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 Player RAW novel - Chapter 398
#닥터 플레이어 398화
하지만 이미 상황은 벌어진 뒤였다.
심지어 페닌슐라 왕국민 모두가 만족하였다!
“와아! 가난의 성자의 빛이 계속해서 우리에게!”
“레이몬드 전하 만세! 라시드 전하 만세!”
백성들은 말할 것도 없이 기뻐 환호하였다. 레이몬드가 황제가 되어도 여전히 자신들의 곁에 있을 거로 여긴 것이다.
레이몬드를 지지하는 귀족들도 만족한 건 마찬가지였다.
사실, 레이몬드가 황제가 된다고 하였을 때, 그를 지지하는 귀족들은 어쩔 수 없이 불안감을 느꼈다.
공중에 붕 뜨는 신세가 될까 해서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이전과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저 라시드가 레이몬드의 뜻을 이은 이인자가 되었을 뿐, 여전히 그들은 레이몬드의 밑에 뭉쳐 있게 되는 셈이니까.
덕분에 다들 대만족이었다.
‘아니, 왜 이렇게 된 거야.’
레이몬드는 눈물을 삼켰다.
왜 이렇게 세상일이 어려운지 모르겠다.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
‘이대로라면 왕위를 버리는 게 별로 의미가 없지…… 는 않나?’
레이몬드는 눈을 끔뻑끔뻑했다.
생각해 보니 마냥 안 좋게 여길 건 아니란 생각이 든 것이다.
‘그래, 이거 나한테 엄청 유리하게 된 거잖아?’
왕위에 여전히 얽히게 된 게 싫어 거부감이 들었지만, 가만히 고민해보니 마냥 나쁘게 생각할 건 아니었다.
레이몬드가 왕위를 거부한 건 왕으로서 해야 할 일이 귀찮아서였다.
권력이 싫은 건 아니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귀찮은 여러 일은 라시드에게 넘기고, 권력은 그대로다!
일전 생각했듯이 최고의 장사치는 권력을 가진 장사치인 법이다.
권력을 등에 업으면 어마어마한 돈을 벌 수 있는 법이니까.
그래서 레이몬드는 권력을 본격적으로 ‘남용’해 주기로 하였다.
‘지금껏 고생했으니, 난 이럴 자격 있어! 두고 보라고. 권력을 등에 업은 치사한 돈벌이가 어떤 건지 제대로 보여줄 테니.’
권력을 남용해 일단, 첫째로 의료 예산을 배정했다.
페닌 치료원에 추가 지원금을 할당한 건 아니다.
‘지원금은 이미 어느 정도 받고 있으니까. 무엇보다 너무 많은 지원금을 받으면 페닌 치료원의 수익을 내 것으로 할 수가 없어.’
국가에서 받는 지원금이 너무 커지면, 페닌 치료원은 레이몬드의 것이 아니라, 국가의 것이 된다.
공공재가 되는 것이다.
그건 안 된다.
레이몬드는 욕심쟁이니까.
그러니 치료원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돈은 지금까지처럼 자신이 조달하기로 했다.
그러면 치료 예산은 어떻게 착복할 거냐고?
‘가난한 빈민 환자들에게 주면 되지.’
레이몬드는 씨익 사악하게 웃었다.
지금껏 페닌 치료원은 치료비가 없는 가난한 빈민 환자들에게 어쩔 수 없이 적자를 보며 치료해 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레이몬드는 권력을 잡은 김에 그런 빈민들에게 치료 복지 예산을 배정한 것이다!
가난한 이들도 돈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게!
‘이러면 페닌 치료원의 적자도 대폭 줄 거야!’
레이몬드는 쾌재를 불렀다.
소식을 들은 빈민들은 레이몬드의 흑심(?)도 모르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아아, 가난의 성자시여! 우리를 위해, 또 빛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심지어 레이몬드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사람들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줘야 해.’
이것도 흑심이 있었다.
‘평민들이 여유 있어야 돈을 뜯어낼 수 있을 테니까.’
지금, 페닌 치료원의 수익 구조는 일부 부자에게 잔뜩 뜯어 가난한 이들에게서 난 손해를 보존하는 방식이다.
당연히 한계가 있었고, 적자를 거듭하고 있었다.
물론 탈모 치료제, 주름 개선제 등이 유통되면 그걸로 큰돈을 벌 수 있겠지만, 환자를 봐서 수익을 내야 하는 페닌 치료원은 앞으로도 적자의 수렁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페닌 치료원으로도 돈을 벌 방법을 마련해야 했다.
‘체질 개선을 해야 해.’
그럴 방법은 하나였다.
귀족, 부자 말고 일반 평민에게서도 수익을 내야 했다.
하지만 일반 평민에게서 수익을 낼 정도로 많은 돈을 뜯는 건 무리였다.
이유는 하나.
그들이 가난했기 때문이다.
구조적인 문제라 지금껏 해결할 엄두를 못 내고 있었는데,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레이몬드는 ‘권력자’가 되었으니까.
또다시 권력을 남용하기로 하였다.
“라시드, 이런 정책들을 시도해 줄래?”
“형님?”
라시드는 레이몬드의 이야기를 듣고, 눈을 크게 떴다.
페닌슐라 왕국에는 오랜 기간 이어진 고질적인 병폐들이 몇 가지 있었다.
그 고질적인 병폐들을 개선하는 정책들이었다!
이 정책들이 시행되면 백성들의 삶은 한결 더 나아질 것이다.
‘물론, 이런 몇 가지 정책만으로 빈부 격차가 해소되진 않겠지만.’
굶는 이 없이 모두가 행복.
그런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과한 이상을 가지고 섣불리 접근하면 오히려 역효과만 날 것이다. 기존 기득권층의 반발도 어마어마할 거고.
지금 당장, 레이몬드가 바라는 건 백성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것이다.
백성들의 행복은 곧 레이몬드의 행복이었으니까.
‘백성들이 배불러질수록 페닌 치료원의 흑자 고객들도 늘어날 테니까.’
레이몬드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런 마음으로 말했다.
“라시드, 앞으로 네가 왕이 되면, 일평생을 통해 해주었으면 하는 게 있어.”
일평생을 통해.
그 말에 라시드는 긴장했다.
레이몬드는 지금, 라시드에게 왕으로서 가져야 할 사명감을 내려준 것이다.
“네, 형님! 말씀만 하십시오.”
“너는 페닌슐라 왕국의 가장 큰 문제가 뭐라고 생각해?”
“그건…… 백성들의 가난 아닙니까?”
아이러니한 이야기였다.
페닌슐라 왕국은 최고 부국.
그런데 백성들은 다른 나라보다 가난했다.
“그래, 페닌슐라 왕국은 부자 나라임에도 백성들은 더욱 가난하지. 일부 부자와 귀족에게 모든 부가 집중되어서.”
“그러면?”
라시드의 눈이 커졌다.
레이몬드가 하고자 하는 말을 알아들은 것이다.
“형님은 제가 백성들을 위한 왕이 되길 바라는군요.”
레이몬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페닌슐라 왕국의 문제는 사실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섣불리 접근한 일도 아니고.
단기간에 해결할 일도 아니었다.
그러니 위정자가 더욱 노력해야 했다.
“난 네가 왕으로서 일평생 백성들을 위해 노력해 주었으면 좋겠어.”
물론, 쉽지 않겠지만.
왕이 될 라시드가 백성들을 위해 노력한다면.
그러면 백성들의 삶도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다.
‘……그러면, 페닌 치료원의 형편도 따라서 나아질 거고.’
그런 마음은 숨기고, 근엄하게 말하였다.
“난 널 믿어. 그렇게 해줄 수 있겠니?”
라시드는 레이몬드의 말에 크게 감명받아 고개를 숙였다.
‘아아. 역시…… 형님. 형님의 뜻은 깊고도 깊어 어찌, 저리 백성들만을 생각하시는 건지.’
가끔…… 아니, 사실 자주 라시드는 레이몬드가 사람 같지 않게 느껴졌다.
레이몬드는 정말 백성들을 위해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같았다.
“알겠습니다! 형님의 뜻을 받들어 나, 라시드 일평생 백성들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가난한 백성이 한 명이라도 더 줄어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렇게 일평생 백성들을 위해 노력하게 될 성왕 라시드가 탄생하였다.
레이몬드는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라시드가 노력할수록 페닌 치료원의 수익도 늘겠지.’
물론, 안다.
지금 이런 노력이 페닌 치료원의 이득으로 돌아오려면, 한참의 시간이 걸릴 거라는 것은.
하지만 레이몬드는 대륙 최고의 부자가 될 몸.
멀리 내다보기로 하였다.
‘이제 페닌 치료원 아니라도 돈 벌 방법은 많으니까. 일단은 자유 무역 권한으로 돈을 쓸어 담자.’
자유 도시 연합과의 관세 혜택!
레이몬드는 본격적으로 무역 귀족들과 계약을 맺었다.
일전 로드리고 후작이 했던 것처럼 레이몬드를 통해 관세 혜택을 받고, 일부의 이득을 공유하는 계약이었다.
그런데 귀족들이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였다.
“위대한 빛이 하시는 일에 보탬이 될 수 있다니, 기쁩니다.”
“네?”
“관세 혜택으로 얻은 이득으로 백성들을 위하시려는 것 다 압니다.”
“…….”
레이몬드는 입을 다물었다.
‘아닌데? 왜 그런 착각을?’
관세 혜택으로 번 돈은 모두 이기적으로 쓸 것이다.
왜?
‘이건 내 돈이니까!’
이미 계획을 다 세워놨다.
일단, 매일 매일 최고급 소고기 레스토랑을 예약해 놨고.
그리고 돈이 없어 구현하지 못했던 페닌 치료원의 장비들을 대거 확충할 것이다.
‘흐흐. 다 최고급으로 바꿀 거야. 상급 인챈터인 마이스터들도 대거 고용해야지.’
당연한 말이지만, 레이몬드도 장비 욕심이 있다.
하지만 돈이 없어서 의료 장비를 구현할 때, 늘 가성비를 따지며 저렴하게 구현한 것이다.
이번에 돈이 생겼으니, 시원하게 질러 볼 것이다.
‘이런 맛에 돈 버는 거지!’
돈 쓸 구석은 그것 말고도 많았다.
레이몬드는 다음 돈 쓸 방법을 떠올렸다.
‘백신 사업을 확장하자.’
의외라 여겨질 수도 있는 생각이었다.
지금껏 레이몬드는 백신 사업을 돈 안 되는 천덕꾸러기 사업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실제로 백신 사업은 별로 돈이 안 되었다.
개개의 백신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푼돈처럼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도 사업 규모가 커지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백신 사업의 규모를 십자 연맹 제국 전체, 그리고 자유 도시 연합까지 확대하면?
그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하나, 하나의 백신에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푼돈이라도 대륙급으로 푼돈을 모으면 어마어마한 돈이 된다.
‘그러니 이번에 벌 돈으로 공장을 확충하자. 십자 연맹 제국 전체, 자유 도시 연합 전체에 백신 사업을 벌일 수 있을 정도로.’
그렇게 공장을 대규모로 확충해 대륙급으로 백신을 공급하기 시작하면, 백신 사업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리라.
‘이것들 말고도 돈 쓸 일은 또 있지.’
레이몬드는 씨익 웃으며 생각했다.
지금 레이몬드는 큰돈을 번 후 펑펑 사치하는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페닌 치료원의 점방도 내어야 해.’
점방.
현대 지구에서 작은 의원을 뜻하는 은어다.
지금처럼 각국의 수도에만 페닌 치료원의 지부를 두는 게 아니라, 거미줄처럼 방방곡곡 지방에도 페닌 치료원의 지부들을 내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거리의 문제상 페닌 치료원을 오지 못했던 이들도 의술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볼 수 있는 환자의 수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테니, 돈도 더 벌 수 있을 거야.’
레이몬드는 흐흐 미소를 지었다.
사치 부릴 일은 이것 말고도 많았다.
‘의대 설립도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