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448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48화
이제 차유진만 넘기면 이 진땀 나는 팬사인회도 끝이다. 나는 당장 의자에 앉았다.
‘빨리 끝내자.’
기분 탓인지 등이 따가운 것 같았다.
어쩌면 기분 탓이 아닐지도 몰랐다. 하필 류건우가 맨 마지막 순서라 지금 의자 7개 중에 나만 앉아 있거든.
걸려도 어떻게 이 순서가 걸렸냐.
[죄송합니다ㅠㅠ]순서 조작한 게 아니라면 사과 안 해도 된다.
나는 한숨을 참으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안녕하세요.”
차유진이 씩 웃으며 사인지를 넘겨 자신의 사진을 찾았다.
“Welcome! 이름 뭐예요?”
“…음, 류건우로 받겠습니다.”
그러자 차유진이 입을 내민다.
“BM 안 써요? 내 별명 마음에 안 들어요?”
‘어?’
잠깐, BM이라.
저놈이 지난번에 내가 몸 바뀌었을 때 큰달한테 지어준 닉네임 아닌가.
‘이놈… 설마 지금 바뀐 걸 모르나?’
나는 순간 김래빈을 돌아보았다. 김래빈은 ‘왜 문대 형께서 쳐다보시는지 모르겠습니다’라는 표정이다.
아무래도 전달 과정에서 의사소통에 오류가 있었나 보군.
‘차라리 잘 됐다.’
나인 줄 모른다면, 편하게 큰달인 척하며 싸인 받고 끝내면 되는 것이다.
나는 시동을 걸었다.
[으아악 못 보겠어요…!]네가 여길 왜 보냐.
‘카메라에 하트나 날리고 있어라.’
[예…….]나는 차유진에게 황급히 손을 저었다.
“아, 아뇨! 좋았는데요. 어, 왠지 이런 곳에서는 본명으로 받아야 할 것 같아서… 아 BM으로 적어주셔도 저는 당연히 좋고요!”
“Got it.”
차유진은 콧노래를 부르며 사인지에 펜을 움직였다. 그러면서 끝없이 질문을 던진다.
“밥 먹었어요? 멀리서 왔어요?”
굳이?
아니지, 팬사인회에 아는 놈이 오든 말든 공평하게 신상 조사하는 태도가 좋다고 봐야 할지도 모르겠군.
어쨌든 나는 되는대로 대답했다.
“네, 잘 먹었어요. 그리고 음… 멀리서 오진 않았어요. 집이 근처라서요!”
“Oh! 저도 근처에 살아요! 우리 우연히 본 적 있을지도 몰라요.”
그렇겠지. 같이 사니까.
차유진은 씩 웃었다.
“그런데 왜 존댓말 해요? 형이 저보다 나이 어려요?”
“아.”
그러고 보니 둘이 말을 놨었지.
나는 손을 내저었다.
“아무래도 자리가 자리다 보니까…!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서요. 지금부터 놓을게!”
“OK~ 저 그거 좋아요! 편하게 해요.”
차유진은 굳이 한 손을 내밀어 하이파이브까지 했다. 무슨 농구 경기라도 이긴 것 같다.
게다가 그 와중에도 입을 안 멈췄다.
“또 할 거 있어요? 다 하고 가요. 후회하면 안 좋아요!”
타이밍 고맙다.
“아, 잠시만…!”
나는 쇼핑백을 뒤져서 ‘차유진’ 이름이 붙은 물건을 꺼냈다.
그런데… 음, 이 반짝거리는 알갱이 같은 게 달린 줄은…….
‘페이스 체인이군.’
얼굴에 거는 악세사린데, 딱 까놓고 말해서 무대용이다.
무대 아닌 곳에서 걸고 다니다간, 핼러윈이 아니고서야 어그로 끌기 딱 좋을 만큼 화려하단 뜻이다.
그러니까… 말이다.
‘무대 아니면 차유진이 절대 안 찰 것 같은 아이템 Top 10 안에 들어갈 것 같군.’
그런 의미에선 똑똑한 선택이라고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뭐, 아무려면 어떠냐. 나야 그냥 주면 그만이지.
나는 냉큼 페이스 체인을 내밀었다.
차유진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봉투를 받아들었으나, 곧 눈을 찡긋거리며 체인을 꺼내 들었다.
“저 이거 한 거 보고 싶어요?”
“네.”
나 말고 네 팬들이.
“알았어요.”
차유진이 아이템을 착용했다. 홈마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게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군.
“와아악!”
아니, 실제로 들리는 중이다.
‘누구라도 행복하다니 다행인가.’
팬사인회 목적을 달성 중이니 됐다…. 나는 살짝 몸을 틀어서 차유진을 노출시켰다.
차유진이 고개를 살짝 흔든다.
“잘 어울려요?”
“어, 정말 잘 어울려!”
“Umm… 알아요.”
그럼 굳이 왜 물어봤냐?
차유진은 약간 심드렁하게 대답하더니, 곧 고개를 숙여 비밀 이야기하듯이 속삭인다.
“저 원래 이런 거 안 해요. 그런데 러뷰어가 주니까 한 거예요. 알죠?”
“…….”
“형만 기억해요!”
‘이야.’
진짜 대단한 놈이다. 한번 문 팬은 절대 안 놓치겠군.
“알았어. 꼭 기억할게!”
“Yeah~!”
차유진은 웃으며 사인지에서 펜을 뗐다. 그리고 내게 내밀었다.
드디어 팬사인회가 끝났다는 뜻이다.
‘됐다.’
이 빌어먹을 사태를 넘겼다…!
“고마워!”
“제가 고마워요!”
나는 후련히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그때였다.
[재밌었어요! 나중에 우리끼리 숙소에서 또 해봐도 되겠는데요?]“…!”
“잘 들어가요! 또 봐요.”
나는 반사적으로 손에 든 사인지를 내려다보았다.
차유진이 남긴 사인을.
녀석의 얼굴 양쪽으로… 똑같은 사인 두 개가 나란히 적혀 있었다.
다만 수신자가 달랐다.
-To. BM
-To. 류건우
고개를 들었다.
차유진이 입 모양으로 뻐금거리며 손을 흔들었다.
‘문대 형!’
절묘하게 뒤의 카메라에는 안 잡힐 것 같은 타이밍이었다.
그걸… 노린 건지 신경 안 쓰는 건지는 모르겠다만.
“…….”
나는 객석으로 비틀거리며 돌아와서, 앉았다.
내 앞에서 사인을 받았던 고등학생이 마침 옆자리였다. 내게 묻는다.
“저기, 어떠셨어요?”
“…놀라웠습니다.”
“그렇죠?!”
“예.”
저놈을… 연기를 시켜야 하나.
차유진이 사태를 다 파악했으면서 제일 천연덕스럽게 나왔다는 것에 놀라야 하는지.
아니면 내가 저놈한테 속은 꼴이 됐다는 것에 쪽팔려야 하는지 모르겠다.
‘돌겠군….’
아, 망할.
나는 눈을 질끈 감고 싶은 것을 참으며, 자세나 고쳐 앉으려 했다.
그때, 쇼핑백에서 뭔가 부딪히는 진동이 전해졌다.
‘음?’
남은 건 생략한 배세진의 햄스터 머리띠뿐일 텐데.
나는 그 안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놀랍게도, 쇼핑백에 햄스터 머리띠 외에 아직 남은 아이템이 있었다.
꺼내 보니… 핑크색 젤리가 달린 곰발바닥이다.
“…….”
이름표가 붙어 있지만 안 봐도 누구 건지 알겠다.
[이세진]그리고 깨달았다.
큰세진과 말싸움하느라 깜박하고 아이템을 안 줬다는 것을.
“…….”
“헉, 이거 못 주신 거예요?”
“…네.”
…생각해 보자.
첫 팬사인회.
긴장해서 선물 하나를 건너뛰었다…. 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군.’
자연스러웠다.
“긴장해서요.”
“아아~ 너무 아까우시겠어요.”
“좀 그렇네요.”
별로 아깝진 않지만, 아무튼 나중에 전달해 주기로 했다. 나는 쇼핑백을 다시 갈무리했다.
“여러분 시간 많이 늦었으니까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다음에 또 봐요~ 사랑해요!”
그리고 마지막까지 열심히 팬서비스를 하는 녀석들을 보면서, 그날의 미친 짓은 무사히 마무리되는 듯했다.
나는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처럼 손을 흔들었다.
그러다가, 뒷자리에 있던 테스타 매니저와 눈이 마주쳤다.
“…….”
“…….”
자기 눈을 의심하는 것 같은 표정이다.
나는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가족이 팬일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그렇게 파란만장한 팬사인회가 끝났다.
“후우.”
인파에 합류해 자연스럽게 팬사인회 현장을 떠난 직후.
당황한 팝업이 도착했다.
‘어디 가긴. 오피스텔로 돌아간다.’
바뀐 이상 서로의 일상을 그대로 살아야지.
[아, 아아… 그렇네요.]나는 다른 녀석들에게도 말을 전해달라는 짧은 대화를 끝으로, 걸어가서 택시를 불렀다.
그리고 상태창을 다시 본 후에야 깨달았다.
잠깐.
‘몸 바뀌는 게 이제 하루가 아니라 이틀이 됐지.’
그리고 48시간이면… 이게 월요일까지 이어진다는 뜻이다. 나는 그 말의 정확한 의미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
‘…류건우가 출근해야 하는군.’
아이돌 공무원 일일 체험, 당첨.
* * *
쾌창한 월요일 아침.
나는 SNS를 쭉 둘러보았다.
-2X0121 테스타 오성 큐리어스 팬사인회 박문대 (사진)
-오성 진짜 행사 개못하네 대기업 맞아? 팬싸 2시간 지연 때문에 막차 못 탈뻔 개빡침
-이번 팬싸템 무슨 일임 난리났네
-ㅠㅠㅠㅠ페이스 체인 진짜 누구신지 너무 감사합니다 제가 그쪽으로 절이라도 하고 싶은 기분
특이사항은 언뜻 보기엔 없어 보였다.
하지만 비공개 계정이나, 익명 사이트 쪽을 들어가면….
‘역시.’
-마지막 남덕이 여기 팬싸템 다 가져왔다는 거 ㄹㅇ임? (사진)
-혹시 관계자냐 사생 카더라 있던데
└셤별 사생 썰을 믿는 새끼가 아직도 있네ㅋㅋㅋ
└모르겠고 존잘인 것 같은데 누구 찍은 사람 없어?ㅠㅠ 궁금하네ㅅㅂ 어차피 익명이자너 좀 풀어봐
말이 좀 나오긴 했다.
‘이 정도는… 각오했다.’
어차피 큰달이 왔어도 똑같았을 것이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넘겼다.
어차피 루머랑 섞여서 말 좀 나오다가, 테스타 본격 컴백하면 들어갈 소리였다.
음, 다만… 이 사람은 좀.
-이분 옆자리였는데 진짜 찐팬이신 것 같았음 다른 애들 것도 다 챙겨왔는데 긴장해서 못 준 멤버도 있었엌ㅋㅋㅠㅠ 넘 귀여우시더라
이걸 하필 공개적으로 게시하셨다.
그리고 SNS에서 슬슬 공유를 타는 것 같았다.
‘…신상만 털리지 말아라.’
그 사태까진 안 가겠지. 그런 도덕적 문제를 향한 SNS 이용자들의 공격성을 믿도록 하자.
나는 고개를 저으며 화면을 넘겼다.
그러자 몇 가지 문자가 뜬다.
-건우건우 형 잘 지내고 계신가요 흑흑 저녁엔 꼭 봐야 됑
-저 배고파요 🙁
-집에 잘 들어가셨다는 연락은 받았어요. 볼 수 있을 때까지 이렇게 간혹 연락하면서 무리하지 않았으면 좋겠… (더보기)
류건우가 받을 법하게 슬쩍 바꿔 보낸 멤버들의 안부 메시지다. 한 놈은 뭐가 바뀐 건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류청우의 문자까지.
-오늘의 계획 잊지 마시고요
그래.
-당연하지
그 답장을 끝으로 외투 주머니에 스마트폰을 넣었다.
아, 왜 외투를 입고 있냐 하면… 내가 지금 출근 버스에 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드디어 류건우로 출근을 해본다.
[택시 타셔도 괜찮은데….]안 된다. 웬만하면 네 하루를 그대로 재현할 생각이니까.
사실 뭘 타냐보다도 심각한 건… 내가 7급 공무원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냐지.
[걱정 마세요! 이번엔 제가 잘 말씀드릴게요!]그래. 상황이 반대가 됐다.
오늘 낮에는 이놈이 날 조종해야 한다.
‘테스타가 오늘 낮에는 외부 스케줄이 없어서 다행이었지.’
그래도 하루 해봤다고, 큰달은 제법 박문대의 연습 스케줄에는 적응한 모양이다.
물론…….
[…저녁에 일어날 일이 좀 걱정되긴 하는데요. 그… 계획이요.]“…….”
그건 그때가 가서 생각하도록 하자.
[예….]지금 당장 급한 것은 네 출근이다.
나는 도착한 버스에서 하차해, 목적지로 들어갔다. 구청.
류건우는 교통행정과였다.
“안녕하세요.”
“류 주임 왔네~”
“안녕하세요, 주임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바쁜 시기는 아닌가 본데.’
나는 여기저기 꾸벅꾸벅 인사하며 큰달의 조언을 따라 내 자리를 찾아가서 앉았다.
‘잘 부탁한다.’
[네!]그렇게 업무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큰달이 문서 작업에 상당히 능력이 좋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
일단 분류가 깔끔하고, 내용마다 의미 없는 돌려막기도 아닌 데다가 쓸데없는 표현도 없는 것 같다. 쓴 이미지나 자료의 시인성이 좋고.
‘공무원 사회야 내가 알 바가 없긴 하다만.’
못 붙으면 뒈져서 한 공부였긴 하지만, 그래도 적성에 제법 맞아 보여 다행이었다.
[다음은 우선 그 즐겨찾기 사이트에 로그인부터요!]오냐.
좀 어색하긴 했지만, 그렇게 별문제 없이 큰달과 소통하며 작업을 계속할 때였다.
“어이!”
웬 중년쯤으로 보이는 사람이 와서 칸막이에 기댄다.
“류 주임. 그거, 안내표지판 기안 다 됐어?”
흠, 월요일에 출근하자마자 듣기엔 어색한 소리 같은데.
그러나 대답을 기대한 건 아닌지, 그 사람은 류건우의 등을 툭 치고 떠났다.
이 말을 남기고.
“이번에는 제대로! 부탁해요~”
“…….”
흠.
방금 그거… 긁은 것 같은데.
악의가 느껴졌다.
나는 큰달을 호출해서, 해당 사람을 묘사한 후 물었다.
‘혹시 상사냐?’
[아… 비슷하긴 한데요. 급수는 같으셔서….]팝업이 약간 우물쭈물하더니, 곧 명쾌히 대답했다.
[아무튼 자주 그러시니까 신경 안 쓰셔도 괜찮아요!]“…?”
자주… 이런다고?
‘명쾌하게 할 소리가 아니지 않나.’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문서함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 녀석이 기안한 문서들을 쭉 찾아보았다.
퇴짜 먹인 흔적이 둘 건너 하나마다 보인다.
하지만 문서를 아무리 봐도 큰달의 기안문 결재 타율이 이럴 정도가 아니었는데 말이지.
“…….”
흐음.
[아, 형 설명을 들으니까 오늘은 큰일은 없는 것 같아요! 급한 것만 몇 가지 하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오케이.
나는 일단 녀석이 말하는 대로 기안문을 작성하며, 주말 동안 넘어온 민원을 처리해 가기 시작했다.
우선 상황을 좀 볼 생각이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저희 그 외근하러 갔다 오겠습니다. 미팅이요. 근태 좀 올려줘요~”
아까 나타났던 그놈이 사무실 한편에서 떠들기 시작했다.
“저, 그런데 원래 류 주임님이 가시기로….”
“어어, 근데 그… 경찰서장, 그 최씨 그분 오셔. 그래서 여기 이 주임이랑 가려고.”
오.
나는 자리에서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치자 놈이 손사래를 친다.
“어허~ 류 주임 쉬고 있어. 어차피 이런 거 잘 모르잖아. 이번에도 이 주임이랑 가면 돼.”
“주임님….”
눈치를 보듯 류건우와 ‘주임님’을 돌아보던 ‘이 주임’이란 녀석이 결국 입을 다물었다.
짬 더 찬 놈 말을 따르겠다는 뜻이지.
“…….”
“그리고 쉬다가 저기 우리 기획안 좀 봐주고. 결재는 올리지 말고. 응?”
호오.
나는 일단 녀석이 나가는 것을 군말 없이 지켜보았다.
그리고 큰달을 호출해서 상황을 설명한 뒤,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이 새끼 뭐냐.’
팝업은 한숨처럼 떴다.
[아앗…. 또 그러셨구나. 근데 제가 어리기도 하고… 이 동네에 아는 사람도 별로 없는 건 맞긴 해서요.]그래서 저 7급이, 원래 회의에 같이 가야 하는 류건우 대신 지역 유지랑 혈연이라 여기저기 안면 있다는 9급을 데리고 다닌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신 ‘공평하게’ 다른 귀찮거나 머리 써야 하는 업무를 떠넘기고 있다고.
‘…….’
나는 물었다.
‘혹시 기안 계속 퇴짜 먹였던 것도 저놈이냐?’
[아, 네! 그 팀장님 선에 올라가기 전에 먼저 보시거든요.]분풀이가 섞였군.
그럼 아예 류건우를 이용해 먹는 것도 아닌 게 맞다.
‘그냥 엿 먹이는 거지.’
나는 컴퓨터를 보며 팔짱을 꼈다.
“…….”
그러고 보니, 이 구청에서 젊은 7급은 류건우 혼자뿐인 것 같다.
‘너무 튀어서 문젠가.’
저거 지속적으로 갈구려는 시도가 눈에 보이는데 말이지.
저놈은 정말 진심인 것 같다.
학창 시절을 그렇게 힘들게 보낸 놈인데 이 정도야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자기 할 일 하면서 잘 지냈겠지.
‘저러고 싶으신가 보다~’ 하면서.
하지만.
“…….”
[형?]‘편한 건 좋지.’
[그렇죠??]‘근데 귀찮게 구는 새끼 없어지면 더 편하지 않겠냐.’
[…?!]나는 ‘주임님’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팀장과 즐거운 점심시간을 보냈다.
[형, 형?!]오후가 아주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