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eric Academy's Shaman RAW novel - Chapter 315
제315화
강지아와 도선우는 예배당 밖으로 나왔다.
늘 예배당에만 있을 것 같은 강지아도 예배당 밖으로 나올 때가 있었다. 물론 사적인 일 때문에 나간 적은 거의 없었고, 주로 공적인 일을 위해 외출했다.
이를테면 부두교 간부 누구의 신분을 세탁해야 한다거나, 부두교도의 안전을 위해 정보를 캐야 하는 경우.
도선우도 요즘은 중앙성기사단에 출근할 때나, 학교에 갈 때, 운동을 할 때가 아니면 예배당에만 있었다.
그렇기에, 순전히 기분 전환을 위해서 예배당을 나가는 건 둘 다 처음이었다. 단둘이 외출하는 것도 거의 처음이었고.
“날씨가 좋네요, 오늘.”
강지아가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보았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랗고 깨끗한 하늘이 눈앞에 펼쳐졌다. 날씨가 정말 좋았다.
조금 더웠지만, 돌아다니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도선우는 하늘을 보지 않았다. 그는 땅도 하늘도 아닌, 그 경계 어느 지점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초점 없는 그 시선이 강지아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날씨가 정말 좋지 않나요, 교주님?”
강지아가 재차 말했다. 밖에서 도선우를 교주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위험했기 때문에, 그녀는 주위를 충분히 살피고 말했다.
도선우는 약간 놀란 것처럼 강지아를 보았다. 그러더니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맑고, 깨끗하고, 그렇기에 아름다운 하늘을 도선우는 한참 올려다보았다.
“……응, 좋네요.”
도선우가 말했다.
그의 눈동자에는 여전히 힘이 없었다. 하지만 초점은 조금 돌아온 것 같았다.
조금이라도 정신이 돌아온 것인지, 아니면 그저 빛이 반사된 까닭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강지아는 그것으로 만족했다.
강지아의 말을 듣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 것. 그것만으로 도선우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배는 안 고프시죠?”
강지아가 물었다. 도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은요.”
“그럼 조금 걸을까요.”
강지아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그녀는 도선우를 공원으로 데리고 갔다. 동네에 있는 작고 흔한 공원이 아니라, 가족 나들이나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좋다는 큰 공원이었다.
강지아는 외출하기 전에 미리 이 장소를 조사해 두었다. 이 공원에 뭐가 있고, 어떤 코스로 걸으면 좋은지, 근처에 식당은 뭐가 있는지, 그런 것들.
“호수가 참 크네요. 사람들이 사진도 막 찍구요.”
“이렇게 더러운 호수에서 사진을 왜 찍지?”
그들은 공원에 있는 호수에 갔다.
“강아지랑 산책 나온 사람들이 많아요. 귀엽네요.”
“요즘도 목줄을 안 잡고 다니는 사람이 있네…….”
강아지 산책로가 있는 잔디밭에도 갔다.
“나무가 엄청 커요!”
“그런가? 아, 누나한테는 커 보이겠네요.”
“네?”
거대한 나무가 우거진 삼림에도 갔다. 강지아는 그때 도선우가 한 말이 조금 못마땅했지만 참았다.
“조금 쉬죠.”
얼마간 돌아다녔을 때, 도선우가 공원에 널려 있던 벤치 중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강지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도선우를 보았다.
그는 이상할 정도로 땀을 많이 흘리고 있었다. 날씨가 조금 덥다고는 해도, 저렇게 땀을 흘릴 정도는 아니었다. 더구나 많이 걸은 것도 아니었다. 자세히 보니, 그의 얼굴은 조금 창백했다.
“힘드신가요?”
강지아가 물었다. 도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강지아는 더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도선우와 나란히 벤치에 앉았다.
강지아는 앉아서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공원에는 사람이 많았다. 대부분이 가족이거나 연인이었다. 그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함박웃음까지는 아니어도 적당한 미소를 머금은 채, 공원을 마냥 걷고 있었다.
사실 공원에는 별로 볼 것도 없었다. 색이 탁해서 예쁘기보다는 더럽다는 생각이 드는 호수나,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나무. 사람들에게 밟혀서 납작해진 잔디. 그런 것들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공원을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은 행복하다고 말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장소가 어딘지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누가 함께하는지가 더 중요했다.
강지아는 공원을 돌아다니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을 보는 도선우를 번갈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사람이 조금 많기는 하네요. 그래도 아예 없는 것보다는…….”
“으아아악―!”
그때, 도선우가 비명을 질렀다. 그는 소스라치게 놀라서 벤치 뒤로 몸을 숨겼다. 떨고 있었다. 불규칙적으로 가쁜 숨을 토하며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지금까지 강지아가 본 도선우 중에서, 가장 공포에 질린 모습이었다.
그가 놀란 이유는, 고작 강아지였다. 강아지 한 마리. 그것도 덩치가 크지 않은, 무척 앙증맞고 귀여운 강아지였다.
견주는 목줄도 잘 잡고 있었고, 강아지도 온순했다. 물거나 짖지도 않았다. 강아지는 그저 기분이 좋은 듯 혀를 내밀고, 도선우를 보며 헥헥대고 있었다.
“죄, 죄송해요! 별아, 이리 와. 얼른! 아이고. 죄송해요. 얘가 왜 갑자기 말을 안 듣고…….”
도선우가 놀라는 모습을 보고 견주도 놀랐는지, 목줄을 잡아당겼다. 그러나 강아지는 돌아오지 않았다. 혀를 내밀고 헥헥대면서 도선우를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도선우도 개를 보았다. 거친 숨을 내뱉으며, 공포에 질린 시선으로 강아지를 보았다.
“괜찮으세요?”
견주가 물었다. 강지아는 도선우에게 다가갔다. 그의 상태를 봤다. 여전히 도선우는 혼란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아주 조금씩, 그는 진정을 되찾고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강지아가 물었다. 도선우는 강지아를 보았고, 강아지를 보았고, 그리고 견주를 보았다가, 마지막으로 공원에 다니는 모든 사람들을 보았다.
그러다 그는 하늘을 보았다. 하늘은 여전히 맑았다. 한참 멍하니 하늘을 보고 있던 도선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자신이 그토록 보고 놀랐던 강아지를 향해 천천히 나아갔다.
“앗, 잠깐…….”
강지아는 도선우를 말리려고 했다. 그가 강아지에게, 나아가 견주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불안했다. 지금 도선우는 무슨 짓을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태였다. 저대로 강아지를 발로 뻥 차고, 견주를 죽도록 팰 수도 있었다.
“…….”
도선우에게 달려 나가려던 강지아가 그 자리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도선우는 강아지를 발로 차지도, 견주를 패지도 않았다. 다만 작고 앙증맞은 강아지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목줄을 쥐고 있던 견주가 의아하다는 듯 도선우를 쳐다보았다.
“아, 괜찮으신……?”
“괜찮습니다. 아까는 조금 놀라서 그랬어요.”
“아하…….”
“강아지 좀 만져도 되나요?”
도선우가 물었다. 견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도선우는 쪼그려 앉아서 계속 강아지를 쓰다듬었다.
강지아는 그런 도선우의 모습이 다행스럽고, 조금은 귀엽고, 그러나 불쌍하고, 안쓰러웠다.
“괜찮아, 이제…….”
도선우가 중얼거리며 강아지를 쓰다듬었다. 그 말이 강아지를 향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를 향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 * *
이진성은 운전을 하고 있었다. 뒷좌석에는 하수영이, 조수석에는 그의 친오빠인 하수현이 앉아 있었다.
그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정확히는 그들의 아버지, 하판석이 있을 충청교단 예배당으로.
“……이진성 간부님.”
침묵을 깬 것은 하수현이었다. 그는 팔뚝을 마구 긁고 있었다. 손톱을 짧게 깎았는데도, 얼마나 긁어댔는지 그의 팔은 이미 피로 흥건했다.
그는 예배당에 있을 때부터 계속 그랬다. 자꾸만 몸이 가렵다고, 그래서 긁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다고 그랬다.
복원 주술로 하수현의 몸에 있던 상처는 전부 치료된 상태였다. 하지만 복원 주술은 눈에 보이는 상처를 치료할 뿐, 고통까지 없애주지는 않았다.
몸을 회복하는 동안에도 그는 계속 고통에 몸부림쳐야 했다. 고통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며칠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서도 계속, 고문에 의한 여파로 환상통을 겪고 있었다.
“말해. 팔은 그만 좀 긁어. 정신 사납다.”
이진성은 운전대를 잡은 채 차갑게 말했다.
“몇 년이나 흘렀습니까?”
하수현은 팔뚝을 긁는 것을 멈추고 말했다.
그는 예배당에 있을 때, 그곳에 있던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그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말로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는 남은 고통에 몸부림치느라, 그런 것들에 의문을 가질 여유조차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서야 그는 질문할 수 있었다. 그가 지하 감옥에 수감되어 있던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성전이 올해로 8년 전이지. 네가 지하 감옥에 있던 기간은 7년쯤 될까.”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글쎄다.”
이진성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가? 지난 8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8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그 시간 동안 있었던 일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었다. 이진성은 중요한 일들을 몇 개만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무엇이 중요한 일이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 일인지 그는 분간할 수가 없었다.
“……별로 중요한 일은 없었던 것 같다. 아니, 이제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게 됐어.”
이진성은 체념한 듯한 어조로 말했다. 하수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부두교의 상황만이라도 자세하게 알려 주십시오. 그러니까, 2대 교주님과 선지자님, 그리고 현 교주님에 대해서…….”
“2대 교주는 진작 죽었지. 그건 알 거고. 누나…… 아니지. 2대 선지자도 죽었어. 두 사람 아들이 현 교주다. 교주이면서 선지자야.”
“아, 선지자님이…….”
하수현이 중얼거렸다. 그는 지금까지 참고 있던 가려움증을 격렬하게 느꼈다. 그러고는 목과 팔을 마구 긁으면서 말을 이었다.
“……괜찮으십니까?”
하수현의 물음에 이진성이 피식 웃었다. 우습고 놀라웠다. 저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는 게. 지하 감옥에서 몇 년이나 고문을 받고도, 저렇게 사람 같은 질문을 할 수 있다는 게, 너무나 놀라웠다.
자신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하수현은 강한 사람이구나, 라고 이진성은 생각했다. 처음에는 작게 헛웃음을 흘렸던 이진성이 대놓고 크게 웃었다. 나중에는 아예 폭소했다.
그러다 웃음이 멎었다. 기괴할 정도로 크던 웃음소리가 사라지고, 남은 자리에는 침묵과 싸늘한 무표정만이 남았다.
“나는 아무것도 안 했어.”
이진성이 중얼거렸다.
“나는 아무것도 안 했어. 그래서…….”
그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그래서 괜찮지도, 안 괜찮지도 않아.”
이진성이 말했다.
* * *
공원에서 산책을 즐기고 돌아온 강지아와 도선우는 예배당으로 돌아와서, 간단히 밥을 먹었다. 산책을 열심히 한 덕분인지 도선우는 밥을 꽤나 잘 먹었다.
강지아는 우걱우걱 밥을 목구멍으로 넘기는 도선우를 걱정스러운 얼굴로 지켜보았다.
도선우는 다시 방에서 책을 읽었고, 강지아도 자기 할 일을 했다.
어느덧 밤이 되었고, 잘 시간이 되었다. 강지아는 늘 자던 창고에서 담요를 뒤집어쓰고 잠을 잤다.
그녀를 위한 침대는 예배당에 마련되어 있었으나, 그녀는 언제나 창고에서 잠을 자기를 고집했다.
“……교주님?”
그녀가 잠에서 깬 것은, 창고 문을 열고 그가 들어왔을 때였다. 도선우는 문을 열고, 자고 있던 강지아를 멍하니 응시했다.
초점 없는 눈과 창백한 얼굴은 그가 시체인지, 아니면 살아 있는 사람인지 분간하는 것조차 어렵게 만들었다.
그는 식은땀을 미친 듯이 흘리고 있었는데, 이마에서 흐른 땀이 흘러서 턱에 맺히고, 그것이 다시 가슴깨로 흘러내릴 지경이었다.
“잠이 안 오십니까, 교주님.”
강지아는, 도선우가 잠을 못 자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럴 만도 했다. 강지아는 시간을 확인하려고 했다. 그러나 시간을 확인할 겨를은 없었다.
콰앙.
도선우가 문을 거세게 닫았다. 그리고 강지아를 향해 비척비척 걸어오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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