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onma Wants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308)
의선의 손과 발이 정신없이 천마를 향해 쏟아졌다.
천마는 의선의 공격을 막으며 놀란 눈을 감추지 못했다.
“정말 대단하구나!”
거의 자신과 대등한 수준으로 싸우고 있지 않은가. 물론 아직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긴 하지만, 그래도 의선의 실력은 확실히 인정할 만했다.
천마와 의선의 싸움이 계속되었다.
처음에는 의선이 약간 우위에 있었는데, 조금 더 싸우다보니 상황이 달라졌다.
천마는 역시 천마였다.
의선이 밀리기 시작하자, 천마는 의선과 싸우면서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아직 미처 피하지 못한 천무련 무사들을 같이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천마가 공격을 한 번 날릴 때마다 수십 명이 죽었다. 그리고 그들의 혼백이 타올랐고, 천마가 그걸 흡수해 영력으로 만들었다.
천마가 가진 힘이 점점 커지니, 의선도 더 이상 천마와 맞서 싸우기가 어려워졌다.
의선은 천마와 싸우면 싸울수록 뭔가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왠지 이와 비슷한 자와 싸웠던 적이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결국 대체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깨달았다.
‘벽태산!’
왜 벽태산과의 대련이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되었는지 이제야 깨달았다. 벽태산이 싸우는 방식이 천마와 비슷했다.
아니, 둘이 쓰는 무공이 어딘가 닮은 구석이 있었다.
의선은 벽태산도 천마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천마라기에는 영력이 너무나 순수했다.
잡념이 들었는데 제대로 된 싸움이 이어질 리 없었다.
쩌저저정!
의선은 천마의 손과 발에 몸 곳곳을 격타 당하고 뒤로 쭉 물러났다.
영력으로 방어했기에 큰 타격은 없었지만, 이대로는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시간을 끌수록 불리해진다. 천마는 지금도 곳곳으로 힘을 날려 도망치는 천무련 무사들을 죽이고 그 혼백을 흡수하고 있었다.
의선은 이를 악물고 다시 달려들었다. 어찌 되었건 천무련 무사들이 도망칠 시간은 최대한 벌어야 했다.
꽈과과과과광!
거친 폭음이 연달아 울렸다.
의선의 표정에서는 점점 더 조급함이 늘어났고, 천마의 표정에서는 점점 여유가 늘어갔다.
어느 순간, 의선이 뒤로 쭉 물러났다.
천마는 굳이 의선을 쫓아가지 않고 가만히 서서 의선을 쳐다봤다.
“제법 재미있었다. 하지만 이제 더 보여줄 게 없다면 이만 끝내야겠구나. 아까 그놈들이 도망간 쪽에 먹음직스러운 것들이 많은 것 같으니.”
그 말이 끝난 순간, 의선의 몸 옆에 빛 덩어리가 생겨났다. 분신을 쓴 것이다.
천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호오. 그건 분신이로구나. 대단해. 의선이 이리도 대단한 줄 알았다면 진작 한 판 붙어볼 걸 그랬구나. 아, 내가 살아있었을 때는 별 거 없었으려나? 하하하하!”
의선과 분신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천마의 선택은 아주 간단했다.
화르르륵!
거대한 불길이 일어나 의선의 분신을 덮쳤다.
분신이 그대로 분해되며 천마에게 빨려 들어갔다.
의선은 그 순간 눈을 빛냈다.
‘역시 이거였어.’
천마의 영력과 의선의 영력은 상극에 가까웠다. 그런 상극의 영력을 흡수했으니 천마의 영력에 문제가 생기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뭔가 달라진 게 없어 보였다.
의선은 분신을 다시 만들었다.
애초에 분신에 많은 영력을 담은 것이 아니었기에 영력 소모도 생각했던 것보다 치명적이지 않았다.
반면 천마는 뭔가 이상한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이거······ 좀 위험한 느낌이긴 한데······.”
천마가 씨익 웃었다.
그 웃음이 어찌나 섬뜩한지 의선은 자신도 모르게 뒤로 주춤 물러났다.
“영력이 내 것과 상극이로군. 수를 잘 썼어. 한데 그거 아나? 아무리 그래봐야 내가 힘으로 찍어 누르면 소용없다는 것을.”
천마의 몸에서 한순간 불길이 확 솟았다가 사그라졌다.
의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조금 전까지 분명히 보이던 영력의 불안함이 말끔히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의선은 멍하니 천마를 바라봤다.
“이것이······ 천마인가!”
과연 자신이 이런 천마를 상대로 무언가를 해볼 수 있긴 할까?
의선은 이를 악물었다.
“그래도 해야지.”
의선 근처에 빛 덩어리들이 불쑥불쑥 솟아났다. 그것들은 전부 분신이 되었다.
순식간에 아홉 개의 분신을 더 만들어냈다.
그걸 본 천마가 빙긋 웃었다.
“소용없다는 데도 그러는구나.”
의선의 얼굴에 서린 결심을 읽은 천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 한 번 발버둥 쳐봐라.”
끝
혁련가주는 식은땀을 줄줄 흘리면서 이를 악물었다.
그의 앞에는 작은 항아리 하나가 놓여 있었다.
옥빛 항아리 안에서 무언가가 계속 끓어 넘치고 있었다.
그것은 핏빛 영력이었다.
항아리에는 기이한 문양이 빼곡히 음각되어 있었는데, 그 문양에서 주기적으로 빛이 점멸했다.
이 항아리는 혁련가에 대대로 내려오는 대법의 매개체였다.
제조법을 개량하고 또 개량해 계속 발전시켰다.
그리고 현 혁련가주가 효율을 극대화 하는 법을 찾아내 적용했다.
항아리에 담긴 것은 혁련가주가 그동안 차곡차곡 모았던 피의 정수였다.
피의 정수에 자신의 영력을 가득 담아 대법의 매개체로 쓰는 것이다.
당연히 목표는 지금 낙양에서 깨어난 천마였다.
사실 천마를 되살리는 건 천운이 따르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일단 천마의 혼백을 구하는 일이 힘들다.
역대 천마는 대부분 증혼마공의 부작용으로 죽었다.
증혼마공의 부작용은 너무 크고 난폭한 영력을 혼백이 감당하지 못하는 것인데, 결과는 언제나 혼백의 소멸이었다.
아무리 대단한 대법이라고 해도 이미 소멸한 혼백을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그런 면에서 혁련가주는 아주 운이 좋았다.
정말 몇 안 되는 다른 이유로 죽은 천마의 혼백을 찾아냈으니까.
혼백을 찾아내는 일은 망망대해에 낚싯줄을 드리우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뭐가 걸려들지도 알 수 없고, 언제 잡힐지도 알 수 없다.
다만 대법을 개량해 오랜 세월에 걸쳐 효율을 조금씩 높이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모은 혼백이 과연 제대로 된 것인지도 중요했고, 또 누구의 혼백인지도 중요했다.
그 모든 과정을 거쳐 천마의 혼백을 구했으니 그게 천운이 아니면 뭐겠는가.
그래서 죽는 순간 혼백을 낚아채는 방법도 혁련가의 역사와 함께 발전했다.
얼마 전 혼천마의 혼백을 얻은 것도 그 방법을 통해서였고.
다만, 그 방법을 통해 되살릴 수 있는 건 혈령마공을 익히지 않은 사람이어야 한다.
혁련가 입장에서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만일 그게 가능하다면 영원불멸한 삶을 추구할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
혁련가주는 항아리에 집중했다.
그는 어느 하나 포기하지 않았다.
천마에게 씌운 금제도, 그리고 영원불멸한 삶도 말이다.
혁련가주의 손에서 연신 검붉은 영력이 뿜어져 나와 항아리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항아리에서 끓어 넘치는 영력이 바닥으로 깔리며 혁련가주의 발바닥을 통해 몸으로 들어갔다.
“크윽.”
혁련가주의 입가에서 핏줄기가 흘러내렸다.
확실히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대법을 완벽하게 심어 넣기가 어려웠다.
아니, 대법이 문제가 아니었다. 혼백에 박은 금제를 통해 천마를 제어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지금 혁련가주는 그 불가능에 도전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영력이 역류해 그의 혼백을 뒤흔들었다.
“역시 천마를 제어하는 건 무리였나.”
혁련가주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시 집중했다.
지금 이걸 하는 건 꼭 제어만 성공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었다.
다른 노림수도 있었다.
혁련가주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항아리 속 영력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이 항아리 안에 담긴 영력은 천마의 영력과 동조하고 있었다.
그 영력에 혁련가주가 동조를 시도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혁련가주는 천마의 영력과 동조한 셈이 되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천마가 영력을 쓰는 방식을 알아내기 위함이었다.
천마는 증혼마공을 쓴다.
증혼마공에 있는 심각한 부작용을 알지만, 그거야 증혼마공을 익히고 써먹었을 때의 얘기다.
지금 혁련가주가 하려는 일은 증혼마공으로부터 혈령마공의 개량에 도움이 될 만한 무언가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크윽!’
고작 영력에 동조하는 것만으로 속이 진탕되었다. 그리고 혼백이 뒤흔들리고 내장이 터질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영력의 흐름은 아주 명확히 보였다.
그것은 세상 모든 것을 불태워 버릴 듯 난폭하고 뜨거웠다.
“커억!”
결국 혁련가주는 피를 토하며 항아리에서 물러났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하지만 얻을 건 다 얻었다. 물론 이걸 혈령마공에 적용할 수 있을지는 해봐야 알겠지만.
쩌저저적!
항아리에 금이 쩍쩍 갔다.
쩡!
그리고 이내 깨져 버렸다.
혁련가주는 깊이 가라앉은 눈으로 깨진 항아리를 무심히 내려다봤다.
* * *
“더 없느냐? 아주 별미 중의 별미로구나.”
천마의 말에 의선은 암담한 표정을 지었다.
벌써 열 명의 분신이 사라졌다.
처음에는 한두 명 분신으로 던지고 다른 방법을 모색하려고 했다.
한데 천마가 분신을 하나씩 더 먹어치울 때마다 상태가 조금씩 안 좋아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소화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분신을 하나 더 흡수할 때마다 늘어났다.
그리고 천마의 표정이 어딘가 불편해 보였다.
천마는 담담한 모습만 보여주려 하는 듯했다. 하지만 숨길 수 없는 미묘한 잔근육의 움직임은 감추지 못했다.
그래서 계속 분신을 보냈다.
그냥 먹이로 던지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여러 방법을 강구해서 천마와 치열하게 싸웠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통하지 않았다. 분신만 고스란히 천마의 먹이로 주었을 뿐이다.
이제 영력도 얼마 남지 않았다. 분신이 소멸했다는 것은 의선의 영력이 영구적으로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처음 영력을 성장시킬 때만큼 힘들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다시 영력을 채우려면 굉장히 고생해야 하리라.
천마가 성큼 의선에게 다가갔다.
의선이 흠칫 놀라 뒤로 후다닥 물러났다.
“겁먹은 쥐새끼가 따로 없구나. 더 보여줄 게 없다면 이쯤에서 끝내자.”
의선은 잠시 천마를 바라보다가 모든 것을 내려놨다.
그냥 포기했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절망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마음에 얹혀있던 것들을 모두 내려놓았을 뿐이다.
의선은 남은 모든 영력을 박박 모았다. 그것만으로 모자라 영력을 담는 그릇까지 모두 부숴서 꺼냈다.
그릇 자체를 부쉈으니 다시 쉽게 영력을 모을 생각은 버려야 한다.
아예 아무것도 없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의선은 그런 것들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모든 것을 내려놨다는 것은 그런 의미였다.
화아악!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강렬한 빛무리가 일어났다.
그리고 지금까지와는 격이 다른 분신이 만들어졌다.
의선의 모든 것을 담은 분신이었다.
그걸 본 천마의 눈이 번득였다. 분신에 담긴 거대한 힘을 알아차린 것이다.
저걸 태워서 먹으면 얼마나 막대한 힘을 얻을 수 있을까?
어쩌면 단숨에 생전의 경지를 되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의선이 분신이 천마에게 달려들었다.
지금까지와 달리 어마어마한 속도였다.
꽈아앙!
천마는 분신의 주먹질을 슬쩍 빗겨냈다. 그런데도 일어난 충격이 굉장했다.
“좋구나!”
천마답게 치열한 싸움이 예상되자 한껏 흥이 올랐다.
꽈과과과광!
지금까지와 달리 증혼마공의 힘이 담긴 천마의 공격에도 분신은 끄떡없이 싸웠다.
그리고 분신과 함께 달려든 의선의 매서운 권각이 천마에게 쏟아졌다.
쩌저저저정!
의선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했다. 하나도 남기지 않고 전부 쏟아내고자 했다.
궁하니 통한다고 영력의 그릇도 없는데, 사방에 흐르는 영력을 몸으로 받아들여서 그냥 쏟아냈다.
몸을 영력의 통로로 이용한 것이다.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천마의 벽을 넘을 수 없었다.
천마는 말 그대로 압도적이었다.
의선은 자신의 몸을 통로로 주변 영력을 모아 새로운 분신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냥 영력을 몸으로 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막대한 양의 영력이 필요했다.
당연히 모자랐다. 그 모자란 부분을 자신의 몸을 써서 해결했다.
의선의 몸이 바짝바짝 말라가기 시작했다.
이제 정말로 모든 것을 놓은 것이다. 마지막 남아 있던 한 가닥 미련까지 전부 내려놓았다.
그렇게 새로운 분신이 만들어졌다.
천마의 대응은 아주 간단했다. 증혼마공의 위력을 높인 것이다.
화르르르륵!
의선이 만든 두 개의 분신이 활활 타올랐다. 그리고 모조리 천마에게 흡수되었다.
의선은 그것을 그저 담담히 바라봤다.
바로 그 순간, 의선의 혼백이 주변 영력을 마구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의선은 한없는 고양감이 온 정신을 가득 채우는 느낌에 눈을 지그시 감았다.
콰아아아아!
의선의 주변으로 영력이 휘몰아쳤다.
완벽한 무방비 상태였다. 천마가 가서 손가락만 대도 끝장날 것이다.
하지만 천마 역시 그럴 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커어억!”
의선의 분신들을 삼킨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 것들은 괜찮았다. 압도적인 힘으로 찍어 눌렀으니까. 이 자리를 벗어난 후,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영력들을 적절히 걸러내서 그냥 내보내면 된다. 필요한 것만 취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