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mn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125)
돈지랄 네트로맨서 (125)
준비
총 인원 50명.
이미 제물로 바쳐진 다섯에, 중국 각성자 셋을 뺀다 해도 42명이 되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현재 모인 각성자들의 숫자는 27명에 불과했다.
아마 곳곳에 15명이 퍼져 있겠지.
일단 이들을 찾는 게 급선무였다.
각성자들이 두 개 조로 나뉘어 사방을 뒤졌다.
그 과정에서 톡톡히 도움을 준 건 바로 하양이였다.
투명해진 상태로 졸졸 따라왔기에 각성자들은 그 존재를 알지 못했지만, 박시우와 서예림은 달랐다.
툭툭.
툭.
어깨 위에서 느껴지는 부리의 감촉. 마치 방향을 알려주듯 스윽 부리로 긋는 것도 모자라 숫자까지도 친절하게 알려 주고 있었다.
‘역시, 똑똑해.’
신호를 받은 서예림이 나직이 감탄했다.
어지간한 소환수도 뺨을 왕복으로 후려칠 정도로 높은 지능.
뛰어난 정찰 능력.
그것도 모자라 속성까지 공유해 준단다.
가장 결정적으로…….
‘귀여워.’
아직 새끼 때라 그런지 생김새부터가 앙증맞다.
애교가 많은 건 덤이었다.
김민우가 스스로를 아빠로 호칭하며 하양이를 귀여워할 때마다, 대단히 부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나도 이런 펫 하나 있으면 좋을 텐데.’
하나 구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다.
쉽지 않아서 문제지.
그냥 평범한 펫이야 입양하면 된다고 치지만, 능력 있는 펫은 아예 이야기가 달랐다.
게이트 내부에서 찾아야 하는데.
신비한 능력 + 매우 똑똑한 지능 + 귀여운 생물.
이런 게 찾는다고 뚝딱 발견됐다면, 개나 소나 펫 거느리고 다녔을 것이다.
정말 극소수의, 실력과 운을 죄다 갖춘 각성자들만이 이런 펫을 소유하고 있었다.
슥슥.
그녀의 손이 은밀하게 하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꾸.
보답하듯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
‘으으…….’
그 앙증맞은 소리에 살짝 몸을 떤 그녀가 곧이어 손가락을 내밀었다.
“……큼! 저쪽으로 가 보죠.”
“예!”
각성자들이 두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궁수라 시야가 넓은 것뿐만 아니라, 그녀가 가리킨 곳마다 기가 막히게 각성자들이 발견되고 있었다.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해서 그게 반복되고 있으니, 이견이 있을 리 없었다. 고작 하루 만에 15명을 죄다 찾았다.
총 42명의 대인원.
직업과 인종 또한 매우 다양했다.
합을 맞추는 과정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었다.
“이제 저희가 여러분들의 훈련 교관을 맡게 될 겁니다. 먼저 개별적인 수업을 진행할 거고요.”
서예림.
박시우.
세드릭.
그리고 메르헨까지.
사람 둘과 언데드 둘이 교관을 맡았다.
솔직히 그때까지만 해도 각성자들은 반신반의에 가까운 기분이었다.
실력 좋다는 건 알겠다.
근데, 가르치는 건 좀 다른 이야기지 않나?
우리도 나름 숙련자들인데.
심지어, 교관이 소환수?
흠…….
대충 이런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말이 나오지 않는 건 일단 한 번 지켜보겠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먼저 박시우.
열 명씩 나뉜 근접 직군들 중 한 조를 맡았다.
통칭 1조.
1조에서 가장 눈에 띄는 생김새를 가진 건, 바로 미국의 톰슨이었다.
대머리 흑인 성기사.
심지어 메이스를 든 팔뚝의 근육은 터질 듯이 부풀어 올라 있었다.
생김새로 보나 명성으로 보나 1조에서 가장 이목을 끄는 각성자라 할 수 있었다.
“거기 톰슨 씨가 조장 맡아 주시겠어요?”
“그러지.”
톰슨이 어깨를 으쓱인 채 말했다.
“그래서 훈련 내용은 뭐지? 다 같이 합을 맞추는 거라면 우리만 모아 둬선 큰 의미가 없을 텐데…….”
“먼저 기본기부터 좀 볼 겁니다. 합은 그 이후에 맞출 거고요. 일단은…… 저랑 싸워서 버티면 됩니다.”
“오케이.”
그렇게 말한 톰슨이 가장 먼저 앞으로 나섰다.
새하얀 타워 실드를 들어 올린 채, 진지한 눈빛을 내비친 그가 말했다.
“쉽게 당하진 않을 거야.”
단단한 방어 자세를 잡은 채 말하는 톰슨. 그를 본 박시우가 고개를 갸웃했다.
“뭐 하세요?”
“……?”
“왜 톰슨 씨만 나와요?”
“……이봐 팍.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열 명 다 덤비라는 거였어?”
“네.”
“……오케이. 뭐 해? 다들 안 나오고.”
그 말에 떨떠름한 얼굴을 한 각성자들이 죄다 앞으로 나왔다.
‘……그래 뭐. 경력이 밥 먹여 주나.’
아무리 박시우가 어리고 각성한 지 얼마 안 된 새내기라지만, 결국 이 판은 실력으로 굴러가기 마련이었다.
S급 각성자를 열 합 만에 잡아낸 전적. 거기에 이번 시험에서도 3등을 차지했다고 하니, 인정하지 못할 건 없었다. 그렇다 해도 내심 좀 떨떠름한 것까진 어쩔 수 없긴 했지만 말이다.
“……긴장하라고. 우리가 그렇게 만만하진…….”
그때였다.
뻐엉!
거대한 소음과 함께.
어아악!
사방팔방으로 각성자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2조의 근접 교관 세드릭.
그 소환수가 각성자들 사이에서 창을 휘두를 때마다, 폭발음이 마구 터져 나오고 있었다.
“벌써 시작했네. 저도 갈게요.”
어느새 그의 손에 소환된 성검이 빛을 뿜었다.
순식간에 가까워진 거리.
톰슨이 눈을 빛낸 채 방패를 들었다.
‘버틴다!’
전사처럼 도발 같은 스킬은 없어도, 생명력과 지구력 하나는 전사 이상인 직업이 바로 성기사다.
거기에 사제만큼은 아니어도 나름대로 회복 스킬을 사용할 수도 있었다. 공격만 받아 낸다면 나머지 조원들이 알아서 활약할 것이다.
전력으로 검을 내리치려는 박시우를 향해 그가 방패를 들어 올렸다.
텅!
방패 위로 충격이 느껴졌다.
각성자들이 사방에서 달려들기 시작한 것도 순식간이었다.
그때.
톰슨이 눈을 찌푸렸다.
‘……가볍다?’
전력을 다한 것 같은 자세 치곤 공격이 너무나도 가벼웠다. 설마 그 찰나에 힘을 죄다 뺏단 말인가?
뻐억!
“켁!”
옆에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조금 전 간단하게 인사를 나눴던 프랑스의 암살자, 레노아.
어느새 그의 명치를 검 면이 배트처럼 후려치고 있었다.
뻐억!
뻐억!
사방팔방으로 날아가기 시작하는 각성자들.
‘설마, 접근을 의도했나?’
분명 전력을 다한 내려찍기 자세였다. 힘을 쏟아붓는 만큼 빈틈이 생기기 마련.
각성자들은 프로답게 그 틈새를 제대로 노렸다.
근데, 자연스럽게 방패를 내리치며 튕긴 검이 주변의 각성자들을 죄다 휩쓸어 버렸다.
‘뭐 이런 괴물이…….’
눈 깜빡할 새 아홉이 죄다 날아가 버렸다. 어느새 서 있는 건 자신 혼자뿐.
일 대 십으로도 못 이겼는데 하물며 일대일이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큭!”
고작 두 합 만에 그의 목에 검이 닿아 있었다.
“끝. 다들 모여 보세요.”
1조의 조원들이 하나둘 자리에 모였다.
“레노아 씨는 공격할 때 팔에 힘이 너무 들어가요. 그러면 유연하게 받아치기가 힘들거든요? 거기 빅토르 씨는 공격할 때 허리를 비트는 게 습관이신 것 같은데…….”
하나씩 조원들의 안 좋은 습관을 지적하는 박시우.
곰곰이 생각하던 각성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것 같은데?’
톰슨 또한 지적을 당한 건 마찬가지였다.
“톰슨 씨는 몸이 너무 경직되어 있어요. 아예 방어를 위해 꽉 움츠러들어 있다고 해야 하나? 이렇게 한번 해 보실래요?”
톰슨의 곁에 다가간 박시우가 자세를 교정해 주었다.
“어때요?”
“확실히…….”
톰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히 몸의 몇몇 부위만 조정했을 뿐인데도, 시야가 훨씬 더 넓어진 느낌이었다.
톰슨이 정중하게 고개 숙인 채 말했다.
“사과하겠다. 내심 널 얕잡아 보는 마음이 있었다. 우리가 건방 떨 수준이 전혀 아니었는데…….”
“아녜요. 그럴 수도 있죠. 사실 형님에 비하면 전 아무것도 아닌데요, 뭘.”
손사래를 친 박시우가 멋쩍게 웃었다.
그 모습을 본 각성자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형님이면, 김민우 길드장?”
“아, 네.”
“하긴. 그 인간 소환수가 워낙 대단하긴 하지. 그래도 서로 분야가 다르니까. 다 장단점이 있는 법이다. 너무 겸손할 것 없어.”
톰슨이 격려하듯 그의 어깨를 툭툭 쳐 줬다.
“……분야가 다르다기엔, 형님은 검도 저보다 더 잘 쓰는데요?”
“……응?”
각성자들이 눈을 끔뻑였다.
지금 보여 준 광경만 해도 검선의 제자인 이유가 단번에 이해될 정도로, 괴물 같은 수준인데…….
“팍, 너보다 검을 더 잘 쓴다고?”
“네. 대련에서 형님한테 이겨 본 적이 없거든요. 아직까지 단 한 번도.”
농담이라기엔 박시우의 눈이 너무나도 진지했다. 그걸 본 각성자들의 눈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진짜로?”
“네. 거짓말해서 뭐하겠어요. 제가 지금 써먹는 기초도 다 형님한테 배운 건데.”
“……검선한테 배운 게 아니라?”
“아 그것도 있긴 하죠.”
“……허.”
김민우가 검을 쓴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 수준이 제법 높다는 것 또한 알았다.
근데, 박시우라는 이 천재 검사가 검으로 여태 단 한 번도 못 이길 정도였다고?
‘진짜 그 정도라고?’
그럼, 김민우는 대체 얼마나 괴물이란 거지?
* * *
다른 교관들도 마찬가지로 조원들을 가르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분위기가 살벌한 건…….
[타케루가 불꽃의 격노(A)를 사용합니다!] [잭슨이 화염창(A)를 사용합니다!]―니들 바보야? 왜 그렇게 써?
“어…….”
“에…….”
―아니, 마법이란 건 생각을 하고 써야 한다니까?
바로 메르헨 쪽이었다.
팔짱을 낀 채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연신 마법사들을 바라보는 그녀.
―불은 뜨겁잖아. 타오르잖아. 근데 왜 마법 쓸 땐 그냥 가만히 써?
“이, 이래도 발동되니까요?”
일본 마법사 타케루의 답에 캐나다 마법사 잭슨이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답답해. 그냥 발동만 된다고 끝이 아니잖아. 이렇게 쓰라니까?
성을 내듯 발을 팍 구른 메르헨이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메르헨이 불꽃의 격노(SS)를 사용합니다!] [메르헨이 화염창(SS)를 사용합니다!]그녀의 양손에 순식간에 조금 전과 똑같은 스킬이 발동됐다.
근데, 위력은 천지 차이였다.
열기가 어찌나 뜨거운지 주변을 죄다 녹여 버린 채 날아가는 두 마법의 모습이 보였다.
―심상을 담아서 발동시켜야 한다고. 마나도 그냥 움직이는 게 아니라, 타오르듯 이글거리면서 움직여야 하고. 이게 어려워?
“……어어…….”
―아, 진짜. 니들 가만히 딱 서 있어.
메르헨이 두 마법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순식간에 둘의 몸에 있는 마나를 통제한 그녀가, 마치 원격 조종하듯 마나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암기해. 이렇게. 이쪽으로. 부글거리면서. 손 위로 나아가서…….
화륵!
[타케루가 불꽃의 격노(S)를 사용합니다!] [잭슨이 화염창(S)를 사용합니다!]―이렇게 쏘라고. 알겠어?
대체 얼마나 재능이 없길래, 직접 마나를 움직여 주는데도 출력이 저 정도밖에 안 될까.
정말 끔찍할 지경이었다.
그렇다고 가르치는 걸 포기할 수도 없었다. 김민우가 직접 부탁한 일이었으니까.
분명 대화를 나누는데도 의사소통이 도무지 통하질 않는 상황.
그럼 어쩔 수 있나.
강제로라도 암기하게 하는 수밖에.
“예, 예!”
두 마법사가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 시간 사용해 온 A급 마법이, 하루아침에 S급으로 변해 발동되는 상황이었다.
국적과 나이는 죄다 달라도 한 가지 생각만큼은 동일했다.
‘이런 미친…….’
여태 그들이 사용한 마법이라곤 스킬북으로 배워 쏘는 것밖에 없었다. 솔직히 지금도 뭐가 뭔지 대부분 이해 못 했다.
그래도 바꿔야 한다는 건 깨달았다. 두 사람이 필사적으로 방금 이끌어 준 마나의 흐름을 기억했다.
―이제 절로 가서 연습해.
“옙!”
“넵!”
이미 메르헨이 가리킨 곳엔 수많은 마법사들이 모여 있었다.
식은땀을 흘린 채 악착같이 마법을 반복 수련하는 마법사들.
거기에 두 사람이 추가됐다.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본 미국의 마법사, 소피아가 혀를 내둘렀다.
‘나도 나름 미국에서 주목받는 인재인데…….’
차후 S급으로 올라서면, 미국 마법사 순위 10위 안엔 들어갈 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녀의 마법 실력은 뛰어난 편에 속했다.
그런데도 저 소환수와 비교하면 보름달 앞에 반딧불과 다름없는 수준이었다.
마법 차단을 숨 쉬듯 써 댄다더니…….
‘진짜, 괴물 맞네.’
마법을 보자마자 제 것으로 만들어 쏴 대는 모습에선 머리가 지끈거릴 지경이었다.
미쳐 버린 소환수.
대체 김민우는 저런 괴물을 어떻게 얻어 낸 거지?
강렬한 호기심과 경외감도 잠시.
“교관님! 이제 제 차례인가요?”
그녀가 눈을 빛낸 채 물었다.
저만한 실력자라면 자신도 분명 얻어 가는 게 있을 테니까.
―응. 해 봐.
그녀가 보유한 유일한 S급 마법, 이스케이프 드랍이 발동되었다.
거대한 폭포가 시꺼먼 지면을 내리치며 땅을 죄다 깎아 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어떤가요?”
―그냥 다, 총체적 난국이야.
“……그런가요?”
―응. 그래도 아까 걔들보단 좀 낫긴 하네.
최소한 마법을 생각이라도 하고 쓴다는 점에선 그랬다.
“안젤라와 비교하면 어때요?”
―……안젤라?
“네. 수룡 소환 썼던 그 마법사요. 메르헨 님이 스킬 가져갔던.”
―음…….
메르헨이 고민하듯 눈을 찌푸렸다. 그녀에게 있어선 제법 고민되는 일이었다.
안 그래도 작은 개미.
그 개미들 중에서 굳이 크기를 비교해야 하는 일이었으니까.
―둘 다 비슷한 거 같은데…….
“그래도요.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이 있을 거잖아요.”
소피아가 계속 캐물었다.
그녀는 안젤라에게 경쟁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미국 마법사 순위 10위 안에 들어갈 것이란 말이 떠돈다는 것.
이건 달리 말하면 10위에 속한 안젤라와 피 터지게 경쟁하게 된다는 뜻이 아니던가.
그렇기에 기왕이면 좋은 말을 듣고 싶었다.
네가 이길 수 있을 거다 같은, 그런 말들.
거기에 그런 말엔 단순히 응원의 의미만 담겨 있지 않았다.
안 그래도 돌직구 발언으로 유명한 메르헨이다.
달리 말하면 너무 솔직해서 논란이 됐다는 거다.
그런 그녀가 자신보고 10위를 뛰어넘을 실력이라 말해 준다.
호사가들의 이야기와는 그 무게부터가 차원이 달랐다.
일종의 보증 수표가 붙는 것과 다름없었다.
몸값이 지금보다 배는 튈 테지.
지금처럼 소문만 맴도는 것과 10위권에 들어갈 거라 확실시되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였으니까.
그녀가 끈질기게 달라붙는 이유 중 하나였다.
그 모습을 본 메르헨이 눈을 찌푸렸다.
‘귀찮아.’
개미들 중 누가 나은지 고민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그녀가 대충 답했다.
―몰라. 네가 좀 더 나은 것 같기도 하고.
“정말요?!”
―응.
아님 말고.
메르헨의 알 바는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