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381
381화 어서 와, 기다리고 있었어
“어허! 그러면 안 된다니깐.”
진양은 마음속이 상당히 복잡했다.
단지 가볍게 사기를 쳐서 돈이나 조금 뜯을 목적이 전부였다.
그런데, 모조품이 최양평의 손에 들어갈 거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게다가 그 모조품 때문에 최양평이 미쳐버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
사실 처음에는 별다른 감정이 없었다.
그저 최양평이 재수가 없었던 거라고 생각하며 잊어버렸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와 붙어 다니며 보호를 받고, 탕도 얻어먹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정이 들었다.
비록 진양을 ‘명철’로 착각하고 있긴 했으나, 어쨌든 진양 역시 무의식중에 그를 보호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보자고. 내가 시도 때도 없이 널 소멸시킬 궁리만 한다면 무슨 기분일 것 같아? 게다가 난 저 영감님한테 꽤 많은 신세를 졌다고. 은혜를 원수로 갚을 순 없잖아.”
검둥이는 멋쩍은 듯 시선을 돌려버렸다.
그는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다시 입을 열었다.
“암야우담화가 완전히 피는 순간 적의 모든 관심이 쏠리게 될 거야. 쳐다보지 않고는 베길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장면이 펼쳐지거든.
물론 그만큼 빈틈이 생기는 거니까 우리에겐 유리한 상황이긴 하지만, 암야우담화를 채집해야 하는 네 입장에선 그리 반가운 일은 아니지. 어쨌든 최대한 조심하도록 해.”
진양은 대답 대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잠깐의 시간이 흘렀고, 꽃이 피는 속도가 배로 빨라졌다.
꽃잎이 조금씩 벗겨지며 꽃봉오리가 보일 듯 말 듯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서 온화한 빛무리가 피어올라 온 세상을 뒤덮기 시작했다.
죽음의 기운으로 가득 찼던 이곳에 언제 그랬냐는 듯 따뜻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은은하면서도 신선한 향기가 느껴졌다.
처음 맡아보는 향기였다.
그러나 우아하면서도 강력한 매력을 가진 향기는 순식간에 사람들의 정신을 사로잡아버렸다.
마치 꿈속의 세상이 펼쳐지기라도 한 것처럼 온 세상이 고요해졌다.
암야우담화에서 피어오른 은은한 빛줄기는 모든 이들의 안목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었다.
광기에 사로잡혀 난동을 피우던 귀신들도 이 순간만큼은 단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모두 제자리에 멈춰 섰다.
그리고 눈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장면에 넋을 놓은 채 평소에는 감히 느낄 수 없었던 향기를 즐기기 시작했다.
차사와 제이검군의 전투도 잠시 멈추게 되었다.
주위로 흘러나간 전투의 여파와 암야우담화에서 흘러나온 빛무리가 중간에서 부딪혔다.
그러자 날카로웠던 기운은 순식간에 온순해졌고, 이어서 마지막으로 빛을 뿜어내며 완전히 소멸했다.
온 세상이 평화와 안녕으로 가득했다.
제이검군의 눈은 다소 풀려있었고, 반쯤 넋을 놓은 채 눈 앞에 펼쳐진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차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느새 지면으로 내려온 그는 멍한 얼굴로 고개를 든 채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두들 완전히 넋을 놓고 있었지만, 진양은 아니었다.
암야우담화의 영향력이 닿기 전에 미리 광폭 공법을 사용하여 모든 감정을 차단해버렸다.
진양은 암야우담화 바로 코앞에 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배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감정을 차단하고 최소한의 기본적인 이성만 남겨둔 것이었다.
그때, 암야우담화의 개화가 마침내 절정에 이르렀다.
이제 암야우담하는 조금씩 시들어가기 시작할 것이었다.
진양은 과감하게 신목으로 만들어두었던 삽을 꺼내 암야우담화를 건드리자 능력이 발동되었다.
진양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암야우담화를 감쌌다.
그러자 꽃은 더 이상 시들지 않고 그대로 유지됐다.
그렇게 본격적인 채집 작업이 시작되었다.
아름다운 풍경과 향기는 여전히 모든 이들의 안목을 사로잡고 있었다.
바로 그때.
잠시 한눈을 팔았던 제이검군이 다시 정신을 차렸다.
강렬한 기운을 품고 있는 황금빛 검기가 솟구쳐 오르며 여전히 정신이 나가 있는 두 차사를 덮쳤다.
콰광-!
완전히 박살 난 차사는 검은 연기가 되어 한곳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제이검군은 이를 놓칠세라 곧바로 손가락을 뻗었고, 손가락에서 흘러나온 검은색 검기가 검은 연기를 베어버렸다.
검기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서 음과 양이 분리되었다.
검은 기운은 새까만 고깃덩어리의 모습을 이루는가 싶더니 이내 검기에 의해 완전히 파괴되어버렸다.
그러나 주위엔 아직 검은 연기가 많이 남아있었다.
사방으로 흩어진 검은 연기 중 일부는 차사의 형상을 다시 이루며 제이검군을 공격했고, 또 다른 일부는 진양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고, 심지어 일부는 땅속으로 파고들기까지 했다.
제이검군 빠르게 몸을 놀렸다.
어찌나 빨랐는지 순간 그가 수십 개로 불어난 것처럼 보였다.
제이검군은 그렇게 단숨에 대부분의 검은 연기 덩어리를 베어버렸다.
다시 모습을 드러낸 그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한 모습이었다.
힘이 풀렸는지 비틀거리기까지 했는데, 하마터면 허공에서 지면으로 추락할 뻔했다.
바로 그때였다.
진양이 있는 곳에서 십여 장 정도 떨어진 지면에서 검은 연기가 갑자기 땅을 뚫고 솟구쳐올랐다.
이어서 한곳으로 모이며 차사의 형상을 이루는가 싶더니!
진양을 향해 달려들었다.
쩔그렁-!
완전히 사라진 줄 알았던 쇠사슬은 어느새 다시 차사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쇠사슬은 마치 뱀처럼 쭉 뻗어나가며 진양의 등을 노렸다.
멍하게 서 있던 최양평은 강렬한 살기를 느끼자마자 얼굴색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는 차가운 살기를 내뿜으며 빛줄기가 되어 차사에게 날아가 그와 맞부딪쳤다.
콰광-!
강렬한 충격에 의해 차사는 무려 세 걸음이나 뒤로 밀려났다.
비틀거리는 그의 얼굴 위로 다소 놀란 기색이 떠올랐다.
“명철이를 죽이려거든 우선 날 쓰러트려야 할 게다.”
최양평의 얼굴은 무시무시하게 일그러져있었고, 그의 몸에선 이전과는 다르게 강렬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탓-!
최양평은 잔상을 남기며 사라졌다.
그리고 차사 바로 코앞에서 모습을 드러낸 그는 한 손으로는 차사의 쇠사슬을, 나머지 한 손으로는 차사의 목을 붙잡고 그대로 지면으로 내려찍어버렸다.
콰과광-!
굉음과 함께 대지가 흔들렸다.
지금까지 전투가 벌어지는 동안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던 대지가 최양평의 일격에 뒤집힐 듯 흔들린 것이었다!
그것도 무려 수십 장 내의 범위가!
그리고 그 여파로 십여 장에 이르는 거대한 구덩이가 만들어졌다.
차사의 육신은 또다시 붕괴했고, 곧바로 검은 연기가 되어 폭발해버렸다.
그때, 최양평의 몸에서 일곱 층이나 되는 높은 건물이 나타났다.
이어서 건물은 검은 기운을 짓눌러버렸다.
한 줄기의 강물이 일곱 층 건물 주위로 나타나 검은 기운을 휩쓸어버렸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검은 연기는 깔끔하게 사라지고 없었다.
차사는 다시 죽음을 맞게 되었고, 부활을 기다릴 수밖에 없게 되었다.
바로 그때!
최양평에 의해 박살 난 쇠사슬의 끝부분이 갑자기 스스로 연결고리를 끊은 뒤 진양을 향해 튀어 나갔다.
한편 진양의 손바닥에선 빛이 사그라들고 있었다.
그리고 진양의 손에는 은은한 빛을 뿜어내고 있는 한 송이의 아름다운 꽃이 들려있었다.
바로 그 순간을 노리며 쇠사슬이 암야우담화를 향해 달려든 것이다.
거의 코앞까지 다가온 순간 쇠사슬은 검은 장포를 입은 차사의 모습으로 변했다.
이어서 강렬한 기운을 뿜어내며 진양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마치 거대한 산이 온몸을 짓누르는 것 같은 고통에 진양의 영혼이 뒤흔들렸고, 금방이라도 유체이탈 상태가 되어버릴 것 같았다.
차사는 손을 뻗어 진양의 오른손을 붙잡았다.
그러자 진양의 오른손은 순식간에 마른 가지처럼 바싹 말라버렸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놀랍게도 진양의 입가에는 웃음이 걸려있었던 것이었다.
“어서 와. 기다리고 있었어.”
진양의 손등에 찍힌 징표에서 빛이 번쩍였다.
그리고 허상으로 만들어진 손이 쑥 빠져나와 차사의 손바닥 안으로 들어갔다.
바로 그 순간.
차사는 딱딱하게 얼어붙어 버렸다.
그가 입고 있던 검은 장포는 먼지가 되어 완전히 사라져버렸고 숨겨져 있던 본모습이 드러났다.
해골이라도 해도 믿을 만큼 비쩍 마른 몸이었다.
차사의 얼굴엔 놀라움이 가득했다.
그는 뭐라고 말하려는 듯 입을 벙긋거렸으나, 결국은 말을 하지 못한 채 먼지가 되어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진양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손에 들려있는 백색 광구 때문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차사나 되는 녀석이 겨우 백색 광구가 뭐야 백색 광구가.’
진양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백색 광구를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예상대로 공법은 아니었다.
마지막까지 가지고 있던 생각의 일부에 불과했다.
검둥이의 말에 의하면 차사는 단순히 하나의 육체로만 이루어진 존재가 아니다.
육체와 쇠사슬이 모두 있어야 비로소 완전한 차사인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을 떠나 다른 곳에서 죽는다고 하더라도 쇠사슬만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다면 다시 부활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차사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자 일종의 족쇄다.
상고 지부는 이미 오래전에 멸망했으나 차사는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자신에게 묶여있는 족쇄로부터 벗어나는 것도 불가능했다.
때문에,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상태가 영원히 이어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바로 암야우담화가 그 방법 중 한 가지였다.
암야우담화를 손에 넣는다면 운명의 굴레에서 완전히 해방될 수 있었다.
그는 규칙 따위를 수호하기 위해 움직였던 것이 아니었다.
애초부터 암야우담화를 노리고 움직였던 것이었다.
진양은 제이검군이 일 검에 패배한 뒤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었다.
암야우담화가 피어나는 순간에 제이검군이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릴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차사는 반드시 한 번은 죽어야 한다.
차사 역시 모두가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했을 때를 노려 수를 쓰려 했다.
누가 봐도 가장 약한 진양이라는 틈을 노려 그의 손에서 암야우담화를 빼앗을 생각이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진양은 이 모든 것을 눈치채고 기다렸다.
놈이 제 발로 다가올 때까지 말이다.
차사는 죽었다.
그러나 남아있던 쇠사슬이 본체가 되어 진양을 향해 덤벼들었다.
진양은 심지어 꽃을 든 채 놈이 먼저 자신의 손을 잡기를 기다렸다.
놈의 손을 자르는 것이 가장 빠르면서도 암야우담화를 안전하게 지켜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모든 추측을 마친 진양은 그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것이었다.
그러나 놈을 성불시켜주고 얻은 게 고작 쓸모없는 정보 하나라니.
이건 계산 밖의 일이었다.
아무래도 차사의 육체가 아닌 쇠사슬을 통해 능력을 발동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듯했다.
얻은 정보는 그다지 쓸만한 내용도 없었다.
진양의 예상대로 놈은 암야우담화를 노리고 있었다.
제이검군과의 싸움을 오랫동안 질질 끌어온 것, 그리고 마지막에 죽은 것.
이 모든 것은 놈의 예상 중에 있던 일이었다.
즉, 의도적으로 벌인 일이라는 뜻이었다.
일부러 이런 일을 벌인 이유는 혹여나 궁지에 몰린 진양이 암야우담화를 파괴해 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