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49)
49화 파종(播種) (1)
해가 머리 위에 뜰 무렵.
명운과 하후문은 대관촌이라는 마을에 도착했다.
“공자님, 이상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명운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대관촌은 대명궁을 찾아오는 이들이 입궁 허락이 떨어질 때까지 대기하는 마을일세. 그래서 관리도 백호대가 아닌 현무대가 맡고 있지.”
하후문은 줄곧 대명궁의 서쪽과 북쪽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대관촌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그렇군요.”
명운이 앞서 나가며 말했다.
“중원과 서역, 그리고 서장과 남만에서 오는 이들이 모두 이 대관촌에 모인다네.”
조금 전 하후문이 이상한 옷을 입고 있다고 말했던 이들은 남만의 남월교(南月敎)인들이었다.
“오늘 점심은 여기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명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게 하지.”
두 사람이 식사할 식당을 찾을 무렵, 오른쪽에서 요란한 소리가 났다.
“언제까지 기다리기만 하라는 것이냐!”
카랑카랑한 목소리는 여인의 것이었다.
하후문이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저쪽은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는 자칫 잘못하면 소동에 말려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금 공자님을 모시는 호위는 나밖에 없다. 이런 곳에서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내가 누구인지 아느냐!”
명운은 소리가 난 쪽을 주시했다.
“높은 코에 푸른 눈이라. 이쪽 말을 쓰고 있지만, 중원 사람이 아니군.”
“공자님.”
하후문은 명운이 시선을 돌리길 바랐다.
“그냥 보기만 하는 것일세.”
여자와 마주하고 있는 이는 초록색 모자를 쓰고 있었다.
하후문은 초록색 모자가 무엇을 상징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저자는 현무대 조장이다.’
조장급이 상대하는 인물이라면, 평범한 이는 아닐 것 같았다.
두 사람의 말싸움은 점점 커졌다.
“곤란합니다.”
“무엇이 곤란하단 말이냐!”
“그게…….”
명운이 살짝 고삐를 틀었을 때였다.
하후문이 그의 앞을 막아섰다.
“공자님, 이런 일에 휘말렸다가는 큰일 날 수도 있습니다.”
명운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저 보는 것뿐일세.”
“공자님.”
“허, 자네도 조광처럼 강 총관을 닮아 가려 하는 것인가?”
하후문은 명운이 두 사람의 싸움에 호기심을 느꼈다고 생각했다.
“공자님께서 궁금하신 것이 있다면 제가 알아 오겠습니다.”
명운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괜찮군.”
“제가 돌아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려 주십시오.”
하후문은 명운에게 신신당부한 뒤 소란이 난 곳으로 떠났다.
잠시 뒤, 그가 돌아와 소란이 난 이유를 설명했다.
“저 여인은 도민국(都民國)이라는 나라의 군주라고 합니다.
군주는 번왕의 딸을 의미했다.
‘도민국의 군주라.’
도민국의 크기는 매우 작아 백성의 수가 십만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질 좋은 말을 키우는 목장이 여럿 있어 십만대산에는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나라였다.
‘연을 만들어 두면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명운이 물었다.
“도민국의 군주가 어째서 소란을 벌였단 말인가?”
하후문이 대답했다.
“소개장을 가지고 왔는데 그것이 가짜라 합니다.”
“가짜?”
“조장의 말에 따르면 누구에게 받았는지도 알 수가 없다고 합니다.”
명운이 가볍게 숨을 내쉬며 물었다.
“흠, 아버님을 만나고자 한 것인가?”
가짜 소개장으로 교주를 만나려 했다면, 큰 문제가 될 수 있었다.
‘만약 이 문제라면 엮이지 않는 것이 좋다.’
하후문이 고삐를 틀어쥐며 대답했다.
“그것까지는 알아 오지 못했습니다. 다시 다녀올까요?”
명운은 손을 내저었다.
“이번에는 같이 가 보도록 하지.”
하후문은 그를 막는 대신 그의 뒤를 따랐다.
‘뭔가 해결 방법이 있으신 것 같다.’
두 사람이 다가가자 현무대 조장과 도민국의 군주가 동시에 시선을 돌렸다.
“누구십니까?”
“누구냐?”
앞선 말은 조장의 것이고, 뒤에 나온 말은 군주의 외침이었다.
하후문이 명운 대신 앞으로 나와 목소리를 높였다.
“서숙의 칠공자께서 오셨다. 머리를 조아려라!”
현무대 조장과 그의 부하들은 하후문의 외침에 한쪽 무릎을 굽히며 고개를 숙였다.
“현무대가 공자님을 뵙니다.”
그러나 도민국 사람들은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공자가 무엇이기에 위세를 떨치는 것이냐?”
“어린 꼬마에게 고개를 숙일 이유가 없다!”
현무대 조장은 참다못해 미간을 좁히며 도민국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저분은 교주님의 아드님이시다!”
군주는 명운의 신분을 확인하고는 멈칫했다.
“교주의 아들?”
그녀는 말 위에 앉아 있는 명운을 보며 생각했다.
‘교주의 아들이라면 일국의 왕자와 같은 것 아닌가? 그러면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군주가 표정을 바꾸며 앞으로 나왔다.
“공자님, 부디 우리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십시오.”
그녀는 공손하게 말을 하려고 노력했지만, 카랑카랑한 어조를 완전히 지울 수 없었다.
명운은 그녀의 성격이 보통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남편이 고생을 좀 하겠군.’
그가 고삐를 한 손에 쥐며 물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
이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군주가 두 손을 펼치며 대답했다.
“공자님, 이들이 우리를 막고 대명궁으로 보내 주질 않습니다.”
명운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현무대 조장에게 향했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인가?”
“그게…… 소개장이 있는데 위조가 된 것입니다.”
“위조?”
“서북상단의 직인이 가짜입니다.”
서북상단이라면 대명궁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큰 상단이었다.
이들은 주로 서역, 몽고와 거래를 하며 자신들의 부를 키웠다.
‘그러고 보니, 서북상단은 자명단 소속이었던가?’
군주가 다시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세웠다.
“가짜라니! 이것은 진짜다!”
명운이 재차 조장에게 물었다.
“서북상단의 직인이라면, 이들이 만나고자 한 것은 서북상단인가?”
조장이 두 손을 모았다.
“그렇습니다.”
명운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시선을 군주에게 돌렸다.
“이쪽은 명운이라 합니다. 그대의 이름과 신분을 알고 싶습니다.”
군주는 명운의 말을 듣고는 자세를 바로 했다.
“도민국의 군주 고민(故敏)이라 합니다.
그녀의 이름은 한자를 차음한 것이었기에 본래의 이름과는 살짝 달랐다.
“정말로 군주이십니까?”
고민이 가슴을 펴며 답했다.
“부왕의 첫째 딸입니다.”
명운은 그녀의 말을 듣고는 말에서 내렸다. 그리고는 두 손을 모으며 예를 갖췄다.
“도민국의 군주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가 정중하게 예를 갖추자 주변이 술렁거렸다.
고민은 명운의 태도에 마음이 풀렸다.
“공자께서 환대해 주시니,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명운이 두 손을 풀며 답했다.
“군주께서는 서북상단을 만나고자 대명궁에 오신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혹시 만나고자 하는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고민은 망설이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
“서북상단이 우리로부터 사간 말의 대금을 받고자 이곳에 온 것입니다.”
명운은 속으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일이 대충 어떻게 되었는지 알겠군.’
누군가 서북상단의 이름으로 도민국에 사기를 친 것이었다.
명운은 생각했다.
‘누군지 간도 크군. 서북상단의 이름을 사칭했다가 잡히면 그대로 목이 날아갈 텐데 말이야.’
이대로 일을 방치할 수는 없었다.
자칫 잘못하면 십만대산 서쪽의 나라들에 서북상단, 아니 천마신교의 신뢰가 무너질 수도 있었다.
“사정을 알았으니, 해결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해결 방법을 찾아보겠다.
이 말에 고민의 표정이 밝아졌다.
“정녕 공자께서 해결해 주실 수 있으신 것입니까?”
명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지금은 바쁜 일이 있어 해결이 힘들 것 같습니다. 하나 내일이면 괜찮을 것입니다. 어디에 묵고 계시는지 알려 주시면 내일 찾아뵙고, 이번 일을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고민과 그녀의 일행은 이미 열흘 이상 이 마을에 머물고 있었다.
그들에게 하루를 더 기다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고민이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삼영객잔입니다. 저희는 그곳에 묵고 있습니다.”
명운은 두 손을 모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알겠습니다. 내일 삼영객잔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그의 확답에 고민은 화사한 미소를 지었다.
“돌아가서 공자님을 기다리겠습니다.”
현무대 조장은 고민 일행이 숙소로 돌아가자 가슴을 쓸어내렸다.
“공자께서 제때 와 주셔서 다행입니다.”
명운이 그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사람을 한 명 빌리도록 하지.”
“네?”
“자명단에 보낼 편지가 있네.”
조장은 그의 말에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전령을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명운은 식사도 거른 채, 대관촌에 위치한 현무대 무관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그곳에서 자명단에 보낼 편지를 썼다.
“이것을 자명단에 전하게.”
전령은 편지를 받자마자 말 위에 올랐다.
“바로 전하겠습니다.”
명운은 편지를 보내고 난 뒤, 하후문에게 고개를 돌렸다.
“식사가 너무 늦어졌군.”
“전 괜찮습니다.”
“흠, 정말인가?”
명운이 질문을 던졌을 때, 그의 뱃속에서 제법 큰 소리가 들렸다.
꼬르륵.
하후문이 얼굴을 붉히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정도는 얼마든지 참을 수 있습니다.”
명운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병서에 이르길 병사를 굶기는 장수가 최악이라 했네. 가까운 곳에서 허기부터 달래도록 하지.”
하후문은 명운의 뒤를 따르며 생각했다.
‘허물이 없는 분이다.’
명운은 어리지만 깊고 넓게 살피는 눈이 있었다.
* * *
명운과 하후문이 우가촌에 도착한 것은 해가 질 무렵이었다.
“곤란하게 되었군.”
도민국 군주의 일 때문에 일정이 꼬이고 말았다.
하후문이 고삐를 틀어쥐며 말했다.
“오늘은 이 마을에서 묵어야 할 것 같습니다.”
명운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것은 쉽지 않네. 이곳에는 제대로 된 객잔이 없을 테니까.”
“그러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금석과 만난 뒤 대관촌으로 돌아가도록 하지.”
하후문은 생각했다.
‘그렇게 되면 밤길을 달려야 한다.’
기마술에 익숙한 사람이라고 해도 밤에 말을 달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달빛에 의지해 말을 달리는 것은 위험합니다.”
명운이 물었다.
“돌아가는 길은 대로일세. 그 길이라면 밤이라 해도 문제가 없지 않겠나?”
하후문은 말을 타고 창을 쓰는 것에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명운은 자신과 다르다고 생각했다.
“전 괜찮습니다. 하나 공자님께서는…….”
아직 기마술에 능숙하지 못하다.
그는 그렇게 판단을 하고 있었다.
명운이 살짝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문, 내 걱정은 하지 말게. 이쪽이 자네보다 더 말을 잘 탈 테니까.”
하후문은 살짝 미간을 좁혔다.
‘지지 않으려고 고집을 피우시는 것 같다.’
그는 자신보다 명운이 더 말을 잘 탈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공자님, 능숙하게 되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위험하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자네를 말하는 것인가?”
하후문이 순간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공자님!”
그러나 명운은 그의 외침을 못 들은 척 언덕 쪽을 가리켰다.
“저곳에서 기다리고 있겠네. 자네는 어서 가서 금석을 불러오게. 금석은 이 마을 대장간에 가면 있을 걸세.”
하후문은 속으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 말을 전혀 듣지 않으시는구나.’
그는 할 수 없이 두 손을 모았다.
“공자님의 명에 따르겠습니다.”
명운은 그와 헤어진 뒤, 홀로 언덕에 올랐다.
서쪽으로 기울어지는 해와 낮게 드리운 구름이 제법 운치가 있었다.
‘신교가 나아가야 할 곳은 어쩌면 중원이 아니라 서쪽일 수도 있다.’
중원에는 구파일방을 비롯한 수많은 문파가 그들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하나 서쪽에는 종교에 관대한 군주가 여럿 있었다.
‘그들이라면 신교와 함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순간, 명운은 자기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하하하…… 병아리를 보고 닭을 생각하는 꼴이군. 이런 생각은 교주가 되고 나서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서역이나 중원이 아닌 십만대산 그 자체였다.
‘우선은 명각과 경쟁할 수 있을 만큼 힘을 키워야 한다.’
경쟁자라 할 수 있는 두 형은 이미 그를 훌쩍 앞서 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