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 Player RAW novel - Chapter 336
#닥터 플레이어 336화
그게 시작이었다.
광명의 탑 힐러들에 맞서 한슨, 린든, 메이 등 제자들의 활약이 이어졌다.
* * *
학술 경합은 대성공으로 끝났다.
제자들은 여러 고블린 환자를 성공적으로 치료하였고, 메디컬 학파는 학술 대회의 주인공이 되었다.
“오늘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레이몬드는 기분 좋은 얼굴로 제자들에게 말했다.
오늘 일정은 끝났지만, 레이몬드와 가까운 제자들은 따로 자리를 마련한 상태였다.
“여러분이 보여준 활약에 진심으로 기쁩니다. 다들 너무 감사합니다.”
진심이었다.
실제로 레이몬드는 입이 찢어지려는 걸 간신히 참는 중이었다.
오늘 메디컬 학파에 관심을 보인 힐러의 수는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제자들이 학술 경합 때 커다란 활약을 보여준 덕분이었다.
제자들의 훌륭한 모습을 보고 힐러들도 의지에 불타올랐다.
지금껏 제자들을 열심히 육성한 보람이 있었다.
‘크하하! 이렇게 좋을 수가.’
드디어 그의 꿈에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다가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정말 황금의 산을 쌓는 것도 멀지 않았다.
한편, 제자들은 레이몬드가 그렇게 기뻐하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하였다.
‘우리의 성장을 저렇게나 기뻐하시다니. 세상에 저런 스승님이 또 어디 있을까?’
‘아마, 환자들을 더 위할 수 있다는 거에 기뻐하는 거겠지.’
‘역시 빛.’
‘빛.’
‘빛.’
‘난 이제 그만 열심히 하고 싶은데.’
‘냐옹.’
제자들은 또 오해하고는 결연히 결심하였다.
‘더, 더! 열심히 하겠어! 비록 배움의 시작은 늦었지만, 결국 최고의 제자가 되는 건 바로 나야!’
쥬드가 먼저 굳게 다짐했고, 크리스틴은 위기감을 느끼고 생각했다.
‘……한슨 경 말고 또 경쟁자가 나타나다니. 하지만 질 수 없어. 최고의 제자를 넘어, 반드시 마스터 곁에 당당히 서겠어.’
반면, 풀이 죽은 이들도 있었다.
엘무드와 미엔이었다.
‘난 왜 맨날 도움이 안 될까.’
‘……냐옹.’
다른 제자들은 레이몬드를 도와 활약을 펼치는 데 반해 그들은 밥만 축내고 있는 것 같았다.
‘나 이제 소드 마스터 되었는데.’
엘무드는 소심한 얼굴로 놀라운 생각을 하였다.
소드 마스터!
엘무드는 초인의 경지에 발을 들였다!
대륙을 뒤져도 유래를 찾기 어려울 어마어마한 속도였다.
오로지 레이몬드를 위하는 마음으로 그런 기적을 일으켰지만, 엘무드는 여전히 의기소침했다.
‘안 되겠어. 나도 의술을 본격적으로 배우겠어. 그래서 환자 치료할 때도 주군께 도움을 주겠어!’
엘무드는 다른 제자들을 보며 다짐했다.
‘앞으로 구호기사단의 기사들은 모두 기본적인 의술을 익히게 하겠어!’
그렇게 환자의 수호자인 구호기사단의 자랑스러운 전통.
검술과 의술을 동시에 익히는 전통이 난데없이 탄생하였다.
한편, 다른 의미로 의기소침해하는 인물이 있었다.
린든이었다.
‘난 인제 그만 열심히 하고 싶은데. 왜 이리 다들 열심히 하는 거야?’
이미 충분히 지금도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다들 더, 더 열심히만 하려고 하고 있었다.
‘다들 미워! 난 이제 게을러지고 싶다고!’
그때, 그가 가장 무서워하는 이의 음성이 들려왔다.
“린든, 뭔가 아쉬운 얼굴이구나.”
한슨이었다!
“……서, 선배?”
“그간 여러 일 때문에 네 교육은 신경 써주지 못했던 것 같아. 특별히 네가 맡은 일들을 빼고, 곧 있을 상급 제자 특훈에 참가하도록 해줄게.”
린든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한슨의 특훈.
한 번 거치면 의술 실력이 비약적으로 늘지만, 악마(한슨)를 만나 정신이 극도로 피폐해진다는 지옥의 훈련.
“아, 아니…… 저는 괜찮을 것 같아요. 마스터를 도와야지요!”
“그래?”
“네, 이제 저도 새내기 제자가 아니니, 마스터께 힘이 될 거예요!”
린든은 열렬히 답했고, 한슨이 기특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이야기해 주니 고맙구나. 마침, 갈먼 각하와 더불어 또 다른 보건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하고 있는데 그걸 너에게…….”
“…….”
“그리고 라팔드 지방에서 메빈슨 공과 더불어…… 그리고…… 마스터께서 이야기하신 의학 서적 편찬도…….”
기다렸다는 듯, 일이 마구마구 내려왔다.
한슨이 린든의 어깨를 두드렸다.
“다 맡길게. 고마워, 린든.”
‘미, 미워!’
그렇게 화기애애(?)한 시간이 지났다.
린든의 울상을 제외하면 완벽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다음 날 갑작스러운 비보가 전해졌다.
광명의 탑 탑주 라이슨이 쓰러졌다는 소식이었다.
* * *
“탑주 라이슨 백작이 쓰러졌다고요?”
“네, 이번 행사 준비로 무리한 탓인지, 갑작스레 고열이 들끓어 앓아누우신 상태입니다.”
레이몬드는 의아한 얼굴을 했다.
‘아니, 아무리 무리했어도 쓰러지다니? 혹시 무슨 지병이라도 도진 건가?’
하지만 광명의 탑과는 좋은 사이가 아니어서 자세히 물어볼 수가 없었다.
‘뭐, 금방 일어나겠지. 온갖 좋은 힐을 받을 테니.’
레이몬드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였다.
고령도 아니고, 워낙 정정했던 터라 큰 문제일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이후 학술 대회 진행은 라이슨 대신 부탑주 조르스가 하였다.
탑주가 쓰러진 탓인지, 광명의 탑 힐러들은 무언가 부산한 기색이었고, 레이몬드와 제자들은 전날에 이어 마음껏 솜씨를 뽐낼 수 있었다.
‘좋아! 이대로라면 우리 메디컬 학파가 광명의 탑을 누를 수 있을 거야!’
그렇게 좋아하고 있는데.
또 뜻밖의 비보가 전해졌다.
부탑주 세인트 조르스가 쓰러졌다는 소식이었다.
‘……또?’
레이몬드의 얼굴이 굳어졌다.
무언가 이상했다.
최상급 힐러 두 명이 동시에 쓰러지다니?
광명의 탑 힐러들의 분위기도 이상했다.
겉으로 이야기하지는 않는데, 굉장히 당황한 기색이었다.
결국, 레이몬드는 직접 확인해 보기로 했다.
“세인트 마르스?”
“……전하?”
블레서 마르스가 흠칫하였다.
현재 쓰러진 라이슨과 조르스의 치료는 블레서인 마르스가 담당하고 있었다.
“혹시 탑주의 상태가 안 좋은 겁니까?”
“……아닙니다.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레이몬드는 마르스가 순간적으로 멈칫한 것을 놓치지 않았다.
무언가 있었다.
레이몬드는 마르스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세인트 마르스. 비록 우리 사이가 좋지는 않지만, 잊지 말아 주십시오. 우리는 힐러입니다.”
“…….”
“환자를 살리는 게 다른 것보다 최우선이란 뜻입니다. 만약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제게 이야기하십시오. 도와드리겠습니다.”
오만한 마르스의 성격상 충분히 기분 나쁠 수 있는 이야기였지만, 놀랍게도 마르스는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입술을 질끈 깨물 뿐이었다.
‘무언가 심각한 상태구나.’
레이몬드는 그런 마르스의 반응에 가슴이 덜컥하였다.
라이슨과 조르스 모두 안 좋은 상태임이 분명했다.
이후, 레이몬드는 미엔에게 부탁해 환자들 상황을 염탐해 주길 부탁했다.
[네, 금방 다녀올게요!]미엔은 오랜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기쁜지 후다닥 사라졌다.
그리고.
[둘 다 죽어가고 있어요.]“……뭐?”
[폐렴…… 이라고 하는데. 며칠을 버티지 못할 거라고 해요.]레이몬드의 얼굴이 딱딱히 굳었다.
옆에서 그 소식을 들은 크리스틴이 마찬가지로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마스터, 설마 이건?”
“네, 맞는 것 같습니다.”
레이몬드는 창백한 안색으로 말했다.
“학술 회장에 호흡기 전염병이 창궐한 것 같습니다.”
* * *
정말이었다.
레이몬드는 다급히 학술 대회 참석자 중 다른 환자가 없는지 확인해 보았고, 추가로 몇 명의 환자가 있는 걸 알아냈다.
모두 폐렴 증상을 앓고 있었는데, 상태가 심각했다.
‘심각한 호흡 부전 상태야. 이대로라면 다들 사망할 거야. 도대체 왜?’
레이몬드는 한 가지 추측을 퍼뜩 떠올렸다.
‘설마 그때 학술 경합 때?’
이번 학술 경합의 주제 중 하나는 호흡곤란이었다.
다양한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고블린이 나왔고, 어쩌면 그 고블린들 중에서 병이 옮은 것일 수 있었다.
‘특히. 그때 라이슨 탑주가 치료했던 고블린.’
레이몬드는 ‘천사의 숨결’을 사용했음에도 호전되지 않고 순식간에 악화하여 사망했던 고블린을 떠올렸다.
어쩌면 그 고블린에게서 폐렴이 퍼진 것일 수도 있다.
‘충분히 가능해. 인간형 몬스터의 질병이 인간에게 퍼지는 건 흔히 있는 일이니까.’
레이펜타이나의 전염병이 지구보다 훨씬 복잡한 이유 중 하나였다.
‘과연 무슨 전염병인 거지?’
어쨌든 확실한 건 있었다.
레이몬드는 제자들에게 말했다.
“모두 방호복을 입으십시오.”
“마스터?”
“이 전염병을 해결해야 합니다.”
학술 대회는 끝났다.
* * *
[사신을 물리쳐라!](의술 퀘스트)
의술 등급 : 파이브 메스
난이도 : 상
퀘스트 설명 : 정체불명의 끔찍한 전염병이 창궐 중입니다. 힐러로서 전염병을 완벽히 퇴치하십시오!
클리어 조건 : 완전한 전염병 퇴치
보상 : 보너스 레벨 업×3, 스킬 포인트 200점
특전 : 최고의 명성
레이몬드는 퀘스트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완벽히 해결해야 해.’
방호복을 입고 환자들을 살폈는데, 심각한 폐렴 외에는 다른 특별한 증상은 확인할 수 없었다.
레이몬드는 곤란한 얼굴을 했다.
‘증상만으로는 폐렴의 종류를 구별할 수가 없는데.’
폐렴은 폐에 발생한 감염성 염증이다.
하지만 온갖 종류의 원인이 기침, 가래, 호흡곤란 등의 비슷한 증상을 일으켜, 단순히 증상만 가지고는 감염원을 구별하기가 힘들었다.
‘현대 지구라면 균 배양 검사, 여러 바이러스 패널 검사로 원인을 확정했겠지만, 여기서는 무리야.’
균 배양 검사는 레이몬드가 이미 구축해 놓은 상태이지만, 최소 며칠 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다른 방법으로 원인을 추정해 내야 했다.
‘다른 단서를 찾아야 해.’
그러는 사이, 추가로 환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전염병이 본격적으로 창궐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나마 이곳 학술 대회장에서 전염병이 창궐해서 다행이야.’
레이몬드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곳은 외딴 고성이었다.
여기서 전염병의 유행을 차단하면 왕국 전역에 질병이 퍼지는 건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곧 장애물을 만났다.
학술 대회에 참석한 힐러들이 창백하게 질려 말했다.
“저, 저는 이만 진료소로 돌아가 봐야겠습니다.”
“저, 저도…… 환자들을 봐야 해서.”
그래도 힐러답게 일반인들처럼 패닉에 빠져 비명을 지르진 않았다.
하지만 크게 다를 것도 없는 반응이었다.
다들 겁에 사로잡혀 도망가려고만 하였다. 누구도 나서서 전염병을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다.
‘여기 있으면 죽을 거야!’
‘도망가야 해!’
‘이휘격 세인트인 라이슨 님과 조르스 님도 전염병에 걸렸잖아. 내가 있어봤자 개죽음만 당할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