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232
0231 피톤치드
“꺄우으으!”
“은수 재밌어?”
“슈우! 슈우웅!”
은수목의 적당한 높이에 달린 가지와 연결된 아기용 그네에 은수를 태우고 밀어주니 은수가 무척 즐거워했다.
가볍게 흔들 거리는 정도로 밀어주었다. 살짝 앞으로 나아갔던 은수가 다시금 내가 있는 자리로 돌아왔다.
“압빠, 모해?”
은수가 타고 있는 그네를 가볍게 밀어주고 있으니, 소은이가 슬쩍 다가왔다. 뒤쪽으로 동물들을 주렁주렁 달고서 말이다. 물론, 그 동물에는 관람객이라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인간들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아빠는 은수랑 놀아주고 있었지. 소은이도 그네 탈래?”
“아니!”
내 물음에 소은이가 고개를 휘휘 내저었다. 소은이는 어린이답지 않게 그네 타는 것을 별로 즐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이유가 그네는 느리기 때문이라는 것이 조금 문제라면 문제였지만 말이다. 워낙 뽀니나 마루 같은 녀석들이 빠르다 보니, 그 속도에 적응한 소은이에겐 그네가 느리고 재미없는 기구였다.
어쨌거나, 그렇게 찾아온 소은이를 발견한 것은 은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은수는 몸을 고정해 주는 아기용 그네에 앉은 상태로 소은이를 향해 손을 내뻗었다.
“누우느아!”
“히히, 은수야아!”
소은이는 자신을 향해 손을 뻗는 은수에게 쪼로록 달려가서 은수의 손을 잡고 가볍게 장난치기 시작했다. 서로 손가락을 깍지 끼기도 하고, 잡힐 듯 말 듯 안달내기도 하며 놀아주는 것이었다.
둘 다 해맑은 미소를 짓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휴대폰을 꺼내 들어 카메라로 찰칵찰칵 찍어댔다.
그런데 그때, 휴대폰의 알람이 울렸다.
[사장님. 자연구역 개방일부터 지금까지 동물원에 대한 각 매체들의 리뷰를 총합해 둔 자료를 보냈습니다.]바로, 마케팅팀의 팀장이 보낸 메시지였다. 첨부자료까지 포함되어 있는 메시지였다.
동물원이라는 것이 사람들에게 관람거리를 제공해 주고 대가를 받는 것이다 보니, 사람들의 반응을 확실히 보기 위해서 마케팅팀에 내가 지시해 둔 것이었다.
“소은아. 아빠 잠깐 볼 거 있어서 그런데, 은수랑 좀 놀아줄래?”
“아라써!”
주먹까지 불끈 쥐며 말하는 소은이의 모습에 은수를 그네에서 내려주었다. 바닥에 두 발이 닿자, 은수는 아장아장 소은이를 향해 다가갔다. 지금까지는 나와 놀았으니, 이제는 소은이랑 놀겠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은수가 소은이에게 찰싹 매달리는 것을 보며, 휴대폰으로 시선을 옮겼다.
“음?”
그런데 마케팅팀장이 보내준 자료를 확인한 나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동물들이 귀여워요, 동물들이랑 직접 교감할 수 있어서 좋아요 같이 예전부터 보이던 리뷰들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리뷰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산림욕 명소네요. 좋습니다!] [가슴이 뻥 뚫리게 만들어주는 숲이 있는 동물원.] [스트레스 풀기 딱 좋은곳!] [애들이 동물원 가자고 해서 왔는데, 다음에는 계모임 회원들이랑도 와야겠어요.] [자연구역 딱 내 취향. 다음에 또 갈 거임.]웬만한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다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동물원이었기에, 리뷰는 대부분 호평이 가득했다. 10점 만점으로 따지자면 평균 9.8 이상을 받을 정도였다.
그냥 불만이 많은 사람들이나, 약간 아쉽다며 4점을 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아쉽게도 10점을 찍을 수는 없었다.
어쨌거나, 그렇게 호평이 많이 보이는 가운데, 지금까지는 보이지 않았던 리뷰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자연구역에 관한 리뷰가 많았다.
“산림욕 명소……?”
그것도, 자연구역이 산림욕에 최고라는 리뷰가 많다고 할 수 있었다.
왜 그런 건가 싶어, 해당 내용과 연관되어 있는 블로그 리뷰를 확인했다.
“피톤치드? 아…….”
그리고 그 리뷰 내용을 확인한 나는 자연구역에 산림욕 명소라는 리뷰를 쓴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자연구역에는 부산시로부터 땅을 인수할 때부터 자라고 있던 편백나무들이 그득한 상태였다. 그때문인지, 해당 블로그에는 피톤치드가 넘쳐나는 것 같다며 자연구역에서의 산림욕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있었다.
“댓글도 많네?”
게다가, 그런 블로그 게시글에는 많은 댓글들까지 있었다. 자기도 피톤치드를 느꼈니 마니 하는 댓글부터, 피톤치드가 몸에 좋다는데 드루이드의 초능력까지 받은 거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내용들도 있었다.
그것을 보니, 최근에는 잠잠했지만 한동안 피톤치드가 떠들썩했던 때가 있었음이 떠올랐다.
학창 시절 즈음이었던 것 같은데, 전국에 피톤치드 열풍이 불면서 편백나무로 만든 각종 소품 같은 것들이 품절되기도 하는 등의 일이 있었다.
그 생각을 떠올리니 문득 궁금해졌다.
“피톤치드 같은 것도 내 초능력의 효과를 받았으려나?”
식물을 더 크고, 건강하게 만들어주며 열매 같은 것들도 제철이 아님에도 맺게 하는 내 초능력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곧바로 그 의문을 해소하기로 했다.
내 초능력 때문인지는 몰라도, 내가 자문을 구하겠다고 하면 당장 응할 학자들이 많았기에 어려울 것이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금세 증명되었다. 피톤치드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는 한 대학 교수를 찾아 연락을 취하니, 당장 달려오겠다고 외치는 중이었다.
“어……. 바로 오신다고요?”
“안 그래도, 피톤치드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요!”
조금 얼떨떨하긴 해도, 안 될 건 없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며 언제든지 찾아오라는 말을 해주었다.
당장이라고 말은 하지만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았기에, 피톤치드에 관한 연구를 할 이들은 이틀 후에 동물원으로 찾아오기로 결정됐다.
아이들과 놀아주기도 하고, 동물들을 케어하기도 하며 시간을 보내니 이틀이라는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안녕하십니까!”
이른 아침부터 대학원생들을 우르르 몰고 나타난 대학 교수는 가볍게 인사를 주고받은 후, 곧장 각종 장비들을 챙겨 자연구역으로 향했다.
내 초능력의 영향이 정말 피톤치드 같은 것에도 적용이 되는 건지 물었더니, 본인도 무척이나 궁금하다며 뛰쳐나간 것이었다.
그런 교수를 뒤따라 간 대학원생들은 여러 나무들에서 시료들을 채취하고, 사진도 찍고 기록도 하기 시작했다.
습하- 습하- 숨을 깊게 들이쉬는 교수와, 그 주변에서 열심히 시료들을 채취하는 모습을 보면 조금 짠해 보이긴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숨만 쉬는 것 같던 교수도 열심히 시료채취하는 대학원생들에게 합류한 것이었다.
나무에 살짝 상처를 내어 수액을 뽑기도 하고, 겉껍질을 살짝 벗겨내기도 하고, 뿌리의 일부나 가지의 일부를 잘라내기도 했다.
“허허, 자네 채취 실력이 참 좋아졌군. 줄기를 다 잘라먹은 게 어제 같은데 말일세.”
“……어제 맞습니다. 교수님.”
“……채취를 좀 하고 있게나. 치매 검사를 해야 할 것 같으니.”
“장난입니다. 교수님.”
“논문 통과는 꿈도 꾸지 말게.”
“앗, 살려주십쇼! 교수님!”
제법 친한 건지, 투닥투닥 장난도 쳐가며 대학원생들과 시료채취를 하는 교수였다.
어쨌거나, 그렇게 시료채취를 끝낸 이들은 곧바로 차량으로 향했다. 채취한 시료를 확인하고, 실험할 장비들 중 이동이 가능한 것들은 직접 챙겨 왔다는 것이었다.
“오……!”
“오! 이건!”
“이야!”
그리고, 채취한 시료들을 장비로 확인하기 시작한 이들은 연신 감탄사만 터트리며 어떻게 된 일인지 좀처럼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결국 먼저 답답함을 느낀 내가 그들에게 다가가야 했다.
“결과가 어떻게 나왔나요?”
“이거 제법 대단한데요? 확실히 드루이드님의 초능력이 이쪽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 같군요. 보다 자세한 건 랩에 돌아가서 확인해야 할 것 같습니다만……. 여기서 대충 본 것만 해도 제법 대단합니다.”
연신 감탄사를 내뱉는 교수의 모습에 대답을 재촉했다. 그제야 내가 원하는 대답이 나왔다. 자세한 지식이 없는 이들에게 설명하는 방법을 아는 교수였는지, 알아듣기 쉬운 말로 대답해 주었다.
“단순히 피톤치드만 따지고 보면 일반 나무들보다 약 세 배에 가까운 양이 뿜어지고 있습니다. 편백나무가 소나무보다 세 배 정도 많은 양의 피톤치드를 뿜는데, 여기서는 평범한 소나무가 타지역의 편백나무만 한 수준이라는 거죠.”
“그럼 그것도 제 초능력 때문일까요?”
“확실한 건 아닙니다만, 그렇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보다 자세한 건 저희가 랩에서 확인한 다음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차량에 시료나 장비들을 차곡차곡 쌓고 있는 대학원생들을 슬쩍 확인한 교수가 자기 명함을 주고서 떠나갔다.
그리고, 이틀 정도 다시금 시간이 흘렀을 때, 교수에게서 연락이 왔다.
“자세한 실험을 통해서 확인한 결과, 확실히 피톤치드에도 드루이드님의 초능력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습니다.”
“정말인가요?”
“예. 피톤치드에 있는 테르펜을 비롯한 성분들이 스트레스 완화나, 살균에 효과가 있다는 것은 알고 계신가요?”
“어……. 네, 자세한 건 아니지만요. 아토피에도 효과가 있다고 하던 것 같은데…….”
내 말에 부드럽게 웃은 교수가 이야기를 이어갔다.
“꼭 그런 건 아닙니다. 실제로 아토피를 치료하는 효과는 미미하고, 아토피로 인해 가려워지는 것을 완화시켜주는 정도지요.”
교수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건 몰라도 아토피의 가려움 등을 완화시켜줄 수 있다는 것은 자연구역을 홍보할 때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자연구역에 있는 나무들에서는 그 피톤치드가 더 많이 나올뿐만 아니라, 효과가 조금 더 강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자연구역에서의 스트레스 측정치가 급감하는 걸 볼 수 있었고, 일부 균류의 경우에는 빠르게 사멸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교수의 이야기는 간단하게 말해서, 내 초능력의 효과를 받은 나무가 더 강한 피톤치드를 내뿜으며 평소에는 쉽게 보이지 않는 효과를 두드러지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소리에, 나는 이것이 딱 홍보에 쓰기 좋은 이야기임을 알 수 있었다. 단순히 동물들을 보러오는 사람들 외에도, 식물원을 찾는 이들까지 끌어들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홍보에 딱이라는 생각을 한 나는, 곧바로 교수에게 한 가지 거래를 제안했다. 다음에 동식물 관련 연구를 할 때 도움을 줄테니, 홍보에 쓸 수 있도록 자료를 정리해서 달라는 것이었다.
“좋습니다!”
교수는 그런 내 제안을 고민도 하지 않고 덥석 받아들였다. 물론, 뒤늦게나마 자연구역에서 약간의 샘플을 채취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추가적인 조건을 붙이긴 했지만 말이다.
“자료는 곧 정리해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왠지 기쁜 듯한 교수의 목수리를 끝으로, 전화가 끊겼다.
그리고, 다시금 며칠 정도가 지났을 때, 한 번 보았던 것 같은 대학원생 한 명이 나타났다.
“안녕하십니까. 여기, 저희 교수님께서 전달 부탁한 자료입니다.”
“아, 고마워요. 그런데 직접 오셨네요? 따로 메일이나 우편으로 보낼 거라 생각했는데요. 요즘 드론도 잘 나왔잖아요?”
“교수님께서 시료를 좀 채취해오라고 하셔서…….”
시료채취용 장비를 슬쩍 들어올리는 대학원생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그를 동물원 내부로 들여보내주었다.
곧장 자연구역을 향해 털레털레 걸어가는 대학원생을 뒤로하고, 나는 곧바로 마케팅팀에 해당 자료를 넘겨주었다.
마케팅의 전문가들만 모아둔 마케팅팀답게, 그 자료들을 받자마자 홍보물을 만들더니 SNS를 비롯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뿌려댔다.
덕분에 동물원에 다시금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조금 뜸해지는 겨울철임에도 많은 수의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이었다.
특히, 연인의 데이트나 가족의 나들이 장소로 유명하던 우리 동물원이었는데, 이제는 도심 속 휴양지같은 개념이 덧붙으며 혼자서 찾아오는 이들도 많이 늘어난 상태였다.
게다가, 스트레스가 해소되며 심신이 안정되는 곳에서 싱글 둘이서 마주하는 경우가 많아지다 보니, 혼자 왔다가 둘이 되어 나가는 경우마저 종종 생겨났다.
심신을 편하게 해주는 자연구역에서 동물들과 교감을 나누다가 마주한 사람들끼리 어? 어? 하다가 동물이 아니라 서로가 교감을 나눠버린 것이었다.
덕분이라고 해야 할지 우리 동물원, 정확히는 자연구역에 더 많은 이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