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al Survival Strategy RAW novel - Chapter 2172
별을 파괴하면서 정기를 흡수하는 파괴신에게 있어 신족은 천적이자 원수와도 같다.
그런데 행성을 주관하는 주신도 아니고, 은하계를 담당하고 있는 고위 창조신이 다른 공간에 숨어 있는 것이다.
‘지금의 나는 우주에서 제약이 없는 주신에게 절대로 못 이긴다.
그런데 창조신이라니?
상대가 될 리가 없다!’
신족과 계약했다가 행성과 신계 자체가 망해서 자유의 몸이 된 이후로 여기 은하계가 좁다고 설치다가 토벌 나온 고위 주신에게 몇 번이나 당할 뻔했던 라도카킹이었다.
그러니 어느 정도 제정신으로 돌아와서 창조신을 보자마자 도망치려는 것은 전혀 과장이 아니었다.
“오오오오오오옹-!!!
오오오오오오옹-!
오오오오오오옹!
오오오오옹!”
불사불멸(不死不滅)이 걸린 공룡족과 인간족이 힘을 합쳐도 압도하던 라도카킹이 새된 비명을 지르면서 황급히 우주로 도주하려 한다.
모델러 코아의 친절한 번역이 뒤를 잊는다.
‘번역을 하자면 이 미친 것들아! 너희는 도대체 뭐에 붙잡혀 있는 거냐?
저는 정기고 뭐고 필요 없으니 떠나겠습니다.
다시는 여기에 오지 않겠느니 제발 봐주십시오.
이런 말인데….’
모델러 코아의 해석은 거기서 잠시 끊겼다.
그리고, 아무런 감정이 없는 의지가 모든 종족에게 들려왔다.
‘지금의 나를 보고서 이럴리는 없다.
그럼 가상전뇌세계에 보관 중인 나의 화신 중 하나를 봤다는 말이로군.’
모델러 코아는 아직 한참 성장을 계속해야 했다.
그래서, 가상전뇌세계에서 육성 중인 성멸(星滅)의 도움을 받아서 행성에 걸은 불사불멸(不死不滅)의 마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물론 성멸(星滅)을 일반 지성체가 보면 미치거나 죽을 수도 있으니 강력한 은밀 권능을 걸어두었는데 라도카킹이 보고 만 것이다.
‘나의 화신을 볼 수 있다니?
너 단순한 우주 괴수가 아니라 꽤 신격이 높은 파괴신이었구나.
신족과 계약한 적이 있어.’
실제로 다른 행성에서 신족의 관리인 노릇을 했던 적이 있던 라도카킹은 점점 강대해지는 신격의 압력에 미칠 노릇이었다.
“오오오오옹!”
‘내가 어떻게 신족의 손에서 벗어났는데?
또 이렇게 잡힐 수는 없다.’
신족의 행성 관리인을 직장에 비교하면 복지가 아주 좋은 공무원이지만, 자유가 전혀 없었다.
잘 나가는 프리랜서로 공무원보다 더욱 잘 나갔던 라도카킹은 눈에서 눈물까지 흘리면서 우주로 도망쳐서 황급히 공간이동을 시도하려 한다.
꽈아아아아아아-!
그런데 막 행성의 대기권을 벗어나서 공간이동을 하려던 라도카킹이 투명한 거대 창조신의 손에게 붙잡혔다.
‘아주 유망해.
거기다가 파괴에 적당히 물든 행성신은 마도신에게 아주 귀한 영양식인데 보내줄 수 없지.’
“우에에에에에에엥-!”
저항할 수조차 없었다.
그래서, 마치 아기가 우는 비명을 지르면서 벌벌 떨기만 하는 라도라킹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거대한 투명 입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한입에 먹혔다.
으적! 으적! 으적!
“케에에에에에에에에-!”
“!!!”
우주에 뭔가에 붙잡혀 꼼짝하지 못하는 라도카킹이 비명을 지르면서 씹혀 먹히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
“….”
“….”
주르르르르-!
그렇게나 자신과 행성을 침략하여 괴롭혀왔던 숙적이 너무나 무력하게 먹히는 광경에 라질고는 생전 처음으로 식은땀이 흐르는 기분이었다.
방금까지 불사불멸(不死不滅)의 가호만 믿고서 그야말로 필사적으로 싸우던 왕들과 초능력자 군단은 침조차 삼키지 못했다.
우적! 꿀꺽-!
투명한 뭔가에 잘게 씹히다가 그대로 먹혔는지 라도카킹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완전히 정적을 되찾은 행성에 모델러 코아의 음성이 울린다.
‘인간족과 공룡족의 종족전쟁은 무승부다.
그러나, 참신한 방법으로 열심히 싸운 공룡족에게 남극대륙을 주둔지로 준다.
다음 멸망에는 여기서부터 싸워라.’
일방적인 결정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거부하거나 항의하는 존재는 없었다.
말 한마디만 잘못하면 그대로 먹힐 것 같다는 예감이 스친 것이다.
‘시바! 우주 괴수를 먹었다.
먹혔다고!’
‘인간신이 아니었어?
왜 괴수를 먹어?’
‘잘못하면 우리도 먹히는 것이 아니야?’
왕들은 인신 공양을 받았다던 과거의 야만신들을 떠올리면서 두려움에 떨었다.
라질고는 자신보다 몇 배나 큰 라도카킹이 한입에 먹혀 사라지는 광경을 직접 목격했으니 감히 고개를 들지도 못했다.
‘공룡족은 지성체를 먹지 마라.
힘의 상승은 빨라도 잘못하면 이 녀석처럼 미쳐 날뛰는 파괴신이 된다.
그럼 초월해도 이렇게 처분한다.’
“예.”
이제 공룡족의 언어를 포기한 라질고가 공손하게 말을 하자 뒤에서 그걸 쳐다보고 있던 왕들이 이죽거렸다.
“공룡족 체면에 벌레 같은 인간의 말을 하네?”
“왜 계속 카르릉만 하지?”
“아아! 자존심이 없어?
이번 세계멸망에 일반인들은 거의 몰살되었다.
그러나, 초능력자 군단은 대부분 보존한 왕들의 기세는 당당했다.
당연히 라질고의 기세가 살벌하게 변한다.
“이 정기 씨앗들이 감히!”
몇 번이나 사투를 벌였던 라도카킹을 한입에 해치운 인간형 신 앞에서 공룡족의 언어로 계속 지껄이는 것은 무례이자 죽음을 자초하는 짓이었다.
그렇게 숙적의 비참한 최후에 겸손해진 라질고를 도발하던 왕들의 모습에 초능력자 군단도 전투준비를 한다.
그러자, 모델러 코아는 세계멸망의 타이머를 다시 일 년 전으로 돌리면서 말한다.
‘아아! 새로운 세계멸망을 다시 준비해야 하니 일 년 이후에 싸워라.
그리고, 이 녀석은 이제부터 내 부하이며 너희의 심판이다.
퉤-!’
공간에서 황금색으로 빛나는 거대한 용 한 마리가 하늘에서 떨어져 왔다.
수백 배가 넘는 머리가 전부 사라지고, 겨우 하나만 남은 라도카킹이었다.
“우에에에에에에엑!”
파괴신 직전까지 포식했던 모든 정기를 성멸(星滅)에게 빼앗겼다.
그리고, 순수한 신력만 남은 신룡이 된 라도카킹은 구슬픈 울음을 터트리면서 유성처럼 떨어진다.
쿠우우우우웅-!
추락하는 것처럼 대지에 충돌하며 착륙한 라도카킹의 모습은 순수한 황금으로 만들어진 동양에서 전해지는 황룡으로 보였다.
그리고, 기다란 몸체로 똬리를 틀면서 천천히 하늘로 떠오른다.
슈하하하하하하-!
신력을 다루는 주 머리를 제외한 모든 머리를 빼앗기고, 뱀처럼 긴 몸체만 하나 남았다.
그러나, 그 하나의 머리 크기만으로도 라질고보다 컸는데 길어진 몸통을 더욱 늘려서 남극대륙을 휘감기 시작한다.
‘쓸데없는 국지전은 귀찮다.
종족의 모든 전력을 한꺼번에 모은 총력전으로 싸워라.
공룡족은 세계멸망 직전까지 남극대륙에서 못 나오게 하고, 인간족의 침입도 막아라.
다시 올 세계멸망의 그 순간까지 평화구역을 만들어라.’
“옹-! 위대하신 창조신님의 뜻대로!”
라도카킹은 은하계가 좁다고 날뛸 수 있게 만들었던 모든 머리를 제거당했다.
이제 순수한 신력만 남은 라도카킹은 신족의 수하라는 자신의 운명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다.
그리고, 명령대로 몸통을 신력으로 늘려서 남극대륙을 휘감는데 딱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라질고의 시선이 굉장히 거슬렸다.
“별에 아직 묶여있는 하등 행성신 주제에 뭘 불쌍하게 쳐다봐?
내가 작아졌다고 얕보는 거냐?
아니면 신족의 부하가 되었다고 동정하는 거냐?”
“….”
순수한 신력의 탓일까 위협을 하는데 오히려 신성한 복음처럼 들릴 정도였다.
“창조신의 가호로 순수한 신룡이 된 이상 넌 이제 한 입도 안 돼!
죽지도 살지도 못한 상태에서 두고두고 뜯어 먹어줄까?
확 그냥!”
이미 모델러 코아가 지성체 섭취를 금지했기에 먹힐 우려도 없었다.
누가 보아도 신성한 용과 같은 모습으로는 위협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라도카킹은 투덜거리면서 계속 남극대륙을 몸통을 늘려서 감싼다.
“젠장! 젠장! 너무 먹음직한 정기 씨앗들이 많아서 두고두고 키워 먹으려고 했다가 이게 무슨 꼴이냐?”
신세 한탄을 하면서 신력으로 끝없이 늘어나는 몸통은 정말 방대한 남극대륙을 한 바퀴 돌아서 거대한 벽을 만들었다.
“이 행성이 무척 수상하기는 했어.
대충 먹고 다른 곳에 가야 했는데….”
구구구구구구구궁!
투덜거리면서도 라질고의 시야조차 가릴 정도로 거대한 생체장벽을 만든 라도카킹이 하늘로 머리만 올리고서 외친다.
“되었습니다!
위대한 창조신시여.
명령대로 세계멸망의 그 날까지 누구도 통과시키지 않겠습니다.”
‘아아. 수고해라.
나는 자겠으니 어지간한 일은 알아서 처리해라.’
“안녕히 주무십시오!”
순수한 신룡이 되었더니 조금만 방심하면 정신이 나갈 것 같은 강대한 모델러 코아의 신력이 사라져간다.
그래도, 가상전뇌세계에서 아직 행성 전체를 움켜쥐고 있는 성멸(星滅)을 긴장한 시선으로 흩어본 라도카킹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자 겨우 안심할 수 있었다.
‘정말 자러 가셨다.
그런데 저 거대한 거신이 본체인가?
정말 화신인가?
이 은하계를 관리하는 창조신과도 대면한 적이 있는 라도카킹이었지만, 너무 힘의 차이가 커서 구분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파괴신의 신체를 무참하게 씹어 삼키는 것과 동시에 별의 치안을 담당하던 신룡이었던 자신을 복원해낸 기적과 같은 창조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기에 순순히 다시 부하가 된 것이다.
‘이런 일은 현재 은하계의 창조신도 불가능할 것이다.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어디서 이렇게 강대한 창조신이 튀어나왔지?’
상위 존재에게 먹혀 버려서 어떻게든 살려고 부하가 되었지만, 불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모델러 코아에 의해서 새롭게 만들어진 순수한 신룡의 신체가 마음에 꼭 들었다.
슈하하하하하하학-!
수백 개의 머리가 부리던 무수한 힘의 다양성은 사라졌지만, 창조신의 가호로 강화된 신룡의 신체는 이제 과거 자신의 앞길을 막아섰던 라질고와 공룡족을 순식간에 몰살시킬 정도의 힘을 준 것이다.
‘주신이 다스리던 신계의 지원을 받던 것과는 하늘과 땅의 차이다.
이제 불가능한 일이 없을 것 같아.’
머리만을 꼿꼿이 올려세우고, 남극대륙을 휘감은 라도카킹이 자신을 쳐다보는 공룡족과 인간족들을 내려다보면서 근엄하게 한마디를 한다.
“전쟁으로 서로 싸우는 운명이라니?
참으로 하찮고, 불쌍한 존재들이구나.”
방금 먹혔다가 겨우 일부만 귀환한 주제에 참으로 뻔뻔한 소리였다.
그러나, 워낙 신령스러운 외모 탓에 전혀 위화감이 없었다.
“위대한 창조주님의 말씀대로 세계멸망의 순간이 올 때까지 여기는 금지구역이다.
나를 통과하려면 목숨과 함께 그 작은 영혼까지 걸어라.”
“….”
“….”
이제는 출세해서 주변에 거들먹거리는 경쟁자를 쳐다보는 시선이 된 라질고였다.
그렇지만 지상의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다시 도전할 기회와 남극대륙을 얻었으니 애써 치솟는 감정을 억누르고서 물러난다.
쿵쿵! 쿠쿵!
남극대륙을 자신의 영역으로 만들기라도 하듯이 공동에서 올라오는 공룡족들은 엄청나게 증가했다.
그리고, 고위 공룡족들이 초능력을 사용하여 환경까지 적합하게 바꾸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녹음이 가득 찬 밀림으로 변해간다.
밀림을 걷는 공룡족의 숫자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왕들과 초능력자들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공룡족의 추정 전체인구는 일억이란다.”
“인간족의 전체인구는 일백억이지.”
“원래 행성의 크기였으면 단 하나의 종족으로도 포화상태다.”
인간족의 기준으로 일백억의 지성체가 하나의 행성에서 살 수 있는 한계치였다.
그런데 이미 인류와 공룡족만으로도 두 배가 넘어버린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모델러 코아가 행성 자체를 열배로 키워놓았기에 인구 과잉으로 인한 파국은 오지 않았다.
“그분의 가호로 열 배로 커진 행성을 생각하면 여유 공간은 아직 팔 할이나 남았다.
바다까지 생각하다 무진장하다.”
“공룡족의 인구와 인간족의 인구도 조정에 들어갔으니 더는 폭증하지 않을 거야.
불사불멸(不死不滅)의 가호와 세계멸망으로 인하여 탄생하는 신생아의 숫자도 적어졌다.”
“노화로 인한 자연사는 막지 않으셨다.
이려면 공룡족은 물론이고, 인간족의 인구도 이대로 유지되겠지”
“각 종족 별로 일백억을 유지하실 생각이 분명하다.”
“남극대륙을 공룡족에게 주시고, 신룡으로 분리하신 것을 보니 완전히 생활구역을 나누실 생각이다.
그럼 여기서 의문인데?”
왕들은 한없이 넓어진 바다와 대륙을 보면서 말한다.
“저 광활한 바다와 새로 생긴 대륙들은 어떤 종족을 위한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