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137
0136 복원의 시작(1)
“드루이드님! 위험해요! 최근들어 앵무새 떼에게 공격당한 경우가 많아요!”
“……괜찮아요.”
우리 동물원에서는 시끄럽다고 까치나 까마귀들에게 얻어맞는 녀석들이, 이곳에서는 사람도 위협한다니 솔직히 조금 믿기지 않았다.
그레이스의 만류를 뿌리치고 차에서 내린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족히 천 마리는 될 법한 수의 앵무새들이 자그마한 마을 전체를 점령하고 있었다. 건물의 지붕, 창틀, 마당 할 것 없이 빼곡하게 늘어서 있었다.
심지어, 그 녀석들은 쓰레기통을 열어 뒤진다거나, 창틀의 장식 같은 것들을 떼어내며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으로도 모자란 건지, 녀석들은 앵무새의 특징 중 하나인 사람의 말소리를 따라하는 것을 이용하여 욕을 하고 있었다.
“Hooooooly shit!”
“Get the hell off, man!”
“Hey, idiot! Shut up!”
앵무새들은 영어로 된 욕을 내뱉고 있었다. 하지만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녀석들이 그 뜻을 확실히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동물들의 기본적인 울음소리에, 녀석들이 말하려는 의지가 덧씌워져 들려오는 듯한 내 초능력 덕분에 알 수 있었다. 녀석들이 말하는 것과 똑같은 의미를 내뱉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자기들끼리 꺼져라, 죽어라, 닥쳐라 같은 소리를 지껄여 대는 것이 여실하게 들려왔다.
가볍게 한숨을 내쉰 나는, 주변 하늘을 두리번거렸다. 몇 마리 앵무새가 날아다니는 와중에, 익숙한 무언가가 보여졌다.
“유부야!”
가볍게 외치니, 하늘 높은 곳에서 유유자적하게 날아다니던 유부가 추락하듯 내려왔다. 어마어마한 속도로 하강한 녀석은 지상 2미터 남짓한 곳에서 몸을 파라락 흔들며 부드럽게 착지했다.
커다란 부엉이의 등장에, 앵무새들이 화들짝 놀라며 우리 주변에서 물러났다.
“부르셨소?”
“어, 좀 시킬 게 있어서.”
왜 불렀냐는 듯이 바라보는 유부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그리고, 유부는 곧바로 내 부탁을 아주 확실하게 이루어주었다.
“Sorry!”
천 마리가 넘는 수의 앵무새들이 하나같이 바닥에 대가리를 쳐박고 사과를 하고 있었다.
앵무새 떼의 우두머리 급인 몇 마리를 유부가 조져버린 다음, 앵무새들을 교육해버린 것이었다. 우두머리를 떡으로 만들고, 도망치려던 녀석들을 또 떡으로 만들어놓으니 알아서 기는 것이었다.
녀석들은 더 이상 욕설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두 번 다시 할 생각이 없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와아아아아!”
앵무새들에게 점령당한 마을의 주민들이, 집 안에서 그 모습을 보고서 환호성을 터트렸다. 앵무새들에게 공격당할까, 나가지도 못하던 상태에서 앵무새들이 참교육 당하는 모습을 보니 통쾌하다고 느끼는 듯했다.
그 모습에 어깨를 으쓱이며, 떡이 되어 있는 우두머리 앵무새 몇 마리를 데려왔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호주의 양아치, 앵무새의 우두머리들은 내 곁에 있는 유부를 보며 오들오들 떨었다.
안심하라는 의미를 담아 녀석들의 목덜미를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그제서야 떨림이 잦아든 녀석들은, 엉망이 된 깃털로 나를 바라보았다.
“너희들, 일 좀 하자.”
나는 앵무새들을 바라보며 가볍게 웃어보였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녀석들을 마냥 풀어놓을 수 없었다. 사람들에게도 좋지 않고, 결과적으로 이 녀석들에게도 좋은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숙소에는 수십여 명의 사람으로는 해결 불가능한 수준의 씨앗이 있었다. 이 양아치 같은 앵무새들에게 시키면 딱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앵무새들이 못마땅하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똑똑한 녀석들이니 만큼, 난데없이 일을 하자는 것을 반기지 않는 것이었다.
“우리가 왜……가 아니라, 당연히 저희가 해야 하는 거지요! 뭘 할까요? 명령만 해주십쇼!”
물론, 내 곁에서 동그란 눈을 부라리며 뾰족한 부리를 탁탁 닫아대는 유부의 모습으로 인해서 앵무새들은 당장 간이라도 떼어 줄 것 같은 모습을 보였지만 말이다.
앵무새들의 자발적……은 아니지만, 어쨌든 협조를 받은 나는 이곳에 있는 모든 앵무새들에게 따라오라는 명령을 내렸다. 당연히 그 말에 도망칠 궁리를 하려던 앵무새들이 있었으나, 감시하는 듯한 유부로 인해 도망치지 못했다.
결국, 앵무새 녀석들은 차를 타고 조금 느리게 이동하는 우리의 뒤를 따라 열심히 날갯짓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잠시동안 그렇게 차를 따라온 녀석들은, 과거에는 숲이었지만 화재로 인해 평야가 되어 있는 숙소 주변에 도착하게 되었다.
“압빠! 앵무새야!”
차 안에서 쿨쿨 자던 소은이는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깨어나더니, 우릴 따라 우르르 몰려온 앵무새들을 보며 반색했다. 우리 동물원에도 앵무새들이 있는만큼, 앵무새에게 익숙했기 때문이다.
특히 앵무새들이 불러주는 동요를 들으며 몸을 들썩이는 것이 취미인 소은이였기에, 소은이는 냅다 앵무새 한 마리를 붙잡고 노래를 불러달라 요구하고 있었다.
흥얼거리며 무언가를 요구하는 듯한 소은이의 모습에 그 뜻을 파악한 앵무새가 호주의 노래를 불러주기 시작했다. 영어로 된 노래였지만, 일단 멜로디가 있으면 그만인지 소은이는 몸을 흔들며 율동을 즐겼다.
그 모습에 웃음을 터트린 나는 소은이가 어느정도 만족했을 때, 소은이를 안아들고 천 마리에 가까운 앵무새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너희들이 일을 열심히 해주면, 소은이에게 동요를 불러줄 수 있는 영광을 주겠다!”
“당장 일할 것을 주십시오!”
“땅이라도 팔깝쇼?”
“우리는 일을 원한다!”
노랫소리에 맞춰 율동을 추는 소은이를 바라보며 시선을 떼지 못하던 앵무새들은 내 말에 파다닥 움직였다.
나는 훌륭한 일꾼들을 확보했다는 생각에, 곧바로 녀석들에게 일거리를 주었다.
숙소 내부에 있던, 이동식 욕조 하나를 꺼내어 가져온 나는 그대로 그 안에 수 많은 씨앗들을 채웠다. 그레이스가 워낙 많은 양을 가져온 탓에, 욕조의 절반 가량을 채울 수 있었다.
“지금부터 이 씨앗을 물고, 이 주변으로 날아가서 떨어트리고 오면 돼. 멀리가도 되는데, 되도록이면 아무것도 없는 땅에 뿌리면 좋아.”
“걱정마세요!”
“내놔! 내가 뿌릴 거야!”
“다 저리가! 내가 바로 동요 전문가라고!”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욕조에 앵무새들이 돌진했다. 녀석들은 욕조에 채워진 씨앗들을 하나씩 물어가더니, 순식간에 욕조를 비워냈다.
“끄아아앙! 늦었어! 늦었다고!”
“다른 녀석들이 물어간 걸 뺏자!”
심지어, 수가 부족해 씨앗을 물지 못한 녀석들도 날아올라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천 마리가 넘던 앵무새들이 순식간에 자리를 비워버리니, 왁자지껄하던 주변이 적막해진 느낌이 들었다.
“……드루이드님. 설마, 씨앗을 앵무새들로 퍼뜨리시는 건가요?”
“훌륭한 일꾼들이 있으니, 써먹어야죠. 그리고, 저 녀석들을 마냥 풀어놓기도 좋은 건 아니잖아요?”
“그건 그렇긴 하죠……. 호주에서는 앵무새들이 문제가 되니까요.”
그레이스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는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이 하나하나 손으로 뿌리는 것보다, 새들이 먼 거리까지 뿌려주는 것이 더 좋은 것은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애초에, 자연에서도 각종 식물들이 퍼지는 것에는 새들이 깊게 관여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각종 열매를 먹고, 소화되지 못한 씨앗을 똥으로 배출하는 새들이었으니 자연의 방법을 이용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처럼 앵무새들은 넓은 범위에 씨앗들을 퍼뜨리고 돌아왔다.
나는 소은이가 녀석들과 원하는대로 놀도록 놔두고, 그레이스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레이스. 아침에 부탁했던 건 준비 됐나요?”
“아, 네. 지금 바로 드릴까요?”
“네. 조금 있으면 해도 완전히 질테니까, 확인만 하죠.”
내 말에 그레이스가 어디론가 연락을 취했고, 몇 대의 차량이 숙소 근처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 차량에서 내린 사람들이 여러가지 물건들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내가 그레이스에게 부탁한 것은 별 게 아니었다. 각종 식물류였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잔디를 비롯하여 푸릇푸릇한 풀들이었다.
“그런데 이 풀 같은 건 왜 요청하신 건가요?”
그레이스는 상자에 가득하게 담긴 풀쪼가리를 가볍게 뒤적이며 의아함을 나타냈다. 따로 준비해달라고 한 그 풀들이 씨앗이나 모종 형태가 아니라, 쥐어 뜯어내어 뿌리가 없는 줄기 부분이라고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동물들의 먹이라고 할까요?”
“먹이……요?”
“아무리 큰 산불이 있었다고 해도, 이렇게 황량하다고 해도 생명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요. 잘 찾아보시면 여기도 야생 동물들이 살아가고 있거든요.”
나는 조금 먼 곳을 가리켰다. 어느덧 어둑어둑해지는 주변으로 인해 잘 보이지 않았으나, 무언가 꿈틀거리며 움직이고 있는 것이 보여졌다.
“웜뱃……이군요.”
호주 관광청의 직원이며 동물에 관심이 많은 사람답게, 그레이스는 멀리서 꿈틀거리는 녀석의 정체를 파악해냈다.
그리 크지 않은 녀석이었는데, 잘 보면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이제 막 자라나기 시작한 새순들을 뜯어먹고 있는 것이 보여졌다.
“야생 동물들이 막 자라나는 새순들을 다 뜯어먹게 되면 복원이 될 수가 없죠. 녀석들의 천적을 불러, 쫓아낼 수도 없으니 녀석들에게 잠시동안 먹이를 줘야죠. 먹이를 주지 않아도 쉽게 먹이를 구할 수 있을 시기가 될 때 까지는요.”
“그러면 이 풀도 넓게 뿌려놓으실 건가요?”
“그러는 게 좋겠죠. 뭉쳐서 뿌려봐야, 야생 동물들이 이 때다 싶어 폭식해서 순식간에 사라질 수도 있으니까요.”
내 말에 충분히 이해했다며, 그레이스는 조금 더 수월하게 뿌릴 수 있도록 헬기를 섭외해준다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오늘 하루를 거의 다 쓰며 비치 월드를 둘러본 탓에 오늘은 그 풀들을 뿌릴 수가 없었다. 결국, 커다란 상자에 담긴 풀들을 그대로 방치하고 숙소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