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 Taesoo Choi RAW novel - Chapter 1745
01748 1748화
앞서 달려가는 태수와 의료진들도 힘이 났다.
자신의 최고 속도가 얼만지는 모르지만, 이 순간만큼은 그 이상으로 달리고 있을 게 분명했다.
그렇게 달려가던 중 앞에서 하얀 가운을 입은 무리들이 달려오는 게 보였다.
선두에 선 건 서영우였고, 그 뒤를 화이트엔젤의 팀원 일부가 바짝 쫓아왔다.
서로가 달려오는 만큼 조우가 빨랐다.
태수와 서영우가 가운데서 만났다.
반면, 정민수와 도성민, 김혁권은 스쳐 지나갔다.
화이트엔젤 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태수와 서영우를 중심으로 의료진들이 엇갈려 가는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그사이 서영우가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빠르게 물었다.
“뭐야, 왜 혼자 달려오는 건데?”
태수만 멈추고 다들 달려갔다.
태수도 시간이 없기에 빠르게 말했다.
“헉헉! 환자는 뒤에서 스트레쳐카로 이동 중입니다.”
“다들 거기 붙어 있는 거야?”
“아니요. 헉헉! 시민들이 도와주고 계십니다.”
“정말? 어떻게 그런…….”
얘기를 듣는 서영우는 믿기지 않는단 표정이었다.
그러나 곧 믿을 수밖에 없었다. 저 멀리서 스트레쳐카를 둘러싸고 달려오는 시민들의 모습을 직접 두 눈으로 본 탓이었다.
“허! 세상에.”
그의 눈빛이 놀라움과 경악, 그리고 자긍심으로 가득했다.
태수는 그런 그에게 말했다.
“필요한 것만 응급처치하고 바로 수술차로 이동해 주십시오. 먼저 갑니다!”
타다닥.
태수는 수술 준비를 해야 하기에 대답을 듣지 않고 달렸다.
뒤에 남은 서영우가 깜짝 놀랐다.
“이 사람아, 나도 수술 준비…….”
생각해 보니 박효준이 있었다.
자신에겐 시간이 충분한 상항이란 뜻이었다.
서영우는 더 지체하지 않고 수술차 방향으로 돌아섰다.
그리고 몇 번 몸을 흔들며 숨을 고른 후 스트레쳐카가 지나가자 그 속도에 맞춰 달리기 시작했다.
위에 있는 이선정 간호사를 확인하고 필요한 약을 건네기도 했다.
“이거부터. 그리고 이거.”
달리는 도중에 진행하는 응급처치였지만, 서영우도 이젠 이런 상황에 익숙해졌는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다시 달리기 시작한 태수의 시선 저 멀리 수술차가 보이기 시작했다.
태수는 반사적으로 손목시계부터 확인했다.
달리기 시작한 지 이제 5분 남짓이다.
시민들의 도움으로 10분을 예상한 시간이 어마어마하게 줄어들었다.
희망이 보였다.
이번 수술도 무척이나 어려울 터였다.
하지만 이런 도움을 받았는데 어두운 결과를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해야만 한다.
1차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어야 한다.
태수의 눈빛은 더더욱 차갑고도 날카롭게 빛났다.
곧 도착한 태수가 수술차에 올라타자 김혁권이 소독약을 아예 머리부터 들이부었다.
콸콸.
태수는 그 행위를 불쾌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얼른 손으로 머리와 얼굴을 비비고 또 몸을 적셨다.
도성민이 건네준 수술포로 얼굴을 닦고, 정민수가 펼친 수술 가운을 입었다.
태수와 팀원들의 호흡은 끝내줬다.
그렇게 순식간에 수술 준비를 마친 후였다.
“이거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어떻게 들어가지?”
밖에서 소란이 들려왔다.
불과 1분 차이로 스트레쳐카가 도착한 모양이었다.
언제나 수고해 주는 운전기사는 눈치 좋게 얼른 내려서 사람들을 뒷문으로 안내했다.
곧 수술대에 환자가 도착했단 소리가 들려올 터였다.
그때까진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소독을 하고 수술 가운까지 입은 지금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준비될 때까지 인내하고 기다려야 했다.
그렇다고 이 중요한 순간을 그저 숨만 쉬며 한가롭게 보낼 생각은 없었다.
태수는 빠르게 정민수와 도성민을 쳐다봤다.
둘 다 야전 경험이 있다.
게다가 도성민은 흉부외과 전문의이기도 했다. 지금 상황에선 유병태가 아닌 도성민이 같이 들어온 게 고마웠다.
두 사람의 장기는 떠올리지 않아도 반사적으로 튀어나왔다.
태수는 바로 말했다.
“복부부터 시작한다. 민수가 어시스던트, 도 선생이 제2어시스던트. 대신 상황에 따라 계속 포지션을 바꿀 수 있도록 해.”
“그리고?”
“우선 출혈부터 잡을 거야. 썩션으로 죄다 빨아들이고, 보비로 지져. 출혈부터 잡고 다음을 생각한다.”
“알았어!”
다들 힘차게 대답한 순간이었다.
“팀장님!”
안에서 이선정 간호사의 뾰족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다림은 이제 끝이다.
그걸 직감한 모두는 일제히 수술차 내부 문을 열고 비장한 눈빛으로 수술실로 들어갔다.
환자 머리맡에는 박효준과 노지연 간호사가 서 있었다.
서영우가 준비할 때까지 잠깐 박효준이 마취를 담당해 줄 터였다.
그리고 그가 이렇게 준비해 놓아 수술이 빨리 시작될 수 있었다.
다들 위치를 잡고 서서 박효준을 쳐다봤다.
얼마 전에 응급의료대로 넘어왔지만, 서영우의 개인 지도를 받고 출동 횟수를 일부러 늘려서 그런지 당혹감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아직은 의연하지 못하고 부산함이 보였다.
다들 재촉하지 않았다.
어떤 사정이라 해도 마취의가 수술 시작을 허락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당연했다.
그 순간에도 각자 수술 도구를 든 채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곧 준비를 위해 밖으로 나갔던 이선정 간호사도 수술 가운을 입고 돌아왔다.
이제 준비가 끝난 순간이었다.
박효준이 돌아서며 부담을 억눌러 떨리는 목소리로 애써 굵게 말했다.
“마취 끝.”
“수술 시작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태수의 인사에 이어 의료진들도 인사했다.
보통 정중하고 깊이 인사하는 게 환자에 대한 예의였지만, 지금은 짧고 굵게 끝냈다.
그만큼 시간이 부족했다.
태수는 곧바로 메스로 복부를 길게 갈랐다.
푸아악!
달리는 사이 고여 있던 출혈이 다시 시작되었다.
이미 수술실을 가득 자극하던 ECG의 소리가 더욱 급격하고 따갑게 변했다.
삑삑삑!
“혈압 로스트, 맥박 최저! 노 간호사님, 수혈 최대로, 그리고 항부정맥제부터 투여해 주세요!”
박효준은 수술실에 감도는 엄청난 압박감을 이겨 내며 오더했다.
노지연 간호사가 바로 오더대로 주사를 준비했다.
그사이 김혁권과 이선정 간호사가 두 손을 정신없이 움직였다.
치직, 콰륵!
썩션으로 피를 흡입하고, 보비로 자잘한 출혈부터 지져 버렸다.
큰 출혈을 먼저 잡아야 하지만 내부가 피로 가득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지금은 눈에 보이는 출혈부터 잡는 게 차라리 효과적이었다.
두 사람이 손 빠르게 움직이는 사이 도성민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불끈불끈한 팔 근육으로 리트렉터를 환부에 걸어 당기는 힘이 엄청났다.
거친 인상만큼이나 화끈했다.
그 덕분에 태수와 정민수는 충분히 확보된 환부 속으로 수술 도구를 넣고 마음껏 움직일 수 있었다.
“민수, 거기 먼저.”
“잡았어. 여기도 나와.”
“그건 내가. 도 선생, 위아래로 좀 더 길게 벌려.”
태수와 정민수는 손을 정신없이 움직이며 짧게 대화를 나눴다.
도성민도 그저 힘으로 당기는 게 전부가 아니라 다른 손으로는 섬세하게 두 사람을 보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출혈을 잡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
삑삑삑!
ECG의 소리는 계속 수술실을 압박했고, 서영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은 박효준은 조금씩 헤매기 시작했다.
“수혈은 일단…… 아니, 지혈제를 먼저 준비해 주세요. 수혈팩은 제가 교체할게요.”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어떻게든 마취의로서 소명을 다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멋지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런 시간이 계속 이어지면 곤란했다.
그 문제는 단숨에 해결됐다.
쾅!
거칠게 문을 열고 닫는 소리와 함께 수술 준비가 끝난 서영우가 들어왔다.
서영우의 시선은 곧장 ECG로 향했다.
수치를 파악함과 동시에 폭포수 같은 오더가 떨어졌다.
“박 선생은 IV로 넘어가. 수혈팩 2개씩 끊어지지 않게. 노 간호사, 마그네슘하고 전해질부터 준비해 줘요. 다들 빨리 움직여!”
“알겠습니다!”
박효준은 죽다 살아난 표정이었다.
그도 마취의로서 수술실 경험이 많았지만, 수술차에서 진행하는 수술은 처음이었다.
익숙하지 않아서 헤매는 정도였지, 터무니없는 행동을 한 건 아니었다.
곧 서영우가 마취의 자리에 섰다.
수술이란 행동을 사람에 비유한다면 태수는 머리와 손이었고, 서영우는 심장이었다.
심장이 원활하게 작동해야 머리와 손이 멈추지 않고 움직일 수 있다.
그게 마취의가 수술에 꼭 필요한 이유이기도 했다.
서영우가 중심을 잡자 태수는 그쪽에 대한 신경을 접었다.
아무래도 박효준은 수술 경험이 적기에 불안한 부분이 있었다.
이제 그런 부담감이 사라지자 태수의 손이 조금 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 선생, 췌장, 비장 쪽 정맥을 확인해 봐.”
“알았어. 이 간호사님, 후크.”
정민수가 수술 도구를 교체하고 움직였다.
태수 또한 김혁권으로부터 수술 도구를 끝이 가는 걸로 바꿔 쥐고 본격적으로 살폈다.
태수가 확인하는 장소는 간정맥과 간문맥, 그리고 대정맥이었다.
출혈이 일어났을 확률이 가장 높은 장소는 간정맥과 간문맥이다. 그 이유는 김대영의 간이 파열된 탓이었다.
여기저기 찢어지고, 또 일부분은 떨어져 나갔다.
충격에 약한 간이라지만 이런 상태라면 충돌 당시 얼마나 큰 압력을 몸으로 견뎠는지 유추할 수 있었다.
복강내출혈의 가장 큰 원인이 간파열인 만큼 살피는 태수의 손길은 신중했다.
그렇게 살피던 중 태수는 간문맥이 찢어진 걸 확인했다.
“찾았어!”
“어디…… portal vein(간문맥)? 이런!”
“손댄 김에 간부터 수습하자.”
“알았어. 알렌 코커, 클램프.”
정민수가 수술 도구를 교체하고 얼른 달려들었다.
태수도 그에 맞게 수술 도구를 바꾸고 문맥부터 차단했다.
“문맥 차단 완료.”
“찢어진 부분을 당장 꿰맬 수 있나?”
“일단 타이트하게 감싸고 흩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봉합해야지.”
태수는 의견을 내고 그대로 수술하기 시작했다.
정민수도 척하면 척이었기에 태수의 의도를 알자마자 보조 방법을 알맞게 바꿨다.
도성민은 간이 잘 보이게 힘으로 도왔다.
곧 태수와 정민수는 본격적으로 간 수술에 들어갔다.
수백 번도 넘게 수술해 본 간이었다.
찢어지고 쪼개진 부위에 따라 수술 방법이 달라졌지만, 두 사람 모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실력자들이었다.
하지만 이번 간의 문제는 호기롭게 달려들 수가 없었다.
간문맥이 찢어졌단 건 일차적인 문제였다.
큰 충격을 받은 간이 안에서부터 크게 손상됐다. 간 조직이 잘게 쪼개져 전체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었다.
찢어진 간문맥은 봉합하면 출혈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정맥혈이 들어간다고 해도 원활하게 돌 수가 없다.
천만다행인 건 간이 충격을 대신 흡수해 대동맥과 하대정맥은 큰 문제가 없다는 점이다.
대를 유지하기 위해 소가 희생된 경우라고 볼 수 있었다.
고민은 짧을수록 좋았다.
태수는 결정을 내리고 정민수에게 말했다.
“우선 문맥부터 잡아서 출혈을 줄이자.”
“그래야지. 그런데 총담관도 찢어진 거 같은데. 대신 쓸개는 괜찮은 거 같아.”
“그럼 그것도 수습해야지. 일단 문맥이 우선이야.”
“알아.”
정민수가 대답하자 태수가 김혁권에게 말했다.
“조명을 좀 더 아래로.”
“이렇게?”
“좋습니다. 최대한 문맥이 잘 보이게 보조해 주세요.”
“그럽시다.”
김혁권은 짧게 대답하고 썩션을 가까이 가져왔다.
콰륵콰륵.
무섭게 출혈을 빨아들이는 덕분에 간문맥이 잠깐잠깐 드러났다.
태수와 정민수는 그 짧은 틈을 놓치지 않았다.
“잡아.”
“잠깐……. 잡았어.”
“위에 잡았고, 받아. 그대로 유지.”
“됐어.”
정민수가 짧게 답하자 태수는 수술 도구를 얼른 니들홀더와 믹스터로 바꿨다.
곧장 태수의 양손이 움직여 찢어진 부분을 봉합하기 시작했다.
봉합사가 가늘지만 간문맥도 만만치 않게 가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