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slayer's Class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370
370화
콰드드드득!
바하무트가 바이퍼의 몸을 세로로 갈라 버렸다.
‘해치운 건가.’
지크는 끝없이 탐하는 자의 낫을 흡수해서 얻은 분신 스킬과 벨리알의 권능 ‘기만’을 이용해 바이퍼가 만든 마물들을 상대하는 또 다른 자신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
벨리알의 권능인 기만은 단순히 상대방을 속이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현실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쳤다.
뜨겁다는 속성을 기반으로 기만하고자 하면 대상자는 실제로 뜨거움을 인지하고 진짜 화상을 입게 되면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구분할 수 없게 되는 무서운 권능이었다.
그렇게 지크의 실체화된 분신이 괴물들을 상대하는 동안 그는 영령화 스킬을 사용해 바이퍼의 뒤를 노린 것이었다.
해주 스킬과 금력의 장, 혼신기 ‘분쇄의 의지’까지 실어 일격 필살의 검을 내리꽂았으니, 그대로 바이퍼가 격살되었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그때 갈라진 바이퍼의 몸에서 수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취이이이익―
이내 수증기가 뭉치면서 원래의 바이퍼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이퍼는 낫을 쥔 채 목을 돌리며 지크를 노려봤다.
“건방진 인간 놈 주제에…….”
지크는 바이퍼에게 틈을 주지 않고 곧장 달려들었다.
우우우웅!
바하무트를 집어넣고 다시 해머를 꺼내 든 지크는 강력한 힘이 깃든 해머를 휘둘러 바이퍼의 몸을 후려쳤다.
콰쾅!
해머가 몸에 꽂히자 바이퍼의 몸이 폭발하듯 흩어졌다.
지크는 흩어진 바이퍼의 몸체를 향해 동결의 권능을 펼쳤다.
쩌저저적!
절대 영하의 온도로 바이퍼의 흩어진 몸체가 모두 얼어 버렸다.
지크는 주변을 경계하며 바닥에 떨어진 거대한 낫을 집어 들었다.
우우우웅!
낫이 진동을 일으키며 지크의 손길을 거부했다.
‘반항해 봐야 소용없다.’
지크는 신경 쓰지 않고 그대로 그림자를 통해 낫을 흡수하려 했다.
그런데 그때, 뒤에서 뭔가가 날아왔다.
콰쾅!
지크가 착용한 헤르시온의 등판에 거대한 충격이 느껴졌다.
뒤를 돌아보니 놀랍게도 다시 원상태로 돌아온 바이퍼가 지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바이퍼는 아까와 같이 장난스러운 미소가 아닌 잔뜩 열이 받은 표정으로 지크를 노려보는 중이었다.
어느새 지크가 들고 있던 낫은 스르륵 녹아서 사라지고 다시 바이퍼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빌어먹을 놈이! 네놈의 그 무기! 도대체 뭐냐아! 도대체 뭐길래 몇 번이나 분신을…….”
순간 바이퍼는 자신이 말실수를 했다는 걸 깨달았다.
지크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바이퍼를 보며 말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군. 네놈은 상급 마족 바이퍼가 아니다. 분신체를 조종하는 ‘끝없이 탐하는 자’ 자체라고 해야겠군.”
그 말을 들은 아라타소가 기겁을 하며 외쳤다.
[저놈이 성좌라니, 그게 무슨 소리냐! 저 녀석은 그의 권속인 바이퍼…….]지크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알려져 있었겠지. 하지만 내가 말했잖아. 끝없이 탐하는 자는 영혼의 분열과 증식이 가능하다고.”
지크가 바이퍼를 겨누며 말했다.
“상급 마족이라 알려진 바이퍼. 저놈은 끝없이 탐하는 자 자체의 영혼이 분열하고 증식해서 만들어진 분신체라고 할 수 있다.”
아라타소는 지크의 말에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그럴 리가! 권속을 받아들이면 될 일을 굳이 자신의 영혼을 써서 분신체로 만들 이유가 어디에 있다는 말이냐!]그 말에 지크가 바이퍼를 보며 말했다.
“끝없이 탐하는 자는 탐욕만 있을 뿐, 자신의 권속에게 내려줄 만한 능력은 없으니 그렇겠지.”
[뭐?]아라타소는 지크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가 아는 끝없이 탐하는 자는 지크의 말처럼 탐욕이 강하긴 했다. 하지만 탐욕만큼이나 강한 능력을 가진 성좌였다.
아라타소의 혼란스러움을 느낀 지크가 해머로 바이퍼를 겨누며 말했다.
“놈은 영혼을 분열시키고 증식해서 허수의 화폐를 만드는 능력만 있는 거다. 그래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생기면 곧장 증식시킨 영혼을 가져가서 값을 치르고 가져오는 거지. 그렇게 거래를 통해 가져온 것으로 자신의 능력을 포장하고, 미친 분신들로 마족들에게도 두려움을 심어 왔겠지. 지독한 장난과 거짓말로 말이야.”
지크의 말을 모두 들은 바이퍼가 낫을 빙빙 돌렸다.
아까의 장난스러웠던 태도는 모두 사라진 채 지크를 당장이라도 찢어 죽이겠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가 지크를 향해 입을 열었다.
“벌레 같은 인간 놈이 헛소리를 지껄이는구나.”
지크는 손바닥으로 해머를 툭툭 치며 말했다.
“헛소리인지 아닌지 한번 보자고. 보아하니 네가 가진 분신 중 바이퍼에 가장 공을 들인 것 같은데. 네가 이 분신을 몇 번이나 더 만들 수 있는지 시험해 보겠어.”
끝없이 탐하는 자는 증식한 영혼을 이용해 카르마를 속이고 자신의 힘을 지닌 분신체를 조종하고 있었다.
만약 지불한 영혼이 모두 사라지면 다시 카르마의 제재를 받게 될 터였다.
휘이이익!
바이퍼가 낫을 훙훙 휘두르다가 그날을 땅에 꽂았다.
츠츠츠츠―
낫의 날이 땅에 박히자 기괴한 기운이 그 안에 스며들었다.
콰드드드드득!
땅이 갈라지고 그 안에서 붉은 갑옷을 입은 기사와 검은 갑옷을 입은 해골 기사, 거대한 몸집의 마수형 전사들이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땅속에서 기어 나온 마계의 권속들을 본 아라타소가 깜짝 놀랐다.
[맙소사! 저건 블러드킵의 블러드 나이트에, 아바돈의 심연의 기사…… 거기에 ‘가장 낮은 곳의 주인’만을 따르는 마수 전사까지?]마계의 내로라하는 권속들이 땅속에서 기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아라타소는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땅속에서 기어 나온 수십의 권속들이 지크를 향해 살기를 내비쳤다.
바이퍼는 땅에 낫을 박아 넣은 그대로 지크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가 바이퍼를 보며 말했다.
“강한 권속들인 걸 보니 완전히 사진 못했고 빌려오는 권리를 거래한 건가. 그 낫이 거래의 증표인 모양이군.”
분신체인 바이퍼를 조종하고 있는 끝없이 탐하는 자는 지크의 말에 이를 갈았다.
인간 주제에 악마 사이의 거래 원리와 그 생리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마치 자신의 속마음이 낱낱이 파헤쳐지는 것 같았다.
그가 빌려 온 권속들을 향해 외쳤다.
“당장 저놈을 갈기갈기 찢어 버려라!”
크어어어!
가장 먼저 머리가 세 개 달린 웨어울프를 닮은 마수 전사가 지크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전에 지크에게 영혼의 일부를 흡수당한 999마리 마수의 주인인 그리에스모달과 같은 ‘가장 낮은 곳의 주인’을 섬기는 마수 전사는 흉포한 만큼 강인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지크의 해머 앞에서는 마수 전사의 흉포함 역시 소용없었다.
콰쾅!
금력이 실린 해머 한 방에 마수 전사가 바닥에 깊이 처박혔다.
크르르르르―
다른 마수 전사들이 이빨을 드러내며 지크를 향해 위협적으로 달려들었다.
지크 역시 곧장 마수 전사들을 향해 해머를 들고 맞부딪쳐 갔다.
콰쾅!
해머가 휘둘러질 때마다 마수 전사들의 뼈가 부서지고, 날카로운 이빨이 깨져 사방으로 튀었다.
지크는 악마 사냥술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망설임 없이 마수 전사들의 골통을 단숨에 부숴 버렸다.
만약 투신 티르가 지금 지크의 움직임을 봤다면 흐뭇해하며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었다.
후우우웅!
지크의 해머가 멈추었을 때는 주변에 피떡이 된 마수 전사들의 시신만 잔뜩 쌓여 있었다.
지크가 잠시 숨을 고르며 그림자를 움직여 마수 전사들의 시신을 흡수했다.
다시 처음처럼 힘을 회복한 지크가 마수전사들의 피가 질척하게 묻은 해머를 툭툭 두드리며 뒤에 있는 바이퍼에게 말했다.
“얼마 주고 얘들을 빌려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값을 제대로 못 한 것 같은데 말이야.”
지크의 빈정거림에 바이퍼가 이를 갈며 외쳤다.
“뭐 하고 있는 거냐! 빨리 저놈을 어서 죽여라!”
아까까지의 장난스러운 말투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이번에는 뒤에 도열해 있던 블러드 나이트와 심연의 기사가 지크를 향해 달려들었다.
후우우웅!
블러드 나이트들은 주변에 붉은 안개를 만들며 자신들의 영역을 넓혀 갔고, 심연의 기사들 역시 이와 비슷하게 검은 연기를 흩뿌렸다.
츠츠츠츠츠―
붉은 안개와 검은 연기가 지크의 주변을 감싸기 시작했다.
이전에 뒤집힌 탑에서 로열 뱀파이어인 가린을 상대할 때 이 붉은 안개 때문에 고생을 했던 것이 떠올랐다.
지크는 녹색검을 잡은 채 아라타소에게 작게 말을 걸었다.
“블러드 나이트는 이전에 상대해 본 적 있는데, 심연의 기사라는 놈은 뭐냐.”
지크의 질문에 아라타소가 대답을 했다.
[추락한 성좌들 중 가장 강한 여섯 악마 중 하나가 바로 ‘심연의 주관자’다. 그의 영역인 아바돈을 지키는 어둠의 기사들이다. 저들이 내뿜는 어둠은 심연 그 자체를 재현해 낸 결계다. 그 어떤 공격도 심연의 어둠이 모두 삼켜 버린다.]듣고 보니 심연의 기사가 내뿜는 어둠의 결계가 더 골치 아플 듯했다.
‘심연의 어둠이라.’
지크는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을 들여다보며 기척을 느끼려 했다.
하지만 주변에 깔린 어둠이 감각을 방해하며 그 무엇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때 지크의 머릿속에 뭔가가 떠올랐다.
“라벤, 나와서 밥값 좀 해 봐라.”
지크가 어깨 쪽을 바라보며 말하자 어느새 라벤이 차원의 경계를 넘어 모습을 드러냈다.
꾸루루루루―
잘 먹고 잘 자더니 처음 알에서 태어났을 때보다 확연히 성장한 라벤이었다.
라벤이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심연의 어둠을 보더니 이내 날개를 펼치고 날아올랐다.
그러고는 길게 울부짖으며 봉황성을 내질렀다.
이이이이이이잉―
인간의 청각으로는 들을 수 없는 봉황성이 심연의 어둠을 뒤흔들며 퍼져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놀랍게도 라벤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심연의 어둠이 걷히기 시작했다.
‘허?’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라벤을 소환했던 지크는 진짜 봉황성으로 심연의 결계가 깨지자 깜짝 놀랐다.
츠츠츠츠츠―
심연의 결계가 깨지자 주변은 블러드 나이트가 펼쳐 놓은 듯한 붉은 안개가 가득했다.
지크가 씨익 웃으며 롤랑을 꺼내 들었다.
“이 정도는 내가 해결할 수 있지.”
그는 롤랑을 하늘 위로 뻗어 올리고는 곧장 성광기를 쏟아 냈다.
파지지지지직!
강력한 빛의 전격이 붉은 안개를 비롯해 지크에게 다가오고 있던 블러드 나이트들을 향해 떨어졌다.
콰콰쾅!
성광기에 맞은 블러드 나이트들이 힘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그러자 그 뒤에 있던 나머지 블러드 나이트와 심연의 기사들이 지크를 향해 다가왔다.
지크가 다시 그들을 상대하려고 준비하는 그때, 라벤이 하늘을 빙빙 돌다가 봉황성을 멈추고 지크의 투구 위에 앉았다.
지크가 인벤토리에서 육포를 꺼내 라벤 쪽으로 휙 던져 줬다.
라벤은 익숙하게 육포를 받아서 뜯어 먹었다.
“수고했다 라벤. 일단 들어가서 쉬어라.”
라벤이 육포를 뜯어 먹으면서 차원의 틈으로 모습을 숨겼다.
지크는 다가오는 마계의 기사들을 보며 해머 손잡이에 사슬을 연결했다.
“어디 니들 몸뚱이는 얼마나 단단한지 보자.”
훙훙훙훙!
지크가 사슬을 잡고 해머를 돌리자 대기를 가르는 살벌한 소리가 났다.
그는 어느 순간, 마계의 기사들을 향해 해머를 집어 던졌다.
후우우웅!
강력한 힘이 실린 해머가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콰콰콰콰!
가장 앞에 있던 블러드 나이트 중 하나가 해머에 맞고 그대로 몸통이 뚫린 채 쓰러졌다.
지크는 사슬을 잡아당겨 날아가는 해머의 방향을 바꿨다.
그러자 해머가 길게 원을 그리며 사슬이 권속들을 휘감았고,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지크가 사슬에 성광기를 흘렸다.
파지지지지직!
천뢰가 발동하며 수십 개의 빛의 전격이 사슬 안에 휘감긴 권속들에게 떨어졌다.
주변을 감싸고 있는 사슬이 일종의 결계가 되어 천뢰의 전격을 반사해 권속들에게 배로 타격을 줬다.
키에에에엑!
덕분에 바이퍼가 소환한 권속들은 제대로 힘을 발휘해 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소멸되어 사라지고 말았다.
이를 지켜보던 바이퍼의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
지크가 그런 바이퍼를 보며 말했다.
“표정이 안 좋은 걸 보니 빌린 권속들이 해를 입으면 페널티가 있는 모양이지? 잘하면 오늘 안에 너를 파산시킬 수 있을 것 같군.”
얄미울 정도로 악마의 거래에 대해 속속들이 아는 지크를 보고 바이퍼가 이를 갈았다.
바이퍼가 품에서 단검 하나를 꺼냈다.
끝없이 탐하는 자가 아닌 다른 성좌의 힘이 느껴지는 신물이었다.
아라타소가 그 힘을 느끼고는 지크를 향해 외쳤다.
[저 단검 안에서 ‘끊임없는 투쟁의 심판자’의 힘이 느껴진다!]‘끊임없는 투쟁의 심판자’는 투마족의 지배자이자 발록들의 주인인 강한 악마였다.
바이퍼가 그 단검으로 자신의 심장을 찔렀다.
츠츠츠츠―
단검이 심장에 꽂히자 놀랍게도 바이퍼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광대의 가면은 그대로인 상태에서 머리에 뿔이 자라고 손, 발이 길어지며 등 뒤에서는 날개가 돋아났다.
마치 광대와 발록이 합쳐진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지크는 갑자기 모습이 변해 버린 바이퍼를 보고 이전과 다른 상태의 어떤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추락한 성좌인 끊임없는 투쟁의 심판자와 끝없이 탐하는 자의 힘이 합쳐지며 바이퍼가 화신체로 각성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