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slayer's Class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673
673화
지크는 공중에 떠 있는 나락의 흑마법사들을 노려보며 레바테인을 치켜들었다.
‘나락의 흑마법사들이 아직 남아 있었을 줄이야.’
제사장인 하비 드레이커가 지크에게 흡수되어 사라진 후 중앙 대륙에 남아 있던 나락은 거의 붕괴한 상태였다.
지크의 흑검 기사단은 물론 하이랜더들 역시 중앙 대륙 곳곳을 뒤지며 나락의 흔적을 찾아 흑마법사들을 박멸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락은 이번에도 끈질기게 살아남아 이 버려진 대륙에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설마 나락 역시 애초부터 아서 드레이커와 연관이 있었던 건가.’
나락과 손을 잡은 것은 지멘스의 가주인 라몬 지멘스였다.
하지만 이 역시 아서 드레이커가 보이지 않는 모략으로 지멘스와 나락을 붙여 두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실제로 마피아 조직이었던 노스트라 패밀리는 아서 드레이커의 지원을 통해 아틀라스 지하에서 끔찍한 인체 실험을 자행했었기 때문이다.
지크는 아서 드레이커가 만들어 낸 완벽한 신인류라 불리는 아폴리온 기사단을 떠올렸다.
나락과 미친 황제 시절의 롬 제국, 노스트라 패밀리, 지멘스 등이 행한 인체 실험 결과가 그들을 만들어 내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려웠다.
‘결국 중앙대륙에서 일어났던 모든 사건의 원흉은 아서 드레이커라는 말인가.’
우우우우웅!
지크의 분노와 함께 레바테인에서 강렬한 빛이 일렁였다.
공중에 모습을 드러낸 나락의 흑마법사들은 그것을 보고도 아스모데우스의 게이트를 지키려는 듯 미동도 없었다.
지크가 그들을 향해 망설임 없이 검을 휘둘렀다.
촤아아아악!
번쩍이는 검광과 함께 아스트랄 소드가 아스모데우스의 게이트를 향해 날아갔다.
그 공격에 게이트 주변을 지키고 있던 나락의 흑마법사들이 기괴한 모양의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쩌저저저적!
그러자 게이트 앞에 반투명한 막이 생기더니 영역 전체가 다른 차원으로 이탈하면서 지크의 공격에 전혀 타격을 받지 않고 그것을 그대로 관통시켰다.
츠츠츠츠―
그렇게 물리적 공격이 통하지 않는 분리된 차원 안에서 흑마법사들은 아스모데우스를 현상계로 강림시키는 의식을 계속 진행했다.
지크는 흑마법사들이 들고 있는 지팡이에서 낯설지 않은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다크 매터, 그리고 뒤틀린 인과율.’
아예 다크 매터로 이루어져 있는 지팡이를 들고서, 뒤틀린 인과율을 이용해 법칙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지크는 흑마법사들이 뒤틀린 인과율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고 이들이 아서 드레이커와 연관이 되어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놈들이 이곳에 있다는 것은…… 아서 드레이커 쪽은 이미 버려진 대륙에 도착했다는 뜻이구나.’
아서 드레이커 역시 마왕의 영혼이 봉인된 최후의 탑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내가 이곳에 올 것을 알고 미리 나락의 흑마법사들을 배치해 진로를 방해하려 한 것이 틀림없다. 설마 대군주인 아스모데우스를 이곳에 직접 강림시키는 수를 쓸 줄은 몰랐지만.’
지크는 게이트를 보며 아까 아스모데우스가 다급히 했던 말을 떠올렸다. 당시 상황을 통해 유추해 볼 때 자신이 메피스토펠레스를 봉인한 것이 뭔가 영향을 미친 듯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심연 속에 봉인된 메피스토펠레스를 풀어 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음험한 모략을 꾸미기 좋아하는 대악마를 풀어놓았다가는 언제 어떻게 사고를 칠지 알 수 없었다.
지크는 게이트에서 상체가 거의 다 빠져나온 아스모데우스를 보며 아스칼론까지 꺼내 들었다.
‘놈을 다시 마계로 돌려보낸다.’
상황을 파악하는 건 나중으로 미뤄 두고 우선은 나락의 흑마법사들을 쓸어버린 뒤 아스모데우스를 다시 마계로 돌려보내는 데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쿠드드드드드―
게이트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아스모데우스는 여전히 이성을 잃은 채였는데, 지크는 나락의 마법사들을 해치우면 아스모데우스가 본래의 이성을 찾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렇다면 그를 되돌려 보내는 것도 한결 쉬울 것이었다.
그런데 그때 엘리자베타의 음성이 그의 귓가에서 울려 퍼졌다.
―군주시여!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부터 마수로 추정되는 정체불명의 생명체 수천이 이곳으로 오고 있는 것이 파악되었습니다!
버려진 대륙에 서식하는 몬스터들과 마계에서 소환된 몬스터들에 이어서 마수들까지 이곳으로 몰려온다는 소식에 지크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진퇴양난이로군.’
힘을 아끼며 상황을 파악할 때가 아니었다.
지크는 지금 상황을 타파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이내 그림자에서 가디언을 하나 소환했다.
“칼리귤라.”
바로 삼지안 일족과 함께 중앙 대륙의 거점 중 하나를 지키고 있던 칼리귤라를 이곳으로 불러낸 것이다.
혈왕의 영혼으로 만들어 낸 강력한 소환수인 칼리귤라는 오만한 구원자의 보물 중 하나인 ‘저주받은 왕의 머리뼈로 만든 왕관’을 쓰고 생전의 혈왕 시절보다 더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된 상태였다.
지크가 그런 칼리귤라를 보며 말했다.
“혈안으로 몬스터들을 통제해라. 그리고 몰려드는 마수들을 막아라.”
칼리귤라는 지크의 명령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공중을 날아 몬스터들이 몰려드는 성벽으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이마에 있는 혈안을 개방하여 몬스터들을 향해 그 힘을 펼쳤다.
우우우우웅!
왕관에 의해 더욱 증폭된 혈안의 힘이 성벽으로 몰려들던 몬스터들의 의식을 점점 잠식해 갔다.
그리고 잠시 후, 수천의 몬스터가 칼리귤라의 힘에 굴복해 종속되었다.
칼리귤라는 지크의 명령에 따라 몬스터들을 움직여 저 멀리서 다가오는 마수들을 막도록 했다.
쿵! 쿵! 쿵! 쿵!
몬스터들이 오와 열을 맞춰 뒤쪽으로 진군하기 시작했다.
겨우 급한 불을 일부 끈 지크는 다시 아스모데우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쿠그그그그!
거대 키메라화가 진행된 아스모데우스는 몸이 거의 무릎까지 빠져나온 상태였다.
지크는 레바테인과 아스칼론을 들고 공중으로 몸을 띄웠다.
다크매터로 만들어진 지팡이를 들고 있는 나락의 흑마법사들이 그런 지크를 경계하며 아스모데우스가 완전히 강림하도록 그 자리를 지켰다.
이를 본 지크가 흑마법사들을 향해 말했다.
“너희들의 힘으로 나를 막을 수 있을 것 같으냐.”
말과 함께 지크는 오버 클럭을 가동해 신격을 드러냈다.
쿠구구구구구!
본격적으로 신격을 개방한 지크의 힘은 나락의 흑마법사들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그가 내뿜은 기세만으로도 마법사들은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을 정도였다.
그 상태로 지크가 고요히 아스칼론을 들고 마법사들을 향해 검 끝을 겨누었다.
파지지지지직!
성혼기의 찬란한 빛을 품은 백색의 전격 수십 줄기가 흑마법사들을 향해 날아갔다.
이를 본 흑마법사들이 이번만큼은 당황하며 지팡이를 들고 전격을 막으려 들었다.
츠츠츠츠―
뒤틀린 인과율로 내리꽂히는 전격을 왜곡시켜 공격을 피하려 했지만, 그들의 힘으론 한계가 있었다.
이내 그들을 향해 쏟아지는 전격이 점차 늘어나더니, 수십 줄기가 수백 줄기가 되어 영역 전체를 가득 채워 갔다.
파지지지지지직!
스치기만 해도 온몸의 신경이 불타 버리고 근육이 오그라드는 빛의 전격에 나락의 흑마법사들은 눈에 띄게 당황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이를 막아 내려 했다.
지크는 차가운 눈빛으로 흑마법사들을 보며 말했다.
“마음껏 발버둥 쳐 봐라. 어차피 네놈들은 이 지옥에서 빠져나갈 수 없을 거다.”
동시에 지크는 전격을 더 강하게 내질렀다.
전격의 폭풍이 일면서 흑마법사들의 몸을 휘감았다.
뒤틀린 인과율을 이용해 전격을 어느 정도 왜곡시키던 흑마법사들도 점점 힘에 부치는지 아스모데우스의 게이트 쪽으로 주춤주춤 밀려났다.
지크가 레바테인을 들고 그런 흑마법사들을 향해 암혼기를 펼쳤다.
쿠구구구구!
뒤틀린 인과율을 상쇄시킬 수 있는 암혼기의 파동이 일렁이자 다크매터로 이루어진 지팡이에서 검은 연기가 흘러나왔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마법사들이 당황하며 지팡이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그러는 사이 다크매터에서 흘러나온 연기는 지크 쪽으로 흡수되어 카르마 포인트로 화했다.
지크가 여전히 허둥대는 마법사들을 노려보며 나지막이 읊조렸다.
“모두 사라져라.”
뒤틀린 인과율의 힘이 사라지면서 성혼기를 품은 전격이 그대로 마법사들을 휩쓸었다.
“끄아아아악!”
“카아아악!”
단말마의 비명을 내지르며 나락의 마법사들은 한순간에 검은 재가 되어 흩어졌다.
그들이 들고 있던 지팡이 역시 부서져서 가루가 되었고, 그것들은 그대로 지크의 그림자 속으로 흡수되어 사라졌다.
아서 드레이커가 준 다크매터의 힘을 믿고 앞으로 나선 것일 테지만 신격을 개방한 지크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그는 게이트에서 거의 빠져나온 아스모데우스를 향해 몸을 돌리며 말했다.
“아스모데우스, 이제 정신이 좀 드나.”
지크가 그에게 말을 걸었지만, 아스모데우스는 여전히 이성을 찾지 못한 상태였다.
그를 잠시 살피던 지크는 직접 아스모데우스를 마계로 역소환한 뒤 게이트를 닫아야겠다고 생각하며 그쪽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런데 그때였다.
우우우웅!
아스모데우스의 몸에서 기이한 힘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의 눈동자가 붉게 물들더니 키메라의 형태로 지크를 향해 입을 쩍 벌렸다.
벌어진 입에서 용암과 강한 산성 물질이 튀어나와 지크를 향해 쏟아졌다.
콰콰콰콰콰!
지크는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산성 물질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의 앞에 반투명한 막이 생성되어 아스모데우스가 토해 낸 산성 물질을 막아 내었다.
그렇게 땅 밑으로 쏟아진 산성 물질들은 버려진 대륙의 대지를 녹이며 불길한 녹색 연기를 내뿜었다.
지크는 이를 보고 미간을 그러모았다.
‘이건…….’
그러는 사이 아스모데우스가 게이트를 모두 빠져나왔다.
쿠구구구구!
키메라의 형태를 한 아스모데우스의 본체는 용과 그리핀, 바질리스크를 섞어 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모습은 기괴했으나 마계의 대군주답게 뿜어져 나오는 위엄과 기세가 대단했다.
날개를 펼치고 그 모습을 드러낸 것만으로도 영역 전체를 짓누르는 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쿠구구구!
지크는 현상계에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아스모데우스를 바라봤다.
본래라면 카르마의 제재를 받아 결코 본체로 현상계에 강림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메피스토펠레스 역시 자신의 화신인 아나스타샤를 통해서만 현상계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심지어 그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카르마를 소모해야 했다.
그런데 아스모데우스는 그러한 제재 없이 현상계에 직접 강림한 것이었다.
지크는 아스모데우스에게서 느껴지는 기이한 힘, 뒤틀린 인과율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는 것을 알아챘다.
‘아마도 버려진 대륙이기에 가능한 것도 있겠지. 이곳은 현상계이지만 현상계가 아닌 장소니까.’
본래는 실재하지 않는 대륙, 그것이 바로 이 버려진 대륙이었다.
마왕을 봉인하기 위해 엘더 드래곤과 최후의 용들이 힘을 모아 이곳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기에 현상계에서 카르마의 제재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장소가 바로 이곳이었다.
‘아서 드레이커는 이런 것까지 알고 아스모데우스를 이곳에 강림시킨 건가.’
지크는 어쩌면 아서 드레이커가 이 버려진 대륙에 대해 뭔가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크가 생각을 거듭하는 사이, 게이트에서 완전히 빠져나온 아스모데우스는 거친 숨을 몰아쉬더니 이내 목을 길게 빼고 공중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크어어어어어어!
그러더니 이어 대륙 전체가 울릴 만큼 거대한 굉음을 내질렀다.
그 굉음에 반응한 것인지 하늘 곳곳에서 마수들이 날아들며 더욱 불길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버려진 대륙 전체가 우리의 존재를 알게 되었군.’
지크는 아스칼론과 레바테인을 들고 아스모데우스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제정신을 찾기는 틀린 것 같은데 말이야.”
그는 계획을 바꾸기로 했다.
아스모데우스를 마계로 되돌리는 것이 어렵다면 차라리 지금 그를 종속시키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우우우우웅!
결정을 마친 지크가 신격을 개방하자 그의 몸에서 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이를 본 아스모데우스가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보이며 입을 쩌억 벌렸다.
카아아아아아!
소리를 지르는 것만으로도 거대한 폭풍이 일어날 만큼 대군주의 힘은 강렬했다.
폭풍을 일으킨 아스모데우스가 날개를 활짝 펼치더니 준비 동작도 없이 그대로 공중 위로 치솟아 올랐다.
콰콰콰콰콰!
음속을 돌파하는 속도로 높이 치솟던 아스모데우스는 어느 순간 급하게 방향을 틀어 지크가 있는 곳을 향해 하강하기 시작했다.
쿠르르르르릉―
하늘이 쪼개지는 소리와 함께 아스모데우스의 몸이 하나의 창이 되어 지크를 관통할 기세로 내리꽂혔다.
이를 본 지크는 숨을 가다듬고 심연의 불꽃을 불러냈다.
화르르르륵!
검은 불꽃이 지크의 몸을 휘감았다.
“하아아아앗!”
그가 내리꽂히는 창을 향해 몸을 날렸다.
검은 불꽃으로 이루어진 창과 폭풍을 일으키는 창이 하늘 위에서 충돌을 일으켰다.
콰르르르르르르릉!
세계가 쪼개지는 듯한 충격이 대륙 전체로 퍼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