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166
0165 괴물의 둥지(1)
완연한 겨울로 접어들며, 우리 동물원에는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털갈이를 하는 동물들은 털을 갈아내고 겨울을 나기 위해 털을 부풀렸으며, 변온동물이나 열대 지방에서 서식하는 동물들은 온풍기나 온열기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등의 행동을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우리 딸. 또 토끼즈랑 놀았어?”
“어떠케 아라찌!”
“배 한번 볼래?”
“앗!”
소은이는 제 배에 덕지덕지 묻어 있는 토끼털을 보며 놀라, 황급히 털어냈다.
팡팡 털어낼 때마다 떨어지는 수백 가닥의 토끼털들이 거실 바닥으로 떨어졌다.
위이이이잉-
그리고, 곧바로 몇 개의 로봇청소기들이 가동을 시작했다. 공기청정기 역시 돌아가며 허공에 흩날리는 털들을 수거했다.
“겨울만 되면 로봇청소기 구매 욕구가 확 늘어난다니까.”
거실을.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소은이 주변을 뽈뽈뽈 움직이며 열심히 청소하는 로봇청소기들을 보고 있으니 추가 구매 욕구가 마구 샘솟았다.
우리 집에 출입하는 동물들은 하나같이 털을 흘려대고 다니는 녀석들이었기에, 바닥에 언제나 털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물론, 내 초능력의 영향으로 동물들의 털이 잘 빠지지 않기는 하지만, 지금처럼 털갈이 시즌이 막 지났을 때는 얄짤없었다. 동물들이 한 번 휘젓고 다니면 바닥에는 털이 수북했다.
어찌나 양이 많은지, 누나가 토끼들의 털을 빗겨내어 실을 짜내는 것을 취미로 삼을 정도였다.
“짜잔! 어때? 예쁘지?”
“이거 모야?”
“엄마가 우리 소은이 주려고 귀마개 만들었지롱. 토끼즈한테서 나온 털로 만들었어.”
그리고, 그런 취미를 가진 누나가 귀마개까지 만들어낼 정도였다. 머리띠 양 끝에 풍성한 털 뭉치가 달린 듯한 귀마개였다.
그런 물건들을 만들어낼 정도로, 동물들의 털이 많이 뿜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변화는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있었다. 바로, 동물원 내부를 거니는 사람들이 꽤나 줄었다는 것이었다.
바로, 추워진 날씨 탓에 건물 내부나 따듯한 곳들을 찾아가기 시작한 동물들의 영향이었다.
지금 야외에 있는 동물은 언제나 온도가 유지되는 수로에 서식하는 녀석들이거나, 털이나 옷을 껴입으며 추위에 견딜 수 있게 된 녀석들이었다.
덕분에, 오히려 야외만 돌아다니는 관람객들이 생길 정도였다.
“꺅! 원숭이가 패딩 입고 있어!”
“……저거 내 거랑 똑같은 거 같은데? 왜 쟤가 더 잘 어울리냐.”
야외에서 풍선아트를 하는 원숭이는 패딩을 입고 있었고.
“저게 호랑이야, 돼지야.”
“돼랑이?”
평소처럼 약탈당할 것을 대비해 먹이 공급량을 늘렸지만, 추운 날씨로 인해 약탈당하지 않은 덕분에 호랑이들은 살이 차올랐고.
“쟤가 입은 거, 갑옷은 아니겠지?”
“아닐걸? 그냥 갑옷처럼 생긴 옷 같은데.”
아프리카 출신의 코뿔소들은 추운 날씨를 고려해, 마치 철갑옷같이 생긴 옷으로 온몸을 두르고 있었다.
그 외에도 여러 동물들이 각양각색의 옷들을 입고 있었기에, 그 동물들을 찾아다니는 재미도 있다고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더더욱 큰 변화가 있었다. 아니, 다른 변화를 다 합쳐도 이 변화만큼 중요하다고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엄마 배에 동생 있는 거야?”
“응. 내년 가을이면 소은이 동생을 볼 수 있을 거야.”
“동생 생기면 소은이가 챙겨줘야 하는데, 할 수 있어?”
“웅! 할쑤이써!”
바로, 누나가 둘째를 임신했다는 것이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기에, 배가 부풀었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우리 가족에겐 큰 변화였다.
특히, 매번 방해하길래 동생이 생기는 것이 싫은 줄 알았더니, 동생이 생긴다는 것에 소은이가 무척 기뻐하고 있었다.
“지여니두 동생 있대써! 나두 이제 동생 이써!”
자기의 가장 친한 친구가 동생이 있는데, 이제는 자신에게도 있다며 매일같이 엄마에게 붙어 다니는 것이었다.
동물들이 그런 소은이의 모습에 조금은 아쉬워했다. 매일같이 자신들과 붙어 다니며 놀던 소은이가 엄마의 곁에만 있으니 조금 아쉬운 것이었다.
단순히 동물들이 실내를 찾고 날씨가 추워진 것도 이유기는 했지만 소은이가 잘 나타나지 않는 것에, 관람객들이 정말 눈에 띄게 감소했다.
아직도 우리 동물원을 매일같이 찾는 사람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예전처럼 막 북적일 정도는 아니게 된 것이었다.
“흐음. 어떻게 할까나.”
관람객들이 눈에 띄게 감소한 것에, 나는 살짝 고민하기 시작했다.
동물원으로 얻는 수익이 뮤튜브보다 더 많은 수준은 아니긴 하지만, 관람객이 줄어드니 신경 쓰였기 때문이다.
“내 훌륭한 기술을 보고 감탄해 줄 사람이 없다니! 이러고 있다간 교미하고 싶어질 거야!”
특히, 관종 기질이 다분한 뿌우뿌우 녀석이 아쉬워하고 있었기에 더더욱 신경 쓰였다.
게다가 내가 초능력을 검증할 때 보았던 녀석의 행동이 떠오르니 더더욱 신경 쓰이고 있었다. 자길 봐줄 사람이 없다고 교미를 하고 싶다며 발정 난 척 성질부려대던 그 모습이 말이다.
“캬우!”
“우와악!”
소파에 앉아, 멍하니 어떻게 해야 좋을까 고민하던 내게 소은이가 몰래 다가와, 나를 놀래켰다.
갑자기 나타난 소은이가 펄쩍 뛰어오르기까지 하니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히히히, 압빠 놀래써?”
“……그래. 소은이 때문에 놀랐어.”
“흐히히히!”
내가 놀란 것이 그리 좋은지, 소은이가 해맑은 웃음을 지어 휙 하니 가버렸다.
그 모습에 어이없는 것도 잠시, 나는 무언가가 떠올랐다.
그리고, 곧바로 동물원의 임원들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아직 평일의 근무시간이었기에, 그들을 불러 모으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수환아 불렀어?”
“우리 사장님이 웬일로 불렀을까?”
동물원의 금전적인 부분을 총괄한다고 할 수 있는 누나와, 여전히 코끼리 사육을 담당하며 전체 사육사들의 대표인 고길휘 아저씨를 비롯해 여러 사람들이 회의실로 모여들었다.
“요즘에 우리 동물원 관람객이 좀 줄었잖아요?”
“음……. 겨울이라 그렇지요. 이불밖은 위험한 계절이니, 관람객이 줄어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죠.”
“맞습니다. 사장님이 인수하기 이전부터, 겨울 시즌에는 관람객이 감소했었습니다.”
내 말에 임원들이 당연한 일이라며 걱정할 필요 없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사실, 이렇게 여러분들을 모은 이유가 관람객 감소가 메인은 아니에요. 여러분들을 부른 이유는 새로운 사업 아이템이 생각나서 그래요.”
“새로운 사업 아이템이요?”
“저희 동물원이 야간 개장은 따로 하지 않잖아요. 그래서 그 시간대에 색다른 영업을 할 생각이에요.”
“색다른 영업이라고 하시면, 정확히 어떤 겁니까?”
나는 임원들의 말에 씩- 웃음을 지어 보이며 테이블을 탁탁 두드렸다.
“꺄아악!”
그리고, 그 신호를 받은 누나가 테이블을 쾅!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약간의 비명을 곁들여서 말이다.
“으아아아아아아악!”
“흐어어억!”
“꾸에에에에엑!”
“뭐야! 뭔데에에에!”
그런 누나의 돌발행동에, 주변에 있던 임원들이 화들짝 놀랐다. 아니, 기겁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푸하핫 웃음을 터트리니, 어느새 진정한 임원들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사장이라 어떻게 할 수도 없고-‘하는 생각이 표정에서 다 드러나고 있었다.
“제가 생각해낸 색다른 영업은 어떻게 보면 귀신의 집이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어둡게 어둠이 내린 동물원을 돌파하는 거죠. 각종 동물들이 풀려나 있는 상태에서요. 마침 날씨가 추우니, 동물들한테 귀신 옷 같은 걸 입힐 수도 있고요. 개들한테 거미 다리가 달린 옷을 입힌다던가……?”
내 말에 임원들이 나쁘지 않은 생각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 무척 놀라긴 했지만, 그걸 아이템으로 동물원에 적용하는 게 나쁜 선택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체험하는 관람객이 놀라서 동물들을 공격하면 어떡하죠?”
“전투 같은 곳으로 응용이 가능한 초능력자를 제외하면 그만이죠. 설마, 일반인들이 저희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을 공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한 임원의 물음에, 나는 답을 해주는 대신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그 질문은 충분한 답이 되었다.
“……문제없겠네요.”
그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은 하나같이 괴물 같은 녀석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가장 작은 소동물인 도마뱀들도 사람들이 쉽사리 접근할 수 없는 속도를 낼 수 있는 녀석들이었다.
특히, 나와 함께한 시간이 제법 오래된 토끼즈 같은 경우에는 사람에게 뒷발차기를 날릴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자, 그러면 귀신의 집……. 아니, 가칭으로 지은 동물의 집에 대해서 따로 아이디어 같은 게 있으면 얼마든지 내어주세요.”
내 말에 잠시 고민하던 임원들이 하나둘씩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모인 의견에 더불어, 이제는 도그 어질리티 세계 챔피언으로 활동하는 변호사 인맥인 병진이 아저씨의 도움까지 받아 운영 시작을 할 수 있었다. 물론, 미리 동물들에게 교육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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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을 잘못 맞춘 담력 체험! 괴물의 둥지 오픈!]비록, 담력 체험의 계절이라고도 할 수 있는 여름이 아닌 겨울이지만, 대대적으로 홍보를 한 덕분인지 오픈 당일 저녁에 동물원 앞으로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오전에는 평화로운 동물원인 신수의 둥지, 해가 진 이후에는 괴물들이 득시글거린다는 컨셉인 괴물의 둥지가 된 동물원 앞에 긴 줄이 있는 것이었다. 겨울밤이라곤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내가 전율미로까지 가본 사람이야. 나만 믿고 따라와.”
“자기야. 오빠만 믿어. 오빠가 괴물들 다 물리쳐 줄 거니까.”
“네, 여러분. 오늘은 제가 신수님의 동물원! 아니, 괴물의 둥지를 체험하러 왔습니다!”
“낮에 볼 때는 안 이랬는데, 벌써 입구부터 좀 음산하지 않나?”
혼자서 온 사람도 있었고, 여럿이서 온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그런 그들은 하나같이 기대되거나, 두려워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오픈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의 가장 앞에 서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 종이를 내밀었다.
“입장하시려면 이 서류에 서명 좀 해주시겠어요?”
종이에는 간단하게 몇 줄 정도가 적혀 있었다. 그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두 개였다.
하나는 동물들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내용이었고, 다른 하나는 과도하게 놀라며 심장마비가 올 경우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정도로 무서워요?”
“음……. 제가 아는 변호사 아저씨가 테스터로 체험하셨다가 제 멱살을 잡으셨어요. 그다음에 이 문구가 추가됐고요.”
내 말에 놀랍다는 표정을 지어 보인 첫 도전자가 이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서명을 휘갈겼다.
재빨리 서명을 마친 남자는 그대로 입구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리고, 단 3분이라는 시간이 흘렀을 때, 그는 큰 비명을 내지르고 들것에 실려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