들었다. 저런 소리를 저렇게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하다니?
“주제넘었다. 화력 지원이나 확실하게 해.”
“그 말씀, 절 한식구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확인해 줄 사람은 내가 아니다. 석경이한테나 잘 보여.”
“말씀드렸듯이 비굴하게 매달리지 않습니다. 당당하다는 건 거절당해도 아무렇지 않다는 게 진심이어야 하니까요.”
진심으로 ST 그룹이 없어도 된다는 당당함이 필요한가?
최진혁은 자신의 딸 앞에서 당당한 황준현과 자신을 비교했다.
황준현에게는 자기 딸 석경이가 ST 그룹과 같을 것이다. 그런데 거절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저놈의 당당한 태도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 * *
최진혁은 크게 심호흡을 한번 하고 아버지 집으로 들어갔다.
최 회장은 당당한 걸음으로 들어오는 아들을 보자 리튬 건이 잘 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놈은 만났어?”
“네.”
“네 표정 보니 이야기가 잘 풀렸나 보구나.”
“몇 가지 조건이 있기는 하지만 워낙 대단한 걸 쥐고 있으니 그 조건이 그다지 까다롭지 않게 느껴집니다.”
“그래, 나도 시세 좀 확인해 봤다. 300만 톤이라고 했으니 최소 20조 가치더구나.”
“네. 그래서 그 친구가 가장 먼저 꺼낸 말이 우리 ST에너지의 시총이 30조라는 것이었죠.”
“뭐라? 그놈 참…… 간뎅이가 큰 건지, 싸움박질을 잘하는 것인지…… 그걸로 기선 제압하겠다는 거야?”
“아닙니다. 제대로 된 기업을 만들겠다는 게 그놈 생각입니다.”
“제대로 된……? 무슨 말이지?”
“2차 전지 회사입니다.”
“미친놈.”
어이가 없는지 최 회장은 혀를 찼다.
중요한 자원이라고 해도 고작 1차 산업에 불과한 채굴로 완제품 기업을 노리다니.
“딴말할 필요 없다. 제값 다 주고 살 테니까 그냥 가져오라 그래. 그거 하나로 안정적인 공급원 확보하니까 우리 화학에 큰 도움이 될 거다.”
늘 그랬듯이 다른 사람 말은 듣지 않는다. 원하는 것을 말할 뿐이고, 그 말이 지시로 변한다.
최진혁은 다시 한번 숨을 가다듬고 말했다.
“불가능하고, 저도 그런 식의 협상은 원하지 않습니다.”
최 회장의 눈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