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slayer's Class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709
709화
‘카이시르 스승님?’
지크는 갑작스레 떠오른 영웅왕 카이시르의 메시지를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너무 놀라 반응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눈앞에 메시지가 이어서 올라왔다.
[영웅왕이 자신의 의사를 표시합니다.] [영웅왕이 초월신에게 띨박하다고 말합니다.] [영웅왕이 요정왕의 눈물이랑 크로노스의 보고는 도대체 언제 쓸 거냐고 타박합니다.]지크는 카이시르의 말에 자신의 인벤토리에 저장되어 있는 아이템들을 떠올렸다.
‘요정왕의 눈물과 크로노스의 보고를 함께 사용한다면?’
그제야 지크는 카이시르가 왜 자신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내는지를 깨달았다.
그는 메타트론 앞에 도열한 수백의 오염된 성좌들을 쳐다보며 인벤토리에서 요정왕의 눈물과 크로노스의 보고 열쇠를 꺼냈다.
크로노스의 보고를 사용하면 매개체를 통해 과거의 영웅을 소환하는 것이 가능했다.
지크는 시선을 돌려 요정왕을 소환할 수 있는 요정왕의 눈물과 크로노스의 보고 열쇠를 바라보다가 이내 그것들에 근원의 힘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우웅!
찬란한 태초의 빛의 힘이 요정왕의 눈물과 크로노스의 보고에 깃들어 원래의 위력보다 더 강한 힘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근원의 힘이 요정왕의 눈물과 크로노스의 보고를 강화합니다.] [강화된 요정왕의 눈물이 현상계와 요정계를 연결하는 통로를 만듭니다.] [강화된 크로노스의 보고가 요정왕과 관계된 영령을 소환합니다.]지크 앞으로 차원을 넘어서는 거대한 통로가 만들어졌다.
심상치 않은 힘이 집중되자 메타트론은 이를 막기 위해 오염된 천계의 성좌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당장 저놈을 짓밟아라!】
메타트론의 명령을 받은 성좌들이 괴성을 내지르며 지크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들은 사방으로 뻗친 촉수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오염된 신격을 뿜어냈다.
카아아아아악!
뒤틀린 인과율에 의해 본래의 신격보다 더 강한 힘을 갖게 된 성좌들은 이미 하나하나가 재앙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성좌들 수백이 달려들고 있었지만, 지크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은 채 요정계와 연결된 통로를 유지하는 데 집중했다.
카아아아악!
앞장서서 달려든 성좌들이 집중하고 있는 지크를 향해 오염된 신격이 담긴 권능을 내지르려 했다.
그런데 그때 지크를 향해 뻗어 오는 오염된 성좌의 권능을 가로막는 거대한 방호막이 생겨났다.
지팡이를 든 채 검은 가면을 쓴 가디언 이노센트가 지크를 보호한 것이었다.
위대한 현자의 영혼으로 만들어진 그림자 화신이니만큼 그가 만들어 낸 방호막은 단단했다.
하지만 성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노센트가 만들어 낸 방호막을 향해 자신들의 권능을 더욱 세게 내질렀다.
콰콰콰콰콰!
뒤틀린 인과율에 의해 변형된 성좌들의 권능은 더욱 강화된 상태였기에, 상상을 뛰어넘는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결국 이노센트의 방호막에 금세 균열이 일었다.
파지지지지직!
균열이 일어난 방호막에서 요란스러운 플라즈마 전류가 튀었다.
오염된 신격이 깃든 검은 연기가 방호막을 갉아먹었다.
곧 방호막이 속절없이 깨지면서 성좌들이 뿜어낸 검은 연기가 지크를 휘감으려 했다.
그런데 그때 거대한 폭풍이 일었다.
콰콰콰콰콰콰!
성좌들이 뿜어낸 검은 연기가 폭풍에 의해 휩쓸려 가더니, 동시에 무엇인가가 성좌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엘리멘탈 소드
금력의 장
반중력검
강력한 중력의 힘이 깃든 검이 불쑥 튀어나와 성좌들을 단숨에 베어 버린 것이다.
퍼어어어억!
중력의 힘이 깃든 검은 한 번으로 멈추지 않았다. 검이 지나갈 때마다 유기질로 이루어진 성좌들의 몸체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폭발했다.
카아아아악!
성좌들은 빠른 속도로 자신들의 육신을 파괴하는 정체불명의 존재를 향해 굉음을 내질렀다.
어느 순간, 수백의 성좌들 사이에서 빠르게 움직이던 존재가 멈춰 서더니 검을 들고 천천히 읊조렸다.
엘리멘탈 소드
화력의 장
백염난무(白炎亂舞)
그의 검에서 튀어나온 수백 줄기의 백색 불꽃이 성좌들을 향해 뻗어 갔다.
영혼까지도 소멸시키는 가장 순수한 불길이 성좌들의 오염된 육신을 불태웠다.
끄아아아아아악!
끄르르르르륵!
카아아아아악!
뒤틀린 인과율에 의해 본래의 신성을 버리고 오염된 외부종의 육신으로 화한 천계의 성좌들은 순수한 백염에 휩싸여 재가 되어 흩어졌다.
백색 불길 사이에서 검을 든 자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빛나는 하늘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요정 같은 외모를 지닌 미남자.
가녀린 외모와 달리 가장 호전적이며, 위대한 업적을 세운 것으로 전설에 기록된 영웅왕 카이시르.
그가 현상계에 직접 강림한 것이었다.
카이시르는 검을 쥐고 있는 손목을 돌리며 불타오르는 성좌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X새끼들, 더럽게도 생겼네.”
역사 속에는 남지 않았지만 영웅왕은 상당히 입이 거칠었다.
그는 백염이 깃든 검을 다시 치켜올리며 뒤로 물러선 천계의 성좌들을 향해 소리쳤다.
“X 같은 성좌 새끼들아! 안 그래도 네놈들 하는 꼬라지가 X 같았는데 잘됐다! 오늘 푸닥거리 한번 해 보자!”
카이시르는 광소와 함께 폭풍과 백염을 몸에 두르고 폭풍처럼 성좌들을 향해 돌진했다.
콰콰콰콰콰콰!
폭풍에 실린 순수한 백염이 성좌들의 오염된 육신을 단숨에 불태워 버렸다.
하나하나가 재앙이나 마찬가지인 천계의 성좌들이 영웅왕 하나를 제대로 막지 못한 채 재가 되어 흩어져 갔다.
만약 이들이 본래의 신성을 유지한 채 현상계에 강림했다면 아무리 카이시르라 해도 이렇게 일방적으로 몰아붙이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염된 외부종의 육신을 선택하며 신성을 버린 천계의 성좌들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가장 순수한 원소의 힘은 상극이었다.
덕분에 카이시르는 혼자서 천계의 성좌 수백을 상대할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영웅왕의 출현과 그의 압도적인 무위를 직시한 메타트론은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얼른 불순분자인 지크를 해치우고 다시금 라그나로크를 불러오려 하는데, 방해꾼이 끊임없이 튀어나왔다.
메타트론은 이대로는 정말 자신의 목적을 이룰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크 드레이커, 네놈 따위에게 신의 계획이 어그러질 수는 없다.】
그는 마지막까지 미루었던 최후의 힘을 발휘하기로 결심했다.
옛 존재들과 연결된 메타트론의 몸에서 심상치 않은 파동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구!
지크는 메타트론이 무엇인가 이전과 다른 행동을 하려는 낌새를 눈치챘다.
그는 그런 메타트론을 막기 위해 자신의 가디언들을 모두 불러냈다.
리리스와 이노센트, 칼리귤라, 브론토스, 아슈빈을 비롯해 그가 흡수했던 성좌들로 만들어 낸 그림자 화신까지 모두가 소환됐다.
쿠구구구구구!
종말의 짐승인 심연의 헬라와 초룡 티아마트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지크는 자신의 주변으로 늘어선 이들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그림자 화신들이여. 나를 엄호하라.”
말을 마친 직후, 엑스칼리버를 치켜든 지크가 메타트론을 향해 돌진하자 가디언들과 신수들 역시 그 뒤를 따랐다.
콰콰콰콰!
그러자 메타트론과 연결된 오염된 옛 존재의 몸이 부풀더니 그 안에서 기이한 생김새를 한 부정형 외부종이 튀어나왔다.
옛 존재들이 만들어 낸 성좌급 힘을 지닌 외부종 수십이 날아와 지크의 앞을 막으려 했다.
콰콰콰콰콰!
그에 가디언들이 지크의 앞으로 나서서 외부종들을 향해 공격을 가했다.
지크의 신격에 의해 강화되어 성좌급의 힘을 지니게 된 가디언들은 옛 존재들이 만들어 낸 외부종들에게 전혀 뒤지지 않았다.
특히 종말의 짐승인 라헬과 티아마트의 권능은 놀라울 정도였다.
라헬이 사방으로 심연의 불꽃을 쏟아 냈고, 티아마트가 심연의 암흑을 내뿜었다.
라헬과 티아마트의 강력한 공격에 휩쓸린 외부종들은 주춤하다가 가디언들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을 수밖에 없었다.
퍼버버버버벅!
가디언들의 매서운 공격에 외부종 마수들의 육신이 폭발하듯 파괴됐다.
하지만 옛 존재의 힘을 받아 만들어진 외부종들은 쉽게 소멸하지 않았다.
파괴된 줄 알았던 잔해에서 재생하기 시작하더니, 얼마 가지 않아 원래대로 회복을 이루는 것이었다.
재생한 외부종들이 다시 가디언들을 향해 달려들었지만, 결과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파괴되었다가 재생하기를 반복할 뿐이었다.
종말의 짐승들과 가디언들이 그렇게 옛 존재가 만들어 낸 외부종을 상대하는 동안 지크는 곧장 메타트론을 향해 날아갔다.
메타트론에게 가까워질수록 사방으로 퍼지는 파동의 힘을 더욱 명확히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엔 그 힘을 파악하지 못했던 지크는 가까이 다가가며 이 파동이 무엇인지 그 정체를 깨달았다.
‘이건…… 고유 영역?’
성좌라면 모두가 고유 영역을 지니고 있었다.
지크는 여태껏 메타트론의 고유 영역이 천계 그 자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별개의 고유 영역이 따로 있는 듯싶었다.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메타트론이 고유 영역을 불러낸다면 금세 전황이 기울 수도 있었다.
‘어떻게든 놈이 고유 영역을 완전히 불러내는 것을 막아야 한다.’
지크가 파동을 뚫고 메타트론을 향해 더 빠르게 날아갔다.
곧 옛 존재와 결합된 메타트론에 가까워졌다.
지크는 어느 정도 영역에 닿았다고 판단한 즉시 지체하지 않고 메타트론을 향해 검격을 날렸다.
콰콰콰콰콰!
신격이 깃든 지크의 검격이 집중하고 있는 메타트론을 향해 날아갔다.
그런데 이번에도 그와 연결된 옛 존재가 촉수를 뻗어 지크의 검격을 막았다.
그리고 그 순간, 오염된 옛 존재들이 지크를 향해 의지를 전달했다.
―우리가 존재할 수 있는.
―새로운 세계가 필요하다.
―차원을 부유하는 것은 외롭고.
―끔찍한 일이다.
사라진 세계에서 차원을 찢고 이곳에 나타난 오염된 옛 존재들은 메타트론을 통해 이 현상계에 뿌리를 내리고자 하는 것이었다.
지크는 그런 오염된 옛 존재들을 향해 엑스칼리버를 겨누었다.
“이곳은 너희들에게 허락된 곳이 아니다. 잊혀진 존재들아.”
지크의 말에 오염된 옛 존재들이 발악을 하며 굉음을 내질렀다.
―우리는 이곳에 있을 것이다!
―잊히고 싶지 않다!
―계속 존재하고 싶다!
굉음을 내지른 잊혀진 존재들이 지크를 향해 수천 개의 촉수를 날렸다.
콰콰콰콰콰!
촉수들이 지크의 몸을 휘어 감으며 그의 신격을 흡수하려 했다.
하지만 지크가 그렇게 촉수를 가만둘 리 없었다.
혼신기
트리플스펠
대소멸(大掃滅)의 의지
신격이 담긴 트리플스펠이 발동하자 거대한 대소멸의 의지가 엑스칼리버를 통해 펼쳐졌다.
콰콰콰콰콰콰콰!
대소멸의 의지를 담은 빛이 뻗어 나갔다.
지크를 휘감으려던 촉수들은 그 빛에 닿는 즉시 모두 재가 되어 흩어졌다.
동시에 잊히지 않으려 발버둥 치던 오염된 옛 존재들 역시 대소멸의 빛에 노출되자 괴로워하며 그대로 소멸하기 시작했다.
―안 돼!
―우리는 이곳에.
―존재하고 싶다.
―소멸되고 싶지 않아!
발악하며 악을 써 댔지만, 옛 존재들은 그렇게 대소멸의 빛에 휩쓸려 아스라이 사라지고 말았다.
쿠구구구구구!
그대로 옛 존재들은 모두 사라졌지만, 그와 연결되어 있던 메타트론은 여전히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메타트론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파동은 그친 상태였다.
지크가 검을 쥐고 서서히 메타트론을 향해 다가갔다.
그런데 놀랍게도 메타트론의 몸체가 균열을 일으키더니 서서히 부서지기 시작했다.
‘이건?’
부서져 내린 메타트론의 몸체가 흩어지는 것과 동시에 지크는 자신을 둘러싼 공간이 급격한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느꼈다.
쿠구구구구구!
이내 초토화된 버려진 대륙 위로 처음 보는 도시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고유 영역은 고립계 차원을 소환해 영역을 잠식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지금 메타트론은 자신의 고유 영역 자체를 현상계에 직접 소환하고 있었다.
쿠구구구구!
완전하게 모습을 갖춘 도시가 그 위용을 드러냈다.
그때 도시 위에서 빛나는 날개를 펼치며 떠오른 메타트론이 지크를 바라보며 말했다.
〖지크 드레이커, 내 ‘무대’에 올라온 이상 너에게는 이제 가망이 없다.〗
뒤틀린 인과율에 몸을 내던졌던 오염된 육신이 아닌 원래의 신성을 회복한 모습으로 완전해진 메타트론이었다.
지크는 그가 말한 ‘무대’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그렇다면 놈의 고유 영역의 정체는…….’
그때 지크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메타트론의 고유 영역 를 인지하였습니다.]무대 위에 존재하는 모든 문제를 정당화할 수 있는 연출이 가능한 고유 영역.
메타트론은 애초에 이를 감안하고 뒤틀린 인과율에 몸을 던지고, 오염된 옛 존재를 불러온 것이 틀림없었다.
의 영역에서는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 무대의 주인이자, 기계 장치의 신으로서 메타트론이 지크를 향해 손을 내뻗었다.
〖이제 이 비극은 끝이 나며, 새로운 무대가 펼쳐지리라.〗
그 말과 함께 메타트론이 손가락을 튕겼다.
동시에 메타트론이 만들어 놓은 무대 위에서 지크가 허물어지듯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