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Fantasy Genius Dem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39
239화
재회
본거지를 공격하는 일은 매우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바깥에서부터 차근차근 공격의 범위를 넓혀가는 도시군이 있었다면.
전투가 벌어진 직후부터 곧장 심부를 향해 돌파를 감행하는 도시군도 있었다.
그들은 하나로 뭉쳐서 움직이지 않고 몇몇 단위로 쪼개져 움직였는데 결국 그들의 목표는 모두 똑같았다.
심부로 파고들어 적의 주력에게 피해를 입히고, 생존자들을 구출해내는 것.
다만 출발한 방향이 달랐을 뿐이고 그들의 출신이 달랐을 뿐이다.
그들은 다른 조직의 인원들과 뒤섞여 한 팀을 꾸리는 걸 꺼려했다.
블루블러드는 블루블러드대로.
테일즈는 테일즈대로.
노블은 노블대로.
그리고 중소조직 중에서도 꽤 건실한 내실을 자랑하는 세력들도 자신만의 파티를 꾸렸다.
“이번에야말로 우리 조직의 건실함을 나타낼 수 있는 기회야! 최대한 돋보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움직이도록 해!”
이번 기회를 조직 확장의 계기로 삼으려는 속셈이었다.
비교적 도시와 가까운 위치, 거대조직에서 파견하는 실력자 명단을 보고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낮은 난이도에 비해 높은 명성을 획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던 것.
몇몇 눈치 빠른 약소세력들도 이를 눈치챘다.
“아아, 세력을 키우기에 정말 좋은 상황인데…….”
하지만 그들이 참여하겠다고 손을 들기엔 침투조의 평균 실력이 만만치 않았다.
“어때? 우리와 힘을 합쳐서 하나의 조를 만드는 건?”
약소세력은 마음이 맞는 짝을 찾아 하나의 침투조를 만들었다.
그 덕분에 침투조는 본거지를 공격하고 있는 도시군보다 평균 실력이 월등히 높았다.
가온 일행이 바깥에서 도시군의 뒤를 든든하게 받치며 전투를 이끌어 나가는 동안, 침투조 대부분이 심부에 도달하는 데에 성공했다.
-흑흑.
-살려줘……!
-으흑흑.
“생존자다!”
“생존자의 목소리야!”
가장 외곽에서 경계를 서던 흑기사들의 귀에도 들리던 목소리가 심부에 도달한 침투조에게 들리지 않을 리 없었다.
그들의 목소리를 들은 침투조가 눈을 반짝이며 근원지를 파악하기 위해 애썼다.
“저쪽! 저쪽이다!”
침투조는 곧장 위치를 특정해내곤 거침없이 접근했다.
“안돼! 막아!!”
“놈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막아라!”
마왕군은 마기를 일으키며 침투조의 앞을 막아섰다.
“어딜!”
“비켜라!”
하지만 다소 어수선한 상황에서 앞을 막아선 마왕군과 침투조의 조직력은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침투조 대부분이 하나의 조직에서 차출된 인원으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매끄러운 합을 자랑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들은 막아서는 마왕군을 빠르게 처리하고 포로수용소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안돼!!”
마왕군의 외침이 절규가 되었을 즈음, 가장 앞선 침투조가 포로수용소의 문을 열어젖혔다.
“이런……!”
뒤늦은 다른 침투조는 침음을 삼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아무래도 선봉에게 공이 더 많이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다소 힘이 빠지는 결과.
그럼에도 포로수용소를 향하지 않는 선택지는 없었다.
속속 포로수용소를 향해 침투조가 모여들었다.
먼저 도착한 침투조는 다른 이들을 기다리지 않고 얼른 포로수용소 안으로 들어갔다.
포로수용소 안은 어두웠다.
무엇이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
침투조는 경계를 철저히 하면서 목청을 높였다.
“괜찮소? 여러분을 구출하기 위해서 우리 블루블러드의 침투조가 도착했소!”
-흑흑.
-살려줘……!
-으흑흑.
인질로 잡힌 사람들은 여전히 아우성과 함께 눈물을 흘렸다.
언변이 뛰어난 조원이 재차 목소리를 키웠다.
“안심하시오! 이제 우리가 여러분을 꺼내주겠소!”
-흑흑.
-살려줘……!
-으흑흑.
그럼에도 인질들은 똑같은 반응만 보였다.
“이런……아무래도 공포에 질려 외부의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나?”
“내 생각에도 그래.”
침투조는 탄식을 뱉으면서도 서둘러 그들을 구해내기 위해 더 깊숙이 들어갔다.
-흑흑.
-살려줘……!
-으흑흑.
점점 커지는 인질들의 목소리.
침투조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마침내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진원에 다다른 침투조가 쾅! 하고 문을 발로 차고 들어갔다.
그리고 보았다.
그곳에 와글와글 모여있는 인질의 모습을.
“이, 이게…….”
“……뭐?”
가장 앞선 침투조는 눈앞에 그려진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우리가 왔……?!”
“헉……!”
뒤이어 도착한 이들의 반응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엎어지고 뒤집힌 채 나뒹구는 수십, 수백의 머리통.
그 아래에 있어야 하는 몸뚱어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한 마디로 참수당한 머리들만이 포로수용소를 가득 채운 채 곡소리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게 바로 침투조가 하나같이 얼어붙은 이유였다.
“머리……수집가?”
누군가가 툭 한 단어를 내뱉었다.
그리고 그 단어는 침투조가 이 상황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깨닫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 이런!”
“……!!”
마치 마법이라도 맞은 듯 눈을 번쩍 뜨는 침투조.
“함정이다! 모두 빠져!”
“후퇴해! 빨리!!”
하지만 그 반응은 다소 늦은 것일 따름이었다.
중구난방으로 뒤집혀있던 머리통들이 일제히 머리를 돌리고.
[늦-었-다-멍-청-한-것-들-아]제멋대로 흐느끼던 목소리를 일치시켜 똑같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침투조의 몸에서 소름이 오소소 솟아났다.
[모-두-죽-음-을-맛-보-아-라!]울컥울컥!
머리에서 진득한 마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피해!!!”
누군가가 소리쳤다.
하지만 어디로?
사방이 막힌 포로수용소에서 그들이 몸을 피할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마기에 물든 머리통이 쩌적, 쩌적 갈라졌다.
콰아아아앙─────!!!
엄청난 폭음이 포로수용소를 뒤덮었다.
와르르───!
포로수용소가 단숨에 무너져 폭삭 내려앉았다.
사람들은 깜짝 놀라 하던 전투를 멈추고 포로수용소로 눈을 돌렸다.
“끄으으……!”
“사, 살려줘!”
포로수용소로 향했던 침투조는 지리멸렬했다.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고 그나마 살아남은 자들도 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았다.
심지어 그들 중에는 다수의 초인이 섞여 있었음에도 그랬다.
후드득!
폐허가 된 포로수용소의 파편이 들썩이는가 싶더니 불쑥 거대한 인형이 치솟았다.
그건 머리수집가였다.
보통의 머리수집가보다 월등한 크기를 자랑하는.
콰르르륵.
놈은 포로수용소 잔해를 손으로 크게 휘저었다.
그 모습은 마치 모래 놀이를 할 때 팔로 모래를 밀어내는 것과 매우 흡사했다.
놈이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분명했다.
폭발로 죽은 침입조의 머리를 수거하기 위함이었다.
“이런……!”
“안 돼! 막아야 해!”
이를 눈치챈 이들이 다급하게 막으려 들었지만.
[이-미-늦-었-다!]머리수집가를 막을 수는 없었다.
싸늘한 주검이 된 침입조의 머리가 두둥실 떠올랐다.
떠오른 머리는 머리수집가의 팔, 다리, 얼굴, 몸통 할 것 없이 날아가 찰싹 달라붙었다.
처참한 고통 속에 죽어간 덕분에 일그러진 얼굴들이 머리수집가의 일부가 되자 평온을 되찾았다.
일제히 환희를 부르짖는 그들의 모습은 보는 이의 피가 싸늘하게 식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렇게 머리수집가와 하나가 된 머리 중에는 심지어 초인의 것도 있었다.
“공격해!”
“아, 아니. 못 해…….”
“어떻게 해…….”
그들은 머리수집가를 눈앞에 두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왜냐하면.
고오오오───!!!
머리수집가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미친 듯이 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터진 둑에서 봇물이 쏟아지듯, 거대한 쓰나미가 해안가를 헤집어버리듯 말이다.
머리수집가의 기운은 매우 극강해졌다.
완전히 새로운 존재로 탈바꿈되어버린 것처럼 말이다.
뒤늦게 도착한 가온은 침음성을 삼켜야만 했다.
그도 익히 알고 있던 존재였기 때문이다.
“……타츌.”
거대한 폭발을 일으킨 머리수집가는 아빌리어스에서 유일하게 빠져나갔던 7레벨의 마왕군 타츌이었다.
* * *
가온은 온몸의 털이 비쭉비쭉 치솟는 걸 느꼈다.
다시 만난 타츌의 기운이 지나치게 강해졌음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빌리어스에서 한 번, 그리고 이곳에서 또 한 번.
놈은 초인의 머리를 대량으로 수급하는 데에 성공했다.
아빌리어스에서도 같은 레벨인 지그렛을 압도하긴 했지만, 사실 그건 상성의 문제였을 따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타츌에게서 느껴지는 힘은 압도적이었다.
어떤 7레벨과 맞붙어도 타츌은 능히 상대를 압살해버릴 수 있으리라.
가온은 그 사실을 절절히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가-온]타츌은 덧붙인 머리의 힘을 온전히 흡수한 것인지 환희를 멈추고 가온을 직시했다.
가온은 몸에 힘이 바짝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온몸이 머리로 이루어진 수백, 수천의 머리가 보내오는 시선이 다소 버겁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타츌은 가온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가온 때문에 모든 것이 엉망이 된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초인의 머리를 얻으며 개인적인 이득을 보기는 했지만.
그것과 마왕군 내에서의 영향력은 전혀 별개의 문제일 수밖에 없었다.
마왕군에게 아빌리어스란 다소 한직에 가까웠다.
도시와의 거리가 지나치게 멀었고, 지근거리에 로아 대평야 같은 생존자 무리가 모여 있는 곳도 없었다.
침략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곳이란 뜻이었다.
그렇기에 그곳으로 가는 것은 마왕군에게 있어 좌천의 느낌이 강했다.
공을 세울 수도 없는 완전히 정적인 공간이었으니까.
긴장감이 없는 곳이다 보니 잠시 자리를 비우는 것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곳이었다.
타츌을 비롯한 7레벨의 마왕군들이 나이샤를 맞으러 아빌리어스를 떠났던 것도 모두 그 때문이었다.
물론 그 타이밍에 원정대가 아빌리어스를 침략할 거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도 있었고.
어쨌든 아빌리어스 원정대로 인해 타츌의 마왕군 내 입지는 더할 나위 없이 쪼글어 들었다.
7레벨이라는 고강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이와 같은 최전방의 작전에 투입된 것은, 아빌리어스를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벌의 의미가 강했다.
타츌이 아빌리어스 원정대에게 짙은 원한을 가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중에서도 전투 중에 레벨업을 하며 전장의 흐름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은 가온과 켄트에겐 유독 큰 유감을 가지고 있었고 말이다.
[오-늘-에-서-야-지-난-일-에-대-한-앙-갚-음-을-할-수-있-게-되-었-구-나]타츌은 원한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그의 몸에서 마기가 뭉클뭉클 뿜어져 나왔다.
[네-놈-의-목-을-잘-라-이-곳-에-다-걸-어-두-겠-노-라]타츌은 가슴 쪽에 위치한 머리들을 좌우로 퍼트려 공간을 만들었다.
딱 머리 하나가 들어갈 만큼의 공간이었다.
가온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가능할 거 같아?”
[과-한-자-신-감-이-군-하-지-만-그-미-소-는-마-음-에-들-어]타츌은 껄껄 크게 웃은 뒤 선포하듯 말했다.
[그-미-소-그-대-로-이-곳-에-박-제-해-주-마!]푸슈슉!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수십의 머리가 두둥실 떠올라 가온을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다크 판타지의 천재 마수사냥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