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576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576화
수색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확인했습니다! 현 위치에서 2피치, 아래로 이동하겠습니다.
-남동쪽 슬래브면 조난자 동선상 추락 가능성…….
그러나 아무리 수색 범위가 좁혀도 야간의 산이었다. 찾는 속도에는 한계가 있다.
…조난자의 현 상태를 예측할 수 없다면 더더욱.
-1팀, 1팀 트래버스 구간으로 이동합니다.
무전을 오가는 소리들. 뛰어다니는 소리, 숨 가쁜 목소리와 알림들이 전화기를 거쳐 둔탁하게 귀를 갈겼다.
지옥 같은 택시 속 2시간이 흐른 후였다.
“…….”
이제 나는 택시에서 내려 산 앞에 있는, 구조용 이동 차량에 탑승하는 중이다.
직접 산속으로 들어가는 건 당연하지만 허락되지 않았다. 이 야간에 조난자를 둘로 늘릴 일 있나.
가능한 것은 가끔 들어오는 질문에 답변하면서… 기다리는 거다.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뿐이다.
계속.
…돌아오길 기다릴 수라도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한다면, 반박할 수는 없겠지만.
“가족분, 춥지 않으셔요?”
“괜찮습니다.”
힐끔힐끔 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물론 추워 보여서가 아니다.
‘알아봤겠지.’
나는 테스타 박문대의 인지도를 과소평가하지 않았다.
게다가 박문대를 못 알아본 경우라도 마찬가지다.
무대의상에 패딩 하나 대충 걸치고 달려온 상태였으니까.
지금 내 꼴을 보면 이 사람은 대체 무슨 일을 하다가 왔을까 궁금해할 것이다.
수군수군.
가끔, 주변에서 관심을 가지는 기색이 피부를 찌른다.
나는 생각했다.
‘그럴 만하다.’
이 사람들한테는 조난된 사람의 가족을 보는 거야 일상일 테고, 연예인이 거기서 등장하는 건 이벤트 아니겠는가.
‘아는 척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프로의식이다.’
그러니까,
“저, 그런데… 류건우 씨 형이시라고요?”
“…….”
…이런 질문을 듣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서로 장난삼아 형이라고 부르고… 그랬습니다. 가족처럼 친한 형입니다.”
“아아….”
이 빈약한 설명에도 우선은 고개를 끄덕인다. 유명한 아이돌이 설마 의도적으로 가족을 사칭했던 건 아닐 거라 생각하는 거겠지.
“…….”
얼굴이 알려진 걸로 이런 득을 볼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어쨌든 진짜 가족은 아니신 거죠? 대체 여기 왜 계세요?’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안도감은 들지 않았다.
‘아무래도 좋다.’
하지만… X발, 간간이 이딴 생각이라도 하지 않으면 뇌가 버티지 않는다.
왜냐하면,
‘아직 소식이 없으니까!’
두 시간. 큰달의 작은 흔적도 나오지 않은 게 벌써 두 시간째였다!
나는 손을 움켜쥐었다.
머리가 아찔하게 팽팽 돌아갔다.
‘괜히 수색 범위를 좁혔나?’
만일 큰달이 다른 곳에 부상당한 채로 처박혀 있는데, 내가 근거도 없이 개소리를 떠들어서 도리어 구출 기회를 놓쳤다면?
대체 내가 틀리지 않을 거란 보장은 어디에 있고, 도움이 될 거란 보장은….
‘닥쳐.’
걸핏하면 패닉에 빠지려고 한다. 쓸모없는 짓이다.
나는 심호흡을 했다. 식은땀이 흘렀으나 굳이 손으로 닦아내지 않았다.
그리고 침착하게, 차량에서 연락 대기 중인 구조대원에게 물었다.
“혹시 아까 제가 말씀드린 범위에서 얼마나 수색이 진행된 건가요.”
“지금이면 한… 절반 정도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정확한 수치는 아니었다.
하지만 태도를 보니 거짓말은 아니다.
‘그리고 당연히 실종자를 찾을 가능성이 큰 곳부터 찾아볼 테니….’
구조 전문가들이 예측한 ‘류건우 실종자는 이렇게 이동했을 것이다’ 동선 속에는 큰달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보편적으로 움직이진 않았다는 것.
류건우가 자살희망자일 가능성을 크게 봤던 이 사람들의 예측과는 동선이 빗나갔다는 뜻도 됐다.
그건… 오히려 나쁜 신호는 아니다.
‘좋아.’
나는 손마디를 눌렀다.
2시간 동안 수색한 곳은 절반, 혹은 그보다 더 이하.
앞으로 수색할 곳을 최소치로 잡아도 2시간이 더 흐르고 나면 밤 9시가 훌쩍 넘었다.
기온은 영하 5도 이하로 떨어진 지 오래고, 만일 어제부터 산에 있던 거라면 두 번이나 맞는 동사 위기일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좁힌 수색 범위 안에 녀석이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없다면… 최악이다.
그럼 지금이라도 내가 실수했으니 다른 곳도 함께 수색해 달라고 빌든 머리를 박든 해야 했다.
“…….”
나는 입 안을 씹었다.
녀석이 스마트폰만 가지고 있었다면.
‘제발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물어보고 싶다.’
아니, 애초에 이런 사태까지 올 일이 없었을 것이다. 만일 여전히 시스템이 있어서 팝업으로 대화만 나눌 수 있었다면…….
‘아냐.’
X 같은 상황이 도리어 그리워졌다고 떠들어봤자 나아지는 건 없다.
지금도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녀석이 했던 말과 행동에 단서가 있을 것이다.
생각하자.
지금까지 녀석과 대화했던 것 중에, 아니면 내가 녀석에 대해서 알고 있던 사실들 중에.
가장 생생하고, 녀석의 본심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게….
“…….”
‘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내가 큰달의 생각을 직접 경험한 적이, 있다.
큰달이 본래 박문대였을 때.
내 직캠 계정의 동영상을 보던 녀석이 어떻게 죽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는지, 그 낡은 모텔에 들어가기까지의 상황과 감정을 내게 보여주었던… 것.
‘첫 번째 상태이상의 보상.’
아직도 생생히 떠오른다.
-사는 게 지쳤다.
녀석의 생각들이.
“…….”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질문 하나만 드려도 될까요.”
“예?”
“지금 마니산에서도 바닷가가 잘 보이는 곳을 살펴보시는 중이시잖아요.”
그렇다는 듯이 구조대원이 살짝 고개를 끄덕인다.
“혹시 그중에서도 우선적으로 살펴보신 곳이 있나요.”
대원은 약간 갈등하는 것 같았으나, 곧 입을 열었다.
“…바위 등선 아래쪽에요. 보통, 음, 조난 당한 분들이 많이 발견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원래 접근 금지인데, 바닷가가 잘 보이는 곳에 가겠다고 함부로 막 올라가는 사람들이 있어요. 거기서 헛디뎌 넘어지거나 하면 부상 당해서 빠져나오기 어려운 지점들이 있거든요.”
“……예.”
“거기 위주로 지금 쭉 훑었습니다.”
발을 헛디뎌서 고립되거나,
자의로 빠져나올 수 없는 곳.
합리적인 추리와 수색이었다.
하지만 말이다.
“그냥 혼자서도 내려올 수 있는 위치도 한번 살펴주실 수 있을까요.”
나는 녀석의 우울함을 알고 있었다.
-사는 것도 그만둬도 그만 아닌가?
-하지만 딱히 죽고 싶지도 않았다.
죽고 싶은 건 아니지만, 딱히 움직이고 싶지도 않은, 그런 우울함 말이다.
만일 정말로 죽으려고 했다면, 다른 방법을 골랐을 것이다.
왜냐하면.
-날이 너무 추워서 차마 물에 빠지거나 산을 오를 수가 없었다. 중간에 포기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산에 오르는 건 본인이 직접 제외했던 방법이니까.
그래서 모텔을 골랐던 녀석이다.
‘그러니까, 죽고 싶진 않았을 거야.’
일부러 죽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치고 무기력하기에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 상태라면.
“바닷가가 잘 보이는, 혼자서도 거동 가능한 위치요. …한 번만 부탁드립니다.”
“…….”
녀석은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는데도 그냥 가만히 있다는 거다.
‘방해받지 않고, 혼자 부모님을 볼 수 있는 위치니까.’
만일 이게 안 통한다면, 나는 내가 큰달에 대해서 X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모든 발언을 철회해야 했다.
그리고 빠르게 다른 산들을 살펴봐 달라고 대가리 박고 부탁해야 했다.
하지만 그 전에… 내 말을 이 사람들이 들어줘야 했다.
‘제발.’
이유를 물어보면 합리적인 말을 짜맞추기 어려운 제안이었다. 나는 거부당할 때를 예상하며, 이를 악물고 변명거리를 짜내고 있었다.
그때.
구조대원이 고민하는 듯했으나, 결국 무전을 들었다.
“잠시만요.”
“……!”
됐…다.
나는 손아귀를 쥐어뜯을 뻔하다가 참았다.
……내가 연예인이라서 다행이었다. 정말로.
그리고, 고통스러운 시간이 다시 흐른다.
‘X발… 제발.’
초조함과 불안, 기대, 두려움으로 팔과 다리가 떨렸다.
멋대로 부정적으로 논리를 끌고 가는 사고를 제지하면서, 나는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렇게 길고 긴 기다림이 얼마나 흘렀을까.
문득.
나는 유독, 이곳의 무전기들이 빠르게 울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여기….
-지원! 지원 바람.
-위치 확인…….
알림음, 발소리, 여러 가지 목소리가 섞이는 가운데, 나는 전과 다른 말 하나를 찾아냈다.
기다리던 말을.
-발견했습니다!
잠시 후.
나는 산 아래로부터 내려오는 헬기를 보았다.
“조심하세요!”
그 헬기 아래에 걸린 길쭉한 탑승물이 바닥에 부드럽게 닿고, 안정적으로 끈이 분리된다.
그리고 비틀거리며, 부축을 받아 그 속에서 몸이 일으켜지는 사람이 있었다.
류건우.
큰달이었다.
녀석이 움직이고 있었다.
-병원으로 이송 준비….
“…….”
무전의 한가운데에서, 녀석은 새하얗게 질린 채 멍한 얼굴로 바닥을 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쳤다.
“……형.”
나는 군말 없이 달려가서, 녀석을 꽉 부둥켜안았다.
그렇게 깨달았다.
나는 늦지 않았다.
* * *
“먹어.”
박문대, 아니, 큰달은 눈앞의 음식을 바라보았다.
뜨끈한 김을 내는 국물 음식은 해장국이다.
언젠가의 때처럼.
모텔에서 죽겠다고 수면제를 먹어보다가, 그것도 실패하고 다시 깨어나서 멍하니 그 건물 앞에 주저앉아 있던 스무 살.
아무 말 없이 밥을 사주던 사람.
그때 얼결에 따라 들어간 국밥집의 테이블의 맞은편에 그 사람이 피곤한 안색으로 앉아 묵묵히 밥을 한술 떴었다.
마치 지금처럼.
“…….”
비록 이곳이 병원이고, 둘의 외양은 뒤바뀌어있다고 할지라도… 변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아무것도 캐묻지 않는 따듯한 무관심과 뜨거운 음식까지, 모두.
“기본 검사는 다 끝났고… 가벼운 동상 외에는 이상 없다고 한다. 탈수 증상도 거의 없던데. 물 가져갔었냐.”
“……예.”
“잘했다.”
그 외에 다른 말은 없었다.
조용히 해장국에 숟가락을 넣던 큰달이 고개를 푹 숙였다.
건조한 마음에서도 목까지 울음이 올라왔으나, 삼켰다.
‘안 돼.’
형에게 너무 많은 폐를 끼쳤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당황하고 황당했을 상대에게 조금이라도 이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깔깔하고 메마른 입을 열었다.
“일부러… 조난을 당하려고 한 건 아니에요.”
“…….”
“…부모님을 뵈러 가려고 했는데, 조용히, 저 혼자 뵐 수 있는 곳을 찾았는데…… 있다 보니까, 시간이 너무 흘러서.”
“그래.”
박문대는 그 이전부터 류건우가 닷새나 무단결근을 했다는 점, 그리고 그 추운 겨울에 어떻게 ‘그냥’ 하루나 그 산에 앉아 있을 수 있냐고 지적하지 않았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미친 짓을 했냐고 윽박지르지도 않았다.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인가, 큰달은 자기도 모르게 자신이 생각하지도 못한 소리를 떠들게 되었다.
“속초 갔다 온 것도… 사실 계속 바닷가에 앉아 있었어요.”
“응.”
“그러다가 같은 바닷가니까, 부모님이 뵙고 싶어졌는데… 왠지 힘이 빠져서.”
내가 이런 생각을 했다고?
스스로에게 되묻게 되는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괜히 걱정을 끼치거나 귀찮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말하지 않았던 공허함은 툭툭 문장을 비집고 나왔다.
“…그래서, 취미도 만들어 보려고 했는데, 아무것도 생각나는 게 없어서…… 그냥 있었어요. 그러다가, 산에 가볼까 하고.”
그의 형은 고요히 그 말을 들으며, 큰달이 밥을 먹는지만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에게 따듯한 물을 따라주며 답했다.
“고생했다.”
큰달은 갑자기 울컥, 올라오는 무언가에 숟가락을 꽉 쥐었다.
“저, 그, 저한테 류건우로 살라고 하셨잖아요.”
“…….”
형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결국 말했다.
“근데 저 그냥 큰달로 살면 안 될까요…….”
“…….”
“뭐, 뭘 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테스타 응원하고, 상태창은… 없지만, 형 활동에 도움이 되는 다른 일도 있으니까,”
“그래.”
“…!”
큰달은 눈을 들었다.
형은 밥을 한술 삼키며 덤덤하게 대답했다.
“근데 이번엔 반대로도 해보자.”
“예?”
“이번엔 나 말고 널 중심으로도 해보자고.”
“…….”
“뭘 해야 할지,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으면 같이 찾아볼 수도 있는 거지. 너도 나랑 같이 데뷔할 방법 찾아줬잖아.”
“하지만,”
“하지만?”
“형은 바쁘고….”
“테스타 워라밸 개선해서 일주일에 하루이틀은 쉬기로 합의했다.”
“그, 그래요?”
“어. 아, 너 손 멈췄다.”
“아!”
큰달은 황급히 다시 숟가락을 움직였다.
대화가 부드럽고 아무렇지 않게 진행되어서, 어쩐지 몸에 힘이 돌아왔다.
아직도 국물은 뜨겁고, 얼큰했다.
“물론 테스타 이야기해도 괜찮고. 아무 때나 물어봐라. 나도 너한테 테스타 관련해서 물어볼 게 몇 가지 있거든.”
“예!”
할 일이 생겼다.
그 말에 어쩐지 좀 더 활력이 돌았다. 큰달은 좀 더 전투적으로 손을 움직였다.
그리고 배가 차면서, 슬슬 더 상식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되었다.
“형, 정말… 이번에 당황하셨죠. 정말 죄송해요. 걱정 끼치고, 귀찮게 해드려서….”
“괜찮다니까. 아, 대원분들한테는 따로 사례했으니까 그것도 걱정 마라.”
“…….”
큰달은 입을 벌릴 뻔했다.
거기까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죄, 죄송해요. 엄청 폐를 끼쳤는데!”
“그렇게 화나진 않으셨어. 일단 무사히 구조에 성공했으니까.”
“아….”
그 말투에서, 상대방이 자신의 무사함을 많이 걱정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구조될 때까지, 몇 시간이나 계속 기다려 주다니.
‘…….’
큰달은 가슴을 콱 찌르는 죄책감과 미안함, 그리고 울컥 올라오는 고마움에 상대의 안색을 살폈다.
흐트러진 탓에 좀 초췌하고 피곤해 보이지만, 메이크업 덕인지 그렇게 티가 나진 않았다. 과연 아이돌다웠다.
그러다가 깨달았다.
‘……어?’
완전히 세팅된 머리와 얼굴을.
그리고… 패딩 아래로 보이는, 화려한 액세서리가 달린 제복.
그건 무대의상이었다.
“…….”
테스타의 무대.
등골이 서늘해지는 감각에 큰달이 입을 열었다.
“형, 오늘…… 며칠이에요?”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셈을 마쳤다.
자신이 화요일 출근길에 멍하니 현관에 앉아있던 것으로 시작해, 닷새간 실종 상태였다.
그렇다면, 일자를 더해본 오늘은…… 토요일이다.
그리고 이번 주 토요일은.
“테, 테스타 콘서트……잖아요.”
그는 황급히 고개를 들었다.
찬물을 맞은 듯 또렷한 시야에 현재 시각이 들어왔다.
밤 10시.
콘서트가 다 끝날 시간이다.
“…….”
“형?”
맞은편의 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