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mn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124)
돈지랄 네트로맨서 (124)
저주받은 대지(3)
김민우가 목 없는 시체를 빤히 바라보았다. 뭔가 이상하다는 건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은근슬쩍 마나를 활용해 몸을 툭툭 두드리며 신호를 주는 메르헨.
SSS급 궁수도 가만히 있는 상황에서, 마법사가 먼저 적의 접근 신호를 준다?
척하면 척이다.
그때부터 대충 감 잡고 있었다.
적이 마법 써서 접근하고 있구나, 하고.
그게 딱히 이상할 건 없었다.
실제로 투명화 마법은 존재했으니까.
‘보통은 수준이 좀 낮은데…….’
암살자의 은신보단 훨씬 못한 성능을 지닌 게 바로 투명화 마법이었다.
적어도 지구에서는 그랬다.
근데, 여기 차원은 좀 다른 모양이었다.
이 정도로 정교한 투명화 마법은 김민우도 처음 접하는 것이었다.
‘흑마력을 통해 강화한 건가? 근데, 그래 봤자지.’
흑마법사도 결국 마법사 중 하나일 뿐이다.
적어도 마법이라는 분야 안에선, 메르헨을 이길 만한 존재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였다.
가만히 접근하게 내버려 둔 건.
보아하니 메르헨도 그걸 원하는 눈치였고.
역시나.
불쑥 나타나 회심의 미소를 짓더니, 지근거리에서 흑마법을 터뜨리려고 하던데.
그게 느닷없이 취소되는 경우의 수는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놈의 목이 단숨에 하늘로 날아간 이유였다.
예상 못 했으면 죽어야지.
[성지의 제사장, 모르탄을 사냥했습니다!] [점수 50만 점이 주어집니다!]“이야. 점수 많이 주네?”
―진짜?
“어. 그때 그 뱀파이어랑 똑같아.”
―흐음……. 그 정돈가?
메르헨이 고개를 갸웃한 채 말했다. 그걸 보니 새삼, 상성이란 게 얼마나 중요한지 피부로 와닿았다.
마법 계열이 아닌 육체 계열 몬스터였다면 이렇게 쉽게 잡아내진 못했을 거다.
‘군단장 뽑은 보람이 있네.’
김민우가 앞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어안이 벙벙한 눈빛으로 웅성거리는 흑마법사 무리가 보였다.
놀란 건 뒤에서 졸졸 따라오던 각성자 무리 또한 마찬가지였다.
단순하게 상황 정리해 보자면, 눈 깜빡할 사이에 목 하나가 쑥 하고 날아가 있었다.
놀라운 건 흑마법사가 접근하는 걸 인지한 각성자가 아예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상황을 파악했을 땐, 이미 손이 시꺼멓게 물든 흑마법사가 김민우의 코앞까지 다가와 있던 상태였다.
만약 자신들이었다면?
뭘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죽어 나갔을 것이다.
‘S급? 아니다. 그보다 훨씬 더 위야.’
평범한 S급 정도의 실력자였다면, 자신들도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했을 터.
그 이상의 압도적인 강자다.
‘근데…… 그걸 단숨에 제압했다고?’
꿀꺽.
김민우를 본 각성자들이 침을 삼켰다.
단숨에 취소된 마법.
당황한 채 눈을 부릅뜨던 흑마법사. 곧이어 순식간에 날아가 버린 목까지.
모든 게 꿈결 같았다.
그제야 각성자들이 내심 의심하고 있었던 사실을 받아들였다.
1,500만 점, 얻을 만했구나 라고.
웅성거리는 각성자들 사이로 서예림이 거리를 좁혔다.
“괜찮아요?”
“보다시피, 멀쩡합니다.”
“……미안해요. 제가 먼저 발견했어야 했는데…….”
입술을 깨문 채 말하는 그녀.
시야가 좋은 특성상, 파티에서 궁수는 보통 정찰과 저격을 맡았다.
그래서인지 아무래도 자존심이 좀 상한 것 같았다.
“마음에 담아 둘 거 없습니다. 이건 못 찾을 만했어요.”
괜히 50만 점짜리가 아니었다.
육체는 뱀파이어보다 훨씬 허약하지만, 상당히 귀찮은 잡기를 보유하고 있었으니까.
아마 투명화 말고 필살기 몇 개 더 보유하고 있었겠지.
메르헨이 없었다면 자신도 분명 위험했을 것이다.
어찌 됐든.
지하에 봉인된 괴물 놈이 최종 보스라 친다면, 이 흑마법사는 제사장인 만큼 중간 보스 정도는 될 것 같았다.
우르르 몰려오던 흑마법사 놈들이 당황한 것도 아마 그래서일 터.
그때였다.
미간을 살짝 찌푸린 서예림이 말했다.
“저기에 각성자도 있네요?”
“각성자?”
“네. 지난번 봤던 그 중국 애들이요.”
“포로로 잡힌 건 아닙니까?”
“포로면, 저렇게 멀쩡하게 풀어 두진 않을 것 같은데요.”
이야.
김민우가 내심 감탄했다.
류웨이 그놈, 인성 개판이라고 이야기가 자자하긴 했는데.
그렇다고 흑마법사랑 손잡고 각성자 뒤통수를 쳐 댈 줄이야?
주변에서 그녀의 말을 듣던 각성자들의 얼굴에 분노가 차올랐다.
“흑마법사들이랑 같이 있다고요? 그것도 멀쩡히? 이거 설마…….”
“진짜면, 이거 완전 쓰레기 아냐?”
흑마법사가 사람 잡아가는 건 차라리 그러려니 했다. 근데 같은 각성자들끼리 뒤통수를 쳐?
정말 사실이면 끔찍한 인간 말종들이다.
“다 잡죠. 제물로 줘야 하니 죽이지는 말고.”
각성자 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김민우의 힘을 본 상황.
그들의 눈엔 승리의 확신이 깃들어 있었다.
* * *
시작부터 우두머리가 골로 가서 그런 것일까. 흑마법사 무리는 생각보다 쉽게 포로로 잡혔다.
중국 측 각성자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거칠게 발악하던 것도 잠시, 분노한 각성자 무리가 달려들자 하나둘 두들겨 맞은 채 제압당했다.
온몸이 죄다 묶인 류웨이가 억울하다는 듯 외쳤다.
“우린 정말, 어쩔 수 없었단 말입니다! 저놈들이 심장에 이상한 걸 새겼다고요!”
대충 굴러가는 상황은 파악했다.
시작부터 제사장 만나서 바로 제압당하고 놈들의 수하로 부려졌다는 사실을.
“그래서, 각성자 잡아서 흑마법사들한테 바쳤다?”
“어,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명령을 듣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는데!”
“낙인은 그대로고?”
“……예. 우리도 싸우고 싶지 않았습니다. 근데, 저 빌어먹을 놈들의 명령에 저항할 수가 없었습니다.”
류웨이가 씩씩거린 채 흑마법사를 노려보며 말했다.
김민우가 피식 웃었다.
“그 제사장이란 놈이 나 죽였으면, 아주 좋다고 달려들었을 것 같은데.”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한솥밥 먹는 동료들을 해치는 일인데요! 정말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니들이 바쳤다는 각성자들은 아직 살아 있어?”
“……모, 모르겠…….”
놈의 얼굴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피 섞인 이빨이 허공을 날았다.
“쿠헉!”
“눈 굴리지 말고 말해. 여태 몇 명 잡았어?”
“여, 열 명 정도…….”
“그래서, 살아 있어?”
“하, 하루 다섯씩 제물로 바친다고 들었습니다. 그 외엔 아는 거 없어요! 진짜로!”
김민우를 비롯한 각성자들이 침묵했다.
‘그러고 보니…….’
여기 처음 왔을 때 괴물이 울고, 촉수가 튀어나왔었는데, 둘째 날인 지금은 전혀 그런 일이 없었다.
괴물의 분노가 가라앉은 건 제물을 바쳤기 때문이 아닐까?
그럼 이미 다섯은 갔다는 소리다.
남은 다섯이라도 구해야 했다.
흑마법사들의 본거지인 ‘신전’의 위치부터 그 병력 구성까지.
포로로 잡힌 놈들의 입을 통해 정보를 죄다 뽑아냈다.
다행히 흑마법사들의 숫자가 그리 많지는 않았다.
끽해야 삼백 정도?
‘모르탄 같은 놈도 더 없고.’
그 정도면 단숨에 쓸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움직입시다.”
머지않아 분노한 각성자 무리가 신전을 죄다 쓸었다. 원래라면 적의 물량이 좀 되는 만큼 좀 더 고전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 어떤 마법사도 메르헨 앞에선 저항하지 못했다.
제사장인 모르탄조차 못 당해 냈는데, 하물며 평범한 신도들쯤이야.
마법을 시전하던 흑마법사들이 죄다 풀썩풀썩 쓰러졌다.
일부는 죽이고, 일부는 포로로 잡았다.
대충 마리당 점수 2천 점.
나름 한가락 한다는 간부 수준은 1만 점 정도를 줬다.
거의 백에 가까운 학살.
30만점이 훌쩍 넘는 점수를 얻었다.
포로로 잡은 흑마법사들의 안내를 받아 움직였다.
신전의 지하 깊은 곳.
포로로 잡힌 각성자들 또한 마주할 수 있었다.
“Fuck! 역겹군.”
온몸이 우락부락한 미국 측 각성자, 톰슨이 침을 퉤 하고 뱉었다.
무슨 오망성 같은 마법진 한가운데 각성자들이 기절한 채 주르르 누워 있었다. 그것도 사지에 못 같은 게 박힌 채로.
“저딴 건 왜 박은 거야?”
“움직임을 제압하기 위해…….”
대답을 들은 톰슨이 분풀이를 하듯 흑마법사의 머리통을 뻑 하고 내리쳤다. 기절한 흑마법사 녀석을 뒤로한 채 포로로 잡힌 각성자들을 풀어 주려 했을 때였다.
뒤편에 있던 흑마법사들이 기겁한 채 외쳤다.
“그, 그냥 풀면 안 됩니다! 제물은 계속 바쳐져야 한단 말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
“봉인진을 대신할 제물이 필요합니다. 아니면 그분께서 진노해, 다 죽을 겁니다!”
톰슨이 몸을 움찔했다.
그 정도로 흑마법사들의 태도는 절박했기 때문이었다.
그가 김민우를 빤히 바라보았다.
“대장?”
“저 말한 겁니까?”
“그쪽 말고 대장이라 부를 사람이 또 있겠어? 저놈들 말 들었지? 대신할 제물이 필요하다는데.”
“예.”
“누구로 할 거야?”
톰슨이 물었다.
중국 측 각성자들.
그들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묻는 것에 가까웠다.
“다섯이라 했었죠. 쟤들 셋하고, 흑마법사 두 놈으로 대신하죠.”
“우으읍!”
김민우의 손가락이 중국 측 각성자들을 빤히 가리켰다.
류웨이를 비롯한 두 명의 각성자가 발광하기 시작했다.
“오우, 화끈한데.”
톰슨이 휘파람을 분 채 말했다.
솔직히 그도 그걸 내심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개 같은 놈들.’
과정이 어찌 됐든 결국 각성계에서 한솥밥 먹은 동료들을 배신했다. 저놈들 때문에 벌써 다섯이 괴물의 뱃속에 들어갔다.
목숨 걸린 판에서 그렇게 행동했다면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하는 법.
낙인이 찍혔느니, 어쩔 수 없었다느니 그런 건 전부 변명이자 개소리일 뿐이었다.
‘안 그래도 찝찝했는데, 잘 됐어.’
아직도 심장에 낙인이 남아 있다 하지 않았던가.
괜히 살려 뒀다간 어떤 변수가 되어 돌아올지 몰랐다.
그렇게 생각하는 건 톰슨뿐만이 아니었다.
“다들, 동의하십니까?”
끄덕.
각성자 전부가 동의했다.
‘살려 둘 이유가 없다.’
만약 김민우가 당했다면 이쪽이 저런 꼴로 변했을 것이다.
류웨이?
인성 하난 유명하던데, 흑마법사에게 고개 숙인 채 낄낄대고 있었겠지.
그 반대가 되었을 뿐이다.
톰슨이 몇몇 흑마법사를 풀어 준 채 말했다.
“쟤들, 대신해서 바쳐.”
“…….”
우읍!
우으읍!
몸이 죄다 묶인 채 오망성 한가운데로 끌려가는 중국 측 각성자들.
거기에 흑마법사 둘이 추가되어 균형을 맞췄다.
“제, 제물 의식을 시작하겠습니다.”
꽝, 꽝!
사지에 못이 박히고, 그 대신 이전에 묶였던 각성자들이 풀려났다. 포션과 함께 사제들의 힐이 퍼부어졌다.
“으음…….”
“괜찮으십니까?”
눈을 뜬 각성자들이 자신의 몸을 바라보았다.
곧이어 그들의 눈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고,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꼼짝없이 죽는 줄로만 알았는데…….
정말 모든 게 꿈만 같았다.
그들이 진심 어린 감사를 표했다.
곧이어 그들이 봉인진에 묶인 각성자들을 바라보았다.
“저 개자식들…….”
저놈들에게 사로잡힌 채 신전으로 끌려갔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했다.
그 이후 벌어졌던 지옥 같은 일까지도 전부 다.
“이, 이제 시간이 됐습니다. 오늘자 제물이 바쳐질 겁니다.”
흑마법사의 말과 함께 봉인진 한가운데 위치한 구멍에서, 거대한 촉수 더미가 튀어나왔다. 곧이어 다섯의 몸을 감싼 촉수가 순식간에 구멍 안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우읍!
우으으읍!
단말마와 같은 비명을 남긴 채 봉인진에서 사라진 제물들.
“뭐야, 저건…….”
흑마법사 중 하나가 몸을 떤 채 말했다.
“그, 그분께선 육체와 혼을 별미로 여기십니다. 하루 다섯만 바친다면,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진짜 개 같은 곳이군.”
누군가 눈을 찌푸린 채 말했다.
정말 그 말대로였다.
김민우가 각성자들을 바라보았다.
“당장 그 괴물과 싸우진 않을 겁니다. 아직 관련 정보도 부족하고, 서로 합을 맞춰 보지도 않았으니까요.”
“남은 각성자들도 합류시켜야겠지요. 그럼, 얼마나 준비하실 겁니까?”
“일주일 정도로 잡아 볼까 하는데, 어떠십니까?”
“그럼 2차 시험이 끝나기 전까지 기간이 많이 남을 것 같은데…….”
“그만큼 가산점을 얻을지도 모르죠.”
제물을 바쳐 한 달간 살아남는 게 목표다.
반대로 보스를 때려잡고 기간까지 빠르게 클리어한다면?
가점이 상당히 주어질지도 몰랐다. 제물로 흑마법사 놈들 바치고, 그래도 남는 놈들은 그냥 사냥 전에 죽이면 그만이다.
각성자들이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 * *
신전 내부의 제사장실.
그곳엔 수천 권의 책이 모여 있었다. 지하에 봉인되었다고 알려진 괴물에 대해 적힌 도서도 제법 많았다.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책 한 권을 꺼냈다.
그걸 본 서예림이 고개를 갸웃했다.
“진실의 저서?”
“표지가 가장 화려해서 집어 봤습니다. 한 번 읽어 보죠.”
책상 위에서 책을 펼쳤다.
첫 장이 펼쳐졌다.
가장 먼저 등장한 건 바로 그림이었다.
문득 메르헨의 말이 떠올랐다.
‘맛이 복잡하다고 했었지. 키메라처럼.’
그녀의 말대로 괴물의 생김새는…….
‘진짜 혼종이군.’
마치 포도를 보는 것 같았다.
근데 굉장히 크고, 알맹이가 눈알로 이루어진 포도 느낌이었다.
심지어 눈알이 균일한 크기로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온갖 잡다한 생명체의 눈알이 섞인 것처럼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그 내용물이 참 다양했다.
“……진짜 징그럽네.”
“무서운 거 싫어해요?”
“저건 무서운 게 아니라 그냥 징그러운 것 같은데요.”
고개를 끄덕인 채 다음 장을 넘겼다. 그곳엔 누군가의 일대기가 쓰여 있었다.
[1대 제사장, 카밀론]―늘 핍박받던 우리 흑마법사들에게 있어 꿈과 같은 도시를 발견했다. 기운이 느껴진다. 이곳의 지하엔 분명 무언가가 있다. 그것도 우리에게 대단히 이로운 무언가가.
―저주로 썩어 문드러진 지하. 이곳에서의 수련은 기연과 다름없었다. 탐색을 이어 나가던 도중, 저주의 근원을 마주했다.
―우린 지하의 생명체에게 ‘이프락스’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이프락스는 기생형 생명체인 것 같다. 마치 나무처럼 지하에 뿌리박은 채 살아가고 있다. 다른 곳으로 옮기기 위해 노력했지만,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고작 10년 만에 나와 동료들의 경지가 한 단계 더 답보했다! 그간 먹이를 먹으며 성장한 이프락스의 도움이 컸다. 절대, 이 녀석을 포기할 수 없다…….
―……지상의 도시가 거슬린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이프락스의 존재를 알아채겠지. 전쟁을 피할 순 없을 것 같다..
―40년! 드디어 숙원을 이뤘다! 드디어 흑마법사들이 살아 숨 쉴 성지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프락스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우리 흑마법사의 앞날에 광명이 있으라!
[5대 제사장, 이르무스]―시간이 지날수록 이프락스의 힘이 점점 강해진다. 녀석에게 제대로 된 자아가 생겼다. 처음으로 우리에게 요구했다. ‘맛있는’ 먹이를 달라고.
―녀석이 분노를 내비쳤다. 이제 떠돌이 용병 수준으로는 만족감을 줄 수 없는 것 같다.
―일순간 정신이 혼미해졌다. 이프락스에겐 정신과 관련된 능력이 있는 것 같다. 대단히 위험한 힘이다. 봉인진을 세워…….
.
.
[15대 제사장, 아마르잔]―아직은 일부의 일탈일 뿐이지만, 점점 더 ‘신’을 찬양하는 자들이 늘고 있다. 후대의 제사장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우린 결코 신을 모시는 게 아니라는 것을.
[25대 제사장, 모르탄]―끝없이 주의를 기울이지만, 나조차 흔들릴 때가 있다. 때때로 공포를 느낀다. 봉인진이 있는데도 이 정도의 영향력이다. 만약 제사장마저 신을 찬양한다면, 그땐 어떻게 되는 거지?
“정신 능력?”
서예림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능력을 가진 몬스터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굉장히 희귀했기 때문이었다.
‘까다롭게 됐네.’
김민우 또한 눈을 좁힌 건 마찬가지였다. 보아하니 봉인진이 이프락스의 힘을 제약 중인 것 같은데.
이걸 푼다면 녀석의 능력이 고점을 찍을 게 확실시됐다. 정신력이 약하면 대항하기도 어려울 테지.
‘아마 저주도 쓸 테고.’
정황상 지난번 봤던 티모른 공작보다 아득한 윗줄에 있을 것 같은 몬스터였다.
그럼 대비해야지.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각성자들 수색과 훈련은 예림 씨가 좀 맡아 주시죠. 군단장들 붙여 드리겠습니다. 전 할 게 좀 있어서.”
“뭘 하시려고……?”
“정신 공격, 대비해 봐야죠.”
해골들의 연금술을 활용할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