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230
0229 메추리(3)
“메추리들 귀여워!”
내가 누나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있는 동안에도, 소은이는 메추리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하긴, 손가락만 한 것들이 꼬물꼬물 움직이며 찌잇찌잇 울어대는데 어떻게 안 보겠어.
하지만 나는 그런 소은이를 살짝 떼어냈다.
“왜엥?”
“메추리들이 이제 추울 수도 있으니까, 유부한테 붙어 있게 해줘야지.”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유부 녀석이 다시금 메추리들에게 착 달라붙었다. 따듯한 체온으로 녀석들을 보듬어주려는 것이었다.
그러자 열심히 울어대던 녀석들의 울음이 많이 잦아들었다.
“걔들 좀 잘 보살펴 줘. 아침에 올 테니까.”
“음, 좋은 밤 되시오.”
유부 녀석은 내 말에 몸을 뒤척이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날개를 살짝 펼치며 새끼 메추리들에게 찬바람이 가지 않고, 따듯한 체온이 전해지도록 자세를 고친 것이었다.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소은이를 데리고 침실로 돌아왔다.
“왜에?”
자기는 메추리를 더 보고 싶다며 아쉬워하는 소은이의 모습에, 가볍게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유부랑 메추리들도 자야지. 아침에 아빠랑 같이 메추리들한테 밥 만들어서 주자.”
“밥! 밥 중요해!”
“그렇지.”
소은이는 이대로 아침까지 기다리는 건 시간이 너무 느리게 갈 거라며, 눈만 감았다 뜨면 아침이 되게 만들어주는 숙면에 빠지기로 결정했다.
호다닥 침대로 달려가 눈을 질끈 감으며, 1초라도 빨리 잠에 빠져들기 위해 노력했다.
“코오오오오…….”
그리고, 십 초 정도가 지나니, 소은이가 아주 꿀잠을 자기 시작했다.
“……빠르네.”
그 모습을 보며 빠르다는 말 외에는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나와 누나는 고개를 내저으며,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 따듯하게 데워진 침대 속으로 들어가니 잠이 솔솔 쏟아졌다. 소은이가 엄청 빠르게 잠든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렇게 몰려오는 수마에 저항하지 않고 몸을 맡기니 금세 잠에 빠져들었다.
“압빠!”
아주 잠깐 눈을 붙인 것 같은데, 나를 흔들며 부르는 소은이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몽롱한 모습으로 주변을 두리번 거리니, 벽에 달린 시계가 아침 6시 4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압빠! 메추리 밥 줘야대!”
“어, 어어…….”
소은이의 재촉에 어떻게든 정신을 차린 나는 천천히 주방으로 향했다. 어미새를 따르는 아기새처럼 내 뒤를 쪼르르 따라온 소은이가 뭘 먹일 거냐며 물었다.
“계란 노른자랑 쌀가루 같은 걸 섞어서 주면 돼.”
“계란 노른자! 그거 병아리 되는데!”
메추리가 병아리 머거! 하면서 놀라는 소은이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아니야. 노른자가 병아리 되는 게 아니고, 흰자에 있는 작은 씨앗이 병아리가 되는 거야. 보여줄까?”
나는 곧바로 접시를 하나 꺼내 계란을 탁 깨트렸다.
아직은 투명한 흰자와 탱글탱글한 노른자가 볼록하니 솟아 있었다. 그리고, 그런 흰자에 아주 자그마하게 까만색 점 같은 것이 있었다.
“엄마 닭이 알을 품으면 이게 자라나서 병아리가 되는 거야. 노른자는 그 병아리가 알에 있는 동안 먹는 밥이야.”
“오옹.”
소은이는 노른자가 병아리가 되니 노란 게 아니었다며 신기해하고 있었다.
피식 웃으며 깨트린 계란으로 프라이를 해주니 찹찹 잘도 먹었다. 그 사이 몇 개의 계란들을 더 꺼내 삶았다.
빠르게 삶아진 계란을 꺼내 찬물에 식힌 다음, 껍질을 까고 잘 익은 알들을 꺼냈다.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한 다음, 노른자가 담긴 그릇을 소은이에게 내밀었다.
“소은이가 으깨볼래? 잘게 부수면 돼.”
작은 숟가락 하나를 같이 주니, 소은이가 꾹꾹 노른자를 누르며 으깨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으깨진 노른자는 잘게 부서졌고, 거기에 쌀가루와 물을 조금 넣었다. 다시금 숟가락으로 휘휘 저으며 섞어주고 나니 새끼 메추리들의 밥이 완성되었다.
“반은 소은이 먹고. 나머지 반은 은수 먹으라고 줄까?”
“웅! 조아!”
소은이는 제 몫의 흰자가 담긴 그릇과, 메추리들이 편히 먹을 수 있도록 낮은 접시에 옮겨 담은 먹이를 들고 2층 침실 베란다로 향했다.
“메추리야 밥 먹자!”
메추리들이 먹을 먹이가 담긴 작은 접시를 유부의 둥지 구석에 놓였다.
이제 갓 태어난 메추리들은 알에서 영양분을 충분히 얻은 상태라 바로 먹이를 먹지는 않았다. 하지만 조금씩 시간이 흐르니, 녀석들도 배가 고파졌는지 먹이를 쪼아먹기 시작했다.
“먹는다! 머거!”
제 몫으로 주어진 달걀 흰자를 먹으면서, 메추리들이 노른자로 만든 먹이를 먹는 모습을 보는 소은이는 무척 즐거워 보였다.
“잘 먹으니 참으로 보기 좋구나!”
유부 역시, 제 품에 안겨 있던 메추리들이 먹이를 잘 쪼아먹는 모습을 아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저 녀석 이제 진짜 엄마 포지션에 적응한 것 같은데?
유부와 소은이가 메추리를 보며 아주 흐뭇해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은수에게 고개를 돌렸다.
조금씩 주는 흰자를 아주 맛있게도 받아먹는 은수를 바라보는 나의 모습은, 유부가 메추리를 바라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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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은이의 많은 관심과, 유부의 철저한 보살핌 속에 메추리들은 말 그대로 폭풍 성장했다.
손가락만 한 크기의, 작은 녀석들이 어느덧 소은이 주먹만 한 수준으로 커지더니 내 주먹보다 조금 작은 수준까지 자라난 것이었다.
일단, 그렇게 자라나며, 막 태어났을 때의 듬성듬성 나 있는 깃털 때문에 조금 볼썽사나운 모습이 없잖아 있던 것이 싹 사라졌다. 검은색, 갈색, 옅은 노란색의 깃털들이 잘 조화를 이루며 일종의 보호색을 완벽하게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외형적인 변화보다도 더 큰 변화가 있었다.
퍼드드드드득!
바로, 날갯짓을 하며 날아다닌다는 것이었다.
유부 녀석의 지도하에, 아주 힘차게 날갯짓을 하고 있었다. 제대로 날지 못하고 바닥으로 콩- 떨어진 녀석들은 유부가 날아가서 잡아온 뒤, 다시금 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거기서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날개를 조금 더 힘차게 흔들면 되는 것이니라. 그리고 날아오른 다음에는 깃털을 더욱 펼쳐서 공기의 흐름을 타고 날아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거라.”
“네, 엄마!”
“끙…….”
메추리들은 유부의 교육에 아주 충실히 따르며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수리부엉이인 유부에게 날갯짓을 배웠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메추리들은 꽤나 잘 날아다녔다. 떨어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날갯짓을 한다기보다는, 바람을 타고 활강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평범한 메추리들이 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바라보던 누나가 나를 톡톡 건드렸다.
“수환아, 메추리도 날 수 있는 거야? 아니면 이것도 네 초능력 때문이야?”
메추리들이 날아다니는 것이 신기한 듯했다. 단순히 날갯짓을 하며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명백하게 비행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몇 미터를 퍼득이며 날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바람을 타고 수십 미터씩 날아다니고 있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메추리가 알을 낳는 가금류로 여겨지다 보니, 닭처럼 제대로 날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누나 역시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다.
“아, 그건 아냐. 메추리들도 날 수 있어. 저렇게 쪼그마하게 보여도, 철새거든. 날지 못하는 메추리들은 사육의 편의를 위해서 윙컷이라고 날기 위한 깃털을 잘라버려서 그런 거야.”
“엑, 메추리가 철새였어?”
“뭐……. 나도 동물들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본 게 다야. 거기에 메추리가 겨울철새로 분류되고 있더라.”
누나는 내 말에 무척 신기하다는 듯이 퍼드득 날아다니는 메추리들을 바라보았다.
“그럼 쟤들도 나중에 떠나갈까?”
“그렇지는 않을걸? 아무래도 마트에서 사 온 알에서 부화한 녀석들이잖아. 게다가, 유부도 여기 있고, 소은이랑 잘 붙어 다니는 걸 보면 떠나진 않을 것 같은데.”
“하긴.”
펫 호텔 형식으로 맡았다가 돌아간 몇몇 동물들도 떠나갈 때 무척 아쉬워했다. 원래 자신들을 돌봐주던 주인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었더라면 떠나지 않았을 정도로 말이다.
원래 알을 얻기 위해 개량되어 사육되던 개체들의 자손인 메추리들이 철새처럼 떠나갈 거라는 생각은 거의 들지 않았다. 소은이나 유부보다 좋아하는 누군가가 있어서 따라가는 것도 아니었으니, 떠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메추리야! 놀자아!”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으니, 소은이가 마당에서 크게 소리치는 것이 들려왔다.
소은이의 목소리를 들은 열 마리의 메추리들이 포로록 날아올라 베란다 난간을 넘어, 소은이가 있는 마당으로 날아갔다.
“새끼들 길러 봐야 아무 소용 없다더니…….”
방금까지 메추리들에게 비행을 가르치던 유부가 황당함을 나타냈다. 열심히 가르치고 있었는데, 소은이가 부른다고 쌩- 가버렸으니 황당한 것이었다.
그런 유부 녀석에게 고깃덩이를 던져주며 위로해 주었다.
“너도 소은이가 부르면 메추리들 다 데리고서라도 갈 거잖아. 뭘 새삼스럽게 그래.”
“…….”
유부가 슬그머니 고개를 빙그르르 돌렸다. 애초에 메추리들을 품은 것도 소은이의 부탁이 있었기 때문일 정도로, 녀석은 소은이를 좋아했다.
메추리들이 모두 소은이를 따라 간 이후, 오랜만에 가지는 자유 시간에 고깃덩이를 쪼아 뜯어먹는 유부를 잠시 바라보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은이가 뭘 하면서 놀 생각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누나 역시 마찬가지인지,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니 나를 따라왔다.
“어디로 갔으려나?”
“자연구역 아닐까? 요즘 매일 거기 둘러보잖아.”
가볍게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자연구역으로 향하니, 꺄하하항- 하고 소은이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저 멀리서 열심히 뛰어놀고 있는 소은이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뒤편에서 열심히 소은이를 쫓아가는 열 마리의 메추리들도 함께.
그런데 그렇게 뛰노는 소은이와 메추리들의 모습을 바라보던 나와 누나는 이어진 광경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앗 열매다. 메추리들, 열매 따기!”
잘 달리던 소은이가 갑자기 멈추더니, 어딘가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소은이의 뒤를 따라 뛰던 녀석들은 그런 소은이의 모습에 급정지를 하다가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지시를 보고서 다시금 튀어나갔다.
산책로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겨울에도 열매가 열리는 자그마한 나무가 있었는데 그 나무를 향해 날아가는 것이었다.
“이건 내가 딸 거야!”
“싸우지 마! 그건 내 거니까.”
“그럴 시간에 가져가겠다.”
“난 먼저 간다.”
“같이 가!”
열 마리의 메추리들은 우르르 몰려서 자그마한 나무를 약탈했다. 가을이 시작할 때 맺어진 열매가 겨울이 지날 때까지 남아 있는 나무였는데, 그것이 순식간에 털려버린 것이었다. 열 마리 메추리들에게 말이다.
순식간에 수십여 개의 열매를 딴 메추리들은 그것들을 물고 소은이에게 돌아갔다.
“잘해써!”
주먹만 한 메추리들이 쪼그마한 열매를 물고 온 것을 본 소은이가 녀석들을 하나하나 쓰다듬어주었다.
그리고, 녀석들이 따온 열매 중 하나를 입에 털어 넣었다. 자연구역에 있는 식물들을 전수조사하며, 그곳에서 맺히는 열매들은 얼마든지 먹어도 된다는 것을 알려주었기에 보이는 행동이었다.
어쨌거나, 소은이의 그런 행동을 본 메추리들도 자신들이 따온 열매를 하나씩 쪼기 시작했다.
“써! 마덥써!”
당연하지만, 먹을 수 있다 뿐이지 맛있는 열매는 아니었기에, 소은이는 인상을 한껏 찌푸리며 열매를 뱉어냈다.
“버려!”
“먹지 마!”
“뱉어! 먹지 말라니까!”
당연하게도 소은이의 행동을 보고 따라 하는 메추리들은 쪼던 것들을 뱉으며 내다 버렸다.
우린 그런 소은이와 메추리들의 모습을 보며 한차례 웃음을 터트리고서 집으로 돌아왔다. 자기들 딴에 즐겁게 놀고 있는데 방해할 이유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