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461
외전 49화
* * *
민성이 고산병에 걸린 것 같다며 진상을 부리는 동안, 무사히 산 아래에 도착한 백야는 안전장치를 풀며 들뜬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우와! 짱이야! 너무 재밌…!”
“햄스터 재밌었어?”
“…었나? 아휴. 심장이야.”
백야가 뒤늦게 가슴을 짚으며 무서운 척 연기했다.
“나 너무 무서웠어.”
“아닌데. 되게 신나 보이던데.”
“아니야. 네가 소원이라고 안 했으면 못 탔을 거야. 정말이야.”
백야는 막 집라인을 타고 내려와 정신이 없는 틈을 타 날조를 시도했다.
“내가 소원이라고 해쏘?”
“응. 기억 안 나?”
“아닌데? 나 소원 쓴다고 말 안 했는데?”
쳇.
백야의 표정이 적나라하게 바뀌었다.
“잠깐만. 햄스터 나 소원 쓰게 하려고 연기한 거야?”
세상에 이런 일이!
“나빠써! 나는 그런 것도 모르고 햄스터 무서울까 봐,”
“제임스 씨 기다린다. 빨리 와.”
할 말이 없어진 백야는 헤드록을 걸듯 청의 목에 팔을 두르며 마구잡이로 이끌었다.
“나빠!”
“조용히 해. 제임스 씨! 출발해 주세요! 고, 고!”
* * *
판타스틱 허니문 패키지의 두 번째 장소는 와이키키 해변이었다.
원래라면 오션 뷰를 감상하며 칵테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게 다음 일정이었지만, 숙소 근처의 해변은 위험하다는 이유로 스케줄을 변경했다.
“제임스. 우리 해변은 안 가도 돼. 대신 쇼핑을 좀 하고 싶은데.”
잡히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유연의 협박 문자를 받은 청은 왠지 모를 불길함을 느꼈다.
“갑자기 웬 쇼핑?”
“느낌이 안 좋아. 옷을 갈아입어서 따돌리자.”
망나니의 촉은 대단했다.
“에엥. 귀찮아.”
반면 백야는 만사가 귀찮았다.
장시간 비행에 집라인까지 타고 나니 슬슬 체력의 한계를 느끼는 중이었다.
“나 졸린데….”
이번엔 백야가 청의 허벅지를 베고 누웠다.
“No! 지금 잘 수는 없어!”
“도착할 때까지마안….”
“햄스터 한번 자면 잘 안 일어나잖아. 안 된다니까? 일어나. 빨리이~”
청이 백야의 어깨를 흔들며 어떻게든 깨워 보려 했다.
그러나 이번엔 연기가 아닌지 눈이 느리게 깜빡이더니 끝내 감겨 버렸다.
“Noooo!”
백야는 한번 잠들면 누가 업어 가도 모를 만큼 둔한 편이었기 때문에, 이러면 함께 쇼핑하려 했던 계획은 포기해야 할지도 몰랐다.
“햄스터!”
“으응….”
“나랑 쇼핑하기로 했자나. 빨리 일어나아.”
청이 흔들면 흔드는 대로, 잡아당기면 당기는 대로 백야의 몸이 팔랑거렸다.
그러는 사이 허니문 리무진은 하와이 최고의 쇼핑 거리에 도착했다. 제임스는 직접 차 문을 열어 주며 두 사람이 내리길 기다렸다.
기절한 개복치와 밖을 번갈아 보던 청은 결국 울상이 되고 말았다.
“청. 왜 그래?”
“햄스터가 잠들었어.”
“저런. 그럼 친구는 두고 가도 돼. 내가 잘 돌봐 줄게.”
“아니야. 그럴 수는 없어.”
제임스는 최고의 가이드였지만 오늘 처음 만난 사람이었고, 백야는 유명한 햄스터라 낯선 사람에게는 함부로 맡길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지.”
훌륭한 자기 합리화를 끝낸 청은 앞발을 집어 자신의 어깨 위로 둘러메기 시작했다.
그리곤 그를 가볍게 업어 리무진에서 내렸다.
“그렇게 가려고? 무겁지 않겠어?”
“괜찮아. 내 햄스터는 가볍거든. 대신 모자 좀 씌워 줄래?”
혹시 몰라 자다가 침을 흘릴 경우까지 대비했다. 햄스터의 체면은 소중하니까.
“우리 몇 시까지 오면 돼?”
“2시간 정도 여유 있어. 선셋 크루즈에 탑승하려면 그땐 무조건 출발해야 하거든.”
“알겠어. 다녀올게!”
끙차!
청은 조금 흘러내린 백야를 고쳐 업으며 길을 떠났다.
* * *
하와이 최고의 핫 플레이스답게 거리에는 관광객과 호객하는 상인들로 붐볐다.
‘어디부터 가지?’
일단 옷 가게를 찾아야 했다.
청이 자꾸 흘러내리는 햄스터를 고쳐 업으며 한 가게 앞을 지나는 찰나였다.
– 거기 너! 나랑 사진 찍자!
순간 귀를 사로잡는 목소리에 옆을 돌아보자 커다란 앵무새를 양팔에 얹고 있는 여성과 눈이 마주쳤다.
“오! 엄청나다!”
알록달록한 앵무새가 청을 향해 ‘사진을 찍자’며 호객 행위를 했다.
“그거 네 새야? 엄청 멋있다!”
“너도 나만큼이나 멋진 걸 들고 있는데? 어때. 내 앵무새랑 사진 찍지 않을래?”
“응! 너무 찍고 싶어!”
여자가 팔을 내밀자 앵무새 두 마리가 날아가 백야의 머리와 청의 어깨 위로 안착했다.
“우와!”
“뒤에 남자는 그 상태로 찍을 거야?”
“햄스터? 응. 이거는 한번 잠들면 잘 일어나질 않거든. 이대로 찍어 줘.”
– 햄스터!
– 햄스터!
앵무새가 청의 말을 따라 하자 백야가 얼굴을 찡그리며 잠꼬대를 했다.
“시꾸러어….”
– 시꾸러!
– 시꾸러!
“나율무 또 무슨 짓을 웅냐….”
– 나율무 또 무슨 짓을!
– 나율무 또 무슨 짓을!
“우하하! 이거 너무 재밌어!”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한 청은 값을 지불하고 폴라로이드 사진을 얻었다.
“고마워! 앵무새랑 오래오래 행복해!”
손 대신 입에 사진을 문 청은 다시 길을 떠났다.
[크리스찬 디X]그러다 익숙한 상호를 발견하고는 걸음을 멈춰 섰다. 제가 앰버서더로 활동하는 브랜드의 건물이었다.
“오! 저거다!”
주저 없이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경호원이 다가왔다.
“도와드릴까요?”
남자는 청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의 의중을 파악한 청은 목을 쭉 내밀며 폴라로이드를 흔들었다. 일단 이걸 받아 줘야 설명이든 뭐든 할 수 있을 테니.
남자가 입에 물린 사진을 빼내 주자 청이 해맑게 답했다.
“나 이상한 사람 아니야. 여기 모델이야. 저기 저 사람.”
청은 가게의 한쪽 벽을 차지한 제 사진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사진과 청을 번갈아 보던 경호원은 이내 그를 알아보곤 눈을 크게 떴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직원들도 놀란 얼굴로 달려왔다.
“나 옷을 좀 사고 싶은데. 들어가도 될까?”
하와이에 케이팝 스타들이 총출동했다더니. 설마 저희 가게를 직접 방문할 줄은 몰랐다며 직원들이 사인을 요청했다.
“응. 이따 해 줄게. 일단 햄스터를 좀 눕히고 싶은데. 어디 내려 둘 만한 곳이 있을까?”
“2층에 소파가 있어. 거기에 눕히면 될 것 같은데.”
“오! 그럼 거기로 가자.”
청이 계단을 오르자 직원이 세 명이나 따라붙으며 그를 소파가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청이 계단 너머로 완전히 모습을 감춘 그때, 매장에 또 다른 케이팝 스타가 방문했다.
멤버의 생일 선물을 사러 온 세이렌의 초록과 그녀의 매니저였다.
“어서 와. 찾는 제품 있어?”
“머플러를 보고 싶은데.”
“2층으로 안내할게.”
두 사람은 직원의 안내에 따라 계단을 올랐다. 위층엔 이미 선객이 있는지 매력적인 저음이 두 사람의 귀를 사로잡았다.
“담요 없어? 내 햄스터는 약해서 여름에도 감기에 걸려.”
“판매 중인 담요밖에 없는데.”
“괜찮아. 그거라도 줘.”
그 자리에서 포장지를 뜯은 청은 백야의 몸 위로 담요를 덮어 주었다. 시그니처 패턴의 천은 멀리서도 한 눈에 띄었다.
“이 정도면 된 것 같아. 남자 옷은 어디에 있어?”
“남성 의류는 3층이야.”
“가자.”
청이 앞장서서 올라가자 직원이 뒤를 따랐다.
이번에도 간발의 차로 청을 보지 못한 초록은 왠지 모르게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2층에 입성한 순간 깨달았다.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담요. 그리고 그 아래에 누워 있는 낯익은 얼굴.
백야를 발견한 두 사람은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멈칫-
매니저도 같은 걸 봤는지 눈을 비비며 그녀와 함께 멈춰 섰다.
“백야 씨?”
“저 샊, 아니 선배님이 왜…?”
[Don’t Touch!!!]담요 위엔 매직으로 휘갈긴 경고 문구가 적힌 A4 용지가 놓여 있었다.
두 사람이 백야를 알아봤다는 걸 눈치챈 직원은 어색하게 웃으며 반대편을 가리켰다.
“머플러는 저쪽이야.”
“저 사람은…?”
“잠시 잠을 자고 있는 것뿐이니까 신경 쓸 필요 없어. 일행이 3층에 있어.”
아니, 직장 동료가 하와이 명품 샵에서 잠을 처자고 있는데 어떻게 신경을 안 써욧!
* * *
그 시각, 일행 다섯을 산에 버리고 온 특수팀은 두 팀으로 나뉘어 움직이기로 했다.
판타스틱 허니문 패키지는 와이키키 해변의 칵테일 바와 인기 크루즈 일정만을 남겨 두고 있었다.
대환의 등쌀에 마지못해 따라나섰던 일행들은 집라인이 만족스러웠는지 출발할 때보다 표정이 좋아 보였다.
“하야토, 재밌었지?”
“네! 한 번 더 타고 싶어요!”
율무는 하야토를 귀여워하며 대환이 있는 쪽을 돌아봤다. 다들 웃고 있는데 그만 표정이 굳어 있었기 때문이다.
“형도 표정 좀 풀어요~ 애들 덕분에 이런 데 와서 집라인도 다 타 보고. 저희가 호강하네요. 하핫!”
단순한 놈.
대환은 차갑게 식은 눈으로 율무를 노려봤다.
“그래~ 우리 막내도 표정 좀 풀어라. 청이 덕에 집라인도 타 보고 얼마나 좋아? 하하하!”
바보가 둘이라니.
한심하다는 얼굴로 시윤을 보다 고개를 저은 대환은 유일하게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는 매니저 무리에게 다가갔다.
“남경이 형, 우리 나눠서 움직이자. 내가 선착장으로 가서 잠복할 테니까 형은 해변 쪽으로 가서…. 뭐 해?”
그런데 이쪽도 분위기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내 말 들었어?”
“어? 미안, 못 들었어.”
“뭐 해?”
“아~ 집라인이 너무 재밌어서 비슷한 거 없나 찾아보던 중이었어. 가이드가 그러는데 일정 변경해도 된대. 어차피 우리 크루즈는 자리가 없어서 못 타니까.”
“이 사람들이…!”
너무 큰 바람이었던 걸까.
매니저들마저 집라인의 매력에 폭 빠져 망나니 검거는 뒷전이 돼 있었다.
“형. 애 안 찾을 거야?”
“아~ 그거 생각해 봤는데, 내가 하와이까지 와서 그놈들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나 싶더라고. 알아서 잘 놀다가 들어오겠지. 애들도 아니고.”
그리고 가끔은 이렇게 풀어 줄 줄도 알아야 한다며 말도 안 되는 농담이나 하고 있었다.
“맞아요. 커플 패키지여행이니까 두 분이서만 리무진 타고 다닐 테고. 생각해 보니까 그렇게 위험하진 않은 것 같아요.”
성실도 같은 의견이었다.
정녕 이 많은 사람들 중 저와 뜻이 맞는 자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인가!
대환은 가슴 깊은 곳에서 화가 끓어오르는 걸 느꼈다.
‘걔 지금 나한테 삐져서 말도 안 한단 말이야!’
한시라도 빨리 백야의 기분을 풀어 줘야 하는 대환은 애가 타기 시작했다.
‘됐어! 나 혼자서라도 가겠어.’
홱 돌아선 그는 택시를 잡기 위해 대로변으로 나섰다.
그때 황급히 달려온 유연이 대환의 어깨를 잡으며 비장하게 말했다.
“형! 저도 같이 가요.”
“짜식…. 보기보다 의리 있다?”
“제가 의리 빼면 시체라.”
곧 시체를 만들 예정이기도 하고.
유연이 눈웃음을 지으며 예쁜 보조개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