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Fantasy Became a Dead Horse RAW novel - Chapter 148
148화
샬롯이 혀를 날름대는 가운데, 잔을 내려놓은 이안이 대답했다.
“기억하고 있소. 보르타의 파엘. 그리고 보르.”
파엘에 이어 이안의 시선을 받은 북부인, 보르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파엘의 미소가 짙어졌다.
“기억해 주시다니 기쁘군. 다시 만나서 반갑소. 이런 곳에서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소만. 샬롯, 그쪽도 반갑소. 하하.”
파엘의 시선에 샬롯도 고개를 끄덕였다. 필립이 슬쩍 그녀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속삭였다.
“누굽니까?”
“제국 방주 상단의 상인이다. 전에 북부 설원 지대를 지날 때 도와준 적이 있지. 장벽 관문까지 잠깐 동행도 했었고.”
“아하…? 호오…. 그렇다면….”
필립이 눈을 빛내며 중얼대는 사이. 자신이 내민 손을 대충 잡는 이안을 바라보며, 파엘이 물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잠시 합석해도 되겠소? 처음 뵙는 일행분들도 계신데, 통성명도 하고 근황도 나누고 말이오.”
여전히 넉살이 좋은 자였다.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이는 필립과 덤덤한 표정의 메브를 일별한 이안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안 될 것 없지. 앉으시오.”
“혹 거절하실까 조마조마했소. 예전 기억이 나서 말이오. 하하.”
재빨리 의자 하나를 가져온 파엘이 이안과 메브의 사이에 앉았다. 보르는 앉지 않고 그의 뒤에 비스듬히 섰다. 위협적으로 느껴질 만한 모습이었지만, 일행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이쪽은 기사, 메브 리우렐 경이오. 그 옆은 경의 종자인 필립이고.”
메브와 필립을 돌아보며 말한 이안이, 파엘을 가리키며 덧붙였다.
“이 둘은 들었으니 아시겠지.”
“처음 뵙겠소. 방주 상단의 파엘이오. 뒤에 이 무섭게 생긴 친구는, 내 호위이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되오.”
파엘이 웃음 지으며 말했다. 메브와 필립이 차례로 고개를 까딱였다. 파엘의 미소가 짙어졌다.
“이안 경과 함께하시는 걸 보면, 보통 분들은 아니시겠군. 그러고 보니, 그 요정 친구가 보이지 않는 것 같은데….”
“사정이 있어 잠시 떠났소.”
이안이 대충 말했다. 파엘이 안도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라면 다행이오. 사실 말을 하면서도 아차 싶었소. 항상 이놈의 주둥이가 문제라서 말이오, 하하.”
뒤에 선 보르가 옳은 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가운데, 파엘이 이안을 다시 마주 보았다.
“어쨌든 잘 됐소. 내 언젠가 경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꼭 감사를 표해야겠다고 생각 했어서 말이오.”
“감사…?”
이안이 술잔을 들며 물었다. 대답 대신 여급에게 손짓한 파엘이 말했다.
“여기 맥주 한 잔씩 더 주게. 전부.”
다시 이안을 돌아본 그가 재빨리 검지를 얼굴 앞으로 들었다.
“이건 그냥 반가운 마음에 사는 거요. 감사의 표시는 따로 할 테니, 서운해 마시오.”
“사양하진 않겠소만. 전에도 감사 표시는 하셨던 것 같은데.”
이안이 피식하며 말했다. 파엘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그때 일에 대한 거였잖소. 그 후에 북부에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를 전해 들었소. 난리도 아니었다던데. 게다가 그때 트라벨가를 떠났던 상인들은, 거래 자체가 끊겼다고 들었소. 북부는 겁쟁이들과는 상종하지 않는다고 말이오.”
가슴을 쓸어내리듯 숨을 내쉰 파엘이 덧붙였다.
“경이 도와주지 않으셨다면 나도 거길 갔을 테고, 같은 처지가 됐겠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오.”
“흐음….”
그런 일이 있었던가.
이안은 대충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둠이 밀려온다는 소식이 들려 오자마자 트라벨가를 떠나던 상인들이 떠올랐다. 트라벨가가 난장판이 되면 도와주는 척 돌아와서 잇속을 챙길 심산이었겠지만. 망령 군단을 벨리움에서 막아 내면서 상황이 또 달라진 모양이었다.
관심이 없으니 알 수 없던 부분들이었다.
“경께도 변고가 생기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이렇게 무사하신 걸 보니 다행스럽기도 하고 말이오. 그때도 북부에 계시지 않았소?”
“그랬지.”
“호오. 그럼-”
파엘이 덧붙일 찰나, 여급이 맥주잔이 가득 담긴 쟁반을 들고 다가왔다. 술잔을 돌린 그녀가 빈 잔을 받아들고는 빠르게 멀어졌다.
잔을 든 파엘이 목소리를 낮췄다.
“정말 소문 그대로였소? 듣자 하니 용들이 신화에나 나올 법한 전투를 벌였고, 북부의 새로운 초인이 타락한 용의 심장을 꿰뚫었다던데 말이오.”
“…….”
대체 상인들은 이런 얘길 죄다 어디서 주워듣고 다니는 거야?
생각하는 사이, 필립과 메브의 시선이 동시에 이안에게 모였다. 이안이 태연하게 술잔을 입에 가져가며 내뱉었다.
“사실이오.”
“루 솔라여….”
“북부의 대전사께서 나타나셨다는 소문도 있던데. 그것도 사실이오?”
끼어든 건 보르였다. 이안이 고개를 대충 끄덕일 찰나, 샬롯이 툭 덧붙였다.
“북부의 대전사가 바로 그 용살자다.”
이안의 시선을 받은 샬롯이 재빨리 입을 다물었다. 혀를 날름대는 표정이 묘하게 만족스러워 보였다.
다행히 눈치채지 못하고 경건한 표정이 된 보르가 고개를 숙였다.
“과연…. 그래. 루 솔라의 화신이 강림했단 소문은 헛소문일 줄 알았지. 북부의 초인이시여….”
환장하겠네. 오늘 무슨 날인가.
이안은 입맛을 다시며 잔을 내려놓았다. 입이 근질근질한 표정인 필립에게 날카로운 눈빛을 한 번 보내는 것도 잊지 않은 채였다.
파엘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보르타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그 소식이 들려 왔을 땐 어찌나 놀랐던지. 그래도 소문이 다 사실일 줄은 몰랐소. 일부는 과장되었으리라 여겼지.”
“북부의 소문이 많이 퍼졌나 보군.”
“아마 지금쯤이면 제국 남부에서도 알고 있을 것이오. 교단이 자세한 내막은 불문에 부치고 있어서, 다들 더 궁금해하고 있지.”
“교단이 북부의 일을 비밀로 한단 말이오?”
“용살자의 정체를 밝히지 않는 것이오. 듣자 하니 북부에서도 그런다고 들었소. 이름을 부르는 것은 불경하다 여긴다더군.”
“…….”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교단도 비슷한 이유가 아니겠소?”
불경이라니.
이안은 헛웃음을 삼켰다.
백금룡, 아르케아스가 뇌리를 스쳤다. 어쩌면 교단의 입을 막은 건 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자신의 대행자가 귀찮은 방해 없이 사명을 완수할 수 있게 하려는 배려이리라. 그의 성격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았다.
하지만 북부인들이 입조심을 하는 이유는 딱히 짐작이 가지 않았다. 루 솔라와 마찬가지로 카르하의 이름을 감탄사처럼 써먹는 자들이 아니던가.
‘내 성격을 아는 자들이, 규율 같은 거라도 알아서 만든 건가?’
이안이 턱을 긁적이는 사이, 파엘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다음 상행을 다시 북부로 정할까 잠시 고민했었소. 아무리 비밀이라 해도, 현지에선 어떻게든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 않겠소. 다른 좋은 기회가 생겨서 아쉽게도 나중으로 미뤘지만 말이오. 물론 덕분에, 이렇게 경과 다시 만나게 됐지만.”
“그래서, 상행을 시작하는 길이시오, 돌아가는 길이시오?”
이안이 잔을 들며 물었다.
딱히 궁금하진 않았지만, 적당히 말을 돌리기 위해서였다. 이대로면 북부 얘기가 끝나지 않을 것 같았으니까.
파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시작을 앞뒀소. 어제 도착했고, 모레 떠날 예정이오. 먼 길을 왔으니 말도 사람도 푹 쉬어야 하지 않겠소. 해서, 경은 어디로 향하는 길이시오?”
은근한 눈빛. 이안은 술로 입술을 적시고는 대답했다.
“우린 루 사드로 가는 길이오.”
“아, 이런. 중요한 용무이시오?”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파엘이 다시 한번 탄식했다.
“아쉬운 일이오. 행선지가 겹친다면 동행을 청할 생각이었는데.”
속셈이 있으셨구만. 이안이 짧게 피식댔다. 전에도 그랬지만, 상인답지 않게 원하는 걸 바로바로 털어놓는 자였다. 만약 이게 솔직해 보이기 위한 전략이라면, 꽤 성공적으로 먹히고 있었다.
파엘이 덧붙였다.
“무슨 용무이신진 모르겠지만, 조심하시오. 요즘 루 사드의 소문이 그다지 좋지 않으니까.”
“소문?”
일행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파엘에게로 몰렸다. 파엘이 목소리를 낮췄다.
“전투에서 몇 번 패배했다지 않소. 그 후로 외지인들에 대한 경계심이 엄청나진 모양이오. 국경뿐 아니라 도시들도 문을 닫고 외지인을 들이지 않는다던데. 심지어 상인들에게도 그런다더군. 전쟁에 익숙하지 않은 나라라 그런 건지….”
“흐음….”
이안은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외지인을 경계해서 내린 결정은 아닐 터였다. 반대로 도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감추려는 생각일 가능성이 커 보였다.
상인들까지 거부하는 건, 아마도 그들이 비밀을 파헤치고 소문을 퍼뜨리는 존재들이기 때문일 터였다. 지금 파엘이 그렇듯이.
“이번 상행 경로에 루 사드가 빠진 건 그래서요. 변방에선 돈이 가장 많은 나라인데, 아쉬운 노릇이지.”
“보아하니 일행이 늘었던데.”
“다 다른 상단이오. 이쪽 세계도 요즘 난리여서 말이오. 천칭이나 고리 같은 대형 상단들이 삐걱대면서, 우리 같은 작은 상인들에게도 기회가 생겼소. 저들이 다투는 동안, 우리는 손을 잡고 변방의 거래를 트기로 했지. 일시적인 연합인 셈이오.”
“천칭 상단에 문제가 있다고?”
물은 건 샬롯이었다. 그녀를 보며 아, 하고 짧게 탄식한 파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상단주 한 자리가 비었잖소. 거래처와 세력을 나누는 과정에서 잡음이 생긴 모양이오. 고리 상단이 그걸 뒤에서 부추긴 모양이고. 그게 또 천칭의 총단주에게 알려지면서 난리가 났다더군. 자세한 건 알 바 아니오. 알 수도 없고.”
“그래서, 벨 론데로 가시나?”
샬롯의 입꼬리가 슬쩍 말려 올라가는 가운데, 이안이 덧붙였다.
파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일단은.”
“일단은…?”
“벨 론데는 시작이오. 메네르로 올라갔다가 아겔 란까지 갈 예정이니까.”
“…….”
이안의 표정이 순간 묘해졌다.
눈치채지 못한 파엘이 덧붙였다.
“상단마다 주력으로 생각하는 나라가 다른 상황이오. 물론 거기서만 거래할 건 아니지만, 서로 합의된 부분이 있지. 나 같은 경우엔, 아겔 란이오. 어쩌면 새 나라가 들어설지도 모르니까.”
“결국, 오른델이 반기를 들었소?”
메브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파엘이 눈을 끔뻑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시는군. 알려진 지 얼마 안 된 소식인데. 내가 듣기론 그랬소. 오른델의 영주가 자유민의 피가 섞인 서자 출신인데, 그래서인지 백성들의 지지가 대단하다고 들었소. 그와 아겔 란 국왕이 내전 중이지. 전쟁 속의 전쟁인 셈이오.”
“결국 그리되었는가….”
메브가 탄식하는 가운데, 필립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이안을 바라보았다.
반기를 들었다는 오른델의 영주는 그들도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가 영주가 되도록 도운 게 그들이었다.
이안이 말없이 술잔을 입에 가져가는 가운데, 파엘이 덧붙였다.
“어쩌면 다른 나라의 영주들도, 아겔 란을 보며 비밀스러운 꿈을 키우고 있을지도 모르오. 우리 같은 상인들에게는 그게 다 기회가 아니겠소. 전쟁 중인 나라를 오가는 위험을 감수할 만큼, 큰 기회.”
“그래서 어느 쪽에 물건을 파실 겁니까? 아겔 란? 오른델?”
필립이 끼어들었다. 술을 마신 파엘이 어깨를 으쓱였다.
“나 같은 상인 나부랭이야 더 비싼 값을 쳐 주는 이와 거래하는 게 맞겠소만…. 이번엔 그 오른델의 영주라는 자와 거래할 생각이오. 이런 처지다 보니, 세력이 다소 열세인 쪽에 마음이 간단 말이지. 듣자 하니 국왕은 얼간이라던데, 신뢰도 별로 가지 않고 말이오.”
이안은 낮게 코웃음 치며 술잔을 입에 가져갔다. 그런 말랑한 이유가 전부는 아닐 터였다. 오른델이 이긴다면, 상단의 고정적인 거래처가 되리란 계산도 깔려 있겠지.
이미 여러 상단과 인연이 깊은 아겔 란 보다는 훨씬 귀한 대우를 받을 터였다.
나쁘지 않은 도박수였다.
살아서 돌아갈 수만 있다면.
파엘이 그를 돌아보며 덧붙였다.
“무튼, 아쉽게 되었소. 경이 동행해 주신다면 상행이 더 안전해졌을 테니 말이오.”
“글쎄…. 그건 모를 일이지.”
술을 한 모금 마신 이안이 잔을 내려놓으며 덧붙였다.
“마경 같은 곳에 발을 들이기라도 하면, 내 한 몸 건사하기에도 바쁠 테니까.”
“마경…?”
파엘의 미간이 좁아졌다. 묵묵히 술을 들이켜던 보르도 움직임을 멈추고 이안을 바라보았다.
이안이 느긋하게 덧붙였다.
“변방 곳곳에 마경이 만들어지고 있소. 아마도.”
“사실입니다.”
파엘의 고개가 기울어지는 가운데, 필립이 덧붙였다.
“우리가 흉지에 발을 들였던 게 불과 얼마 전입니다. 아주 끔찍했죠. 그런 곳이 어디에 얼마나 더 있을지는, 아마 찬란한 여신만이 아실 겁니다.”
“그런 날벼락 같은 말은…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소만….”
파엘이 탄식하듯 중얼댔다. 이안이 건조하게 웃음 지었다.
“그렇겠지. 살아 나온 인간이 없을 테니까.”
이안은 머잖아 변방이 마경 천지가 되리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파엘의 이야기를 들으며 묘한 표정을 지은 건 그래서였다.
저번에도 그러더니. 이 파엘이란 상인은 죽을 자리만 골라서 찾아다니는 능력이 있는 모양이었다.
어쩌면 그럴 때마다 이안과 마주치는 걸지도.
“뭔가 있을 줄 알았지. 느낌이 좋지 않다고 했었잖소, 단주.”
보르가 혀를 차며 말했다 파엘도 순간 눈을 질끈 감았다. 이안의 말이라 흘려들을 수가 없을 터였다. 이미 북부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하지 않았던가.
이안이 덧붙였다.
“일행과 끝까지 함께 해야 하오?”
“그런 건 아니지만… 이왕이면 그러는 게 좋소. 아시다시피 변방은 지금 위험하잖소. 무리의 덩치가 큰 게 좋지.”
“술 한 잔 얻어 마신 보답으로 한마디 하자면….”
술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은 이안이, 파엘의 초조한 눈을 덤덤하게 마주 보았다.
“경로를 단순하게 해서 최대한 빨리 거래를 끝내고 돌아가시는 게 좋을 것이오. 관도는 절대로 벗어나지 마시고.”
순간 굳어졌던 파엘이 이내 장탄식을 흘렸다.
“그게 쉬울지 모르겠소. 물건을 다 팔고 가야 하는데, 이번엔 술과 치즈가 전부가 아니라서 말이오. 영주들에게 팔아먹을 요량으로 제국제 병장기에 의장용 장비, 마도구까지 무리해서 준비했는데….”
이안의 눈빛이 순간 반짝이는 가운데, 보르가 툭 내뱉었다.
“역시, 그릇에 맞지 않게 일을 벌이면 탈이 나는군.”
파엘이 고개를 돌려 보르를 노려보았다.
“남 일처럼 말하는 군. 내가 망하면 자네도 망하는 거야.”
“투자금이 너무 크다고 했잖아. 그냥 식료품만 챙겨서 트라벨가로 가자니까, 욕심에 눈이 멀어선.”
“그럼 좀 더 강하게 말려주지 그랬나? 자넨 늘 그런 소리만 하니까, 이번에도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지.”
“늘 진심이었소. 단주가 항상 안 들은 거지.”
파엘이 끙, 하고 침음을 흘렸다.
일행이 관계가 역전된 듯한 둘을 황당하다는 듯 바라보는 가운데. 느긋하게 술을 한 모금 더 들이켠 이안이 비로소 입을 열었다.
“제국제 병장기에 의장용 장비라고 하셨소? 마도구도 있고?”
입맛을 다신 파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주머니 사정이 빠듯해서 특출나게 대단한 걸 구하진 못했소만, 적어도 구색 정도는-”
“그 물건들, 내가 좀 볼 수 있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