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slayer's Class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41
141화
산상노인은 지크와 보리스를 다시 미로와 같은 긴 복도 쪽으로 안내했다.
한참 동안 복도를 걸어간 뒤에야 그들은 막내 제자가 있는 방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산상노인은 지크에게만 방의 출입을 허락했다.
그가 문을 열기 전에 지크를 보며 말했다.
“해주가 가능하다면 네 의뢰를 받아들이지. 하지만 만약 실패한다면…….”
“그건 그쪽에서 알아서 할 일이지.”
지크는 꽤 자신만만한 목소리였다.
그런 태도에 산상노인은 미심쩍어하면서도 지크를 한 번 믿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절박한 쪽이 거래에서는 불리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산상노인은 천천히 문을 열었다.
동시에 안쪽에서 진한 향 내음이 흘러나왔다.
방 구석구석에 놓인 화로에서 향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마약 성분이 포함된 수면향을 감지합니다.] [체질 만독불침이 수면향을 해독합니다.]지크가 짐짓 모른 척 산상노인에게 물었다.
“왜 이렇게 향을 많이 피워 놓은 거지.”
산상노인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가서 보면 알 거다.”
방 안쪽에 있는 침대 위에는 한 청년이 누워 있었다.
지크와 비슷한 나이대 같았는데, 의식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겉으로만 봐서는 저주에 걸린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때 산상노인이 청년을 덮고 있는 이불을 들췄다.
“흐음.”
지크가 낮게 신음을 흘렸다.
청년의 목 아래는 끔찍했다.
마치 피부 아래 괴물이 들어간 것처럼 흉측한 얼굴들 수십 개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피부가 괴사하여 피고름이 곳곳에서 흐르고 있었다.
한눈에도 단순한 피부병이 아닌 지독한 저주에 걸린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치료사나 마법사들은 뭐라고 하던가.”
산상노인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런 건 처음 봤다고 하더군. 병도 아니고 마법도 아니라고.”
병이나 마법이 아니라면 안젤리나처럼 고대 주술에 걸렸을 가능성이 높았다.
지크가 산상노인을 보며 말했다.
“혹시 나락이라는 곳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나.”
그 말에 산상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적으로 알지는 못하지만 건너 건너서 들은 적이 있지. 상당히 추잡스러운 놈들이라고 들었다.”
“높은 확률로 나락에서 건 저주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
지크의 말에 산상노인이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간질을 위해 쓸데없이 잔머리를 굴리는 거라면 그만둬라. 살막은 그런 세 치 혀로 움직이는 곳이 아니니까.”
“아니, 정말로 그쪽일 가능성이 높아. 그레이엄 가문의 영애인 안젤리나 역시 나락 쪽의 고대 주술사가 의뢰를 받아서 저주를 건 거였으니까.”
“고대 주술사가 나락에만 있는 것도 아닐 텐데 그렇게 특정하는 건 다분히 의심스럽군.”
“그쪽이 그렇게 생각하면야 뭐. 나는 내 생각을 말했을 뿐이니까 알아서 판단하라고.”
산상노인은 아니라고는 했지만, 지크의 말을 듣고 심란한 표정을 지었다.
고대 주술이라는 건 다루기 어려운 신비의 영역이었다.
북쪽 대륙에 그런 주술사들이 더러 있기는 하지만 이 정도로 강력한 저주를 걸 수 있는 주술사는 드물었다.
산상노인은 막내 제자의 몸에 돋아난 저주의 흔적을 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나락이라.’
산상노인의 뇌리에 두 글자가 콱 박혔다.
지크의 의도가 어느 정도 먹혀든 셈이었다.
의식을 잃은 청년을 살펴보던 지크가 산상노인에게 물었다.
“제자의 이름이 뭐지?”
“아이라만.”
“아이라만은 계속 의식이 없는 건가.”
“아니, 일부러 수면향으로 잠을 재워 둔 거다. 깨어 있으면 저 흉측한 것들도 함께 깨어나니까.”
“저것들이 살아 움직이는 건가?”
“그래. 숙주의 살과 피를 안쪽에서부터 서서히 빨아먹고 자신들의 몸을 불리지.”
말만 들어도 지독한 저주인 듯싶었다.
‘흐음, 정화로 해결이 되려나 모르겠네.’
안젤리나의 경우에는 저주받은 망령이 붙어 있어서 정화만으로 떼어 내는 게 가능했는데 아이라만은 피부에 직접 저주의 기생체가 자라고 있어서 상황이 달랐다.
지크가 산상노인에게 물었다.
“저걸 피부에서 잘라 내는 건 시도해 본 건가.”
“시도해 보려 했지만 포기했다. 마법사들이 말하길 저놈들의 뿌리가 혈관 곳곳에 박혀 있어서 제거하는 순간 제자가 죽을 수도 있다고 하더군.”
여러모로 골치 아픈 저주였다.
지크는 산상노인에게 말했다.
“뜨거운 물과 마른 수건, 소독한 수술용 칼과 구속구를 준비해. 준비가 되면 나가고.”
“내가 옆에서 지켜보겠다.”
“안 돼. 치료 과정은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그걸 보고 막았다가는 당신 제자가 위험할 수도 있어.”
산상노인은 제자의 방에 지크 혼자 두는 게 불안하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는 지크가 원하는 것을 준비해 둔 뒤 밖으로 나갔다.
산상노인이 나가자 지크는 우선 구속구로 의식이 없는 아이라만의 팔과 다리를 고정시켰다.
“깨서 움직이면 골치 아프니까 이렇게 두고.”
지크는 아가멤논의 마스크를 착용했다.
먼저 정화의 힘을 펼쳐 봤다.
우우우우웅!
황금빛 오오라가 아이라만의 몸에 흘러들었다.
그러자 피부에 붙어 있던 기생체들이 기묘한 소리를 내며 깨어나기 시작했다.
“으으으으.”
기생체가 깨어나자 아이라만이 고통스러운 듯 몸을 뒤틀며 깨어나려 했다.
지크는 정화의 오오라를 거두었다.
그러자 기생체들이 다시 얌전해졌다.
‘정화만으로는 제거하기 어려울 것 같네.’
저주가 망령의 형태로 붙어 있던 안젤리나와는 달리 직접 몸에 기생체처럼 붙어 있어서 외과 수술이 병행되어야 할 듯했다.
지크는 산상노인이 준비한 수술용 칼을 집어 들었다.
“수술은 오랜만이군.”
전생에서 지크가 하이랜더로 활동하던 시절 종종 다른 하이랜더와 함께 임무를 수행할 때가 있었다.
하이랜더들은 하나 같이 독특한 성격과 특기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중에는 나가족 마법사도 있었는데 특이하게도 외과 수술이 특기였다.
뭐든 배워 두면 좋다는 지론을 가졌던 지크였기에 그에게서 간단한 수술 기술을 전수받았었다.
지크는 다양한 크기의 수술용 칼을 들고 순수한 불을 일으켜 한 번 더 소독을 했다.
그러고는 정화의 힘을 수술용 칼에 불어넣었다.
우우우웅!
수술용 칼에도 정화의 칼날이 깃들어 황금빛 오오라를 뿜어냈다.
“좋아, 한번 해 보자.”
지크는 가볍게 팔뚝에 붙은 기생체를 향해 정화의 칼날을 가져다 댔다.
츠츠츠―
칼날이 닿자마자 갑자기 기생체가 눈을 번쩍 떴다.
그에에에엑!
기생체가 입을 쩍 벌리고 끔찍한 비명을 질러 댔다.
그러자 잠들어 있던 기생체들이 하나둘씩 눈을 뜨기 시작했다.
지크는 당황해서 일단 소리 지르는 놈을 칼로 그대로 잘라 냈다.
철퍽!
잘라 낸 기생체는 바닥에 떨어지자 악취를 내며 바닥에서 녹아 버렸다.
그런데 잘라 낸 자리에서 새로운 기생체가 꿈틀거리며 자라나기 시작했다.
“뭐 이딴 놈들이 다 있어.”
뿌리까지 제거하지 않으면 계속 자라나는 모양이었다.
“으으음.”
의식을 잃었던 아이라만이 고통 때문에 정신이 드는지 신음 소리를 냈다.
지크는 인벤토리에 있던 샌드맨의 모래를 꺼내 아이라만을 다시 재웠다.
하지만 기생체들은 완전히 깨어났는지 흉측한 소리를 내며 그의 피부 위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지크는 고민을 하다가 얼마 전에 마족 그리에스모달을 괴롭혔던 성화를 떠올리고는 그 즉시, 성화를 불러냈다.
화르르륵!
하얀 불꽃이 지크 앞에 피어났다.
그때 성화의 빛을 받은 기생체 중 하나가 온몸을 뒤틀며 비명을 질렀다.
“효과가 있는 것 같은데.”
지크는 팔에서 재생하려는 기생체를 다시 정화의 칼날로 떼어 내고 그곳에 성화의 빛을 비추었다.
치이이이익!
그러자 이번에는 뿌리가 빛의 힘에 의해 자라나지 못했다.
지크는 용안으로 아이라만의 맥박을 확인했다.
기생체를 제거해도 별문제가 없었다.
“좋아. 요령을 알겠군.”
지크는 팔과 다리에 붙어 있는 기생체들 먼저 정화의 칼날로 떼어 내고 성화의 빛으로 뿌리를 태워 버렸다.
가끔 피가 솟구치면 광역 버프를 이용해 힐링을 썼다.
아이라만의 몸에 난 상처가 말끔히 고쳐지면서 출혈이 멈췄다.
한 시간이 넘게 기생체와 싸운 지크는 식은땀을 닦았다.
“후우, 레이디 안젤리나의 저주도 독했는데 이놈은 정말 더하네.”
몸에 있는 기생체는 거의 다 제거한 상태로, 딱 하나가 남아 있었다.
바로 아이라만의 심장에 붙어 있는 놈이었다.
용안으로 아이라만의 몸을 살핀 지크는 이 심장에 붙은 놈이 다른 기생체들을 퍼뜨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놈이 주범이구만. 저것만 제거하면 해결되겠군.’
반대로 말하면 저걸 해결하지 못하면 다시 기생체가 얼마든지 퍼질 수 있다는 뜻이었다.
지크는 심호흡을 하고 정화의 칼날을 아이라만의 왼쪽 가슴에 갖다 댔다.
혹시라도 칼이 심장을 잘못 찌를 수 있으니 언제든 회복시킬 수 있도록 힐링과 포션을 준비해 뒀다.
푸욱!
정화의 칼날이 아이라만의 왼쪽 가슴 아래쪽을 갈랐다.
갈빗대까지 잘라 낸 지크는 심장에 들러붙어 있는 흉측한 기생체를 발견했다.
“이런…….”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했다.
기생체가 거의 심장과 일체화된 상태로 함께 맥동하고 있었다.
지크는 미간을 찡그리며 어떻게 할지 고민을 했다.
‘그냥 잘라 버리면 심장의 절반이 날아갈 텐데.’
힐링으로 심장까지 회복이 될지 알 수가 없었기에 고민이 더 깊어졌다.
“저 기생체 놈이 스스로 떨어질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때 지크의 머릿속에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혹시 히드라의 독을 쓴다면……?”
기생체는 숙주에게 깃들어서 피를 빨고, 살을 삼키는 존재다.
그런데 만약 숙주의 몸에 자신을 죽일 수 있는 독이 퍼진다면 더 이상 기생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았다.
지크는 고민을 하다가 손끝에 히드라의 독을 만들어 냈다.
치명적인 독이 그의 손끝에 몇 방울 맺혔다.
지크는 독의 작용 속도를 최대한 늦추도록 만들었다.
그러고는 아이라만의 입에 히드라의 독을 몇 방을 떨어뜨렸다.
지크의 용안에 히드라의 독이 서서히 퍼지는 것이 보였다.
잠시 후, 심장 안에 웅크리고 있던 기생체가 뭔가 이상한 걸 느꼈는지 몸을 뒤틀었다.
키에에에에엑―
녀석이 심장에서 뿌리를 뻗어 다른 기생체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아이라만의 몸에 있는 히드라의 독을 밖으로 배출하려 했다.
하지만 지크는 피부 밖으로 튀어나온 기생체를 곧바로 정화의 칼날로 잘라내 버렸다.
케게게켁―
독을 배출하는 데 실패한 기생체는 점차 아이라만의 몸에 독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녀석이 머물고 있는 심장에도 독이 서서히 돌았다.
독의 효과는 느리지만 확실하게 나타났다.
아이리만의 몸이 점차 죽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심장에 붙어 있던 기생체는 당황하며 온몸을 꿈틀거렸다.
그러더니 뿌리 중 하나가 심장에서 떨어져 나왔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뿌리는 떨어져 나옴과 동시에 지크를 향해 날아왔다.
슈슉!
날카로운 뿌리가 지크의 손등을 찔렀다.
그러더니 꿈틀대며 지크의 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호오, 이것 봐라.”
죽어 가는 숙주 대신 다른 숙주를 찾으려는 본능인 듯싶었다.
어느새 심장에 붙어 있던 남은 기생체가 서서히 아이라만의 심장에서 떨어져 나왔다.
거의 일체화되어 있던 뿌리들이 심장에서 분리가 된 것이었다.
기생체의 뿌리가 떨어지자마자 지크는 곧장 아이라만을 향해 힐링을 사용했다.
그러고는 들고 있던 포션을 그의 입에 먹였다.
아이리만의 상처가 서서히 아물어갔다.
지크는 곧장 아이리만의 몸에서 히드라의 독을 뽑아냈다.
그러고는 자신의 손등을 타고 팔목까지 기어가는 기생체를 향해 독을 몇 방울 떨어뜨렸다.
키에에에엑!
지크는 손으로 기생체를 잡고 외쳤다.
“정화.”
우우우우웅!
황금빛 오오라가 지크의 몸을 휘감았다.
기생체가 비명을 내지르며 그대로 재가 되어 사라져 버렸다.
지크는 손을 탁탁 털며 이를 갈았다.
“진짜 끔찍하군. 이딴 저주를 건 놈은 도대체 어떤 놈이야.”
아마도 그건 산상노인이 눈에 불을 켜고 알아서 찾을 듯했다.
지크는 아이라만의 맥을 다시 확인했다.
다행히 모든 것이 정상적이었다.
지크는 혹시 몰라 아이라만의 몸에 정화 스킬을 몇 번 더 쓴 뒤에야 해주를 마무리했다.
“드디어 끝났군.”
지크는 방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산상노인에게 치료가 끝났음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