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 Taesoo Choi RAW novel - Chapter 1528
01531 1531화
태수는 도착과 동시에 류수찬의 상태부터 다시 확인했다.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젠장. 이식된 간이 이젠 완전히 죽었습니다. 고 선생, 스테로이드, 그리고 빌리루빈 배출도 신경 쓰고.”
“알겠습니다.”
고동준이 빠르게 행동하는 사이 김혁권이 한 소리 했다.
“어딜 갔다 왔어요?”
“기증자 만나러요.”
“왔어? 진짜 왔어?”
김혁권의 말에 류건형도 눈을 번뜩이며 이쪽을 쳐다봤다.
태수는 그 눈빛을 보고 먼저 말했다.
“그쪽에서 먼저 당장 수술하자고 했습니다.”
“아…… 하아.”
“바로 수술 준비할 겁니다. 저쪽에서 난리네요. 이제 수술만 적시에 마무리되면 됩니다.”
“가, 감사…….”
“나중에 듣겠습니다. 고 선생, 어떻게 됐어?”
태수가 부르자 고동준이 얼른 대답했다.
“말씀하신 건 다 진행했습니다.”
“그럼 이동할 준비 하고 있어. 김 간호사님이 옆에서 좀 도와주시고요.”
태수의 오더에 김혁권이 물었다.
“캡틴은?”
“시간이 너무 늦었습니다. 흩어진 수술 인원부터 얼른 모아야죠. 이따 뵙죠. 그리고 류건형 환자분, 수술 끝나고 뵐 거 같습니다. 할 수 있는 건 무조건 다 하겠습니다.”
태수는 깊이 고개 숙여 인사하고 먼저 돌아섰다.
류건형의 대답을 들은 후에 돌아서야 하지만 지금은 상황상 그럴 시간이 부족했다.
아니, 오히려 지금은 아무런 소리도 듣고 싶지 않았다. 수술을 빨리 진행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중환자실을 나선 태수는 휴대폰부터 들었다.
퇴근 시간은 예전에 지났고, 지금은 깊은 밤이었다.
하지만 태수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강성태 외과장에게 전화했다.
그의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최 팀장, 무슨 일이야?”
“기증자가 도착했고, 바로 수술에 들어가길 희망합니다. 그리고 수찬이도 간이 기능을 멈춰서 수술해야 할 상황이고요.”
“알았어. 바로 수술실로 가지.”
“혹시 컨디션은…….”
태수가 조심스럽게 물어보자 강성태 외과장이 당당한 목소리로 대답해 왔다.
“무조건 좋아. 안 좋아도 좋아.”
“갑자기 진행하게 돼서 죄송합니다.”
“무슨 소리야. 얼른 끝내고 푹 좀 자자. 그게 요즘 내 소원이니까. 좌우간 내가 이동하면서 연락할 테니까 수술실 들어가.”
“알겠습니다.”
태수의 대답을 들은 강성태 외과장이 혹시나 싶은 목소리로 물어 왔다.
“아차! 최 팀장, 많이 피곤할 텐데 수술 괜찮겠어?”
“도착하실 때까지 최대한 쉬고 있을 겁니다.”
“잘 생각했어. 우선 레지던트들 죄다 붙여서 지켜보라고 하고 잠깐 쉬고 있어. 금방 갈게.”
뚝.
강성태 외과장은 마음이 급했는지 바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태수도 휴대폰을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고 저쪽에서 우물쭈물하며 서 있는 이문규에게 다가갔다.
“길어야 2시간 후 수술을 시작할 겁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
“저렇게까지 아픈 줄 몰랐습니다. 저렇게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줄 정말 몰랐습니다.”
“자세한 얘기는 수술 끝나고 하시죠. 지금은 감정부터 추스르시고요.”
태수는 조금 냉정하게 말한 뒤 돌아섰다.
태수야말로 감정이 끝까지 솟구쳐 있는 상태였다.
그걸 누그러뜨려야 했다.
수술은 언제나 냉정해야 하는 법이다. 그 기본을 놓친다면 절대 수술은 온전하게 끝날 수 없다.
‘이제 수술이다.’
속으로 중얼거린 태수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
2시간 후.
수술 준비를 마친 태수가 김혁권과 함께 수술실로 향하고 있었다. 잠깐의 휴식으로 꺼멓던 안색이 조금 나아졌다.
그때 수술실 앞에서 박종석 병원장이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게 보였다.
이 늦은 시간에 그가 여기 있단 게 의외였지만 태수와 김혁권은 곧장 다가갔다.
굳은 눈빛의 그는 두 사람이 다가오자 먼저 말했다.
“외과장이 이문규의 기증 수술을 막 시작했어.”
“알겠습니다.”
“두 사람, 어깨가 무겁다는 거 알아. 하지만 한 번만 고생하자.”
박종석 병원장의 신뢰 가득한 목소리에 태수가 가볍게 고개 숙였다.
“좋은 소식 들고 나오겠습니다.”
“그래. 약속 잊지 말고.”
“해장국에 소주라. 꼭 먹어 보고 싶습니다.”
“태수야, 우리 꼭 가자. 김 간호사, 빼지 말고.”
박종석 병원장이 굳은 표정에 억지로 미소를 그렸다.
박종석 병원장의 응원을 받은 태수와 김혁권은 수술실에 들어왔다.
마취의는 물론 보조 간호사들까지 모두 첫 번째 수술과 똑같았다.
마취의가 먼저 태수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바이탈이 너무 좋지 않아서 마취했습니다.”
“잘하셨습니다. 바로 준비하고 가겠습니다.”
대답을 마친 태수는 김혁권의 도움을 받아 수술 가운부터 입었다.
곧 수술 가운을 모두 입은 태수와 김혁권이 수술대에 나란히 섰다.
류수찬의 작은 몸은 이렇게 또 한 번 수술대에 올랐다.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태수는 그렇게 자신을 압박하고 자극했다.
그러고 나서야 그는 천천히 의료진들을 둘러봤다.
모든 수술 인원들이 제자리에 서 있었다.
태수는 그들을 둘러보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수술이 시작되면 아찔한 순간들이 계속될 겁니다.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저도 예측하기 힘듭니다.”
“…….”
“부탁드립니다. 끝까지, 우리 끝까지 포기하지 맙시다.”
“네!”
모두 강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목소리를 들으며 가볍게 눈을 감고 마음을 가라앉힌 태수가 번뜩 눈을 뜨며 낮게 외쳤다.
“수술 시작.”
태수의 예언은 적중했다.
1차 수술의 흔적인 봉합을 잘라 낸 순간부터 수술대가 피로 젖어 갔다.
태수의 목소리도 자연히 높아졌다.
“환부부터 확보한다. 출혈 걷어!”
“썩션, 하나 더!”
콰륵콰륵.
고동준은 정말 연구를 많이 했는지 속도가 며칠 전보다 빨라졌다. 하지만 출혈이 너무 많아 썩션으론 걷어 내기가 힘들었다.
그런 상황을 직감한 김혁권이 자율적으로 움직였다.
“거즈 추가합니다. 계속, 더, 더, 더!”
“액상 지혈제!”
“이미 뿌려 놨으니까 걱정 말고. 이쪽 바쁜 거 안 보여요? 말 걸지 말라고.”
김혁권은 태수에게조차도 윽박질렀다.
집도의 권위에 도전하는 게 아니라 정말 바빴다.
야전에서 익힌 재빠르고 과격한 손놀림만 봐도 얼마나 출혈이 심각한지 알 수 있었다.
수술대만 분주한 건 아니었다.
마취의는 IV와 보조를 담당하는 임경훈을 재촉했다.
“수혈!”
“들어가고 있습니다.”
“2개, 아니 계속 추가해!”
“알겠습니다!”
재촉만 하는 게 아니라 그 또한 정신없이 움직였다.
“항부정맥제, 승압제, 칼슘, 칼륨, 전해질…….”
그의 쉴 새 없는 오더에 담당 간호사 또한 바삐 움직여야 했다.
수술실은 난장판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그런 상황이 벌써 1시간 가까이 계속됐다.
언제까지 출혈을 잡고 수혈을 이어 갈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 원인이 되는 죽은 간부터 떼어 내야 했다.
상황이 여의치 않을 정도로 출혈이 계속되고 있었다. 하지만 태수는 좀 더 과감하게 수술을 리드했다.
“간부터 떼어 냅니다. 고 선생, 출혈은 김 간호사님에게 맡기고 리트렉터 들어.”
“알겠습니다.”
“김 간호사님, 부탁드립니다. 30분만 버텨 주세요.”
태수의 말에 김혁권의 표정이 확 굳어졌다.
“그럼 내가 지금까지 뭐 하고 있었는데. 빨리빨리 진행해요. 간이 도착하기 전에 어느 정도 마무리 지어야 한다며.”
“안 그래도 하고 있습니다. 고 선생, 당겨!”
“끙!”
고동준이 리트렉터로 환부를 벌리자 자라지 못한 채 그대로 죽어 버린 간이 태수의 눈에 보였다.
태수는 빠르게 지혈 클램프로 우선 혈관부터 차단했다.
혼자 하기에는 벅찬 일이라 고동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리트렉터 고정시키고, 간정맥 잡아.”
“저 말씀이십니까?”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빨리.”
태수가 재촉하자 고동준이 얼떨떨한 얼굴로 변했다.
그러나 그건 찰나의 순간일 뿐이었다.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직감한 고동준의 눈빛이 다시 냉정하게 변했다.
태수가 믿고 맡기는 일이라면 확실하게 해내고 싶은 욕심이었다.
“리트렉터 잡아 주시고, 지혈 클램프.”
“네, 선생님.”
보조 간호사의 도움으로 수술 도구를 교체한 고동준은 재빨리 간정맥을 찾기 시작했다.
그사이 태수는 꽉 막혀 기능이 상실된 간동맥부터 찾았다.
한 번 수술해 봤고, 자신이 연결해 놓은 부분이라 찾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문제는 혈관이 제 역할을 못한 시간이 길어져 일부가 썩어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경우에는 과감하게 잘라 내는 게 옳았다.
태수는 곧바로 생각대로 진행했다.
우선 잘라 낼 부분을 가늠하고 그 뒤쪽에 지혈 클램프를 잡았다.
혈류를 차단했으니 괴사한 부분을 잘라 내도 출혈은 발생하지 않을 터였다.
“메젠바움, 믹스터.”
“손도 부족한데. 여기.”
탁.
김혁권은 입으로만 투덜거렸지, 해야 할 일이 뭔지 헷갈리진 않았다.
그런 그의 성격을 알기에 태수는 신경 쓰지 않았다.
교체한 수술 도구로 먼저 간동맥부터 과감하게 잘라 냈다.
서걱!
손가락 두 마디에 가까운 길이였다.
아이의 몸으로 보면 상당히 많은 길이를 잘라 낸 것이다. 그러나 혈관도 다시 자라기 때문에 태수는 망설이지 않았다.
태수가 뒤처리를 하는 사이 고동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팀장님, 간정맥 잡았습니다.”
“문맥도 잡아. 난 전에 제거하지 못한 복막염으로 넘어갈게.”
“믿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 소리는 나중에 하자. 움직여. 어서!”
태수가 재촉하자 고동준은 오히려 더욱 차가워졌다.
손놀림에 당혹감이 느껴지지 않았고, 눈빛도 흔들리지 않았다.
태수가 고동준을 신뢰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다.
의사에게 필요한 덕목 중, 특히 수술실에서 필요한 성격을 꼭 갖추고 있었다.
그런 냉정함 속에 풍부한 감정과 섬세한 마음도 함께였다.
그래서 좋은 의사로의 성장이 기대되었다.
생각은 그랬지만 지금은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이 순간 모든 관심은 류수찬에게 쏠려 있었고, 이 수술부터 확실히 마무리 지어야 했다.
태수는 정신이 없었지만 틈틈이 시간을 확인했다.
강성태 외과장이 약속한 3시간까진 이제 1시간 반 정도 남았다.
이번에 강성태 외과장은 무슨 일이 있어도 약속을 지킬 거라 확신했다.
그렇다면 이 수술실도 그에 맞춰 노력해야 한다.
해야 할 일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었다.
우선 아직 제거하지 못한 간부터 떼어 내야 한다.
그 후로는 항생제를 지속적으로 투여했지만 아직 잔재가 남은 복막염도 마저 제거해야 한다.
그 외에도 잡다하지만 중요한 일들이 산재해 있었다.
1시간 반?
그 안에 끝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끝내야 한다.
이문규가 기증한 간을 붙이는 것만 해도 몇 시간이 소요된다.
류수찬은 그 모든 수술을 견뎌 낼 체력이 부족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그리고 신속하고 확실하게.
두 번 다시 류수찬이 이 수술대에 올라오지 않게 하고 싶었다.
죽음?
확률상으로는 분명히 가능성이 존재했다.
하지만 태수는 머릿속에서 그 생각을 지웠다.
수술을 이어 가던 중 태수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모두 힘들 겁니다. 저도 쉽지 않은 수술입니다.”
“…….”
“하지만 할 수 있단 확신만 가져 주세요. 자신감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면…… 바로 지금입니다.”
진심 어린 호소에 모두의 눈빛이 더욱 강렬하게 변했다.
“할 수 있습니다.”
“확실하죠?”
“네.”
“속도 올리겠습니다. 오늘만큼은 기적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 봅시다!”
“아자!”
힘찬 목소리와 함께 모두의 수술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지기 시작했다.
태수의 독려와 자극은 수술실을 후끈하게 만들었다.
열정에 노력이 더해지며 모두가 수술에 온전히 집중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겨우 두 번째 호흡 맞추기다.
그런데도 호흡이 착착 맞았다.
그만큼 수술에 온 정신을 쏟고 있단 뜻이었다.
다들 일전의 수술을 얼마나 많이 연구했는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간 문맥 차단.”
“출혈이 많이 줄었습니다.”
“일단 수혈은 끊이지 않게, 지혈제 하나 더 추가하고. 움직여. 더, 더!”
마취의까지도 모두를 재촉하며 열정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