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3
3화 뜻하지 않은 결혼
진양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어 보였다. 그 귀신들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얼굴이 하얬다. 야릇하게 웃는 것이 마치 죽을상처럼 보이지는 않기 위해 웃음으로 가리고 있는 거 같았다. 이들은 보통 귀신이 아니었다.
적어도 귀졸(鬼卒)보다 강했고 수도사로 말하면 적어도 양기 육 층 이상이었다.
하지만 그는 아직 양기 육 층에 도달하지도 못했다.
무슨 방법을 써도 적어도 이십여 명이나 되는 귀졸을 이길 수 있을 거 같지 않았다.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다.
진양은 갑자기 뭔가가 생각났다.
예전에 누군가 음괴귀묘에 들어왔었다가 신부를 맞이하는 무리에게 잡혀서 끌려갔다는 말을 들었던 것을 말이다!
그런데 지금 바로 눈앞에 나타나다니!
진양은 너무 긴장해서 숨이 곧 넘어갈 거 같았다.
제자리에서 가만히 생각에 잠겨 있던 그 순간 연주하는 귀신 무리가 자신의 옆을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때만 해도 귀신들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신랑을 맞이하는 무리가 옆을 지나가는 순간, 앞에서 명패를 들고 있던 귀신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
“그분을 모시고 돌아간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진양의 눈앞이 새하얘지더니 정신을 잃었다.
눈을 다시 떴을 때는 어떻게 된 일인지 좁은 공간 안에 누워있었다.
손을 뻗어 만져보니 위아래, 좌우 모두 막혀 있었다.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주홍색 관에 갇힌 걸 알 수 있었다.
“아니! 이게 무슨! 날 납치하는 거야? 설마 날 신랑으로 데려가는 건가?”
가만히 누워서 들어보니 밖에서 노래와 악기가 멈추지 않고 계속 연주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귀신 무리가 행진하자 앞을 가로막고 있던 옅은 안개가 마치 손으로 가른 거처럼 바람에 모두 흩어졌다.
관 틈으로 밖을 보니 고풍(古風)의 장원이 앞에 우뚝 서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안에는 붉은 벽돌과 푸른 기와의 건물이 즐비해 있었다. 장원 앞 한쪽에는 육, 칠 장(丈) 높이의 비석이 있었다.
귀신 무리는 비석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서 더욱 요란하게 떠들어댔다.
장원 안에는 등롱이 달려 있었고 붉은 천이 바닥에 깔려 있었으며 붉은 비단이 창에 매달려 있었다. 뜰에는 붉은 천이 덮인 둥근 탁자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탁자에 앉아 있던 손님들은 웃으며 축하해주고 있었다.
다만 축하해주는 손님들의 얼굴도 모두 백지장처럼 창백했다. 그들은 억지로 웃고 있었다. 탁자마다 향로가 놓여 있었고 향로 주위에는 피범벅의 제물이 있었다.
술잔에는 어두컴컴하고 음기로 가득한 음천지수(陰泉之水)가 담겨 있었다.
신랑을 맞이하러 간 무리가 돌아와 중앙에 멈추자 관원 복장의 노인 귀신이 공수하더니 큰소리로 외쳤다.
“길시(吉時)가 되었으니 신혼 방으로 모셔라.”
이 소리가 들리자 탁자 주변에 앉아 있던 귀신들이 술과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여덟 명의 가마꾼은 주홍색 관을 들고 뒤뜰로 향했다.
가마꾼은 신혼 방안에 주홍색 관을 놓은 후 물러갔다.
이때, 진양이 관뚜껑을 밀자 뚜껑은 의외로 쉽게 열렸다. 그곳에서 나오자 신혼 방에는 큰 침대가 있었고 그곳에는 붉은 옷의 여인이 앉아 있었다.
여인의 뺨은 살구처럼 붉었고 크고 둥근 눈은 마치 물방울처럼 맑았다.
웃을 때마다 눈이 반달처럼 되었다.
작은 얼굴에 이마는 넓지 않았고 앵두 같은 작은 입과 보조개, 그리고 가느다란 허리는 마치 대갓집 규수 같았다.
그 여인은 마치 살아있는 사람과 다름없어 보였다.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귀신 졸병보다 강한 귀신 병사 정도이고 축기 수도사만큼 강하다는 걸.
귀병(鬼兵)이 되면 귀신은 몸을 갖게 되고 보통 사람처럼 변하게 되어 음기와 귀기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실력이 부족한 사람은 상대방이 귀신임을 절대 알아챌 수 없었다.
겉모습은 살아있는 듯한 귀신 졸병을 부하로 삼고 있는 우두머리이니 십중팔구 더 강한 귀신 병사일 거라는 걸 진양은 예상했다.
진작에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실물로 직접 보니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눈앞의 교태부리는 웃음과 수줍어하는 미소만 보면 애교 넘치는 소녀 같았고 전혀 무섭지 않았다. 하지만 정말 싸우게 되면 자신 정도는 한 손으로도 눌러 죽일 수 있을 거 같았다.
‘운이 정말 나빴어. 이곳 귀묘에 오늘 처음 왔는데 마침 신랑을 맞이하러 온 귀신을 만나다니. 이 여자 귀신은 그동안 날 알고 있던 걸까? 날 눈독 들이고 있던 걸까?’
“공자님, 여기까지 오셨는데 어찌 씻고 옷을 갈아입지 않으십니까, 그리고 어찌하여 그런 못생긴 노인의 모습을 하고 계시는 겁니까, 혹시 소녀가 마음에 들지 않으시는 겁니까. 전에 우연히 공자님의 늠름한 자태를 본 후로 항상 생각이 났답니다. 그 후로 다시 만나게 될 줄 몰랐는데 이렇게 뵙게 되어 소녀 너무 기쁩니다.”
진양의 눈이 반짝였다.
‘역시. 이 요망스러운 게 이미 이 몸의 빼어난 용모와 늠름한 몸을 본 적이 있었구나. 그래서 내가 못생기고 허리 굽은 노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어도 날 알아보고 그 귀신들이 데리고 온 거였어. 아마 저번에 다른 곳에 시체를 묻으러 왔을 때 이 요망스러운 여자 귀신에게 들켰던 건가.’
이런 생각이 들자 진양은 단지 자신이 운이 나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자신에게 일어날 일이었음을 깨달은 것이다.
“공자님, 어찌 말이 없으십니까, 설마 어리석은 저 아랫것들이 공자님을 놀라게 한 겁니까?”
“아니하오, 그저 소저의 모습을 보니 방금 시상이 떠올라서 그렇소.”
진양은 아무 말이나 하여 얼버무렸다.
“어머?”
여자 귀신의 눈이 반짝이더니 두 뺨이 붉어지면서 기다란 속눈썹을 펄럭이며 궁금하다는 듯이 진양을 보았다.
“공자께서 들려주실 수 있으신지요?”
“그럼 잘 들어보시오.”
진양은 떠오르는 아무 시 구절을 읊었다.
“구름은 그녀의 옷이 되고 싶어 하고 꽃은 그녀의 얼굴을 단장하는구나. 봄바람이 난간을 스치니 이슬방울의 윤이 한층 더 짙어지네.”
“역시 공자님의 재주는 대단하십니다. 소녀, 공자님의 목소리를 들으니 너무 좋습니다.”
여자 귀신은 얼굴과 귀가 빨개지더니 부드럽고 가냘픈 목소리로 말하면서 그대로 침대 위로 쓰러졌다. 몸에 걸치고 있던 붉은 옷은 언제 벗었는지 보이지 않았고, 속옷만 입은 채 낭군을 기다리는 모습으로 침대에 기대고 있었다.
진양은 영향(靈香)을 꺼내어 탁자에 있던 향로에 꽂은 후 피웠다.
영향이 타오르면서 푸른 연기가 모락모락 퍼지는 것을 보고서야 비로소 숨을 돌렸다.
“공자님, 정말 자상하십니다. 소녀가 모셔야 하는데.”
여자 귀신은 영향을 맡자 배시시 웃는 것이 마치 술에 취한 거 같았다.
이 영향은 본래 귀신에게만 효과가 있는 향이었다. 냄새를 맡으면 마음을 달래주고 나쁜 생각을 떨쳐내 준다. 게다가 귀신들이 제멋대로 생령(生靈)과 피를 못 빨아먹게 만들어줬다. 이성을 잃고 살육만 하는 괴물로 전락하는 걸 막아주는 물건이었다.
귀신을 쫓아내는 수도사들은 모두 이 영향을 즐겨 사용했다.
‘역시 여자 귀신이니 영향이 좋은 물건인 줄 쉽게 알아보는구나. 귀신은 당연히 좋다고 생각하겠지.’
여자 귀신은 비틀거리며 다가오자 진양의 몸이 기울어지더니 어느새 침대 위에 누웠다. 여자 귀신은 그의 목을 끌어안고 곁눈질로 쳐다보았는데 금방이라도 덮칠 거 같았다.
“소저의 이름이 어떻게 되시오?”
진양이 눈을 피하며 다급하게 질문하자 여자 귀신의 손이 멈췄다.
“이름도 모르면 실례가 아니겠소?”
“소녀의 이름은 덕용(德容)이라고 합니다. 역시 공자님은 다르십니다. 소녀가 오랫동안 기다린 보람이 있군요.”
“과찬이시오.”
진양은 웃으며 얼버무리며 생각했다.
‘아마 이전에 잡혀 온 자들과는 다르다는 거겠지. 이전의 그들은 놀라서 당황하거나 이성을 잃고 달려들었었겠지. 그리고 매일 고생하다가 정기(精氣)를 모두 빼앗겼겠지. 나도 만약 그들처럼 행동하면 아마 똑같은 최후를 맞이할 거고.’
곁눈질로 타오르는 영향을 보니 삼 할 정도밖에 타지 않았다.
그런데 이 요망스러운 것은 더는 못 기다릴 거 같았다.
여자 귀신이 자신의 목을 지나 몸을 쓰다듬자 진양은 이를 악물었다.
이곳에서 이 여자 귀신의 실력이 제일 강한 데다가 귀신들도 계급이 엄격하니 여자 귀신의 수하들은 분명히 그녀에게 함부로 대하지 못했을 거다.
게다가 전에 잡혀 온 사람들은 너무 놀라서 미쳤거나 도망갈 생각만 하다가 잡혀 왔을 것이다. 그래서 여자 귀신은 밤낮으로 사람들을 현혹해서 정기를 빼앗는 데만 집중했을 것이다.
진양은 마른침을 삼키고는 여자 귀신에게 말했다. 그녀의 행동을 보아하니 그녀는 맞는 걸 즐기는 성향 같았다. 어차피 퇴로가 없는 지금 진양은 모험을 해보기로 했다.
“엎드려.”
낮은 소리를 들은 여자 귀신이 당황한 사이 진양은 뺨을 때렸다.
여자 귀신의 비명은 교태가 넘쳤다. 고개를 돌려 진양을 보는 눈에는 분노가 아니라 오히려 애교가 넘쳤다. 진양은 웃으며 잠시 즐겼다.
‘역시 이런 취향이었구나.’
“공자님 어찌 이러십니까?”
여자 귀신은 말을 이렇게 하면서도 몸은 순순히 침대 위에 엎드렸다.
진양은 연속으로 열 몇 대를 때렸다. 손이 아플 지경이었다.
여자 귀신은 신음을 냈지만, 침대에서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여기서 잠시 쉬고 있으시오. 내 밖으로 나가 손님들을 대접해야겠소. 어찌 주인이 대접하지 않고 손님들끼리만 놀게 하겠소. 내 금방 다녀오리다.”
진양은 자연스럽게 일어나더니 다시 한번 여자 귀신의 뺨을 때리고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여자 귀신은 침대에 엎드린 채 진양의 뒷모습을 보며 웃기만 할 뿐 막으려고 하지 않았다. 어쨌든 진양의 실력으로는 여기서 도망가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방문을 열자 방안에 가득하던 푸른 연기가 진양의 등장과 함께 바람을 타고 밖으로 퍼졌다.
앞뜰에서 먹고 마시며 놀던 귀신들이 진양을 보자 모두가 당황하더니 곧 살벌한 눈으로 노려보았다.
“귀한 걸음을 하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제가 작은 여흥 거리를 준비했으니 모두 즐겨주십시오.”
진양은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웃으며 영향을 꺼내어 불을 피운 후 탁자마다 있는 향로에 꽂았다.
“모두 사양하지 마십시오.”
귀신들은 진양을 상대할 겨를도 없이 목을 길게 뻗어 향로에서 나오는 향을 들이마셨고, 영향은 매우 빠른 속도로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귀신들은 마치 술에 취한 것처럼 비틀거리더니 하나, 둘씩 바닥으로 쓰러졌다.
뒤뜰의 신혼 방에 있던 여자 귀신의 얼굴은 복숭아처럼 빨갰고, 행복한 얼굴로 침대에 엎드린 채 달콤한 잠에 빠져들었다.
진양은 향로에 다 타버린 영향을 보았다.
“무려 스물세 개의 영향이 순식간에 사라졌네. 그냥 이렇게 가는 걸 다행으로 여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